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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춤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소드마스터의 시종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별춤
작품등록일 :
2022.10.28 14:10
최근연재일 :
2022.11.28 22: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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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4
추천수 :
162
글자수 :
168,373

작성
22.11.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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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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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준비 (3)

DUMMY

펠마 데몬의 손과 판챠의 검이 충돌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 카카캉!


“큭!”


순간적으로 눈앞이 번쩍거린다.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판챠가 튕겨 나갔다.


“후··· 저릿짜릿하군.”


판챠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털었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그레이 엣지를 넘어 손아귀로 전해져 오는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확실히 밸런스가 맞으니까 위력이 비교가 안 되네.“


”크아아악!“


펠마 데몬이 다시금 달려들었다. 오히려 힘을 제대로 쓰니 좁은 지하 수로의 내벽을 부수면서 달려온다.


”호쾌한데!“


하지만 판챠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는 잘못 몰리면 그대로 사망이다.


”하아앗!“


판챠는 현란하게 검을 휘둘렀다. 악마의 몸에 이리저리 실선이 그어진다. 피 대신 유독한 연기와 형광색 액체를 피워 올리며 발광했다.


”갸아악! 크학!“

”악마도 고통을 아나? 아까 그 친구는 자신이 바로 고통이라던데!“


판챠는 미소를 지었다. 애당초 체격 차이가 너무 났다. 하지만 첫 격돌에서 엄청난 손해는 보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판챠는 승리를 예감했다.



그렇더라도 펠마 데몬은 마구잡이는 아니었다. 팔을 휘두르고, 팔로 차고, 머리로 들이받는다. 나름대로 격투술 비슷한 것을 구사했다.


―츠팟!


몇 번의 공격이 스쳤다. 슈바르츠류의 강맹한 노도순환법이 흐르는 몸으로도 다 막아낼 수 없는 타격. 판챠의 상완과 허리, 관자놀이가 찢기며 피가 튀었다.


”아하하!“


하지만 판챠는 웃었다. 오히려 즐거웠다. 판챠는 로키노와 발데난, 아델하이드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악마와 소년이 좁은 수로에서 검과 손톱을 휘두르며 어울렸다.


상위 종족들은 태초부터 오러 같은 특수한 힘을 가진 자들이다.


오러를 익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까불거리던 상태였다면, 저런 괴물과 정면 대결은 무리였을 것이다. 단번에 피떡이 되었겠지.


다행히 지하 수로의 폭은 좁다. 그리고 판챠는 작다. 자신의 작은 키가 전투에 유용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쾅!


돌로 된 수로의 벽이 펠마 데몬의 공격에 군데군데 으스러지며 파편을 날렸다. 공격 범위에 내부 지도가 바뀌어 간다.


”하나!“


판챠의 머리칼이 몇 가닥 잘려 나갔다. 그리고 펠마 데몬의 정강이도 흑검에 의해 잘려 나갔다.


”크아악!“


악마는 울부짖으며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흑검의 손톱은 데몬의 손톱보다 날카로웠다.


”둘!“


이번엔 팔이 잘렸다. 악마는 팔이 잘리자 버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셋!“


악마의 오른편 무릎 아래가 잘렸다. 2미터를 훌쩍 넘는 악마가 한쪽 무릎을 꿇자 판챠와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좋아. 딱 좋은 위치군.“

”캬악!“


판챠는 압축검을 휘둘렀다. 외마디 소리와 함께 펠마 데몬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악마의 몸은 몇 번이고 펄떡대며 초월적인 생명력을 과시했다. 판챠는 펄떡임에 오러 블레이드로 화답했다.


결과적으로 지하 수로의 한 구획은 연기와 형광색의 피로 점철된 초현실적인 광경이 되었다.


”하, 하아··· 후우. 싸울 땐 좋았는데, 피곤해 죽겠네.“


판챠는 땀을 닦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긴장이 다소 풀어지니 다친 부위가 꽤 욱신거린다.


”그나저나 어디서들 이렇게 오는 거야?“


판챠는 악마가 걸어온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수가 모여드는 원형의 대수로가 보였다.


대수로의 안쪽은 조잡하지만 큰 동굴이 파여있었다. 동굴 안은 잔혹한 풍경이었다.


”여긴··· 여기서 실험 같은 걸 했나?“


인간과 악마의 것으로 보이는 살점이 이리저리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중앙엔 원형의 제단 같은 것이 보였다.


“어?”


제단 위에 올려진 문서. 판챠는 스쳐 지나가려고 했지만, 거기 적힌 이름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워드. 20대 중반. 자격 미달]

[존스. 20대 초반. C급 그릇으로 판단. 백작가 하인. 상황을 볼 것]

[판챠. 10대 중반으로 보임. A급 그릇으로 판단. 기사의 시종. 감시 바람]

[샤야. 10대 중후반으로 보임. S급 그릇으로 판단. 상업지구, 조속히 확보 바람]


“이건 뭐야···, 더럽게 수상하네.”


아까 그 사내들은 뭔가 알까? 물어봐야 한다. 판챠는 서둘러 사내들이 쓰러져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진 않았다. 하지만 사내들의 몸이 뭔가 이상했다. 쓰러진 몸이 힘을 잃을 줄 알았다. 하지만 꿈틀대더니 커지는 것 같다.


판챠는 버둥거리는 머리들을 향해 말했다. 들켰다는 표정이다.


”니네들 뭐하냐?“


쓰러트린 자들의 몸이 변하고 있었다. 어쩌면 세 명의 사내들도 펠마 데몬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판챠는 검을 들었다.


”변한다고 말이나 해주지. 근데 누가 변신을 기다려준대?“

”······!“

”억울하면 조용히 변신하던가!“


판챠는 악마화되는 육신을 베기 시작했다. 변신을 기다려 줄 용의가 전혀 없던 칼부림에 사내들의 육신은 악마도 인간도 아닌 조각이 되었다.


”휴··· 이제 정말 끝인가?“


판챠는 숨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두 명의 머리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판챠는 딱하다는 눈빛으로 죽어가는 머리를 쳐다봤다.


”악마가 못 되는 게 그렇게 충격이야? 장래 희망 설정을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하지만 대답할 리가 없다. 대답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크, 크, 크하악! 후!“


판챠는 고개를 돌렸다. 분명 처음 추적했던 사내의 머리였다. 마침 위편은 창살을 통해 채광이 들어오는 자리였다. 사내의 얼굴에 햇볕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이 개자식.”

“어··· 공기가 없는데 말을?”


사내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노호성을 질러댔다. 그의 얼굴은 이미 반쯤은 악마로 변이되어 있었다.


판챠는 창살이 있던 방에서 찾은 쪽지를 그의 얼굴이 들이밀었다.


“변이되다 말은 상태라 그런가? 정말 마족과 인간의 혼합이구나. 야, 이거 무슨 말이야? 그릇?”

“죽일 거야!”


사내의 대답에 판챠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대화가 안 되네. 뇌가 망가졌나?”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우리가 바로 진정한 룬열쇠 기사단이다!”


룬열쇠 기사단, 악마 변이자가 미드랜드의 전설적인 기사들의 이름을 꺼낸다. 판챠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거울 가져다줄까?”

“조롱할 수 있는 것도 얼마 안 남았어! 교단의 준비는 거의 끝났다! 세상이··· 게븍!”


그때 사내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판챠는 흩날리는 파편에 눈을 찌푸렸다.


“어?”


섬뜩하다. 판챠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위편을 쳐다봤다.


수로 위의 쇠창살 위에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손을 뻗었다. 판챠는 다급하게 창살 아래에서 몸을 피했다.


기이한 에너지가 창살 아래를 물들이며 퍼져나갔다. 삽시간에 지하 수로 내부는 마치 우주 공간의 가혹한 환경에 놓인 것처럼 불타고, 얼어붙고, 팽창하고 바스러졌다.


“우와앗!”


판챠는 재빨리 벗어났다. 마법사, 그것도 흑마법사다.


좁은 수로는 순식간에 시궁쥐조차 살지 못하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판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단 한 호흡이라도 늦었다면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판챠가 지하 수로에서 빠져나오자 사제는 기다렸다는 듯 비웃었다.


“놈. 용케 살아서 나왔구나.”

“흑마법사가 무슨 일이지? 아까 그놈은 네 수하인가?”


판챠는 질문을 하며 거리를 가늠했다. 약 스무 걸음. 만만치 않다.


“단어에 오류가 있군. 사제님이라고 불러라. 그리고 그런 얼간이는 수하도 아냐.”

“사제라고? 어떤 신을 믿길래 마족이랑 죽이 맞는 거지? 네 번째 차원?”


이번엔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판챠에게 유용하기도 했다. 정보를 교차검증해야 한다. 교단이니 사제니 하는 것은, 원래 역사에 없었다.


판챠의 수는 적중했다. 사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꼬마, 다른 차원의 신들에 대해 알고 있나? 마법사도 아닌 것 같은데.”

“한때 마법사 지망이었다고 해두지. 그런데 ‘그릇’이 뭐야? 내 명단이 거기 올라 있던데.”


사제는 예리한 눈빛으로 판챠를 쳐다봤다. 잠시 뒤 그는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 네가 그 소년이구나? 그래··· 이렇게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일을 벌인 게 누군데 그래?”


판챠의 반박에 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논쟁은 필요 없다는 태도다. 그는 진중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한 마디만 해두지. 이 땅에는 신이 없다.”


사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선언이었다.


판챠도 대답하지 않았다. 신이 없다면 어디에 있는가. 네 번째 차원의 극체마족들. 그들의 신을 모시는 인간.


“······.”


대화는 충분히 했다. 판챠는 대화하는 동안 아주 미세하게 발끝을 움직이며 스무 걸음을 열아홉 걸음으로 만들었다.


‘곧··· 온다.’


판챠는 남아있는 오러를 모두 동원했다. 흑마법사는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사제의 칭호를 가졌을지라도. 그는 별안간 영창을 시작했다.


판챠는 그대로 내달렸다.


“토해내라!”


사제의 앞에 우주를 연상케 하는 차원문이 열렸다.


앞으로, 더 앞으로! 판챠는 첫 오른발을 땅에 내디뎠다. 폭발하듯 앞으로 쇄도했다. 슈바르츠류의 보법인 노도가 펼쳐졌다.


무게중심이 낮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며 일직선으로 땅을 달려온다. 흑마법사, 아니 악마를 모시는 자세는 영창을 멈추지 않았다. 허차원의 유독한 에테르가 현실을 오염시켰다.


판챠는 첫 차원문의 쇄도에 닿기 전에 빠져나왔다. 사제와의 거리는 이제 다섯 걸음. 검을 든 팔에 힘이 들어간다.


사제는 판챠를 비웃었다.


“어리석은 놈!”


전진을 예측한 시간차 공격이었다. 다시금 차원문이 열리며 폭발적인 에너지가 쏟아져 내렸다. 사제는 필승을 예감했다.


자그마한 소년이 오러를 사용한다고 해도 넝마가 되었을 위력이다. 애초에 허차원의 에테르는 오러로 완전히 막지도 못한다.


하지만 걸레짝이 되어 나자빠졌어야 할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냐?!”


판챠는 코앞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활화산처럼 치솟는 오러의 방향을 틀었다.


노도에 이은 질풍. 상대의 등 뒤로 돌아가려면 충분히 많은 오러의 순환, 그리고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했다. 즉, 판챠는 노도로 거리를 좁히는 시점에서 이미 질풍을 쓸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마법사가 경호성을 터트린 것이 신호라도 되듯, 그레이 엣지가 쏘아져 나갔다.


―푸욱!


검은 오러로 가득 찬 검이 흑마법사의 가슴을 관통했다.


사제는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있을 리 없는 검이다.


“흑검··· 어째서···.”

“알아보는군? 미드랜드 사람인가 보지?”

“크, 크큭···.”


사제는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의 몸이 요동치더니 살점을 쏟아내며 무언가 흩날렸다.


“으으··· 지독한 놈.”


순간적으로 오러로 몸 주위를 감싸지 않았다면 걸레짝이 될 뻔했다.


“머리만 사라졌네···. 요즘 목 위아래로 따로 노는 게 유행인가?”


사제의 머리는 아마도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갔을 것이다. 당장은 살아남은 것을 자축해야 한다.


이제 별다른 단서는 없다. 그리고 판챠는 뭔가 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젠장. 용해액은 어떡하지?”


상회 주인이 죽었는데 팔기나 할까. 판챠는 악마숭배자들을 원망하며 몸을 추슬렀다.


―철컥! 철컥!


그때 철갑이 돌바닥을 짓밟으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무슨 일이야?!”


발소리의 주인은 판챠가 아는 목소리였다. 회색의 갑옷을 걸치며 다급히 뛰어오는 여기사, 아델하이드였다.


판챠는 허리를 펴며 아델하이드에게 인사했다.


“어, 아델하이드 씨. 어쩐 일이에요?”

“너였구나? 앤더슨 상회가 난리야. 주인이 참살되어서 완전 마비 상태거든.”


앤더슨 상회는 그녀가 거래하는 곳임이 분명했다. ‘거사’에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하는데 앤더슨이 꽤 도움을 주고 있었으리라.


판챠는 자기 옷가지를 툭툭 정리하며 말했다.


“아. 살인범은 잡았어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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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준비 (4) +1 22.11.24 53 5 15쪽
» 준비 (3) 22.11.23 67 4 12쪽
21 준비 (2) 22.11.22 71 3 13쪽
20 준비 (1) 22.11.21 76 5 16쪽
19 아델하이드 (4) 22.11.19 85 4 14쪽
18 아델하이드 (3) 22.11.18 81 4 14쪽
17 아델하이드 (2) 22.11.17 79 4 12쪽
16 아델하이드 (1) 22.11.16 91 4 13쪽
15 수련 (4) 22.11.15 87 6 13쪽
14 수련 (3) 22.11.14 88 4 15쪽
13 수련 (2) 22.11.12 104 7 14쪽
12 수련 (1) 22.11.11 128 6 17쪽
11 계약 (5) 22.11.10 129 7 17쪽
10 계약 (4) 22.11.09 130 8 16쪽
9 계약 (3) 22.11.08 139 7 15쪽
8 계약 (2) 22.11.07 162 8 15쪽
7 계약 (1) 22.11.05 187 8 18쪽
6 개화 (5) 22.11.04 205 7 15쪽
5 개화 (4) +1 22.11.03 212 8 17쪽
4 개화 (3) +1 22.11.02 226 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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