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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춤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소드마스터의 시종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별춤
작품등록일 :
2022.10.28 14:10
최근연재일 :
2022.11.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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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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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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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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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수련 (1)

DUMMY

카사프란 가의 저택, 판챠와 로키노는 홀에 서서 백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 위의 백작가의 문장이 불빛을 받아 빛났다.


“아야야···”


판챠는 몸 이곳저곳에 붕대를 감은 채 신음했다. 로키노는 그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제국 파견 기사 앞을 막아선 것치곤 멀쩡하네 뭐.”

“그런가요? 그 자식, 다음엔···.”

“아서라. 그리고 또 만날 일이야 있겠어?”


‘어차피 그놈한테 26일 뒤에 죽게 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판챠는 속에 있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설명할 방도도 없고.


이미 해가 떨어진 뒤였다. 소요 사태와 도적의 습격으로 시 전체가 소란스러웠다.


“그런데 백작한텐 무슨 용건이야?”

“제가 구해 온 남매를 써주실 수 있나 물어보려구요. 마을 피해가 심했잖아요.”

“흐음.”


판챠가 낮에 구한 붉은 머리의 남매는 저택 뒤뜰의 헛간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뭐, 도와주면 좋겠지만. 늘 실실거리니 선심을 써주려나.”


로키노에겐 별 관심 없는 주제였다. 구휼이니 고용이니, 그런 거보다 하루하루 술이나 마시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판챠는 생각이 달랐다.


고난에 빠진 영민을 도와주는 것은 영주의 의무기도 했다.


‘백작을 시험해보는 거지.’


아델하이드가 돌아온 이상, 카사프란 영지의 권력 구도가 평온할 리가 없다. 생각이 있다면 영주로서의 자비를 보여 인망을 쌓을 것이다.


“거, 눈 다친 걔는 아델하이드가 데려갔잖아?”


판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매야 일방적인 희생자니 그렇다고 쳐도, 요하난은 봉기에 참여한 처지니 백작가에 두기 뭣했다.


“그렇죠. 그런데 사실 아델하이드님이 영주를 제치고 영민을 돌보는 것도 모양새가 묘하잖아요.

“하긴. 그런데 너 뭔가 행동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판챠는 쓰게 웃었다. 미드랜드의 혼란을 방치해봐야 자신들에게 좋을 게 없다. 배고픈 사람이 우물을 파는 수밖에.


로키노는 시종의 변화가 좋은 건지 나쁘진 건지 모르겠다는 듯 판챠를 잠시 살펴보다 고개를 위로 돌렸다.


백작가의 문장. 방패를 든 늑대가 고풍스러워 보이는 룬문자에 둘러싸여 있는 문장이다.


“흠··· 그나저나. 이 문양은 분명 예전에 지워졌을 텐데.”


판챠는 어리둥절한 투로 질문했다.


“어딜 보는 거예요?”

“여기.”


로키노는 문장의 한 곳은 가리켰다. 중 하단부에는 검은색 역십자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제국이 가장 싫어하는 검술 유파의 상징이지.”

“역십자 문양이 아니라 검을 뜻하는 문양이에요?”


로키노는 맞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판챠는 새삼 문장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흐음. 지워졌던 걸 누가 다시 새겨넣은 건가?”

“선대 세루인 백작이 기사 전쟁 때 새긴 걸 지금 두지트 백작이 지웠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원래 없었다가, 선대가 예전에 추가했는데, 지금 백작이 지웠고, 이제 다시 그려 넣었다는 거에요? 아이구야. 그게 무슨 짓이야.”

“그러게나 말이다.”


판챠는 골치라는 듯 머리를 긁었다. 그렇게 복잡한 짓을 해야 할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흠흠.”

“어?”


집사가 홀 입구에 서서 둘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내었다.


판챠는 백작에게 부탁하기 전에 집사에게 미리 언질을 해둔 상태였다.


“아, 올라왔군요.”


남매는 자신들을 구해준 판챠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알렉스입니다. 고맙습니다. 기사님.”, “데미예요. 저, 저도 감사합니다···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예요.”


청년은 다리를 절뚝이는 걸로 봐서 원래 몸이 아픈 모양이었다.


판챠는 손사래를 치며 인사를 받았다.


“에이, 아니에요. 그런데 아직 쉬어야 할 텐데 무슨 일로?”


집사는 근엄한 눈초리로 남매를 바라봤다.


“머리칼을 들어보거라.”

“네에···”


데미는 풍성한 머리칼을 양손으로 쓸어올렸다. 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어?”


남매의 머리에는 뿔이라기도 뭣한, 돌기 같은 것이 자라있었다.


“모자이크병입니다.”


집사가 침착하게 설명했다.


“모자이크··· 그런데 멀쩡하군요?”


판챠도 물론 그 병은 알고 있었다. 원작에도 나오는 병이니까.


일설로는 마법사왕이 다른 차원의 문을 열 때 외차원의 공기를 쐬면 신체가 변형된다고 했다.


‘병에 걸린 사람은 이종족 취급을 받곤 했지.’


다른 아홉 차원의 종족의 모습이 인간족과 섞여버리니 그럴 만도 했다. 실제로 대를 이어 발현되는 병이라 후손들도 고통을 받았다.


집사가 남매를 흘깃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모자이크는 제국에선 즉결 처형입니다. 미드랜드에서도 딱히 좋은 취급은 못 받죠. 최소한 귀족가에선 못 씁니다.”


하지만 모자이크에 대해 오히려 놀라자면 더 놀랄 이가 판챠였다.


원래의 역사에선 모자이크병에 걸린 자들은 대부분 마법사왕의 수하로 전락했다. 정신 지배 당한 끝에 본래의 몇 배 이상의 힘을 폭발시키며 소모되는 병사.


원작에서는 로키노의 앞을 걸핏하면 막아서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건 마법사왕의 세뇌에 의한 일이지.’


판챠는 남매를 살펴봤다. 원래 역사에서 보이던 포악한 모습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수 없이 병을 타고나 고난을 겪는 사람만이 보였다.


“아니, 모자이크병에 걸렸더라도 평범한 시민으로 사는데, 쓰는 데 문제가 있어요?”


“귀족가에 저런 이들을 들이는 건 상례를 깨는 것이라···”


로키노가 앞에 있어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집사의 의도는 명백했다. 천것 중의 천것이니 쓸 수 없다는 것이겠지.


집사에게 화낼 순 없다. 하지만 답답했다.


어쩌면 판챠만이 이들이 문제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마법사왕이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를 모두 아는 유일한 존재니까.


이 세계에 마법사왕은 없다. 그러니 정신 지배당해 타인을 습격할 일도 없다.


오히려 병에 걸린 데미와 알렉스는 연신 모두에게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속일 생각은 아니었어요.”

“죄송하다니···.”


판챠는 가슴이 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죄송하다. 모자이크였다면 남들이 도와주기도 꺼렸을 텐데. 그런 뉘앙스.


남매는 연신 고개를 굽실거렸다. 여차하면 땅바닥에 엎드릴 기세다.


“···.”


로키노는 남매를 일으키려고 했다. 왠지 짜증이 치솟았다. 아직 피딱지도 말라붙지 않은 남매가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리니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때 분노에 찬 음성이 저택 홀을 가득 메웠다.


“도, 도대체 이거 무슨 일이야!”

“이런.”


백작이 저택 홀에 도착해 있었다. 목소리로 봐서 보통 화가 난 기색이 아니었다.


판챠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저 남매 때문에 저렇게 화난 거야?’


하지만 백작은 남매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기세였다.


그는 홀 중앙부에 걸린 가문의 문장을 가리키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어떤 놈이 이런 장난을 친 거야! 소, 손님도 오셨는데!”


백작은 볼살을 파들파들 떨면서 분노하고 있었다. 판챠는 출렁이는 볼살을 보며 생각했다.


‘아, 문장에 흑검의 표식이 그려져서 그런가?’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백작이 직접 그려 넣은 것은 아닌 모양.


백작은 집사에게 다가가며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냐? 네가 날 엿 먹으려고 그런 거야?! 게슈트 경이 봤다면 뭐라고 생각했겠어?!”


철썩! 백작이 단번에 집사의 얼굴을 후렸다. 두툼한 인장 반지가 뺨을 포악하게 훑고 지나갔다.


노집사의 뺨이 단번에 패이며 피가 터졌다.


집사는 피가 흐르는 뺨을 닦지도 않은 채 백작을 향해 조아렸다.


“···제 불찰입니다. 영주님.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당연하지! 수십 년을 봉직했는데도 눈을 어디 둔 거야?! 쯧! 멍청한···”


집사는 침착한 표정으로 즉각 하녀들을 불러 문장을 손보게 했다. 하인들에게 문장에 손을 댄 자가 없는지 수소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작은 충복에게 폭력을 가하고도 분인 안 풀리는지 문장을 가리키며 연신 발을 굴렀다.


그러다 너무 추태를 보였다 싶었는지 로키노를 향해 간신히 예의를 차렸다.


“···아, 아랫것들이 이런 소란을 일으켜서 송구스럽구려. 부디 아량 있게 봐주시오. 크흠!”


로키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판챠에게 귓속말했다.


‘소란은 백작 아저씨가 다 일으키고 있는 거 같은데.’

‘쉿. 조용해요.’


하지만 백작은 문장을 살펴보느라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흑검의 흔적도 보이지 않게 지웠는데··· 어떤 찢어 죽일 놈이··· 걸리기만 해봐라!”


판챠는 한숨을 쉬었다. 데미와 알렉스의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도 아니다.


“저, 저기···저희는···?”


데미가 아픈 오빠를 부축하며 판챠에게 속닥였다. 아무래도 남아있다간 경을 칠 분위기다.


“일단 물러나죠. 아는 곳이 있어요.”


어차피 남아있어 봐야 남매는 백작가에선 귀찮은 짐이다. 판챠는 둘을 데리고 저택을 나섰다.



“그래서 이쪽으로 온 거야? 좋은 선택이군.”


판챠는 아델하이드에게 인사했다. 그녀와 헤어지면서 묵고 있는 숙소는 들어둔 터였다.


다행히 그녀는 백작가에서 나온 데미와 알렉스를 받아주었다. 그 외에도 여러 부상자를 돕고 있었다.


판챠는 경탄 섞인 목소리로 숙소를 둘러봤다. 꽤 넓은 이층 건물이다. 위층을 응접실 겸 침실로 쓰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건물 통째로 빌리다니··· 어떻게 한 거예요?”

“다 방법이 있지.”


그녀는 드문 미소를 지으며 판챠의 등을 두드렸다. 묘하게 환대받는 기분이었다.


“안녕하쇼. 거, 믿는 모양새가 있었군?”

“···흥. 어서 와요.”


로키노에겐 아직 앙금이 좀 남아있어 보였지만.


“이렇게 환영해주시니 고맙네요.”


생각해보면 판챠와의 첫인상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터였다.


‘게슈트를 막아낸 것 때문에 그런가?’


판챠는 남몰래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


“요하난의 상태는 어때요?”

“아래층을 구호소로 쓰고 있어. 당분간 움직이진 힘들겠지만··· 샤야도 밑에서 돌보고 있고, 죽진 않을 거 같아.”

“좋은 일 하시네요. 알렉스 씨와 데미 씨도 받아주시고.”

“뭘. 백작이 내쳤다면 나라도 도와야지.”


아델하이드는 백작에게 묘하게 가시가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뒤에 약삭빠르게 카사프란 백작위를 차지했으니까.


“한잔할 분위기는 도통 아니군.”


로키노는 입맛을 다셨다. 술이 고픈 모양이었다. 백작가의 분위기가 개판이라 술판이 벌어질 상황도 아니라 판챠를 따라오긴 했지만.


로키노는 아델하이드가 째려보는 걸 무시하고는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말고도 손님이 있나 본데?”

“어?”


판챠는 로키노의 말에 입구를 바라봤다. 어디서 본 얼굴이 있었다.


붉은 얼굴의 중년인은 판챠에게 손인사를 건넸다.


“여, 소년. 구면이군.”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네요.”


로바이 산채를 나서면서 본 사내다. 붉은 얼굴에 두건. 특이한 도복 복장.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델하이드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이미 만났었나요?”

“뭐. 도시 밖에서 스쳐 지나간 정도지.”


아델하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데난에게 안부를 물었다.


“잘 됐군요. 그런데 그자는 찾았나요? ”

“아니, 헛소문이었더군. 옌장. 귀가 뾰족하다고 다 그놈은 아닌데···”

“언젠간 보겠죠.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발데난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델하이드는 판챠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미 만났다니 잘됐네. 판챠. 갑작스럽지만 정식으로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그녀는 붉은 얼굴의 사내를 가리켰다.


“이쪽은 발데난.”


로키노는 묘한 눈빛으로 사내를 보고 있었다. 왠지 팽팽한 기운이 느껴졌다.


‘왜 저러지?’


“이 분은 내 아버지의 전우였어. 기사 전쟁 때 맹활약한 검사지. 유파를 들으면 이 땅에선 다 놀라 자빠질걸?”


로키노가 끼어들 듯 말을 이었다.


“슈바르츠류 칠흑검. 일명 흑검. 세루인 백작이 한때 동맹을 맺었던 유파다.”


발데난이 다소 의외라는 듯 말을 받았다.


“알고 있었나?”


로키노는 담담히 말했다.


“미드랜드에 당신 정도의 고수가 몸담을만한 유파는 달리 없지.”


발데난은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판챠는 새삼 둘을 쳐다봤다.


‘흑검··· 분명 백작가의 지워진 문장에 있었지.’


로키노는 발데난을 보자마자 짐작한 모양이다. 아마 대단한 고수일 것이다.


아델하이드는 발데난과 판챠를 보더니 잘됐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서로 구면이라니 잘 되었군요. 판챠. 발데난 씨에게 내가 이야기는 이미 해뒀어. 이분에게 검을 배워보지 않을래?”


마치 물건이라도 사라는 듯 가벼운 어조였다. 판챠는 그러노라 말할뻔하다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러자 로키노가 발끈하며 외쳤다. 존대조차 할 의향이 사라진 모양새였다.


“뭐? 내 앞에서 허락도 없이 내 시종한테 침을 바르겠다고? 미쳤어?”


아델하이드는 로키노의 항의에도 오히려 날을 세웠다.


“로키노 베르두고. 그러고 보니 당신에겐 항의할 게 있었죠.”

“무슨 소리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판챠의 검로에 정말 기초적이긴 하지만 제국검의 흔적이 있더군요.”

“그게 뭐? 기초적인 검술이라도 가르쳤으니까 아까도 싸울 수 있었지.”


아델하이드는 한숨을 쉬었다. 도저히 말이 안 통한다는 태도였다.


“로키노 베르두고. 정말 뻔뻔하군요. 아무튼 미드랜드인에게 광명검 같은 제국 검술을 더 가르치는 건 반대에요.

“아니, 젠장. 검에 국적이 어딨어?”

“제국 기사가 제국 검술로 미드랜드인을 쓸어버리는 걸 못 봤나요?”


그때 발데난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논쟁에 끼어들었다.


“뭐, 나도 검에 정치니, 뭐니 어려운 얘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수. 하지만 저 친구는 자질이 충분해 보이는군.”

“어, 그래요?”


내가 그 정도였나? 판챠가 의아해하자 발데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씨에게 들은 것도 있고.”


아델하이드는 약간 아쉬운 눈빛으로 발데난을 바라봤다.


‘뭔가 있군.’


판챠는 아델하이드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었다.


“발데난 씨는 아델하이드 님의 수하인가요?”


판챠가 묻자 발데난은 고개를 저었다.


“수하는 아냐. 뭐, 아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해두지.”


아델하이드는 몹시 아쉽다는 투였다.


“당신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일이 훨씬 편할 텐데요.”

“그 정도의 빚은 아닌 거 같소. 아씨.”


‘대충 상황을 알겠군.’


판챠에게 갑자기 친절하게 대하는 아델하이드.


실종되었던 그녀가 이 땅에 카드놀이나 하자고 돌아왔을 리는 없다.


아델하이드는 지금의 백작, 두지트를 쫓아낼 속셈이다.


‘백작위를 탈환하는 정도로 그칠 생각이 아니야.’


아델하이드의 아버지인 세루인은 흑검의 지지를 얻고 미드랜드를 거의 통일할 뻔했다. 제국이 간섭하기 전까진.


‘슈바르츠류의 이름이 필요한 거군.’


그녀가 발데난에게 직접 배울 필요는 없다. 세루인 백작도 흑검을 부린 것이지 입문한 게 아니니까.


하지만 발데난은 한 발짝 떨어져 그녀를 도우는데 그친다.


그러니 판챠를 발데난의 전인으로 키워서 자기 옆에 둘 셈이다. 그리고 발데난은···.


‘보아하니 구속을 못 이기는 스타일이군.’


그는 빚을 해소하고 훌쩍 떠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판챠의 예측은 정확했다.


‘반드시 저 아이를 내 옆에 둬야 해.’


아델하이드는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 저 정도의 재능은 절대로 흔치 않다. 게다가 저 소년은 흑검 특유의 오러에 걸맞은 특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로키노에게 가하는 공세를 높였다.


“로키노 베르두고. 당신은 제국인이잖아요? 게다가 기사단 제국의 주요 귀족 가문이죠. 당신도 미드랜드인의 문제에 간섭할 생각인가요?”


로키노 입장에서도 울화통이 치미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국에 구속되기 싫어서 미드랜드로 훌쩍 떠난 것이기에.


“나도 바라고 태어난 건 아냐. 답답한 기사단 조직에 속하기 싫어서 나온 거니까.“

“흥··· 어차피 한 때의 치기겠죠. 돌아가면 싫어도 기사단에 소속될 텐데.”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치대?”

“뭐에요?!”


발데난은 신경전을 벌이는 둘을 보다가 하품하기 시작했다.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야밤에.”

“당신은 빠져!”

“아앙?”


로키노가 쏘아붙이자 발데난도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장내의 공기가 끈적해졌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응접실에 모인 전력은 수천의 병사로도 감당이 안 될 자들이다.


로키노는 판챠에게 욕심을 내는 아델하이드가 영 못마땅한 모습이었다.


즉, 셋 모두 서로의 꿍꿍이가 있었다.


판챠는 빙그레 웃었다. 자신은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만 얻으면 된다.


불똥이 튀는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세 명의 소드마스터를 보며 판챠는 손을 들었다.


“저기, 그럼 세 분한테 다 배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세 명의 소드마스터가 일제히 판챠를 쳐다봤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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