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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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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그림/삽화
자모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8
최근연재일 :
2023.06.16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38
추천수 :
45
글자수 :
194,882

작성
23.05.12 07:00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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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화 소년

DUMMY

#매년 아동 학대는 20% 이상씩 증가 해왔다고 한다.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5만 3932건이었다고 한다. 전년(4만 2251건)보다 3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법원에서 학대로 판단한 건수도 3만 7605건으로 같은 기간 동안 20% 이상 상승했다. 최근 5년 사이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때우던 내가 우연히 본 뉴스 기사였다.


보육원 출신인 내겐 전혀 상관없는..

다소 거리가 먼 기삿거리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소년의 움츠러든 어깨를 보니 남일 같지 않았다.

마계에서 시작된 내 삶도 따지고 보면 마인의 아버지라는 존재에게 학대를 받았으니까.


'남일은 아닌 건가.'


하물이 아직 현생을 얼마 살지도 못한 이 소년에겐 그 얼마나 가혹한 형벌일까. 한창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랄 나이에 그들로부터 핍박과 폭력을 당하며 홀로 하루를 버텨가고 있을 테니...

어쩌면 이 소년의 세상은 이미 반쯤 파괴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김한수!!"


화들짝.


카랑카랑한 외침이 꼬마와 나 사이의 침묵을 깬다.


"너 여기서 뭐해!! 학교 끝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야지!!"

"가, 강아지가 귀여워서 잠깐 만져보느라-"

"시끄럿! 빨리 집에 들어가!! 너 집에 가서 보자."


흠칫.


엄마로 보이는 여성의 '집에 가서 보자'는 말에 소년이 잘게 몸서리를 친다.

또래 소년들보다 작은 체구이기에 몸짓은 그리 티가 나지 않았지만.. 이미 신체강화 상태나 다름없는 내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엄마인가... 그렇다면 저 멍 자국은..'


독수리가 먹잇감을 낚아채듯 가는 소년의 팔을 세차게 잡아당기며 언덕을 오르는 아이의 엄마는 이내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소년의 팔뚝을 꼬집으며 등짝을 때렸다.


"하아. 남 일은 상관하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받은 게 있으니 최소한의 밥값은 해야겠지 르르?"


르르를 바라보자 옥수수 알을 씹어 삼킨 녀석이 으르렁 거리며 내 말에 동의한다.


"으이그. 애를 잡네 잡어.. 쯧쯧!"


불쑥 나타난 백발의 할머니는 멀어져가는 모자를 바라보며 혀를 찬다.


"??"

"뭘 그렇게 봐?!"

"저 모자에 대해 아시나보네요."

"알지 왜 몰라. 허구한 날 애를 저렇게 잡는데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

"...."

'알면서도 나서지 않는 건가..'


"왜? 내가 나서서 애 좀 그만 잡으라고 소리칠까? 내가 안 해 본줄 알아? 경찰까지 불러도 주의 정도로 끝나는 걸 쯧쯧."


소년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할머니는 내가 들어가려던 부동산 문을 열어젖힌다.


"아! 뭐해? 안 들어 올 거야?!"


"아. 예 들어갑니다."

'내가 여기 들어가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아이고! 어서 오세요 여사님! 오늘 따라 더 아름다우십니다!"


부동산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은 먼저 들어선 나보다 내 뒤에선 백발의 할머니를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며 반긴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늙은 노인네가 차나 얻어 마시려고 여길 왔겠어 최사장?!"


화를 내는 건지 문제를 내는 건지 분간이 안가는 할머니의 발언에도 웃는 얼굴을 하며 자리로 안내하는 부동산 사장.


'사장 자리도 서비스직이 구나' 란 생각과 함께 사무실 안의 전경을 잠시 살펴보자 이내 최사장은 내 존재도 인지했는지 할머니 옆으로 나를 안내한다.


"우리 여사님은 전화로 방 내놓겠다고 연락하셔도 되는데 매번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네요."

"일이란 건 자고로 직접 발로 뛰면서 해야 의미가 있는 법이야. 궁시렁 궁시렁..."


자신의 인생 노하우가 담긴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부동산 사장은 가게가 흥미롭다는 듯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며 말을 건넨다.


"학생?"

"아뇨. 학생은 아니고 그냥 뭐."

"아 공시생이구나! 그럼 학생이지."

'아니라니깐..'


후줄근한 차림새의 나를 보고 확신에 찬 답을 내뱉은 그.


"방 알아보러 왔어요?"

"네, 보증금은 삼백이나 사백 전후에 월세는 삼십 정도인 방 없을까요? 아, 그리고 보시다시피 개도 한 마리 있어요."

"개?"


부동산 사장은 놀란 눈으로 내 주변을 훑더니 이내 얌전히 배를 깔고 누워 있는 르르를 발견한다.


"아이고, 뭔 놈의 강아지가 이리 얌전해? 있는지도 몰랐잖아 귀엽게 생겼네."

"...."

'내 조건은 말했는데 왜 돌아오는 답이 없지? 동네가 이상하네...'


"사백에 삼십! 우리 집으로 들어와."


내가 듣고 싶은 답을 먼저 건넨 건 복덕방 사장님이 아닌 옆에 앉은 할머니였다.


"에? 여사님. 괜찮으시겠어요? 그래도 여사님 집이면 관리도 잘되어있고 리모델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사백에 삼십이면 너무 저렴한데?"

"놀리느니 세 내주는 게 나아. 요즘 인플레다 뭐다 경기도 안 좋은데.."

"우리 여사님 연세도 많으신데, 인플레도 알고 정말 모르는 게 없으시네."

"그만 꽃가루 뿌리고 계약서나 내와."

"옙. 금방 대령하겠습니다요."


뭔 상황이지?


"자, 잠깐만요!"

""??""

"아니, 집을 구경도 안 시켜주고 계약부터 하나요?"


*


"우와아..."

"학생! 자네 땡잡은 거야. 그 가격에 이런데 못 들어와 요즘."


부동산 사장은 태혁에게 자신의 집인 양 자랑하듯 말한다.

할머니가 확신에 차 있듯 계약서를 먼저 들이 미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반지하도 아닌 지상 1층에 새로 들인지 얼마 안 된 풀옵션의 가전제품들..


고시원의 구닥다리 전자제품들과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베란다였다.

맞은 편 역시 원룸 건물이 들어서 있었지만 골목길이 탁 트인 시야는 턱 막힌 고시원의 작은 창문과는 그 결이 달랐다.


"할게요!!"

"진작 그럴 것이지."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로 자신만만해 하는 할머니의 얼굴은 전혀 밉지 않았다. 오히려 기인으로 보여 질 정도...


간단한 수기와 지장을 끝으로 계약을 마친 나는 눈 먼 돈의 대부분을 할머니에게 즉납했다.


추가로 부동산 사장님께 드릴 복비조차 할머니가 대신 낸 상황. 나는 왜인지 모를 할머니의 호의에 조금의 의구심이 들고 있었고 부동산 사장이 퇴장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학생."

"저 학생 아닌데.."

"자네 위층이 아까 그 모자가 사는 집이야."

"!!"

"... 내가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 방을 내준 건 다른 게 아니야. 저 불쌍한 아이 좀 한 번씩 챙겨주라고..."

"아. 네."

"아이 뒷모습을 볼 때 학생의 눈에도 측은지심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걸 난 봤으니까. 이쯤 말하면 내가 뭘 말하는지도 아마 잘 알거라 믿어."

'학생 아닌데..'

"아무래도 저년은 사달을 내도 낼 년이야. 친모도 아닌 것이. 남자가 일하러 간 사이에만 골라서 애를 괴롭히는 거 같은데 저러다 애 잡지."

"계모였군요."

"친모나 친부도 지 애 잡는 세상이야. 남의 자식이라고 지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울 것 같아? 경찰 앞에서도 그리 당당하게 소리치는 거보면 애 아빠도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학생이 잘 좀 지켜봐줘."

"네, 걱정하지마세요. 저 그리고 학생-"

"그래. 그럼 수고하고."


주인 세대에 살 줄 알았던 할머니는 가진 건물이 많았는지 나와의 대화를 마치곤(?) 르르를 잠시 쓰다듬다 콜택시를 타곤 집으로 간다며 떠났다.


'돈도 많아. 여기서 서울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니 말이야.'


은거기인 덕에 저렴하게 좋은 집을 구한 나는 서둘러 고시원으로 돌아가 필요한 짐만을 챙긴 채 퇴원 수속을 마쳤다.


가벼운 발걸음.

짐이랄 것도 없이 몇 가지 서류만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지태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전 재산이었다.

이미 한번 남기고 떠났었지만.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네. 아까 보니까 주방도 있던데 간단한 식기류나 사볼까."


나는 그 길로 걸음을 돌려 저가형 마트인 다이수를 들어갔다.


501만원.

내가 이곳으로 돌아온 첫 날 힘들게(?) 번 전 재산이었다. 삼일 간 쓴 4만 5천원과 오늘 보증금 400만원 그리고 첫 달 월세 30만원.


내 주머니엔 66만5천원이 남아있다.

당장 눈 먼 돈을 쫓는다고 해도 언제 벌어들일지 모르는 상황.

되도록이면 아끼자는 마인드로 2만5천원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생필품을 구매했다.


#


모락모락.


꿀꺽.


침 넘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생에 첫 내 이름으로 된 원룸 월세에서 맛보는 라면이라...

내게 이런 금 같은 기회를 준 재수 없는 마왕의 얼굴을 떠올리며 쌍욕 문안 인사를 박은 뒤 식사를 시작한다.


"와 씨! 개 맛있다. 후루루룹."


거침없이 면빨을 치고 있는 나를 보며 침을 흘리는 르르를 보자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진다.


"이 맛을 니가 어찌 알겠냐. 이거라도 먹어라."


비엔나 소세지를 뜯은 뒤 손에 잡히는 데로 녀석의 그릇에 던져주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파묻고 흡입하는 녀석.


"야야! 씹어 먹으라고! 개 아깝잖아."


내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정확히 10초 만에 다 먹어치운다.

그리곤 다시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뭐?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보면 어쩔 건데? 내가 줄 것 같아?"

"앙!앙!"

.

.

"아 잘 먹었다. 김치가 없어서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맛있었다."


마트에서 집었던 김치는 장바구니로 옮겨 담을 수 없었다.


'무슨 1키로 밖에 안하는데 2만원이나 하냐고. 안 먹고 말지.'


쩝..

비엔나 소세지 한 봉지를 그대로 다 비워버린 르르는 이미 바닥에 배를 깔고 그르렁 거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내일까지 나눠서 주려고 했는데. 육체를 골라도 하필 귀여운 퍼그에 들어가 가지곤 거절을 못하게 만드네."


녀석의 똘망진 눈빛을 외면하는 건 제법 어려운 일이었다. 어찌 세 개의 뚝배기를 가진 켈베로스와 퍼그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윗집은 잠잠하네. 집에선 별로 안 괴롭히나?'


*


"밥 먹을 때 반찬 흘리지 말랬지?"


조곤조곤한 그녀의 음성이 201호의 방안을 채운다. 하지만 잦은 경찰의 출동으로 인해 주변을 의식한 그녀의 목소리는 채 문밖을 넘어서지 못했다.


소년은 그녀의 음성에 손이 떨렸고, 이내 쥐고 있던 수저에 담긴 국물이 식탁 위를 적셨다.


"베개 들어."


그녀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

소년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식탁 위에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는다.

그리곤 소파 위에 놓인 얇은 베개를 자신의 배 앞에 두고 소파를 등지고 섰다.


툭!


소년이 그대로 튕겨져 소파에 날아간다.

이따금 소파의 다리가 밀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바닥에 카펫을 깔아두었기에 태혁의 귀에 닿진 않았다.


최근 학교에서 아이의 몸 상태를 눈여겨 본 담임선생의 전화에 그녀는 자신만의 훈육방법에 또 다른 변화를 준 게 이거였다.


직접적인 충격을 줄이고 베개 너머의 배를 가격해 내장을 진탕시키는 것.

처음엔 소년도 이전보다 덜해진 처벌 강도로 인해 좋아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성인이 아닌 어린 아이의 장기는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더욱이 이 처벌은 식사 시간에 진행되었고, 속이 울렁거린 소년은 조금 전 먹은 음식을 게워 내는 일이 부기지수였다.

오늘처럼.


후두두둑.


"죄, 죄송해요. 제가 치울게요. 엄마. 엄마 제발."

"쉬이잇! 조용히 안 해?"


그녀가 눈을 치켜뜨자 더욱 겁을 먹은 아이는 자신의 한손으로는 입을 가리며 다른 한손으로는 자신의 토사물을 닦아낸다.


누군가 보기 전엔 믿기지 않을 광경이었다.


저 나이 때에 자신이 토해낸 토사물을 부모 앞에서 스스로 닦아내는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가서 물 받아."


소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 아닌 계모의 입에선 그 아이가 그토록 원치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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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사기의 배후 23.05.22 54 2 13쪽
13 12화 전세사기 23.05.20 59 1 13쪽
12 11화 데빌헌터 혹은 퇴마사 23.05.19 69 1 13쪽
11 10화 소년범죄 23.05.18 66 2 13쪽
10 9화 버스터콜 23.05.17 68 1 13쪽
9 8화 도발 23.05.16 7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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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내 꿈은 너야 23.05.14 8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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