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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퇴마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자모
그림/삽화
자모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8
최근연재일 :
2023.06.16 18: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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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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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194,882

작성
23.05.25 12:3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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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6화 드러나는 진실

DUMMY

"할머니 지난번 찌개는 잘 먹었어요. 직접 만드신 거예요?"

"그럼 직접 만든 거지. 내가 요즘 젊은 것들처럼 배달이라도 시킨 걸까봐?"

"어쩐지. 너무 맛있더라... 싹 비우고 통은 씻어서 담았어요."

"쓸데없이 그건 왜 씻었어. 집에 가져가면 내가 다시 씻을 텐데."


아침부터 반가운 얼굴의 등장에 평소답지 않게 말이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할머니의 말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지 머리를 절로 긁적이게 만든다.


"하하하. 그래도 빡빡 씻었으니 그냥 쓰셔도 되요. 그나저나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도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


그래도 싹싹 비워 먹었다는 게 듣기 좋았는지 주인 할머니가 웃으며 말한 그때.

골목길에 정차된 차량에서 거구의 사내가 우리 쪽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더 정확히는 주인 할머니를 향해.


'양아치인가?'

불쾌감에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낯익은 얼굴.


"...."

"아니! 젊은 사람이 월세 좀 밀리고 그럴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읍읍."


김형사의 대사는 이어지지 않았다.

빛의 속도로 달려간 태혁이 그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기에.


"얼씨구. 이건 또 웬 화상이냐? 정신 차리고 잘살라고 했더니 건달이라도 하려고 나쁜 친구를 사귄 게냐?"

"아하하하.."

"아니, 이 할매가 사람을 뭘로 보고-. 읍읍"


어렵사리 태혁의 손을 뜯어낸 그가 자신을 건달로 알아본 주인 할머니에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다시금 태혁에게 제지당한다.


"이 친구가 이래봬도 이번 빌라 전세사기 담당한 형사 중 한명이거든요."

"그래?"


못 믿겠다는 듯 김형사를 훑어보는 할머니.


"아이고 형님. 숨 막혀 죽겠습니다."

"자네 진짜 형사 맞아?"

"거, 할매 진짜 사람 못 믿으시네. 자요."


종로서 명찰을 내비치자 할머니는 불신의 눈길을 거두며 퉁명스럽게 말을 건넨다.


"형사면 형사지 다짜고짜 악덕 건물주로 만드는 건 무슨 경우람."

"차에서 보니까 형님이 되게 안쓰러운 얼굴로 검은 봉투 건네시고, 머리까지 긁적거리면서 고개를 숙이시길래 제 소신껏 한마디 한 거죠."

"전후사정 확인도 안하고 지 소신 밝히는 꼬라지 보니 형사 일하는 것도 허당이겠구만. 쯧쯧."

"아니, 무슨 말씀을.."

"주인 할머니가 김치찌개 해주신 거 잘 먹었다고 돌려드린 거였어. 저거 반찬통이야."

"아!"


멋쩍었는지 김형사가 말문을 열지 못하자 할머니는 상관없다는 듯 화제를 돌린다.


"종로에서 생긴 일을 뭐 여기까지 찾아와서 조사를 해?"

"그게 사실 오늘은 형님께 도움 좀 얻으려고 왔습니다만."


둘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무슨 도움이요?"

"대포통장 이체 명단 중에 피해자들의 입금내역을 확인하던 중에 유일한 출금내역을 확인했습니다. 김수현이라는 사람인데. 적지 않은 돈이 옮겨졌더라고요."

"!!"


김수현이라는 이름 세글자에 움찔거리는 주인 할머니.

김형사는 그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지만 내 눈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아는 사람 이름이랑 같은가?'


"그래서 김수현이란 사람은 어쩌게요."

"그래서 찾아왔죠."

"????"

"형님이랑 이놈을 한번 찾아볼까 해서요."

"저, 저기요. 나 형사 아닙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스케쥴이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거 부탁하지 마요."

"에이 형님, 지난번 종로 전세 사기 두목 잡을 때 그 모습은 어디간겁니까. 먼저 나서서 오더까지 주신 분이."

"그땐 그냥 마침 거기 있기도 했고 내 돈을 돌려받기도 해야 하니까 그런 거지 이름 세 글자만으로 사람 찾는 일에 시작부터 날 끌어 들이면 어떻게 하자는 건데요."

"그래서 말인데 그 두목 녀석 부하들을 한번 잡아다가 알아볼 생각입니다. 1시간 뒤에 면회도 잡아놨구요."

"그거라면 가보죠."


부하들을 통해 김수현이란 사람을 알아내는 방법은 충분히 내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함께 가면 녀석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구분 할 수도 있었고.


"역시! 가주실 줄 알았어. 형님이 백수라는 게 이렇게 기쁠 줄이야."

"..."

"저.. 혹시 그 김수현이란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면 나에게도 귀띔 한번 해줄 수 있을까."


나와 김형사 사이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할머니가 사뭇 진지한 투로 부탁을 한다.

할머니의 처음 보는 저자세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유를 묻기엔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고개만 끄덕인다.


"동행하는 조건으로 김수현이 누군지 파악되면 할머니에게도 말씀드리는 걸로 하죠."

"음.. 개인정보까지 알려드릴 순 없지만 대충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네."


할머니는 김형사에게 확답을 듣자 얼굴을 굳힌 채 차량에 몸을 싣고 이내 사라진다.


"우리 할매 세상사에 궁금한 게 많으신가보네."

'왜 우리 할매지?'

"아 형님, 저희도 서두르죠."


나 역시 김형사의 차량에 몸을 싣고 전세 사기단의 부하들이 수감된 곳으로 향한다.


*


코에 주먹만 한 반창고를 붙인 사내가 이들의 앞에 선다.


"앉아."


털썩.


"내 얼굴 기억하지?"


김형사가 상대를 향해 잘 보란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


"어이, 김옥수. 너한테 오늘 중요한 질문 하나를 할 거야."

"...."

"시작하기 전에.. 너희 두목이 죽은 건 알고 있지? 그놈 핸드폰에 들린 사체 사진만 최소 4구야. 너희들의 가담 여부에 따라 형이 길어질 수 있다. 어쩌면 영영 못나올 수도 있고. 너 말하는 거에 따라 너에게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거야. 침묵이 없으면 더 좋고."

"살인 사건에 대한 진술은 이미 몇 번이나 했는데요."

"오늘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니야. 너희 두목이 대포통장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이체한 흔적이 남아있어. 우린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거든. 김수현!"

"!!"

"호오! 이 새키 봐라? 아는 이름이구나?"


제법 형사 티를 내는 그가 '김수현'이란 이름에 반응한 김옥수의 변화를 감지하곤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사무실에 직접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게 언제지?"

"10월쯤이었던 거 같습니다."


김형사가 노트에 적힌 출금날짜를 적어 내게 보여준다.


'10월 말 경에 입금.. 김옥수라는 녀석의 호흡도 일정한 걸보면 사실이 맞겠군.'


"왜 온 거지?"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일부가 자신한테 들어올 텐데 여기서 직접 받으나 꼰대 통해서 받으나 라는 식의 대화였습니다."

"꼰대? 그 꼰대가 누군 진 알고? 가만! 꼰대 통해서 받을게 예정된 일이라면 그 꼰대가 설마!"

'이번 일의 배후겠지. 그리고 그 자의 아들이 김수현...'


"야야! 너 이거 진짜지?"

"마, 맞습니다.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너 이거 다음에도 똑같이 이래 진술해야한다. 잘만 하면 감형 충분할 거다."

"저, 정말입니까?"

"일단, 나머지도 들어보자. 그래서 그놈이 꼰대 통해서 자기에게 오는 걸 못 기다리고 일찍 수금하러 왔다는 말인 거 같은데 여기까지 내가 이해한 게 맞지?"

"네 맞습니다."

"그러면 그 꼰대는 누구야?"

"그게..."


편의점 앞.

딱! 쏴아아.


음료캔을 따서 마시는 두 남성은 태혁과 김형사였다.


"아 새끼. 뭐 좀 깊게 파고 들라하면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저 때문에 형님이 괜히 먼 걸음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충분한 수확이네요. 김옥수의 진술이면 재수사 진행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여론 몰이도 잠잠해지는 마당에 덮은 수사 다시 열자고하면 거품 물고 반대할 텐데. 해보긴 하겠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처럼 차라리 직접 알아보는 편이 진전이 빠를 것 같습니다."


문득 주인 할머니가 지난 날 내게 툭 던지듯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빌라 전세 사기의 배후는 국회의원이다 라는 것.


"김옥수가 꼰대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그의 두목에게 물었을 때 지체 높은 양반이라 표현했는데.. 국회의원 아닐까요?"

"지체 높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이긴 하겠냐 만은.. 국회의원이라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권력자 역시 욕구는 무한했다.


"김수현이란 이름을 지닌 자식을 먼저 찾고 그의 아비를 찾으면 생각보다 수월할 것 같은데요."

"!!"


김형사는 태혁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듯 서둘러 스마트폰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뒤.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내게 보이며 말한다.


"용산구... 국회의원 김의태, 막내아들 김수현입니다."

"...."

"이거 아무래도 내일 다시 면회가서 김수현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자가 맞다고 하면 증인으로 내세워서 잡아야겠네요."


'진짜 배후가 국회의원이었어.'


김형사는 날 집에 내려주고 김수현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서둘러 가버렸다.

할머니에겐 해당 사실을 전해도 좋다는 말과 함께.


"증거만 찾으면 다음은 쉽겠군."


김수현의 얼굴을 아는 녀석까지 있는 마당에 김수현에대한 영장만 떨어진다면 놈의 계좌 이력을 확인해 옭아맬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진 김형사가 알아서 하겠지.'


품에 안아든 르르를 바닥에 내려둔 나는 천천히 골목길을 걸어 올라간다.


의료용 실에 꿰매진 팔을 바라보자 피를 흘리던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병실 바닥을 적신 내 핏물 속에 비친 마왕의 모습.

어딘지 모르게 익숙함마저 느껴지는 그 모습에 적잖은 당황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내게 말을 걸지도, 다른 제스처를 취하지도 않았다. 마지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처럼 보이기까지 해 혼란만 가중시켰고, 달려오는 의료진들의 발자국으로 핏물이 지워지고서야 꿈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왕이 길이라도 트고 있었던 걸까?'


그가 이곳으로 온다면 대재앙이 될 것이다.

르르가 사념체를 잡아먹을 때마다 강해지는 내 자신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본신에 힘을 잃은 채 이곳에 방문(?) 할 녀석도 내 힘으로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망상을 해본다.


'확실히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팔의 상처는 꿰맨 것이 무색하게도 완전히 아물어 멀쩡해보였으니까.


"??"

"헥헥헥"


마트 옆에 자리한 정육코너에 멈춰선 르르가 선분홍빛 LED아래에 비춰진 고기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그래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그놈과 마주하기 전에 고기나 많이 먹어두자. 너나 나나 그곳에선 구경도 못해볼 것들이니까."


소고기 한 덩어리를 사들고 원룸에 도착한 나는 르르와 고기만찬을 즐긴 뒤 밀려오는 피로감에 눈을 붙인다.


*


아침 일찍부터 요란스럽게 울려대는 전화에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거절'을 누른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전화를 이어오는 상대의 노고를 생각해서 '수락'을 누른다.


"네."

-형님. 저 김영훈 형사입니다.

"알아요."

-... 김옥수가 지난밤 사망했습니다.

"뭐라구요?"


김형사의 말에 남은 잠이 모두 달아나버렸다.


-오늘 아침에 점호하면서 숨진 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놈들 짓이겠군요."

-같은 방 수감자들 중 누군가가 자는 사이 질식시킨 거 같은데. 놈들이 함구하고 있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다른 부하 녀석들은 김수현의 얼굴을 못 봤기에 증인으론 세울 수 없을 테고 다른 물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군요. 당장은.. 아쉽지만 기다려보죠. 이번 일로 멈출 놈들이 아닙니다.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짓을 벌이고 있을지 모를 일이죠."

-맞습니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에? 혀, 형님!


전화를 마친 내가 연락을 한 곳은 주인 할머니였다. 어느 정도 김수현이란 사람에 대해 실체를 파악해 둔 후에나 연락을 드리려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버렸기에.


이른 아침부터 내 전화를 받아든 할머니는 직접 듣고자 이곳으로 오신다는 말을 남기며 통화를 종료했다.


세상사 삼라만상이라는데 할머니는 이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김수현이란 이름 세 글자를 들었을 때 보인 반응에 남모를 사연 때문인지 사뭇 흥분한 목소리였다.


동네에 자리한 한적한 커피숍.

주인 할머니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 동네 커피숍을 대관해 기다리고 계셨다.


"그래.. 김수현에 대한 정보는 확인 좀 했는가."


간단한 인사치레조차 없이 본론을 꺼내는 할머니의 진지한 태도에 마찬가지로 얼굴을 굳힌 채 맞은편에 앉아 답을 했다.


"김의태 의원의 막내아들 김수현이라고 합니다."

"내 원수나 다름없는 부자의 이름이 거론되는 날이 다시 올 줄이야..."

"예?"

"김수현, 그놈 때문에 내 아들 진혁이가... 죽임을 당했어!"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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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배달 23.06.16 21 1 13쪽
33 32화 기자 23.06.15 32 1 13쪽
32 31화 통과의례 23.06.14 29 1 13쪽
31 30화 첫만남 23.06.14 28 1 13쪽
30 29화 리벤지 23.06.10 32 1 13쪽
29 28화 드러나는 진실 23.06.09 35 1 14쪽
28 27화 폭풍전야 23.06.08 35 1 13쪽
27 26화 결혼식 23.06.06 35 1 13쪽
26 25화 마약 총판(2) 23.06.06 33 1 13쪽
25 24화 마약 총판 23.06.03 34 1 13쪽
24 23화 대타 23.06.02 34 1 13쪽
23 22화 활어 23.06.01 36 1 15쪽
22 21화 꽃뱀 23.05.31 34 1 13쪽
21 20화 속고 속이기 23.05.30 40 1 13쪽
20 19화 타겟 23.05.29 38 1 13쪽
19 18화 용서받지 못한 자(2) 23.05.27 40 1 13쪽
18 17화 용서받지 못한 자 23.05.26 42 1 14쪽
» 16화 드러나는 진실 23.05.25 46 2 13쪽
16 15화 연결고리 23.05.24 50 1 14쪽
15 14화 의문의 죽음 23.05.23 49 2 13쪽
14 13화 사기의 배후 23.05.22 52 2 13쪽
13 12화 전세사기 23.05.20 58 1 13쪽
12 11화 데빌헌터 혹은 퇴마사 23.05.19 67 1 13쪽
11 10화 소년범죄 23.05.18 63 2 13쪽
10 9화 버스터콜 23.05.17 67 1 13쪽
9 8화 도발 23.05.16 73 2 13쪽
8 7화 인식표 23.05.15 82 2 13쪽
7 6화 내 꿈은 너야 23.05.14 8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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