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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퇴마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자모
그림/삽화
자모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8
최근연재일 :
2023.06.16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87
추천수 :
45
글자수 :
194,882

작성
23.06.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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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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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2화 기자

DUMMY

의원실 안.

고풍스러운 의자에 몸을 기댄 김의태가 자신의 책상 앞에 놓여진 사진들을 몇번 들추더니 입맛을 다신다.


"쓰읍.. 어린 것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렸으면 내게 직접와서 딜을 했어야지 어디 건방지게. 제 명에 못사는 건 지 운명을 탓해야겠지."


마지막 사진 마저 책상 위에 던져놓은 김의태가 책상 앞에서 부동자세로 서있는 수석 보좌관을 향해 쏘아본다.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말을 시작하는 그.


"잠시 주저함은 있었지만 일은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래? 하긴 주저함조차도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지. 어떻던가?"

"예. 앞전에 벌어진 일들은 우연치 않게 발생한 일인 듯 싶었습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의원님 쪽과 특별한 접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음. 잘 쓰다 버릴만 하다 이거군."


의원의 말에 한마디를 더 할까 하려던 수석 보조관이 입을 다문다.


"잘 교육시켜봐. 사진들은 잘 챙겨두고 가장 든든한 목줄은 손에 쥔 목줄인 법이니까."

"네!"


보좌관이 방을 나가고 잠시뒤 김의태의 막내 아들인 수현이 들어온다.


"아빠아빠! 어때요?"

"넌 그 나일 먹고도 아빠 소리가 나오냐?!"

"에이 친근감 돋고 좋은데 뭘 그래요. 그나저나 우리 아우는 어때요?"

"쓰읍! 니가 아무리 아끼는 놈이더라도 동생이라 생각하진 말거라! 가족 이외에 아랫 것들은 다 쓰고 버릴 패 같은거야. 왜 아직도 그걸 모르는 게야!"

"... 에이 아빠도 보좌관 삼촌 동생처럼 챙기시잖아요. 지난번 휴가땐 삼촌 어머님 여행도 보내드렸으면서."

"흥! 충견이 그만한 값어치를 할땐 그에 걸맞는 상을 내려야하는 법이다. 하지만 늙고 노쇄해진 개가 된다면 언제고 버리는게 맞는 법! 너도 지금부터라도 잘 보고 배워두거라. 아랫사람을 다룬다는 다는 게 결코 그들과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님을."

"...."


잠시 방 안에 어색한 정적이 흐르자 그걸 깬 것은 김의태였다.


"지태혁이라 했나? 그래도 쓸만한 녀석인가 보더군. 당분간은 수석이 데리고 교육시킬테니 넌 잠자코 지켜보기만 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잠시 토라져 있던 수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아버지에게서 듣고 싶은 말을 듣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을 나간다.


"쯧쯧. 저래가지곤 믿고 일을 맡길 수나 있을까 싶군."


김의태가 혀를 차며 책상 아래이 위치한 서랍을 열며 서류 뭉치를 꺼낸다.


-양거동 개발사업 보고서(2010)


두둠한 뭉치는 이미 여러 손을 탓는지 가지런하지 못했고 떼가 탄 흔적이 가득했다.


"총선이 코앞이니 이제 슬슬 불장난을 칠 때가 됐군."


그가 보고서를 다시 한장한장 들춰보기 시작한다.


*


'배고파.'


멀리 목포까지 다녀온 태혁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가 들은 첫마디는 르르의 배고파였다.

정신적 피로감이 쌓인 탓에 자신조차 하루종일 굶은 상태로 집에 왔건만 자신의 속도 모르고 밥달라는 녀석을 보자 얄미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따가.. 지금은 좀 쉬자."


'안돼. 지금.'


"..."


거실 한 가운데에 몸을 뉘우려던 태혁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르르를 바라봤다.


"어떻게?"


그가 속으로 삼킨 말은 자신의 말을 알아 들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분명 르르는 현재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단순히 '배고파', '밥줘'를 제외하곤 할 수 있는 말이 한정적이고 자신의 의사만을 전달 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


그 사이 르르에게 먹인 것이라곤 현대식 소세지가 전부였다.


'설마 자가성장이라도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하루이틀새에 큰 변화였다.

최근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본인 뿐이었으니까.


당장 머리를 쥐어짜도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자 낮잠을 포기한 태혁은 르르를 이끌고 편의점을 향한다.


"태혁군!"

"사장님 안녕하세요."

"대낮에 멀쩡한 밥은 안먹고 왠 라면이야?"


부동산 사장은 이제 같은 동네 주민인 태혁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는지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보다 요 앞에 가봤어? 읏차."


부동산 사장은 태혁이 앉은 맞은편 자리에 의자를 꺼내어 앉는다. 그리곤 소세지를 먹고 있는 르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아니요? 무슨 일이 있나요?"

"경찰들이 바리게이트 쳐놓고 아주 난리도 아니야."

"??"


태혁이 더더욱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자 한쪽손으로 자신의 입근처를 가리며 말한다.


"살인사건이래. 일가족이 다 죽었나봐."

"가족 전부가요?"

"응.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는데 얼핏 들은거로는 로또 때문에 살해당한거 같다는데?"


로또라면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일확천금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의식주 하나 정도는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그런 로또에 당첨되고도 피를 봐야 했다면 그것은 행운이 아닌 불운이 아닌가 싶다.


"현관문 앞도 아니고 집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서 면식범일 확률이 높다는군."

"가족 중 하나겠네요. 사장님과 친분이 있던 분들인가요?"

"아니. 나도 오다가다 얼굴만 본 사람이야. 살고 있는 집 계약을 내가라도 해줬다면 여간 찜찜했을 텐데. 이럴때보면 내가 계약을 받지 않은게 다행이다라고 느낄때가 있어."


그 뒤로도 부동산 사장은 태혁을 앞에두고 동네와 관련된 얘기를 나눈다.

마지 못해 이야기를 듣던 태혁은 르르가 식사를 마친 것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그래. 동네가 흉흉하니까 당분간은 외출을 자제하라고."


자신의 안부까지 걱정해주는 부동산 사장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다른 곳을 향해 돌린다.


부동산 사장을 만나기 전부터 비릿한 혈향이 동네 골목 어디에선가 미세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자신 뿐만이 아닌 르르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녀석은 배고픔이 더 우선순위에 있었는지 이따금씩 귀를 세우며 주변을 살피는 제스처만을 취하다 이내 그릇에 고개를 쳐박으며 식사에 열중했다.


"진짜 밥 먹으러면 일해야지 르르야."


녀석도 내 의중을 알아 들은 걸까. 다시 귀를 세우곤 코를 킁킁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무렴 막연한 혈향 하나만으로 놈을 쫓기엔 역부족이지만, 르르가 있다면 문제될 게 없었다.


"킁킁!"


내 의도를 알아차린 걸까.

코를 벌렁거리며 주변을 한바퀴 돌던 녀석이 별안간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찾았구나!'


*


"끄아아악! 씨발. 그러니까 내 말 좀 듣지. 한두푼도 아니고 30억짜리에 당첨됐으면서.. 씨발 이제 어쩌지?"


어느 건물 옥상에 자리한 물탱크 옆.

쪼그린 채 앉아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짜고 있는 중년인이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대를 향해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재개발만 되면 당첨금보다 3배는 넘게 벌어들일 돈인데. 혈육도 아닌 연놈들에게 갖다바칠 생각이나하고.. 씨발 지 인생 지가 자초한거야."


바닥에는 피로 얼룩진 칼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조금 전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으로 보였다.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앞에 불청객이 나타난다.


"당신이군요."

"뭐, 뭐야? 넌 누구야?"


당황해하는 사내를 한번 훑는다.

충동적이었다.


그가 악업을 쌓아온 인물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태혁의 눈에 비친 그의 사념체는 조그만했다.


'쯧. 이성의 끈을 놓은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혈육을 죽이다니..'


태혁은 옥상을 오르며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눈앞의 사내가 죽인 이는 다름 아닌 친형이었다는 걸.


"얌전히 저 따라 자수하세요. 혈육이었잖아요. 형님분도 이렇게 되길 원치 않았을 거에요. 죗값을 받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세요. 그게 이미 고인이 되신 형님분과 그쪽을 위한 길입니다."


"으아아악! 내 말의 단 일 할이라도 이해해줬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하필 새 형수가 끼어드는 바람에..."


살인범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가해자들의 패턴.

아니, 어쩌면 저 모습은 누구나 가질 법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가해자가 된다면...


"형수라는 분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겠죠.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어요. 누가 뭐래도 이건 당신의 잘못입니다."

"...."


그도 알고 있었다.

모든 일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걸.

이제는 나이를 먹어 과거를 회상하면 어렴풋이 그려지던 어린 날의 기억들이 세상의 하나 뿐인 형이란 존재가 없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형형색색 선명하게 그려지며 생생히 눈앞에 보였다.

그때 그 시절 형의 손을 잡고 마을 뒷산에 위치한 개울에서 가재를 잡던 여름 날의 기억이...


"그때도.. 오늘과 같이 따스한 날이었지.."

"...."


살인범의 눈가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

태혁을 향해 쥐고 있던 잘 벼린 칼이 힘없이 바닥이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태혁의 시선이 건너편 건물을 향해 꽂힌다.


'기분탓인가?'


누군가 자신과 살인범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그게 다였다.


'후우. 하마터면 들킬뻔 했어. 감이 좋은 친구군. 주 선배를 구한 사람을 쫓아 여기까지 왔는데 엄청난 수확이야.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


고요한은 실외기에 몸을 숨긴 채 자신이 찍어둔 사진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지태혁이란 사람을 처음 본 순간 그에게 다짜고짜 다가가 인터뷰를 하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래도 이 바닥 짬이 있지. 주 선배에 대한 걸 묻는 건 저 사람에대해 어느정도 알아두고 요청해도 늦지 않아.'


힘겹게 원룸방을 들어가던 태혁을 본 그의 생각이었다.


작정하고 며칠 그의 곁을 멤돌 생각에 차에서 대기하기를 이십여분.

피곤해 보이던 인상과는 달리 그는 반려견을 산책이라도 시키려했는지 집으로 들어갈때와는 비교적 반대되는 가벼운 차림으로 편의점을 향했다.


미행을 들키지 않기위해 비교적 먼거리에서 그를 뒤쫓았지만 특별한 활동은 없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 한사발과 반려견을 위한 소세지가 전부.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주인보다 강아지가 더 호식하네."


잠시뒤 태혁을 알아본 주민 한명이 그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곤 뭐라뭐라 호들갑을 떨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찰 대상인 태혁은 그의 반려견에게 뭐라 하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미행이 들켰을리는 없다.

조심성 하나는 방송 삼사의 기자들 중 단연 본인이 으뜸 아닌가.


'더욱이 100m 11초대라고!'


타다다닷!


태혁과 그의 반려견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내달리는 고요한.


1분여를 달리고서야 저멀리 보이는 태혁이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다.


'괴물 같은 자식.. 지가 우사인 너트야 뭐야!'


헉헉거리며 건물에 도착한 그는 여전히 계단 위를 오르는 태혁의 발소리를 들었다.


'옥상을 가는건가?'


지금 그를 따라 옥상으로 들어가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행동이라 생각한 그가 1층 공동현관을 나와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맞은편 건물에 들어간다.


고요한은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태혁의 앞에 선 남성은 불과 한 두시간 전 일가족을 살해한 살인범이란 것을.

더욱이 가해자는 피해자의 혈육이란 것까지.


태혁을 따라 정신없이 쫓아오긴 했지만, 그도 눈이 있었기에 동네 일대에 걸쳐 경찰들이 곳곳에서 탐문 중인걸 보았기에 저들의 몇마디 대화만으로 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 뒤 한 중년인의 울음이 그치고서야 태혁을 따라 그가 내려간다.


"자경단 뭐 그런건가? 그러기엔.. 그의 주변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아. 지가 코난이야 뭐야."


오늘 하루 나름의 수확을 거뒀음에도 태혁을 향한 의구심은 오히러 더욱 셈솟았다.

아니 어쩌면 당분간은 주 선배를 해한 배후를 찾기보단 도시의 자경단을 맡고 있는 이자를 미행하는게 더 값어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사건의 전말은 다 확인됐으니 오늘 저녁 뉴스거린 따낸건가?"


고요한은 태혁과 살인범의 사진이 든 휴대폰을 들고 1층 공동현관을 내려온다.


휙.


"어어?!"

"아이고 미안합니다. 제 손에 들어오면 뭐든 던지는 습관이 있어서..."


태혁은 고요한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폰을 손에 쥐고 나오자 그의 폰을 낚아채 한강 방향을 향해 내던졌다.


그 모습을 닭 쫓던 개마냥 바라보는 고요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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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안내 23.05.21 26 0 -
34 33화 배달 23.06.16 20 1 13쪽
» 32화 기자 23.06.15 32 1 13쪽
32 31화 통과의례 23.06.14 29 1 13쪽
31 30화 첫만남 23.06.14 28 1 13쪽
30 29화 리벤지 23.06.10 31 1 13쪽
29 28화 드러나는 진실 23.06.09 35 1 14쪽
28 27화 폭풍전야 23.06.08 34 1 13쪽
27 26화 결혼식 23.06.06 34 1 13쪽
26 25화 마약 총판(2) 23.06.06 32 1 13쪽
25 24화 마약 총판 23.06.03 33 1 13쪽
24 23화 대타 23.06.02 33 1 13쪽
23 22화 활어 23.06.01 36 1 15쪽
22 21화 꽃뱀 23.05.31 34 1 13쪽
21 20화 속고 속이기 23.05.30 40 1 13쪽
20 19화 타겟 23.05.29 38 1 13쪽
19 18화 용서받지 못한 자(2) 23.05.27 40 1 13쪽
18 17화 용서받지 못한 자 23.05.26 42 1 14쪽
17 16화 드러나는 진실 23.05.25 45 2 13쪽
16 15화 연결고리 23.05.24 49 1 14쪽
15 14화 의문의 죽음 23.05.23 48 2 13쪽
14 13화 사기의 배후 23.05.22 52 2 13쪽
13 12화 전세사기 23.05.20 57 1 13쪽
12 11화 데빌헌터 혹은 퇴마사 23.05.19 67 1 13쪽
11 10화 소년범죄 23.05.18 63 2 13쪽
10 9화 버스터콜 23.05.17 67 1 13쪽
9 8화 도발 23.05.16 73 2 13쪽
8 7화 인식표 23.05.15 82 2 13쪽
7 6화 내 꿈은 너야 23.05.14 8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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