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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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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6.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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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3쪽

퀘스트의 망령(3)

DUMMY

― 자, 쇼룸 개봉박두!


2D로 된 캐시 상점 이미지를 적당한 곳에 내려놓은 망량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탁!


2D가 3D로 바뀌면서 순식간에 100평짜리 쇼룸으로 커졌다.


“와.”


백화점 명품관 수준의 쇼룸이 나타나자 예민아가 탄성을 질렀다.

유인나도 어안이 벙벙해졌고.


― 차를 다 들었으면 슬슬 들어가 볼까요?


망량이가 손짓하자 상점 문이 웅장하게 열렸다.


― 이리 오세요, 캐시 상점의 제1구역은 방어구가 진열된 방이랍니다. 아이템의 꽃은 역시 방어구죠. 기능도 기능이지만, 이걸 보세요. 디자인이 죽여주죠?


저래 봬도 하급신 출신이어서 판매 영업직으로는 꽝일 줄 알았는데 제법이다.


― 이 제품과 저 제품은 기능이 동일하지만 옷빨이 달라요. 겨우 오백 코인 차이잖아요. 나라면, 이걸 사요. 세상이 망했다고 멋 부리지 말라는 법 있나요? 예쁘면, 총알도 피해 가요.


여심을 저격하는 망량이의 멘트에 예민아가 완전 걸려들었다.


“와, 이거 입어볼 수 있어요?”

― 입어볼 순 없지만 우리한텐 미리보기가 있죠.

“꺄.”


모든 판타지 소설이 그러하듯 <멸·개‧법>에서도 방어구는, 기능이 좋을수록 가볍고 날렵하다.

방어구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장갑의 두께가 얇아지며 몸에 밀착한다.

옷이 예쁘면 총알도 피해 간다는 망량이의 말이, 그래서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저씨, 어때요? 나, 이쁘죠? 네? 어떠냐고요? 예뻐요?”


진열대 앞에서 예민아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어린데다 세계가 멸망하기 전부터 입고 있던 옷이 아주 걸레짝이 되어서는······.

저런 와중에 멀쩡한 새 옷을 봤으니, 얼마나 좋을까만은.


“이야, 죽이네. 강한아, 어떠냐? 이거 나한테 어울려?”


스무 살짜리 예민아만큼이나 개진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어때? 폼 나지? 죽이지?”

“하······. 똑같거든.”

“야! 뭐가 똑같아? 완전 다르구만. 털 색깔이 더 강렬하게 붉어졌잖아. 여기 옆구리에 문신도 생기고!”


할 말이 참 많지만 관뒀다.

차분하게 비교해가며 아이템을 고르는 건 유인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녈 흘겨보던 망량이가 뜬금없이 나한테 쏘아붙였다.


― 너는 왜 안 사?

“고민 중.”

― 고민을 왜 해? 1만 7천 코인이나 있으면서? 그냥 막 사. 결국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네가 몰라서 그런데 이거 중급 캐시 상점이거든? 이런 기회가 또 올 거 같니?


어떻게든 나한테 물건을 팔아먹으려고 망량이가 열을 올렸다.


― 이건 어때? 이 물약이 말야, 상대방의 정보를 훔쳐볼 수 있는 약인데, 개당 5백이면 거의 공짜라고 봐야 해.

“음.”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캐시 상점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드문 기회인 건 분명하다.

<멸‧개‧법>의 극초반에 중급 이상의 아이템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아니던가?

작가의 권한으로도 하급 상점밖에 열지 못하니, 망량이가 열어준 캐시 상점은 확실히 특혜였다.


하지만 아직은 그 어떤 아이템보다 코인이 더 가치 있다.

최대한 코인을 보유해야 한다.

때가 올 때까지는.


― 왜? 살 게 없어? 아니면 찾는 게 따로 있는 거야? 말만 해, 뭐든 찾아줄게. 이 쇼룸에는 없는 게 없어. 응? 필요한 게 뭐냐니깐?

“필요한 거라.”


그런 게 있긴 하다. 쇼룸에 없어서 그렇지.

나한테는 캐시 상점이 필요 없는데도 굳이 특별 입장료를 내면서 저 상점을 연 건······.

망량이의 도움이 더 정확히는 그녀의 권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 살게 생각났다.”

― 드뎌 맘에 드는 걸 찾았어? 뭔데? 설마 이거?


망량이가 멋들어진 방어구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 역시! 보는 눈이 있네. 이게 내 상점에서 최고로 비싼, 아니 좋은 아이템이야. 4천 9백 9십 9코인짜리거든. 근데 뭐, 너 정도 재력이면 껌이지.


헤벌레 웃는 그녀의 기대를 나는 곧장 저버렸다.


“아니, 그런 건 필요 없어. 연금술 재료는 어딨냐?”


<1회용 연금술 약병 4개를 구입하였습니다.>

<구입비용: 40코인>


“역병초는 저기에 있나?”

― 역병······초?

“이야, 풀 많네.”


<역병초 4, 검은 연꽃 4, 태양풀 4개를 구입하였습니다.>

<구입비용: 120코인>


망량이가 어이없어했다.

이 구역에서 제일 큰 손이 쪼잔한 물건만 골라 대니 슬슬 화딱지가 나는 모양.


― 야! 살 게 천지인데 뭣 하러 풀때기를 사? 그딴 걸 어디에 써먹냐고! 설마, 꽃 줄 년이 있니?”

“어.”

― 어어? 이게 완전 미쳤구나? 세상이 망했는데 연애질이니?

“아까부터 선 넘네? 손님은 왕이다, 몰라? 자꾸 그러면 나한테 혼난다?”


호구를 호구답게 만들려면 살짝 약을 올려줘야 한다.

역시나 예상대로 망량이가 도발에 걸렸다.


― 혼난다? 그거 지금 나한테 한 말이니!

“너 말고 누가 있냐?”

― 보자 보자 하니까 야! 겨우 그거 사려고 날 불렀니? 160코인 쓰려고 특별 입장료로 5백 코인을 지른 거냐고! 그래 놓고 뭐?


핏대 세우는 망량이 앞에서 나는 인벤토리를 뒤적였다.


“그게 어디 있더라. 아, 여기 있네.”


아이템 하나를 꺼내어 보여줬다.


“이게 뭔지 알아?”

― 알 게 뭐야!

“참이라는 거다. 근거리 텔레포트를 가능하게 해주는 건데, 나한테는 그다지 쓸모가 없거든,”

― 그래서 어쩌라고!

“이걸 상점에 팔겠다.”


순간 망량이가 뻥졌다.


― 방금 뭐랬어?

“참을 팔겠다고. 이것 말고도 팔 게 엄청 많아. 보자, 잡템까지 다 팔면 대충 6천 코인은 벌겠네?”

― 유, 육천! 자······잠깐만.


망량이가 더듬거리며 나를 만류했다.


― 네가 뭘 착각했나 본데, 너는 물건을 사야 할 사람이지, 응? 그걸 나한테 판다는 건, 안 돼!


<‘참:빛의 홀’을 상점에 팔았습니다.>

<판매 금액: 5000코인>


“되는데?”

― 씨······벌!


아주 난리가 났다.

이번 캐시 상점으로 망량이가 회수해야 할 코인 할당량은 10만.

5일 내내 잡템 팔아서 회수한 코인이 1만이라던가.

이 와중에 강제로 5천 코인짜리 템을 매입하게 생겼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며 질질 짰다.


― 이러면 나 진짜 죽어!

“그러든지 말든지.”

― 아, 제발!


이 세계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망량이가 내 팔을 붙들었다.


“이야, 이젠 대놓고 팔도 잡네? 이거 네 윗선이 알면 큰 탈 난다?”

― 큰 탈은 벌써 났어! 내가 싹싹 빌게, 응? 다시 가져가. 5천 코인 회수하려면 3일을 뺑이 쳐야 해!

“살 게 있어야지. 다 쓸모없는 거잖아. 나한테 필요한 건 이딴 게 아니라······.”

― 뭔데? 말만 해! 내가 시스템에서 훔쳐서라도 가져올게, 응?

“흠.”


겉으로 티는 내지 않고 속으로 웃었다.

내가 알던 호구가 돌아왔다 싶어서.


“아니, 뭐. 훔쳐 올 것까지는 없고.”

― 뭔데 그래? 말만 하라니까.

“스킬이 필요해.”


그러자 망량이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 아니, 저기. 무슨 스킬인지는 모르겠는데, 응? 아이템은 그래, 돈만 준다면 뭐든 꺼내줄 수 있어. 근데 스킬은 아니야. 허락 없이 아무거나 함부로 판매했다가 들키면.

“일회용 스킬 스크롤로 변환하면 되잖아. 한 번 쓰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까, 들킬 일은 없어.”

― 아!

“이번 캐시 상점에서 매길 수 있는 아이템 값의 최대치가 5천이지? 내가 원하는 스킬을 네가 구해주면, 5천 준다. 어때?”


그녀의 눈동자가 버퍼링에 걸린 것처럼 뱅글뱅글 돌았다.


― 네가 찾는 스킬이 뭔데?

“화염의 축력.”

― 응? 그런 스킬이 있어?

“직업 전용 스킬북에는 없을 거야. 관리자 코드로 고유 스킬 검색해봐.”

― 잠깐만, 어? 진짜네? 있네?


화염의 축력 Lv.1.

<멸·개‧법>의 주인공 김오류만의 스킬로, 고유 등급이어서 상점에선 구할 수 없는 스킬이다.


― 근데, 너! 이런 걸 어떻게 알아? 시스템 관리자인 나도 모르는 걸 각성자 따위가!

“그게 중요해?”

― ······아니.

“네 권한으로, 그 스킬을 나한테 넘겨. 1회용으로 스크롤로 변환하면 판매 불가 제한이 사라질 거다.”

― ······와. 진짜 괴물이구나, 너.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과 함께 망량이가 혀를 내둘렀다.

시간이 촉박하니 제작이나 하라고 재촉했더니, 말은 또 잘 듣는다.

시스템에서 다운한 스킬이 1회용 스크롤로 전환되면서 번쩍, 빛났다.


― 근데 말야.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 내가 너한테 5천 받고 이 스킬을 팔아봐야 본전이잖아. 나한테 남는 건 하나도 없잖아!

“어?”


자기한테도 남는 게 있어야 한다며, 망량이가 거래를 제안했다.

거래라기보단 아이템 추천에 가까웠지만.


― 이번에 신상 스킬이 1회용 스크롤로 나왔어. 가칭 리무버라는 스킬인데, 시험적으로 판매하는 거야. 그거 사면 이거 줄게. 나도 위험수당은 받아야 할 것 아냐, 안 그래?

“리무버?”


처음 듣는 스킬이었다.

가끔 시스템에서 퀘스트 보상으로 주려고 새로운 스킬을 만드는데, 리무버 스킬도 그런 경우 같았다.


― 이게 진짜 좋은 스킬이야. 자기 자신이나 아군한테는 못 쓰고, 적한테만 쓸 수 있는데 모든 스킬 효과를 지워. 각종 강화 효과를 무효화 해버린다고.

“얼마야?”

― 1천!

“······비싼데.”


고민하는 척했지만 사실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

저렇게 신상으로 나오는 스킬은 일단 구매해두는 게 이득이다.

왜냐고?

무조건 필요할 때가 생기니까.


이 세계가 본래는 <멸·개‧법>이라는 소설에서 파생되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실은 항상 우연으로 꼬여있으나 소설은 오직 필연으로만 짜여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작가한테 떡밥 회수하라고 그리 난리를······, 어쨌든.

복선이란 소설적 장치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콜.”


거래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나는 화염의 축력 Lv.1, 리무버 Lv.1, 거기에 더해 화풍 Lv.1 스크롤을 구입했다.

화풍은 모든 기술을 뜨거운 바람으로 변환시키는 스킬로, 히든 퀘스트를 깨려면 꼭 필요했다.


<캐시 상점 이용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30초 뒤 캐시 상점이 사라집니다.>


이번 거래가 마음에 든 모양인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망량이가 우리에게 스크롤을 내밀었다.


― 이거 가져가, 서비스야.

“뭐냐?”

― 스파 스크롤. 이거 쓰면 방금 목욕한 것처럼 깨끗해질 거야.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너희들, 냄새나. 엄청 구려.


이 말을 끝으로 그녀가 사라졌다.

더럽고 냄새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다들 말이 없었다.

하긴 모른 척했을 뿐이지 나나 유인나나, 개진산이나 예민아나, 들짐승 같은 꼴이기는 했다.


“망량이가 많이 착해졌네. 선물도 주고.”



포탈 타기 전, 마지막 점검도 할 겸해서 파티원을 불러 모으려던 참이었다.

개진산이 번쩍, 빛났다.

망량이한테서 받은 스파 스크롤을 냅다······.


“이야, 죽이네.”


멘솔을 끼얹은 것처럼 온몸이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벼룩이 싹 사라졌어. 간지러운 데가 하나도 없다고. 어이, 예민아. 나 어때? 깔쌈하지?”

“······어, 거기서 거긴데요?”

“이게 진짜 죽을라고! 다들 뭐하냐? 아까 얘기 못 들었어? 구리다잖아. 스크롤을 써. 아끼면 똥 된다.”


하지만 예민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나중에 쓸래요.”

“왜?”

“그러라고 하네요.”

“누가 그래?”

“비밀.”

“비밀은 개뿔. 인나 씨는요? 그거 안 쓸 겁니까? 벌써 며칠째 못 씻었잖아요.”


유인나는 나를 쳐다봤다.


“이거 지금 쓸까요, 강한 씨?”


내 대답은 간단했다.


“아뇨. 지금 써봐야 의미 없습니다.”

“역시, 그렇죠?”


유인나가 씩, 웃자 개진산이 화를 버럭 냈다.


“제기럴! 아끼면 똥 된다니깐 거참.”


신경질을 있는 대로 부리며 말도 없이 포탈을 타버렸다.

하지만 개진산은 포탈을 타자마자 깨달았다.

내 말대로 스파 스크롤은 나중에 써먹었어야 했다는 걸.


“하필이면, 적진이냐.”


크아앙, 곰이 우는 소리가 히든 퀘스트 지역을 텅텅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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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포식(8) +2 23.06.10 2,579 28 12쪽
39 포식(7) 23.06.09 2,626 26 12쪽
38 포식(6) +2 23.06.08 2,643 33 12쪽
37 포식(5) 23.06.07 2,708 30 12쪽
36 포식(4) 23.06.06 2,703 30 12쪽
35 포식(3) 23.06.05 2,680 33 12쪽
34 포식(2) 23.06.04 2,679 33 12쪽
33 포식(1) 23.06.03 2,717 37 12쪽
32 재회(5) +3 23.06.02 2,755 39 12쪽
31 재회(4) +2 23.06.01 2,744 37 12쪽
30 재회(3) 23.05.31 2,744 39 13쪽
29 재회(2) +3 23.05.30 2,742 40 10쪽
28 재회(1) 23.05.29 2,755 38 14쪽
27 설정 오류(7) +1 23.05.28 2,752 45 12쪽
26 설정 오류(6) +2 23.05.27 2,799 43 12쪽
25 설정 오류(5) 23.05.27 2,774 42 10쪽
24 설정 오류(4) +3 23.05.26 2,786 47 10쪽
23 설정 오류(3) +3 23.05.25 2,806 47 11쪽
22 설정 오류(2) +8 23.05.24 2,827 49 11쪽
21 설정 오류(1) +4 23.05.23 2,855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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