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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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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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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752

작성
23.05.25 08:0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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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설정 오류(3)

DUMMY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며 1234번 안전 구역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눈앞은 안전 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지옥 그 자체였다.


쓰러진 건물의 잔해며, 뒤집힌 자동차며, 시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서 그리 느낀 게 아니다.

제아무리 안전 구역이라 해도 멸망한 세계의 일부이니 폐허인 것은 당연한 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다음이 아니라······.


“크하핫, 많이도 넘어오네. 죽어라! 죽어! 내 코인이나 되라고.”

“최 씨 형님. 이놈 봐봐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데?”

“정신 차리게 해줘. 산채로 회를 떠버리라고!”

“하, 이러면 재미가 없는데. 순간이동 후유증에 독하긴 해, 응? 보자, 너는 얼마짜리냐!”


약 100미터 전방에 무리 지어 살육하는 이들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1234번 안전 구역으로 넘어오는 정식 경로 포탈 앞에서.


“······.”


두통이 밀려와 관자놀이를 꾹꾹 지압했다.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이 무너졌다고 한탄하는 게 아니다.

세계가 멸망했는데 그딴 것이 무슨 소용인가?

다만 내가 혼란스러운 건, 저 눈앞의 일이 <멸‧개‧법>의 전개 속도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응 속도 향상 버프 때문인가?”


튜토리얼을 통과한 인류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은 각성자에게 버프를 건다.

며칠간 지속되는 저 버프 덕분에 각성자는 적응력과 전투 능력 등이 향상되어 차차 멸망한 세계에 적응한다.


이것이 나의 설정이기는 하나, 그래서 각성자가 이 세계에 익숙해졌다 해도 저럴 순 없다.

각성자가 무리 지어 다니려면 최소 6개월은 지나야 하니까.

<멸‧개‧법>의 내용도 그렇고, 소설이 현실화했던 지난 생에서도 그랬다.


튜토리얼 단계에서 망량이가 던져준 퀘스트를 떠올려 보라.

서로 칼을 겨눠 겨우 살아난 우리가 아닌가?

모두가 적이므로, 각자도생과 적자생존이 이 세계의 유일한 규칙임을 아는 자들이 서로 협력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된 거지?”


끔찍한 살육을 자행하면서도 저 앞의 각성자들은 떠들썩하니 웃음꽃을 피웠다.

담배나 피우며 노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포탈 타고 넘어오는 각성자를 노리고 진을 쳤어.”


전사 셋에, 추적자와 마법사 그리고 사제.

소수의 인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진형.

포탈에서 각성자가 나오는 즉시 살상을 가하는 모양새가 제법 일사불란했다.

꼭 훈련받은 정예군처럼 말이다.


“이야, 벌써 100코인이나 모았어. 오늘 대박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 오늘 200 찍는 거 아닙니까?”

“200으론 부족해. 300은 먹어야지!”


사람을 죽이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저것들, 설마 추수하고 있는 건가?”


이 세계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코인을 얻는다.

마물을 죽이나 사람을 죽이나 똑같이 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어떤 면에서는 마물을 해치우는 것보다 약한 인간을 죽이는 게 코인 벌기가 더 쉽다.

그렇게 약자를 대량으로 죽여 코인을 획득하는 행위를 나는 ‘추수’라고 불렀다.


“설마 길드까지 형성된 건 아니겠지?”


만일 그렇다면 각성자들 사이에 지도자가 나타났다는 뜻인데.


“시간 확인.”


<세계가 멸망한 지 4일 11시간 지났습니다.>


포탈지기 뱃속과 메인 퀘스트 지역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니, 혹여 계산보다 더 지났나 싶어 날짜를 확인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야기 전개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어.”


예상치 못한 특이점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우연이라 한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인 법.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있을 것이다.

전방을 주시하는 내게 예민아가 다시 물었다.


“저 새끼, 죽여도 되냐고요.”


구역질을 멈춘 그녀가 뿜어내는 적개심은 섬뜩할 정도였다.


“저 새끼라니?”


하지만 예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목줄을 놓아주길 기다리는 사냥개처럼 으르렁거릴 뿐.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인내력을 높여둔 덕분에 간신히 참고 있는 게 보였다.


“기다려. 저들에게 물어볼 게 있다.”


죽이기 전에, 내 예상이 맞는 건지 아닌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야.


“어이, 개자식들!”


크게 소리쳐 불러보았으나 신나게 사람을 죽이느라 그들은 듣지 못했다.

몇 번을 더 호명한 끝에, 시시덕거리며 살육을 즐기던 녀석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개자식? 어떤 새끼야, 나와! 우리는 1234번 안전 구역을 지키는 자치 부대원이다. 그런 우리에게 감히 욕을 해!”


그의 목소리에 이윽고 동료 하나가 반응했다.


“어라, 뭐냐? 쟤들 어디서 나타난 거야?”


어깨에 검을 멘 전사가 어이없어하며, 담뱃불 붙이던 마법사의 옆구리를 찔렀다.


“부길마, 저쪽에 포탈이 있었습니까?”

“하, 최 씨. 돌았어? 포탈은 여기 있잖아! 어쩔 거야? 어? 최 씨 땜에 담배가 부러졌······.”


뚝, 부러진 담배를 내동댕이치며 화를 내던 마법사의 말문이 끊겼다.


“진짜네? 포탈이 생겼네?”


나와 눈이 마주친 마법사의 두 손이 확, 타올랐고 동시에 나머지 무리의 시선도 우리를 향했다.


“저거 여자 아냐? 이야, 이게 웬 떡이냐? 여자라니! 죽이는데?”

“오······, 잠깐만. 저 남자새끼, 현상금 걸렸잖아.”


추적자로 보이는 자가 날 가리켰다.

그러자 예민아를 향해있던 음흉한 시선이 일시에 내게로 쏠렸다. 더 정확히는 내 왼편 가슴을.

현상금이 걸린 자에게는 어렴풋이 발광하는 낙인이 찍히는데 그걸 본 모양이었다.


특히 마법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군침을 다시며 입술을 핥는 혀 놀림까지.


“미리 말해두는데 저건 내꺼다. 죽여도 내가 죽여.”

“부길마, 길마께서 하신 말, 못 들었습니까? 현상금 걸린 놈이 나타나면 해치우지 말고 데려오라 했습니다.”

“저 자식을 추수하면 스탯을 얼마나 먹는 줄 알아? 10이야, 10! 무려 100코인짜리라고. 그걸 길마 자식한테 넘기라고?”

“명을 어길 순 없습니다. 길드를 결성한 지 얼마나 됐다고······.”

“쫌! 언제까지 꼰대 티를 낼 거야, 어? 내가 상급자야, 알겠어? 시키는 거나 잘해, 딴지 걸지 말고. ”


마법사가 슬슬 무리에서 벗어나 내게 다가왔다.

아주 자신만만한 걸음이었다.

나이는 대충 스물 언저리?


“이야, 현상금 걸린 놈이라니. 대박이네. 어제 잡은 년놈은 길마 자식한테 뺏겼지만, 이번에는 절대 양보 못 하지. 나도 좀 커야 할 거 아냐!”


화르륵, 주변의 공기를 태우는 그의 뒤에서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전사가 소리쳤다.

다소 격앙된 말투였다.


“부길마! 그렇다고 파티를 풀면 어떡합니까? 먹으려면 다 같이 먹어야지!”


하지만 불만 섞인 저 목소리는 이내 단발마의 비명으로 바뀌었다.


“으아아악!”


마법사의 오른손에 뿜어져 나온 불줄기가 중년의 전사를 단숨에 태워버렸다.


“하, 꼰대 새끼. 나보다 나이 많다고 대우 좀 해줬더니 기어오르고 지랄이야, 지랄은!”


파티원이 무의미하게 죽어 가는데도 마법사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겨운 표정을 짓다가 몸을 사리며 뒷걸음질 치는 게 다였다.

불길에 휩싸인 중년의 전사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무너졌다.

그래도 마법사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뭐랬어, 꼰대짓 하지 말랬지! 사람이 말을 하면 쳐들어야 할 것 아냐! 어!”


씩씩거리던 그를 되돌아서게 만든 건 의외로 예민아였다.


“야!”


앙칼진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마법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그녈 응시했다.


“어?”


녀석의 입매가 묘하게 비틀렸다.


“너, 살아있었냐? 안 뒈졌어?”


나는 그와 예민아를 번갈아 보았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장난기 섞인 인사를 건네는 그를 두고 예민아가 부들부들 떨었다.


“닥쳐.”

“어이구 무서워라. 그나저나 너, 대단하다? 멀쩡히 걸어 다닐 줄은 몰랐네?”

“······찢어버린다.”

“지랄. 네가 뭔 수로?”


마법사의 시선이 나한테로 옮아왔다.


“뭐, 저 꼰대라도 믿는 거냐? 저 새끼가 널 지켜주겠대? 왜? 너 같은 걸 뭣 하러······. 아!”


그의 시선이 콱, 일그러졌다.


“그새 줬냐? 나한테는 손 한 번 안 주고?”


마법사가 왼손을 뻗었다. 시뻘게진 손바닥에서 화염이 밀어닥쳤다.


쿠아아악!


화염방사기와 맞먹는 수준의 염화포였다.

저만한 수준의 염화포를 구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사람을 꽤 잡아먹은 게 분명했다.

직업 등급도 달인은 될 것이고.


수십 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마법사가 방사한 화염은 기세 좋게 거리를 좁혀들었다.

이윽고 뜨거운 열기가 확, 끼치려는 찰나였다.

예민아가 그 불길을 가로막으며 마법 방어술을 펼쳤다.


“마나 방패!”


커다랗게 원을 그리는 손끝에서 신성한 문양을 가진 방패막이 나타났다.

윽, 염화포를 막아내기가 힘에 겨웠는지 짧게 탄식하면서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저씨!”

“응?”

“뭐라도 좀 해봐요! 이러다 죽겠어!”

“지금 너, 잘하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버텨봐. 내가 저 자식한테 물어볼 게 있거든.”

“미쳤어요! 묻길 뭘 물어! 저 새끼는요, 진짜 더러운······.”


그때였다.

마법사와 예민아의 1:1 대결에 뜻밖의 방해꾼이 나타났다.


“죽어랏!”


마나 방패를 펼친 그녀의 옆구리 쪽으로 번뜩이는 단도가 보였다.

마법사의 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목에 현상금이 걸린 건 나니까, 예민아는 부하를 시켜 죽여도 된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약삭빠른 놈이네.”


예민아의 사각을 찌르며 들어오는 추적자의 팔목을 낚아채 곧장 비틀었다.

빡, 뼈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그의 발목을 걷어차서 넘어뜨린 다음 재빨리 뼈창을 소환하여 복부에 내리꽂아 버렸다.


“으아아악!”


추적자는 압핀 꽂힌 곤충처럼 버둥거렸다.

나는 녀석의 면상 앞에 쭈그려 앉아서 물었다.


“하나만 묻자.”

“야이······, 씨, 씨바알!”

“혹시 곰을 끌고 다니는 여자를 아나?”

“개새끼야!”

“아니, 개새끼 말고 곰 말이다, 곰. 털이 붉은 곰을 데리고 다니는 여자, 본 적 있지?”


하지만 추적자는 내 말을 뒷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복부에 박힌 뼈창을 뽑아내려 용을 쓰던 그는 결국 파티원을 향해 소리쳤다.


“나 죽는 거 안 보여! 힐! 힐 해! 졸라 아프다고!”


저 자지러지는 비명에는 피거품이 들끓었다.

까만 동공이 빛을 잃고 뒤로 넘어갔는데 번쩍하면서 녀석의 몸이 빛났다.

뱅글 돌아가던 그의 동공이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힐인가?”


이건 혼잣말인데, 뜬금없이 놈이 대답했다.


“너, 우릴 잘못 건드렸어!”

“뭐냐?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 하더니, 딴소리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 알겠어!”

“······하. 사제한테 힐 좀 받는다고 기고만장해진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라.”

“뭘!”

“어떨 때는 죽는 게 더 편할 때가 있다. 지금이 딱 그래.”


고조곤히 말하며 웃었을 뿐인데, 추적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6 th****
    작성일
    23.06.04 23:34
    No. 1

    예민아한테 자기한테가보라고 이야기한 존재가 있다는걸 들었음에도....상황이바뀐이유를 추론 못하는건가....이미누군가 이레귤러나 상황이발생한건 인지하지도 못하고....포탈 건너기전에 생각조차않하다니....캐릭성이....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글방개
    작성일
    23.06.04 23:48
    No. 2

    이강한은 못들었어요.흘려듣고 대충 대답만 했습니다. 독자들만 들었습니다. 떡밥입니다.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kw******..
    작성일
    24.04.19 04:44
    No. 3

    예민아..트롤짓에...그만 하차할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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