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160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6.05 22:05
조회
2,680
추천
33
글자
12쪽

포식(3)

DUMMY

개진산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유인나를 위해 나는, 최대한 가벼운 말투로 대답해줬다.


“네.”


엉망진창이기는 했지만 저만한 상처 때문에 죽을 개진산은 아니다.

자가치유력이 타 직업보다 2배는 높은 드루이드인데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인나가 치유해줬으니까.


유인나가 누구던가?

이전 생에서, 무려 십만의 병력을 자랑하던 은빛 성기사 길드의 부길마를 역임하며 대사제로 추앙받던 사람 아닌가.

최단 시간에 마스터 등급 직전까지 이른 유일한 사제이며······, 아무튼 그녀의 치유마법은 그 순도가 높아서 치유량과 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개진산, 어때? 버틸만해?”

“씨바, 죽겠다.”

“죽겠다고 하는 걸 보니 멀쩡하네.”

“이게 멀쩡해 보이냐! 어! 뜯어먹히는 그 기분이 얼마나 엿 같은 줄 아냐고!”


몸을 갉아 먹힌 통증 때문에 힘들긴 한 모양이었다.

죽은 자들이 수십 명은 달라붙어 그의 살점을 파먹었으니, 저만한 게 다행이기는 했다.

거죽이 두꺼워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새살 돋을 뼈조차 남지 않았을 거다.


“움직일 수 있겠어?”

“미친놈. 너 같으면 움직일 수 있겠냐? 좀, 쉬자. 응?”

“움직여.”


개진산이 어이없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하, 씨. 나, 존나 아파.”

“약한 척은. 일어서라, 엄살 부리지 말고.”

“······개자식.”


개진산이 비스듬히 누웠던 몸을 바로 세웠다.


“하나만 묻자. 나, 사람으로는 어떻게 돌아가냐?”

“모른다.”


왜 방법이 없겠냐만 나는 얼버무렸다.

지금은 저대로 놔두는 편이 더 낫다.

대답하기 귀찮기도 했고.


“모, 모른다고? 몰라? 진짜? 왜? 왜!”


정식적으로 충격받았는지, 개진산이 다시금 옆으로 자빠졌다.

그가 무어라 호소하였으나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산죽음 위치 검색.”


<작가의 권한 Lv.1: 산죽음의 위치를 조사합니다.>

<작가의 권한 Lv.1: 1234번 안전 구역 지도에 산죽음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1234번 안전 구역 지도를 펼쳤다.

적이 제일 많이 모여있는 곳은 북동쪽.


“자, 이동합시다. 코인 벌어야지.”


지도를 따라 움직이며 산죽음을, 보이는 족족 시체 폭발로 터트렸다.

사냥을 시작한 지 세 시간 만에 4000코인 가까이 모았다.


때마침 유인나가 제안을 하나 했다.

지금부턴 자신들이 직접 사냥에 나서고 싶다는 거였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서로 발을 맞춰보겠냐고.


“그렇게 하세요. 나는, 빠져 있을게요.”


삐걱거리던 처음과 달리 전투가 계속될수록 유인나와 개진산, 예민아의 팀플은 놀라운 만큼 향상되었다.

처음 몇 번은 서로 합이 잘 맞지 않아서 내가 끼어들어야 했는데, 갈수록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

이제는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대형 좀비 골렘까지 처리해내는 수준에 다다렀다.


“언니! 나 보호막 시간 다 돼가요. 10초 남았어!”

“넣을게.”

“어, 곰 아저씨! 저기 또 온다. 강타! 강타!”

“하, 진짜. 말 많네. 기다려! 아직 쿨이 안 돌았다고!”

“그러면 돌진이라도 해봐요! 빨리 끝내고 쉬자고요, 쫌! 배고파 죽겠어.”


예민아하고 유인나는 제법 잘 통하는데, 예민나와 개진산은 사사건건 투덕거렸다.

싸움을 끝내고 쉴 때도 신경전을 벌였고, 개진산은 그때마다 진이 빠져 하소연했다.


“야, 이강한이. 뭐 저런 애를 데리고 왔냐? 쟤는 주둥이로 싸우냐? 뭔 잔소리가 저리 많아.”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예민아가 받아쳤다.


“이보세요, 곰 씨.”

“뭐? 곰 씨?”

“나, 애 아니거든요. 어딜 봐서 애라는 거예요! 그리고요, 내 입술이 어때서요? 곰 주댕이보다는 훨 낫거든요.”


저 맹랑한 여자애 앞에서 개진산은 쩔쩔 맸다.

말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도움을 요청했지만 나라고 별 수 있을 리가.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곰 주둥이보다야 민아 주둥이가 훨 보기 좋긴 해.”

“아저씨! 주댕이라니요!”


내 나름대로 적당한 선에서 편들어 준건데 예민아한테는 아니었나보다.

괜히 불똥이 튈 것 같아서 나는 딴청을 부렸다.


“시체 폭발.”


쾅!

쾅!

쾅!


<서브 퀘스트 ‘6시간의 혈투’ 마감 시간이 1시간 30분 남았습니다.>


퀘스트 정산 시각이 다가왔다.

3일 동안 유지되었던 포만감 버프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배고픔의 디버프가 떴다.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먹을 걸 나눠줄 때가 되었다 싶어서 유인나, 개진산, 예민아 순으로 20개씩 초코바를 건넸다.


“와, 배고팠는데 잘 됐다. 먹어도 되죠, 아저씨?”

“대신 하나만 먹어.”

“치, 왜 두 개는 안 돼? 배고파 죽을 것 같다고요!”

“지금부터는 허기와 싸워야 하거든.”


소설의 모든 사건에는 작든 크든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다.

<6시간의 혈투>라는 서브 퀘스트를 구상할 때, 나의 일차적인 의도는 물론 생존 연습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진짜 의도는······.


“각자 상태창을 살펴봐.”

“상태창?”

“배고픔의 디버프가 떠 있지?”

“어, 진짜네?”

“저 디버프가 쌓이도록 놔두면 안 돼.”


그러자 이번에는 유인나가 질문했다.


“왜죠? 저 디버프 말이에요. 딱히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그냥 배가 고프면 뜨는 신호 같은 거였어요.”


그렇기는 하다.

배고픔의 디버프는 말이 디버프지 신체 능력이나 스킬 위력을 하락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 디버프가 쌓이면 배고픔이 지독한 허기로 바뀌며, 이때부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허기의 무서움.

굶주린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저 퀘스트를 구상한 진짜 의도였다.


“일단은 배고픔의 디버프를 지우세요. 지금은 1단계 디버프라 초코바 하나면 충분할 겁니다.”


그들에게 배고픔의 디버프가 사라진 걸 확인한 후 나는 다시 사냥을 개시했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3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2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1코인을 지급합니다.>


새벽 5시 즈음이 되었을 때였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1234번 안전 구역의 생존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여기야, 여기!”

“진짜였어. 방주가 있었어! 선지자께서 말씀하신 방주가 여기 있다!”

“저분을 따르면 돼! 그럼 살 수 있어!”


나는 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유인나는 그렇지 않았다.


‘강한 씨.’


다소 화난 투로 그녀가 귓속말을 보냈다.


‘저 사람들, 어떻게 할까요?’

‘왜 그럽니까?’

‘저한테 파티 요청이 계속 들어와요. 받아달라면서요. 살려달라고 하는데······.’

‘그런데요?’

‘저는 싫어요.’


유인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함께 하기 싫다고요.’


<6시간의 혈투> 퀘스트가 시작된 지 5시간째.

산죽음한테 당해 생존자 상당수가 사라졌다.

자정에는 1234번 안전 구역의 생존자가 303명이었으나 동이 틀 무렵에는 63명 정도.


산죽음에 먹히지 않고 살아남았다 해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거동이 가능할 뿐이지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자는 현재 생존자의 절반도 채 안 되어 보였다.


‘우릴 배신할 것 같아서요?’

‘아뇨. 솔직히 말할게요. 저들이 우리 뒤통수를 쳤으면 좋겠어요. 싹 쓸어버리게.’


유인나한테서 별안간 적개심이 탁, 튀었다.

······반가웠다. 아니, 이럴 땐 기뻤다는 말이 더 어울릴까?


사랑이니 연민이니 하는 연약한 감정은 아군을 살릴지언정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

오직 적에 대한 적개심만이 승리를 갈구하며 아군을 살리는 동력이 된다.

지금 유인나는 바로 그 증오심을 배우고 있었다.


‘저들을 죽여야 할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인나 씨? 불쌍한 사람들이잖아요, 어떻게 보면요.’

‘전혀요! 강한 씨가 몰라서 그래요. 저 사람들, 진짜 역겨워요.’


유인나의 적의가 점점 분노에 가까워졌다. 그래,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미워할 줄 알아야 한다.

증오심을 배워야 마음이 강해지고 지난 생의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생에서 유인나는 마스터 직전까지 이르렀으나 끝내 다다르지는 못했다.

각성의 3단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를 통과하지 못해서.

이기고자 하는 갈망보다 지키고자 하는 갈망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녈 각성시킬 것이다.


“후우.”


잠시 심호흡을 한 후 유인나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지금은 저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세요. 다 쓸 데가 있으니까.’


이제 남은 건 마물의 잔당을 처리하는 것.

해가 뜨기 시작한 후부터 산죽음의 수가 확 줄었다.

이제는 그들이 주는 코인도 0.1 정도밖에 안 됐다.


“시체 폭발.”


쾅!

쾅!

쾅!


나는 마지막까지 코인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적이 폭사할 때마다 1234 길드의 생존자들이 환호했다.


“방주님! 방주님!”


어느새 그들은 나를 방주님이라고 불렀다.

선지자 흉내를 내던 이한별이,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구원자가 나타날 거라 예언했다던가.

이윽고 메시지가 떴다.


<축하합니다. 서브 퀘스트 ‘6시간의 혈투’가 끝났습니다.>

<생존자에게 보상으로 ‘이름 모를 안개 지역’의 전체 지도와 100코인을 지급합니다.>

<1234번 안전 구역의 북쪽 관문을 통해 ‘이름 모를 안개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유인나만 빼고 다들 어울려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방주님!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이끌어주세요!”

“우리 1234 길드의 마스터는 방주님이 되셔야 합니다.”


약 60명쯤 되는 각성자들이 다가와 내 앞에 무릎 꿇었다.

어린아이는 없었다.

나이 든 사람도 없었고.


······그렇겠지. 애초에 약자는 저들이 모두 죽여버렸을 거다.

새 세상이니 뭐니 이름만 거창한 비전을 명분 삼아.


“저는 노아의 방주라 불릴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을 이끌 역량이 있지도 않고요.”


그러자 무릎 꿇은 이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와 간절히 요청했다.


“아닙니다! 방주님이야말로 우릴 이끌 적임자이십니다! 1234 길드의 마스터가 되어 주십시오!”

“길드 마스터라니. 그리 무거운 직책을 제가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방주시여! 저희를 길 잃은 양떼라 여기시고 세계의 멸망에서 구원해 주십시오!”

“흠.”


이미 내 마음은 결정되어 있었으나 짐짓 고민하는 척하는데, 귓속말이 들어왔다.


‘강한 씨, 저들을 버리세요. 저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괴물이에요. 강한 씨가 못 봐서 그래요. 자기들보다 약한 사람이면, 가차 없이 짓밟고 조롱하고 죽여버린다고요. 어디 그뿐인 줄 알아요? 사람을요, 가축 취급해요.’


꽤 강한 어조로 분노를 표출하는 그녀였다.


‘강한 씨한테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요. 1234 길드 건물에 뭐가 있는 줄 아세요? 도살장이 있어요. 사람을······.’


이쯤에서 유인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가 목격한 게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을 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람을 도축하던가요?’

‘네!’

‘그렇군요. 괴물이 맞네요, 이 사람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뿌리치는 걸로 알고.’

‘아뇨.’


이마를 간질이는 머리카락을 슥, 올리며 나는 1234 길드의 잔당을 향해 돌아섰다.


‘나는 1234 길드의 마스터가 될 겁니다.’


사람이기를 포기한 그들에게 한껏 미소를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연재 23.05.27 874 0 -
43 퀘스트의 망령(3) +2 23.06.13 1,518 23 13쪽
42 퀘스트의 망령(2) +1 23.06.12 2,448 27 12쪽
41 퀘스트의 망령(1) +1 23.06.11 2,545 27 12쪽
40 포식(8) +2 23.06.10 2,579 28 12쪽
39 포식(7) 23.06.09 2,626 26 12쪽
38 포식(6) +2 23.06.08 2,643 33 12쪽
37 포식(5) 23.06.07 2,708 30 12쪽
36 포식(4) 23.06.06 2,703 30 12쪽
» 포식(3) 23.06.05 2,681 33 12쪽
34 포식(2) 23.06.04 2,679 33 12쪽
33 포식(1) 23.06.03 2,717 37 12쪽
32 재회(5) +3 23.06.02 2,756 39 12쪽
31 재회(4) +2 23.06.01 2,745 37 12쪽
30 재회(3) 23.05.31 2,744 39 13쪽
29 재회(2) +3 23.05.30 2,742 40 10쪽
28 재회(1) 23.05.29 2,755 38 14쪽
27 설정 오류(7) +1 23.05.28 2,753 45 12쪽
26 설정 오류(6) +2 23.05.27 2,800 43 12쪽
25 설정 오류(5) 23.05.27 2,774 42 10쪽
24 설정 오류(4) +3 23.05.26 2,786 47 10쪽
23 설정 오류(3) +3 23.05.25 2,807 47 11쪽
22 설정 오류(2) +8 23.05.24 2,827 49 11쪽
21 설정 오류(1) +4 23.05.23 2,855 47 12쪽
20 천적(5) +4 23.05.22 2,847 50 12쪽
19 천적(4) 23.05.21 2,857 50 11쪽
18 천적(3) +2 23.05.20 2,944 52 11쪽
17 천적(2) +2 23.05.19 2,969 49 11쪽
16 천적(1) 23.05.18 3,027 49 11쪽
15 작가의 권한(5) 23.05.17 3,100 5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