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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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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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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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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오류(6)

DUMMY

<멸‧개‧법>,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계 멸망의 묵시록이 되어버린 나의 웹소설.

딱히 작가다운 재능이 있었다기보다는 먹고 살아야 해서 쓴 것이지만, 그래도 나름 잘 쓰려고 애썼다.

작중 설정도 신경 썼고.


하지만 개연성이랄지, 그런 점에서 허술한 데가 많긴 했다.

독자들은 귀신같이 알아본다.

어떨 때는 작가보다 독자가 소설을 더 잘 알 때가 있다.

지적받고 부랴부랴 고친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뭣 하러 이딴 얘길 주절거리냐고? 그야 1234번 임시 안전 구역의 설정상 구멍을 발견했으니까.


“제길.”


이건 명백히 내 실수였다.

그래도 그렇지.


“이걸 찾아내다니.”


소설 <멸‧개‧법>에서 메인 퀘스트 지역은 크게 안전 구역과 타락 구역으로 나뉜다.

안전 구역과 타락 구역을 나누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기는 하다.

세계가 멸망했는데 그런 구분 따위가 적용될 리 없으니까.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비교적 안전한 거점이 필요했다.

작중 인물들도 쉬어야 할 것 아닌가?

아무튼 임시 안전 구역에 들어서면 아래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야 한다.


<XXX가 ○번 안전 구역에 진입하였습니다.>

<○번 안전 구역은 최대 X시간 머물 수 있으며 체류시간을 어기면 XX를 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1234번 안전 구역에는 저 메시지가 빠져 있었다.

각성자에게 체류시간을 한정하지 않았으니 굳이 다음 퀘스트를 하러 이동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안전 구역이 늘 안전한 건 아니다.

몬스터는 그것을 끊임없이 본능적으로 파괴하려 한다.


하지만 이번에 뜬 서브 퀘스트는, 그 우발적인 침범 가능성마저 완전히 없앨 기회를 제공했다.

1234번 안전 구역의 생존자 수를 300명 이하로만 맞추면 마물이 침입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나의 실수로 ‘서브퀘스트:3일의 생존’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명하는 안내서가 돼버렸다.


“선지자인지, 선지인지, 그자가 내 이야기의 허점까지 정확히 파악했어.”


작가 커뮤니티에서 성좌라고 불리는 달피아 하드 독자들처럼.


“······하.”


정신 좀 차리라며,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흙먼지가 내 뺨을 사정없이 때리며 달아났다.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서브 퀘스트를 살펴보던 예민아가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할까요? 이 서브 퀘스트, 해요? 말아요?”

“수락해.”

“이다음에는요? 생존자 수를 줄여야 하니까 사람들 막 죽이러 다녀요?”

“아니.”


예민아가 부길마를 죽여 버렸으니 유인나와 개진산이 끌려간 곳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토굴에 불을 놓으면 토끼가 뛰쳐나오듯이, 길드 마스터가 직접 내 앞에 나타나게 만들면 된다.


“지금부터 난동을 부린다.”

“난동?”

“1234번 안전 구역에는 정식 경로 포탈이 4군데 있어. 여기 있던 놈들처럼 각성자 몇몇이 파티해서 추수하고 있을 거야. 그것들을 싸그리······.”

“죽이자고요?”

“어.”

“뭐야, 내가 한 말하고 똑같잖아요!”


빽, 신경질을 부린 예민아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다 죽여 버리겠어!”


그녀의 두 손에서 정전기가 파박, 튀었다.

저 급격한 감정변화.

화를 내며 살기를 내뿜다가 별안간 울더니 이제는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 아직도 인내력이 부족하다.


“너는 빠져.”

“네! 빠질게······, 예? 빠지라고요? 아저씨! 나, 애 아니에요! 사람 죽일 수 있거든요!”

“일단 은신해. 내가 신호할 때까진 절대로 은신 해제하지 마.”

“치.”


툴툴거리면서도 말은 잘 듣는 그녀였다.

예민아가 그것의 알을 뒤집어쓰고 은신하자 나는 안전 구역을 돌며 정식 경로 포탈을 찾아다녔다.






“어?”

“으아악!”

“커억.”


적들을 처리하는 건 쉬웠다.

기습을 당해본 적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패배를 경험해본 적 없는 자들이니,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만 심어주면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대신 한 명은 꼭 살렸다.


“10초 준다. 도망쳐라.”


이런 방식으로 6인 파티 세 그룹을 무너뜨렸다.


“아직 멀었나?”


이쯤이면 길드 마스터가 날 찾을 때도 되었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런가?”


1234번 안전 구역에서 지대가 제일 높은 장소로 이동했다.

12차선 규모의 오르막길을 광장으로 만들고 7층 높이의 거대 조형물을 세운 곳이었다.


어디서든 날 찾을 수 있도록 일부로 조각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웠다.

예상대로 잠시 뒤, 화염 법사가 방사하는 불길이 봉화 횃불처럼 곳곳에서 오르는 게 보였다.


“치밀하네, 길마 자식.”


담배 연기를 흩날리는데 은신해 있어야 할 예민아가 불쑥, 얼굴을 들이댔다.


“아저씨, 그거 맛있어요?”

“······은신 풀지 말랬지.”

“안 풀었거든요.”


하여튼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그녀였다.

되바라지게 따지는 입술에 손가락 꿀밤을 먹였다.


“악! 미쳤어요?”

“은신을 안 풀었다면서 요, 요, 입술은 왜 튀어나왔을까?”

“내 주둥이는요. 원래부터 빠방하거든요, 섹시하게! 글구요, 목 아래는 아직 투명하거든요.”

“목 아래만 감추면 그게 은신이야? 얼굴이 풍선처럼 떠 있는데?”

“풍선? 씨······.”


계속 신경질이나 부릴 줄 알았는데 그녀의 눈빛이 별안간 의뭉스레졌다.


“근데요, 아저씨.”

“자꾸 부르지 마라, 대답하기 귀찮다.”

“안 궁금해요?”

“뭐가?”


이렇게 되물었을 뿐인데, 예민아가 슬그머니 일어나 꼼지락거렸다.

안 그래도 헐렁한 목깃을 확, 끌어내리고는.


“짠!”

“······짠?”

“내가 방금 뭐했게요?”


빙긋, 웃으며 그녀가 날 바라봤다.

이마를 긁는 척하며 나는 눈을 가렸다.

······말해줘야 하나?

다 보인다고.


“민아야.”

“네!”


까불지 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시스템이 메시지를 보냈다.


<식량 3일치에 해당하는 포만감 버프가 곧 사라집니다.>


“배 안 고프냐?”


이럴 때를 대비해 상점에서 사둔 초코바를 예민아한테 내밀었다.

그녀는 생뚱맞다는 표정을 비쳤다.


“내가요, 초코바를 엄청 싫어하거든요. 것보다 맞춰 보라니깐. 내가 뭐하고 있게요?”

“후회할 건데? 이거 몇 개 없어. 나중에는 달라고 해도 안 준다.”

“배 안 고프다고요! 치사하게 협박은.”


그녀가 혀를 내밀었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이야 배고프지 않겠지.”


튜토리얼 지역을 벗어나면서 보상으로 얻은 포만감 버프가 아직 떠 있으니.

성인 남성 기준, 식량 3일치 포만감 버프니까, 작은 체구인 그녀에게는 하루쯤 더 유지될 수도.


하지만 저 포만감 버프가 사라지면 그 즉시 굶주림이 극심해진다.

아사할 것 같은 공포심에 닥치는 대로 먹으려 들 것이다.

······바퀴벌레든, 구더기든.


“여길 빠져나가면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냐?”

“뭔데요?”

“식량. 그러니까 잔말 말고 먹어.”

“살찌거든요!”


짜증 내던 그녀도 마지못해 초코바를 입에 물었다.


“치, 내가 낸 문제는 언제 맞출 거냐고요. 이러다 티 다 늘어나겠네.”


그때였다. 조형물 기단 앞에서 빛이 솟구쳤다.

새하얀 빛이 원을 그리며 커지더니 단숨에 공간을 잘라내고 구멍을 뚫었다.

······왔구나.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히죽거리는 그녈 투명한 알 속에 콱, 집어넣었다.


“은신해, 고개 박으라고, 어서!”

“악, 아프잖아요. 박긴 뭘 박아? 내 대가리가 못대가리인 줄 알아요?”

“적이다.”

“네? 하필!”


불만스레 그녀가 은신하는 사이, 적이 포탈 밖으로 나왔다.

하나, 둘······, 열 명이라.

담배 끄트머릴 튕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올게, 꼼짝 말고 여기 있어.”


7층 높이의 조형물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난 거야? 지루해서 죽을 뻔했잖아.”


인사말 대신 가벼이 농을 건넨 건데 그들은 표정은 더욱 딱딱해졌다.

제일 우락부락하게 생긴 놈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2미터짜리 대검을 어깨에 메고 건들거리며 오는 폼새가 딱 전사.

저만한 검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건, 근력이 최소 나 정도는 된다는 뜻이었다.


“너냐, 우리 애들 잡아먹은 게?”

“그거 안 무겁냐? 대검 말야, 1톤은 될 것 같은데?”

“하, 새끼. 웃긴 놈이네? 곧 죽을 놈이 궁금한 게 많구나.”

“저걸 들 만한 근력을 만들려면, 사람을 꽤 많이 죽여야 할 텐데. 아니냐?”

“아, 많이 잡아먹었지. 맛있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맛있었다? 말버릇이 잔인하네?”


그러자 대검 전사가 어이없다는 투로 큭, 비웃었다.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나한테 찾아온 추수대원이 세 명인데 말이다. 하나같이 팔이 잘렸어, 잔인하게. 그걸 보고 딱 알았지. 네놈이 나와 같은 부류라는 걸.”

“같은 부류?”

“사람 찢고 갈아버리고 죽이는 재미가 쏠쏠하지, 안 그러냐?”


허연 이빨까지 내보이며 그가 실실 쪼갰다.

······미쳐가고 있구나.

하긴, 세계가 멀쩡하던 시절에도 조금은 미쳐야 살아남곤 했으니까.

지금이야 뭐 말할 것도 없겠지.


“네가 마스터냐?”

“딱 봐도 내가 젤 세보이지 않냐? 그래, 내가 1234 길드의 마스터다.”


쇳소리 섞인 대답을 흘려들으며 나는 그의 어깨 너머를 응시했다.

대검 전사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나······, 저 진형.

길드 마스터는 내 앞에 있는데, 정작 친위대가 겹겹이 막고 있는 건 제일 뒤편의 작은 남자였다.


‘······사제라서? 뭐, 확인해보면 알겠지. 누가 길드 마스터인지.’


다시 시선을 옮겨 대검 전사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가 질문했다.


“곰 한 마리하고 여자를 찾고 있다고? 걔들은 왜 찾냐?”

“네가 알 것 없잖아. 내 요구 사항은 간단해. 그들을 내 앞으로 데려와라. 그러면 여길 떠나겠다.”

“이야, 골 때리는 놈이네.”


대검 손잡이를 꽉 움켜쥐며 그가 재차 물었다.


“남한테 피해를 줬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어? 너 때문에 우리 추수대가 궤멸했어. 걔들 키우는 데 코인이 얼마나 든 줄 알아?”


침을 탁 뱉으며 대검 전사가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대검을 쓰는 전사가 스스로 거리를 좁히다니.

나를 우습게 보는 건가?


“꿇어, 아니면 여자를 죽이겠다.”

“이제 와서? 그럼, 여태는 왜 안 죽였냐?”

“어?”

“죽이려면 진작 죽였겠지? 안 그래? 솔직히 말해봐. 안 죽인 게 아니라 못 죽인 거지? 이유가 뭐냐?”


대검 전사가 뻥진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헤매는 그의 동공이 순간순간 멈춰 섰다.


대충 감이 왔다.

진짜 길드 마스터한테 귓속말을 보내고 있구나.

이젠 어쩔 거냐면서.


“병든 검.”


부러진 검이 내 손아귀에 쥐어졌다.

대검 전사가 딴짓하는 지금이야말로 기습할 타이밍.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겁 없이 들어온 그의 목을 단숨에 그어버렸다.


슥!


대검을 어깨에 메고 있던 전사의 목에서 머리가 떨어졌다.

그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발로 차서, 진짜 길드 마스터로 보이는 남자 쪽으로 날렸다.


“시체 폭발!”


그의 눈이 커다래지는 찰나, 폭발음이 허공을 찢었다.


쾅!


보호막을 먼저 벗길 필요가 있었는데, 시체 폭발 충격으로 보호막이 완벽히 증발했다.


“벗겼다!”


지면을 박찼다.

방패 전사 셋이 앞을 가로막았으나 뛰어넘으면 그만.

그들의 어깨를 타고 넘어간 나는 지체없이 남자의 옆구리에 병든 검을 박았다.


“컥!”


그가 피를 토했고, 나는 병든 검을 박아둔 채로 녀석의 목을 휘어 감았다.

사방에서 이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스터!”

“길마님!”


역시.


“어이, 길드 마스터. 아닌 척한다고 모를 줄 알았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곰사냥꾼
    작성일
    23.05.28 12:58
    No. 1

    예민아 캐릭터 방향성 조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발암은 간신히 면하게 됐는데 대사 티키타카가 재미도 없고 그냥 양만 늘리는 느낌이 들어요. 티키타카 하면서 글 디테일이 느껴지게 하거나 말괄양이를 원하신 것 같은데 정신이상으로 보이니 말수를 조금 줄이고 정제된 표현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결국 작가님이 끌어가는 거지만 예민아라는 캐릭터의 이후가 궁금하지 않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글방개
    작성일
    23.06.02 18:07
    No. 2

    충고 감사합니다. 열심히 수정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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