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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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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663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6.09 22:05
조회
2,634
추천
26
글자
12쪽

포식(7)

DUMMY

지도를 더블클릭했다.

차라락, 책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13번 편의점 구역의 상세 전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13번 편의점 구역>


- 소유자: 빨간색 그룹

- 점령 시간: 91시간

- 전투 횟수: 32회


“······하.”


저 상세 전황 정보에 따르면, 빨간색 그룹은 13번 편의점 구역을 4일 넘게 점령했다.

그 사이 무려 32회의 전투를 치렀고 한 번도 13번 편의점을 뺏기지 않았다.

32전 32승.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하지만 더 이상한 건······.


“빨간색 그룹은 왜 13번만 점령했을까?”


32번의 전투에서 승리할 실력이라면 진작에 세 개의 편의점을 점거하고 퀘스트를 클리어했어야 했다.

이강한이 쉽게 지지 않을 남자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모종의 불안이 유인나를 찾아왔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봅니까? 유인나 씨.”


개진산의 큰 덩치가 해를 가리며 그녀에게 불곰 모양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재미난 거라도 있습니까?”

“아, 아녜요. 그냥 이상해서요.”

“뭐가 이상하단 겁니까?”

“이거요.”


유인나는 13번 편의점을 가리켰다.


“이 빨간색 그룹요, 왜 여기에만 있는 걸까요? 세 개의 거점을 점거해야 하는데, 여기서 떠나질 않아요.”


그녀의 물음에 개진산은 털썩, 주저앉아서 옆구리를 벅벅 긁었다.

적갈색 털이 풀풀 날렸다.


“뭐,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라고요? 이걸 보세요. 상세 전황을 살펴보면요, 빨간색 그룹이 4일이나······.”

“네, 서른두 번의 전투에서 승리했죠.”


개진산은 말을 하다 말고 유인나한테 등을 내밀었다.


“미안하지만 옆구리 좀 긁어주겠습니까? 손이 이래가.”


목뒤가 간지러워 죽겠는데 앞발이 닿지 않는다며, 하소연하는 그였다.

하는 수 없이 유인나가 가려운 데를 긁어주자 개진산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거 다 알고 있습니다, 강한이도요.”

“네?”


유인나의 반문에도 아랑곳없이 개진산은 더 벅벅 긁어달라고 요청했다.

털이 빽빽하게 돋은 데다 가죽이 두꺼워서 살살 긁어서는 간지럼이 사라지지 않는다나.


“나도 사실은 좀 이상했거든요. 그래서 강한이한테 물어봤었죠. 저 빨간색 그룹의 실력이면 이번 퀘스트는 금방 깰 텐데, 저러고 있는 이유가 뭐냐?”

“강한 씨가 뭐라고 말했어요?”

“코인 자판기를 돌리고 있다더군요.”

“자판기?”

“네. 추수라던가? 하여튼 그렇답니다.”


개진산이 푸드득, 몸을 털었다.


“마물은 잡아봐야 1코인을 줍니다. 그런데 각성자는 최소 3코인이에요. 더 주기도 하죠. 그래서 저 빨간색 그룹이 필수 점령 지역에 머물며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다, 이 말입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유인나의 팔뚝에서 소름이 파르르, 돋았다.

그러니까 개진산, 아니 이강한의 말뜻은 저 빨간색 그룹이 이 부근에서 가장 강하다는 건데.


“그걸 알면서 혼자 저길 간 거예요? 강한 씨가?”

“그런 셈이죠.”


뻥 진 표정을 짓는 유인나를 뒤로 한 채 개진산은, 예민아를 불렀다.


“야, 여기 좀 긁어.”

“뭐래? 인나 언니가 방금 긁어줬잖아요.”

“긁는 건 네가 더 나아.”

“내가 뭐 효자손인 줄 알아요?”

“내 팔이 짧아서 그래. 간지러워 미치겠는데 어쩌냐, 어? 좀 긁어주라.”

“하, 곰 아저씨. 바보세요? 앞발로 긁으니까 그렇죠. 생각을 좀 해보라고요. 집에서 개 안 키워봤어요?”


예민아가 혀를 찼고 개진산은 어이가 없어졌다.


“개?”

“네, 멍멍이요. 멍멍이가 앞발로 긁는 거 봤어요? 다 뒷발로 긁잖아요. 그러니까 곰 아저씨도 뒷발로 긁어요. 사람도 아니면서 왜 사람처럼 굴어?”

“······뒷발?”


개진산은 자신의 앞발과 뒷발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 팔이 아니라 그러니까 다리로, 긁어보라고?”


생각지도 못한 해법이어서 반신반의하다가 슬그머니 뒷발로 목뒤를 긁어보았다.

와, 신세계였다.

하지만 탈탈탈 소리 나게 긁다 보니 제기랄, 진짜 짐승이 돼버린 것 같은 거였다.

요샛말로 현타가 온 그때였다.


“진산 씨!”


유인나가 비명을 질렀다.

트랩 박을 위치를 계산하던 예민아가 그 소리에 놀라 급히 달려갔다.


“왜 그래요, 언니!”

“강한 씨가!”

“예? 아저씨가 왜요! 뭔 일 생겼어요?”


뺏다시피 지도를 낚아챈 예민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13번 편의점으로 새까맣게 몰려간 점들이 그야말로 전멸 수준으로 사라졌다.

삭제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류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사람 말린고기 9, 370코인······.>


<서○○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사람 말린고기 1, 305코인······.>


<김○○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사람 말린고기 3, 317코인······.>


개진산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강한이 진다고?

처발린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이렇게 처참하게 패배한다고?


“그럴 리가.”


어안이 벙벙해진 개진산의 등으로 누군가가 올라탔다.

어금니를 악문 유인나였다.


“진산 씨, 달려요. 어서!”

“어, 어쩌려고?”

“강한 씨한테 가야죠.”

“여기는!”

“······7번 편의점은 포기합니다. 강한 씨를 구하는 게 먼저예요!”


예민아도 그의 등에 올라탔다.


“뭐해요! 우리 아저씨 죽게 놔둘 거예요!”






“아아악!”

“컥!”

“이런 씨부랄! 이 새끼들이!”

“마스터, 마스터! 거기서 뭐 하십니까! 우리를 구원, 악!”


나를 따라 13번 편의점 결계 안으로 들어온 1234 길드원이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적의 수는 고작해야 스무 명 남짓하였으나 그들의 실력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60명 가까이 되던 길드원의 수가 급감했다.


지옥이었다.

여러 번 격전을 치른 곳답게 땅은 사람의 피로 질척였고, 신음이 바람 소리보다 거세게 울려 퍼졌다.


죽은 자의 몸뚱이가 곳곳에 널렸다.

마치 겨울 산의 낙엽처럼 말이다.


“겨우 이 정도냐, 멍청한 놈.”


피가 난무하는 속에서 단검을 거꾸로 쥔 적이 내게 다가왔다.

실실 쪼개며 그는 혀로 칼날을 핥았다.

시퍼런 빛이 감도는 걸 보아하니, 독이 발려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독을 얻었네?”

“아, 13번 편의점 구역의 축복이지. 아마 이 구역에선 최고의 축복 중 하나일걸?”


허연 이빨까지 드러내며 그가 비웃었다.


“솔직히, 응? 빨·주·파 그룹은 좀 다를 줄 알았거든.”

“우릴 지켜보고 있었나?”

“아, 물론이지. 7번 편의점을 격파했잖아. 그것도 10분 만에.”


이 와중에도 길드원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독 때문이었다.

저들의 무기에 살짝만 스쳐도, 무기뿐 아니라 스킬에도 독이 묻어 있는지 조금만 다쳐도 다들 개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우리가 13번 편의점 구역에 진을 친 게 벌써 4일째다. 그동안 7번 편의점은 파·노·녹 색깔에서 바뀐 적이 없어. 우리도 한 번 가봤는데, 이야. 지독하더구만. 트랩을 얼마나 깔았는지.”

“그랬냐?”

“거길 너희가 10분 만에 점거했거든. 8번도 20분 만에 가져갔고. 그래서 긴장 좀 탔는데 말이지, 이렇게 싱거울 줄은 몰랐네?”


<김○○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이○○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박○○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5분 만에 50명이 죽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변명할 수 없는 졸전이었고.

하지만 나는 1234 길드원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길드 창고에 쌓이는 코인을.


<길드 창고: 1만 6천 7백 코인>

<길드 창고: 1만 7천 1백 코인>

<길드 창고: 1만 7천 9백 코인>


사망한 길드원한테서 환수되는 코인이 실시간으로 적립되고 있었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내게 달려들려고 공격 자세를 취하던 적이, 어이없어하면서 멈춰 섰다.

팽팽하게 당겨둔 근육을 탁, 풀어버리며 그는 칼 밑동으로 제 뒤통수를 긁었다.


“웃긴 놈이네, 이거.”

“뭐가?”

“60명이나 끌고 온 건 네가 처음이거든. 그런데 싹 죽었네? 이제 너도 죽을 거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니, 어쩌라는 게 아니라······.”


그의 눈깔이 경멸감에 휩싸여 희번덕거렸다.


“네 표정이 엿 같아서 말이지. 너 같은 놈은 처음 보거든.”

“응?”

“웃고 있잖아, 씨발. 네 편은 다 죽었는데, 너도 곧 죽을 건데 왜 쪼개고 지랄이야? 좋냐, 어?”


그의 물음에 나는 큭, 쇳소리 같은 미소를 내보였다.


“하, 그랬나?”


속마음을 숨기려고 눈에 힘도 주고 그랬는데, 좋아하는 티가 다 났구나.

저 녀석 말대로 모종의 희열이 찾아온 건 사실이다.

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이 자식이, 또 쪼개네? 넌 곱게 죽으면 안 되겠다.”


그때였다. 적의 단검이 순식간에 내 허벅지로 치달았다.

숨 차는 기색 하나 없이 막기 어려운 데만 골라 치고 들어오는 게 만만한 놈은 아니었다.

캉캉!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났다.


“네 편이 죽었어! 너를 따르던 자들이 다 썰렸다고! 그런데 웃어? 웃냐고!”


적의 단검이 내 왼쪽 눈을 노렸다.

쉭, 바람을 가르며 들어오는 칼을 가벼이 피하고는 그의 가슴을 발로 찼다.

적이 나뒹굴었고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너, 아직 사람이구나?”

“뭐?”

“죽이기가 싫어졌다. 살 기회를 줄 테니 딴 데로 가.”

“······지랄.”


흙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적이 모습을 감췄다.

휙, 잔상만을 남긴 채 사라졌던 그의 기척이 다시 나타난 건 내 등 뒤에서였다.

간발의 차이로 적의 일격을 막았으나 칼끝이 스치는 것만은 피하지 못했다.

내 뺨에서 피가 튀었고, 저 앞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햐, 개자식, 실력 하나는 죽이네. 근데 어쩌냐? 급소는 피했다 해도 내 칼에 베인 이상 결과는 똑같아. 이 독에 중독돼서 산 놈은 못 봤거든.”


다소 고까운 투이기는 해도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독이 삽시간에 퍼졌고 온몸이 뜨거워졌다.


“어때? 죽어가는 기분이? 어? 씨발, 지금도 웃음이 나냐?”


눈앞이 핑 돌아서 비틀거렸는데, 때마침 1234 길드원 중 마지막 생존자가 죽었다는 소식이 메시지로 떴다.


<박○○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이제 남은 길드원은 이강한, 유인나, 개진산, 예민아 등 4명입니다.>

<길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5명이 필요합니다.>

<길드가 자동 해체됩니다.>

<길드 창고 내 물품과 코인은 길드 마스터 권한을 가진 이강한에게 모두 이전됩니다.>


“하, 드디어.”


이로써 나의 계획이 완성되었으니, 13번 편의점을 먹을 때가 왔다.

쓰읍,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독 때문인지, 혈관 속의 적혈구가 펄쩍펄쩍 날뛰는 게 느껴졌다.

핏줄이 부풀면서 근육이 팍, 팽창했다.


<길드 창고 내 코인 이전을 시작합니다.>

<1만 8천 9백 코인이 당신에게 이전되었습니다.>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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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포식(8) +2 23.06.10 2,589 28 12쪽
» 포식(7) 23.06.09 2,635 26 12쪽
38 포식(6) +2 23.06.08 2,647 33 12쪽
37 포식(5) 23.06.07 2,715 30 12쪽
36 포식(4) 23.06.06 2,708 30 12쪽
35 포식(3) 23.06.05 2,691 33 12쪽
34 포식(2) 23.06.04 2,687 33 12쪽
33 포식(1) 23.06.03 2,730 37 12쪽
32 재회(5) +3 23.06.02 2,762 39 12쪽
31 재회(4) +2 23.06.01 2,751 37 12쪽
30 재회(3) 23.05.31 2,750 39 13쪽
29 재회(2) +3 23.05.30 2,747 40 10쪽
28 재회(1) 23.05.29 2,763 38 14쪽
27 설정 오류(7) +1 23.05.28 2,762 45 12쪽
26 설정 오류(6) +2 23.05.27 2,808 43 12쪽
25 설정 오류(5) 23.05.27 2,781 42 10쪽
24 설정 오류(4) +3 23.05.26 2,795 47 10쪽
23 설정 오류(3) +3 23.05.25 2,815 47 11쪽
22 설정 오류(2) +8 23.05.24 2,834 49 11쪽
21 설정 오류(1) +4 23.05.23 2,863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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