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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344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9 08:01
조회
2,972
추천
49
글자
11쪽

천적(2)

DUMMY

순간, 떠올리기만 해도 진저리나는 이름을 뱉어버렸다.


“김오류.”


소설 <멸‧개‧법>의 주인공이지만 고대의 마물보다 더 위험한 자.

멸망한 인류의 구원자였으나 그건 내가 쓴 소설에서나 그렇고.


묵시록 <멸‧개‧법>.

그러니까 세계가 끝장난 후 인류가 실제로 맞닥뜨리는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는 글쎄, 아직도 적절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 생에서 깨달은 건, 소설 <멸‧개‧법>과 묵시록 <멸‧개‧법>이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다르다는 것.

소설이 미완결에 가깝게 끝난 탓인지 종종 특이점이 발생해 원래 이야기를 비틀고 현실을 재창조한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현재로선 이것 하나만 유념하면 된다.


“김오류, 그 자식보다 더 강해진다.”


어금니를 악물었다.

두개골이 흔들리도록.


“골고딘, 시작해!”


계획대로 그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4미터가 넘는 낫질은 갈수록 빨라졌으며 난도질당한 슬라임은 순식간에 세 배, 네 배, 늘어났다.


― 뺘, 빠라.

― 뿌.

― 뿌라, 빠라, 빼, 뽀로롱.

― 빽, 뿌뿡뿌뿌아.


<작가의 권한 Lv.1: 알아들을 수 없는 말입니다.>

<작가의 권한 Lv.1: 번역을 시도합니다.>

<작가의 권한 Lv.1: 지금부터 슬라임의 고유 언어가 한국어로 바뀌어 들립니다.>

<작가의 권한 Lv.1: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약간의 의역이 포함되었습니다.>


― 나, 쪼개짐.

― 하나, 둘, 어······, 존나 많음. 개꿀.

― 해골 시러, 퉤퉤. 수컷 냄새 나.

― 언능 먹자, 배고파.


골고딘의 낫질 때문에 자신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슬라임 떼는 아주 신이 났다.

아메바 같은 단세포 마물답게 전투가 시작되었는데도 바글바글 떠들어댔다.


하지만 저 귀여운 외형과 초딩스러운 말투에 속으면 안 된다.

저것들의 본질은 악.


― 먹자.


제일 큰 슬라임이 튀어 올랐다.

그걸 신호 삼아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로 불어난 슬라임 떼가 일시에 달려들었다.

태풍 맞은 해일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우릴 집어삼켰다.


“꺅!”


커다란 젤리 속에 파묻혀 예민아가 비명을 질렀으나 몸부림은 이내 그쳤다.

다섯 발의 뼈창이 내 주변에서 돋아나는 걸 본 그녀한테서 안도의 눈빛이 비쳤다.


쓕.

빠지직.


뼈창이 돋아나자 빙결현상이 나타났다.

뼈창에 찔린 슬라임 군체는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굳어버렸고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스스로 깨졌다.

이다음부터는 정말 쉬웠다.


쩍!

쩌억, 쩍!


뼈창이 두른 건, 고작 1레벨짜리 빙결 패시브 마법에 불과했으나 그들에게는 거의 쥐약이었다.

창끝에 스치기만 해도 슬라임의 표면엔 살얼음이 끼었고 빙결 현상은 급성 돌림병같이 번졌다.

다수의 슬라임이 다량의 코인으로 수확되었다.


<최하급 마물 슬라임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1코인을 지급합니다.>

<최하급 마물 슬라임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1코인을 지급합니다.>

<최하급 마물 슬라임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1코인을 지급합니다.>


포탈지기의 위장벽을 거슬러 오른 지 20분 만에 892코인이 모였다

아쉬운 건, 목표에 가까워진 만큼 슬라임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


“쳇.”


좀 있으면 출구가 나올 텐데, 겨우 이것밖에 안 되나?

이 잡듯이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 더 찾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시간을 그만큼 허비해야 한다.

메인 퀘스트 진행을 더 늦출 수는 없는데······.


“어딜 도망가!”


단 한 놈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뼈창을 소환하여 쏘고, 시폭으로 터트려 한기를 흩뿌렸다.


― 튀튀!

― 튀튀?

― 튀.

― 존나 튀! 여왕! 여왕!

― 오예, 여왕.


와글와글 떠드는 통에 번역을 했는데도 뭔 소리인지 알아듣기 어려웠으나 하나는 확실히 들었다.

······여왕이 나타났다.

어쩐지.

독 냄새가 비릿하게 풍겨오더라니, 독 웅덩이가 끓고 있구나.


“운이 좋은데?”


슬라임의 여왕은 D급 정예 마물, 처치 보상으로 최소 30코인은 줄 것이다.

보스몹이니만큼 코인 말고도 기타 잡템을 뱉을 테고 그걸 상점에 내다 팔면 100코인은 더 번다.

그러면 애초의 목표치인 천 코인은 달성하고도 남을 터.


“천 코인이면······.”


<멸‧개‧법>의 설정상, 각 능력치가 300점에 이르기 전까지는 1스탯 당 10코인의 비용이 든다.

그 말인즉슨 단 며칠 만에 무려 100스탯 이상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세계가 멸망한 지 4일쯤 지난 지금, 다른 각성자들은 끽해야 200코인 정도 모았을까?

그러니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그들의 5배 이상 강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골고딘, 멈춰!”


이쯤에서 재정비를 할 셈이었다.

상태창을 열어 근력과 생명력을 확인했다.


“근력 63에 생명력 57이라.”


800코인만 쓰면 근력, 생명력 전부 깔끔하게 100으로 맞출 수 있다.

우선 370코인을 사용하여 근력에 37을 투자했다.


<근력 수치가 100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물리 공격을 기반으로 하는 스킬의 위력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뼈창과 시체폭발이 Lv.1에서 Lv.2로 상승하였습니다.>


“좋은데?”


확실히 성기사와는 시스템이 달랐다.

성기사의 경우, 스킬 레벨을 올리려면 신성력에 투자해야 했는데, 네크로맨서는 근력으로도 키운다라.

하긴 스킬 자체가 무거우니.


“힘을 줘볼까?”


근육이 오븐 속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면서 더욱 잘게 쪼개졌으며 고무처럼 탄탄해졌다.

자갈도 단숨에 바스러뜨릴 힘이 두 손아귀에서 솟구쳤다.

발을 내딛는 감각마저 사뭇 달라졌다.

용수철을 팽팽하게 당겨놓은 그런 기분이었다.


근력이 100이면 성인 남성의 10배.

이 정도면 야생의 범과도 1:1로 싸울 수 있었다.

최상위 포식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다음은 생명력.”


430코인을 소모하여 생명력에 43을 투자했다.


<생명력 수치가 100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생명력 수치 상승은 근력 상승과 달리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았다.

다만 피 회복 속도가 2배 가까이 증가한 덕분인지 피로도가 급격히 해소되었고 뭔가 상쾌했다.

위액 여왕을 잡을 준비를 끝낸 나는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알려주려고 예민아를 불러 세웠다.


“잘 들어, 예민아. 저 앞에 독 웅덩이가 있다. 초대형 슬라임이 나타날 건데, 그건 별거 아냐. 진짜 적은 독이다. 상점에서 독 해제 스크롤을 사 줄 테니······.”


하지만 예민아는 오들오들 떠느라 내 얘길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옷도 거의 녹아버린 데다 사방이 한기로 꽉 차서인지, 냉동고에 갇힌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추워? 바보냐? 마력갑을 쓰면 되잖아.”

“바······보? 이보세요, 악덕 아저씨! 추워죽겠는데 마력갑을 쓰면, 뭐가 달라져요? 마력갑은요, 마법 공격이나 물리 공격을 막아주는 거라고요. 춥다고 내 몸을 데워주는 게 아니라요!”


달달 떨면서도 말대꾸는 수준급.

딴은 지기 싫어하는 성격만큼 탁월한 재능은 없으니.


“네가 느끼는 추위, 그거 빙결 마법 때문에 생긴 현상이잖아. 당연히 마력갑을 쓰면······.”


더 설명해주려다 말았다.

추워 죽겠다는 여자애 앞에서 훈수나 두려니 꼰대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상점.”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상점 사용을 허가합니다.>

<상점은 매일 2회 사용 가능하며 1회당 무료 이용 가능 시간은 3분입니다.>

<3분 이후부터는 유료이며 사용자가 소유한 코인이 일정 비율로 자동 차감됩니다.>


“마법사 전용 갑옷.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


입력한 명령어에 맞춰 상품 목록이 순서대로 떴다.

제일 싼 게 10코인짜리 거적때기.

외형은 말 그대로 누더기를 기운 헝겊 보자기같이 생겼으나 용의 입김이 어려 방한에 탁월한 기능성 갑옷이었다.


“거적때기 구입.”


그러자 흙탕물에 빠진 걸 간신히 건져낸 것 같은 숄이 손바닥에 나타났다.

그 네모진 천을 예민아한테 던져줬다.


“덮어.”


뜻밖의 선물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게 뭐예요?”

“보면 몰라? 천이잖아.”

“내 말은요, 이걸 왜 주냐고요.”

“춥다며. 대충 걸쳤다가 여길 빠져나가면 버려. 되팔던가.”


예민아가 잇새로 치, 불만스런 바람 소릴 내었으나 못 들은 척 상점에서 독 해제 스크롤을 샀다.


“이것도 가져가.”

“······스크롤?”

“아까도 말했지? 진짜 적은 독이야. 중독되면 이 스킬을 써. 해제 1회당 3분 정도는 버틸 거다. 8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거니까 아끼지 말고 어지럽다 싶으면 바로 써.”

“칫.”


얘길 듣던 예민아의 입매가 못생겨졌다.


“그러니까 아저씨 말은, 나더러 해제 셔틀이나 하란 거예요? 놀고먹는 게 꼴 보기 싫으니까 밥값은 해라, 이 말이죠? 싫거든요! 정 필요하면 직접 하시지, 왜? 나도요, 열라 바쁘거든요!”

“······하.”


이마가 지끈거려서 잠시 짚었다 놓았다.

어려서 그런가.

목까지 빨개져서는 저리 대들 일인가, 싶기도 하고.


“나는 해제할 필요 없어.”

“네?”

“너나 지키라고.”


이랬더니 더 빨개지는 그녀였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긴 했으나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잊지 마. 초대형 슬라임이 튀어나오면 너도 한 번은 공격해야 해. 그래야 보상받는다.”


무언가 질문이 있어 보이는 그녀였으나 나는 돌아섰다.

이제 독 웅덩이로 가서 위액 여왕만 물리치면 된다.

그러면 이곳으로 들어온 목적 달성.


“마음 단단히 먹어, 방심하면 독에 당한다.”


연습 삼아 해제 스킬을 써보는 그녈 잡아끌며 3분 정도를 걸었다.

무리에서 뒤처진 슬라임이 한두 마리쯤은 있을 법도 한데 하나도 안 보였다.

대신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산성을 띤 연기가 점점 자욱해졌다.


“거의 다 왔어.”


늪지대에 들어선 것처럼 발이 푹푹 파이는 그때였다.


<작가의 권한 Lv.1: 적의 살기를 감지했습니다.>


연기 때문에 흐려진 시야가 다시금 밝아지며 전방이 또렷해졌다.

유달리 녹색으로 빛나는 웅덩이가 있었다.

점액질의 거품이 툭 튀어나왔다가 터지는 걸 보니, 독 웅덩이인 게 분명한데······.


“여왕은 어디 갔어?”


<작가의 권한 Lv.1: 숨은 적을 발견했습니다.>


새빨간 화살표가 웅덩이 바로 위에 떴다.

여왕이 물속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걸 맵핵이 알려주자마자 나는 지체없이 움직였다.


“뼈창!”


내 손짓에 따라 레벨업된 뼈창 두 발이 웅덩이로 날아갔다.

퍽, 퍽, 소리 내며 창이 꽂히자 한겨울의 찬 기운이 수면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숨지 말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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