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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151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8 08:08
조회
3,026
추천
49
글자
11쪽

천적(1)

DUMMY

“인벤토리.”


상점에서 사둔 1회용 빙결 마법 스크롤을 꺼냈다.


“스크롤 사용.”


그러자 입김마저 차갑게 얼어붙게 할 동짓달의 한기가 온몸에서 돋았다.


<패시브 스킬:빙결 Lv.1 마법 스크롤을 사용하였습니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빙결 마법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이 마법은 8시간 동안 작동하며 이후에는 사라집니다.>


전투 준비를 마치고 포탈지기의 위 입구에 속하는 개천으로 뛰어드려는 차였다.

예민아가 어깰 잡았다.


“아저씨.”

“어?”

“방금 그거 뭐예요? 번쩍 하던데?”

“빙결 스크롤.”


내 대답에 그녀가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요? 내 건 없어요?”

“당연한 걸 왜 물어?”

“흥!”


실망한 예민아가 콧김을 팍, 뿜었다.


“치사해. 나도 필요 없거든요! 비켜요! 저 똥물이 뭐가 무섭다고 지 혼자서······. 비키라고요!”


나는 길을 막지도 않았는데 괜히 심술을 부리더니 냅다 냇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앗, 차가. 냄새는 왜 또 이래? 어우, 짱나.”


코를 쥐고 진저리치는 그녀의 눈앞으로 포탈지기의 위액이 하나둘, 튀어 올랐다.

먹잇감을 위협하는 제스처였는데 예민아한테는 장난스럽게 보인 모양이었다.


“어머! 귀여워! 아저씨, 얘들 뭐예요?”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젤리가 가슴으로 올라타자 그녀가 까르르, 웃었다.

유리창에 달라붙은 빗방울 같다며.

작은 건 주먹만 하고 큰 건 성인 머리만 했는데, 몸집이 작은 걸 보아하니 정찰조가 틀림없었다.


“정찰이라.”


그렇다는 건 제법 규모를 갖춘 군락지가 이 근처에 있다는 뜻.

게다가 저 색깔.

투명하면서도 언뜻 분홍빛을 띤 걸 보아하니, 분명 혼인색이었다.

······번식기에 들었어.


“흠, 곤란하네.”


뒤통수를 긁적이는데 예민아가 말을 걸어왔다.


“이거 슬라임이죠?“

“어? 어.”

“겨우 얘들 때문에 빙결인지 뭔지 하는 스크롤을 쓴 거예요?”

“······그런 셈이지.”

“왜? 뭐가 무서워서?”


귀엽기만 한 걸 가지고 뭔 걱정이냐며, 예민아는 정수리에 올라탄 슬라임 한 마리를 잡아챘다.

아니, 잡아채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헛손질만 할 뿐, 슬라임을 떼어내기는커녕 제대로 붙잡지도 못했다.

그럴수록 더 힘주어 잡는 바람에 그녀의 손아귀는 허망하게 슬라임을 통과했다.


“이거 왜 이래? 미끄럽나? 아저씨! 슬라임이 내 머리 위에 앉아있는 건 맞죠?”

“착, 붙어있지.”

“근데 왜 안 잡혀? 쥐어지지가 않아요.”


다소 당황한 그녀에게 곧장 대답해주는 대신 나는 물이 흘러오는 수원 쪽을 바라봤다.

냇물의 물결이라고 보기 어려운 파문이 몽실몽실 밀려오는 게 보였다.

먹잇감을 포착한 슬라임 떼가 몰려오는 것일 테지.


하필 번식기에 들었으니 위액의 산성도가 더욱 강해졌을 터.

지금 슬라임한테 잡아먹히면 소형은 10분, 대형한테는 5분 안에 녹는다.

뼈조차 남지 않을 거야.


“예민아.”

“왜요!”

“너는 물을 쥘 수 있나?”

“에이, 바보세요? 사람이 물을 어떻게 쥐어요. 다 빠져나가지.”

“슬라임도 그래.”

“······네?”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나는 뼈창을 소환했다.

빙결 속성이 부여된 창끝이 파르스름 빛났다.

뼈창 주변이 급랭하면서 쩍쩍 얼어붙는 소리가 났고 간간히 하얀 눈가루가 날렸다.

그걸 꽉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슬라임은 액체야. 점도가 있을 뿐이지 속성은 물과 다르지 않아.”

“그래서요?”

“힘주어 잡으려할수록 슬라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두 손으로 물을 뜨듯이 해야 잡혀.”

“아!”


조언해준 대로 예민아가 행동했다.

최대한 힘을 빼서 정수리로 손을 뻗었다.

아까와 달리 슬라임은 손쉽게 잡혔다.


“어머! 진짜 되네? 이야, 아저씨. 그런 건 어떻게 알았대요?”


예민아는 슬라임을 두 손바닥에 올려놓고 재밌어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커다란 푸딩을 가지고 노는 애처럼 말이다.

모난 돌 같던 뺨이 발그레해져서는 둥글하니, 스무 살에 어울리는 미소가 어렸다고 할까?


다른 때 같았으면 빈 말이라도 좋게 해줄 법 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저건 철이 없어도 한참 없는 행동이었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조차 함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게 <멸‧개‧법>의 세계인데.


“꺄, 이것 봐요. 아저씨. 넘 귀엽죠? 탱글탱글해. 나, 이거 키워도 될까요? 슬라임은 뭘 먹고 살지? 제가요, 있잖아요. 어렸을 때······.”


멋쩍게도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잠시였다.

이 세계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일이 벌어졌다.


퍽!


가벼이 출렁이며 두 손바닥에 고여 있던 슬라임이 별안간 예민아한테 달려들었다.

작달막한 어항을 뒤집어쓴 꼴로 그녀가 날 쳐다봤다.


“아, 아저씨!”


깜짝 놀라서 소리쳤으나 그녀의 외침은 슬라임의 뱃속에서 공기방울로 화했다가 사라졌다.

숨이 쉬어지질 않아서인지 점점 하얗게 질려갔고 급기야 슬라임을 다급히 뜯어내려 했다.


······하.

저럴 줄 알고, 힘주어 잡으면 안 된다고 얘길 해줬건만.

떼어내려는 손길이 거칠어질수록 안타깝게도 슬라임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버둥거리는 예민아와 달리 저 고약한 마물은 슬금슬금 제 몸을 넓혀 그녀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아저, 컥! 살려줘요! 숨을 못 쉬겠어.”


그때였다.

예민아의 허리까지 찼던 냇물이 순식간에 메말랐다.

대신 몽글몽글하게 뒤엉킨 슬라임 떼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덮쳤다.

수십 마리에 육박하는 슬라임 떼가 들러붙는 바람에 그녀는 마치 거대 수조에 갇힌 형국이었다.


물론 예민아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뇌전 격류든 뭐든 닥치는 대로 스킬을 쓰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마법은 발동조차 되지 못하고 슬라임한테 흡수되어 버렸다.


“······후.”


나는 숨을 길게 내뺐다.

슬라임, 여타 판타지 소설에서는 초보용 적으로 등장하기 일쑤지만 <멸‧개‧법>에서는 다르다.

잡몹이라며, 저들을 우습게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특히 뇌전 계열 마법을 주로 다루는 법사의 천적 중 하나가 저 물 속성의 슬라임.


“골고딘!”


외침과 동시에 골고딘이 동굴 밖으로 뛰어내렸다.

물 빠진 개천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그는 함성을 힘껏 내질렀다.


크아아아아!


백수의 제왕인 사자가 울부짖듯 고블린 왕의 분노가 터져 나오자 슬라임 군체가 일시에 헤졌다.

예민아를 뒤덮었던 점액질의 물방울들이 음압에 밀려 흩어졌으며 덕분에 그녀의 팔이 튀어나왔다.

나는 잽싸게 팔을 잡아끌어 그녈 뽑아냈다.


“괜찮냐?”


뭐, 괜찮아보이지 않긴 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녀의 옷이 녹아내려서.

아니 것보다 저 눈빛.


“우냐?”


불쌍해서 물은 건데 예민아는 버럭했다.


“아니거든요!”


콧김을 팍팍 뿜으며 일서선 그녀는 슬라임의 위액에 젖은 머릴 확, 털었다.


“씨바, 죽었어! 기껏 좋아해줬더니 날 처먹으려 들어? 내가 쉬워 보여? 어! 내가 쉬운년처럼 보이냐고!”


합선된 것 마냥 파지직, 정전기가 튀었다.

헤어 젤을 처바른 듯 주저앉아있던 그녀의 머리칼이 곤두섰다.

주변의 공기가 사뭇 날카로워졌다.

등줄기가 저릿한 게 레벨 1짜리 뇌전류 마법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마력이 사방에 뻗쳤다.


“뭐 하냐, 너?”

“보면 몰라요? 낙뢰!”


눈깜짝할새였다.

벼락이 낙하하는 기요틴보다 더 빠르게 직선으로 떨어졌다.

눈앞이 반으로 갈라졌다.


쾅!


솔직히 놀랐다.

최소 2레벨은 될법한 위력의 낙뢰였으니까.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화가 나면 스킬 레벨이 상승한다는 건가?”


그럴 리가.

아무리 천재 등급 마법사라도 그런 게 가능할 리······.


슈우우우.


정적이 흘렀다.

안타깝게도 예민아가 뻥 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면서 그녀는 검지를 들어 앞을 가리켰다.


“쟤, 쟤들 왜 멀쩡해? 아저씨, 저거 왜 저래요?”


낙뢰를 맞고도 멀쩡한 슬라임 군체가 예민아한테는 꽤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혼신을 다한 필살기를 허무하게 날려먹었으니 뭐, 당황스럽기는 할 거다.


“쟤들 왜 안 죽냐고요!”

“그야, 물이니까.”

“네?”

“것보다 너, 대체 뭐냐?”


전에 분명 확인했었는데, 무언가를 놓쳤나?

작가의 권한으로 그녀의 상태창을 재확인하려는 차였다.


적이 반격을 개시했다.

진흙덩이를 이겨놓은 듯 뭉쳐있던 슬라임 떼가 별안간 우릴 덮쳤다.

내가 멈칫하는 사이, 산탄처럼 날아오는 그들을 골고딘이 막아섰다.


크아아아!


사자후를 토하자 슬라임들이 퍼버퍽, 소리 내며 터졌다.

산산이 찢겨나가는 적을 바라보며 예민아가 환호했다.


“오예, 해골! 짱이야, 존나 쎄!”


하지만 저 철없는 호들갑은 오래가지 못했다.

잘게 쪼개져서 소멸될 줄 알았던 슬라임들이 도리어 통통 튀며 자신의 건재함을 자랑했다.

끓는 기름에 물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아, 아, 아저씨.”


<멸‧개‧법>에서 슬라임이 하급 마물답지 않게 까다로운 적으로 평가되는 이유.

그건 바로 놈들이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을 벨 수 없듯이 슬라임도 그랬다.

베면 벨수록, 그래서 놈들의 몸이 부서지면 부서질수록 도리어 아메바처럼 수가 불어날 뿐이니.


“골고딘.”


나의 호명에 그가 돌아봤다.


“낫으로 놈들을 베라.”

― 저들을 벨 수 없다는 건, 주인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자칫하면 슬라임 떼가 3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베라는 거야.”

― 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골고딘에게 나는 뼈창을 보여줬다.

한기 어린 뼈창이 고드름같이 반짝이자 골고딘은 내 행동의 의미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미소 비스무리한 소리가 딱딱거리며 흘러나왔다.


― 파훼법을 찾으셨군요.

“어.”


물 속성 마물을 죽이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화염으로 증발시켜 버리거나 얼려버린 후 깨트리거나.


― 허나 주인님.

“응?”

― 저들은 베면 벨수록 수가 늘어납니다. 파훼법이 있으니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나 그래도 귀찮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뼈창을 제게 주시지요. 일거에 적들을 척살하겠습니다.

“골고딘.”


나는 목뼈를 우드득, 꺾으며 다시금 명했다.


“너는 저것들의 수를 최대한 늘려. 네 역할은 거기까지야.”


최하급 마물이라 죽여 봐야 한 마리당 1코인밖에 주질 않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 하지 않던가.

저것들을 쪼개서 3배로 불린 다음 빙결로 얼게 만들고 깨트리면······.


“여기서 천 코인을 번다.”


<멸‧개‧법>의 유일한 재화, 코인.

각성자의 레벨 시스템이 없는 <멸‧개‧법>에서 각 인물의 성장은 코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정 퀘스트에서 보상으로 스탯을 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코인으로 그걸 구입해야 하기 때문.

즉, 코인을 얼마나 빨리 모으느냐에 따라 강함이 결정된다.


“······천 코인이면, 그 자식보다 더 강해질 수 있어.”

해골기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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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재회(1) 23.05.29 2,755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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