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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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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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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752

작성
23.06.0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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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포식(1)

DUMMY

개진산.

유도 부문 국가대표 선수였으나 메달을 따는 데 실패하고 아버지한테 빌붙어 놀고먹던 양아치.

하지만 세계가 멸망한 후 그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역발산의 기개라 불릴 정도로 곰 드루이드 중에서는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이 되었으니.


그런데 그가 명성을 떨친 분야가 하나 더 있다.

사실 개진산은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역량을 가진, 탈 것이었다.

적토마의 재림이라 칭송받을 정도로.


이것 말고도 또 있지만······, 아무튼.


‘예민아, 내 말 잘 들어. 유인나하고 같이 개진산한테 올라타.’

‘예에? 저 곰한테 올라타라고요?’

‘개진산, 그 자식 정신이 없어서 내 위치를 확인하지 못할 거야. 네가 가르쳐 줘. 중간에서 합류할 수 있게.’


나 혼자 뛰어가면 30분이지만, 서로 같은 지점으로 뛰어온다면 15분이면 합류할 수 있다.

여자 둘을 합친 무게는 대략 120킬로그램 안팎, 개진산이라면 저 둘을 태우고도 충분히 빠져나올 거다.


‘뭐해, 안 올라탈 거야?’

‘싫은데요. 내 엉덩이는 소중하거든요.’

‘예민아!’

‘하, 알겠다고요. 화 좀 내지 마요.’


예민아와의 귓속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서브 퀘스트 ‘3일의 생존’을 실패한 자에게 페널티를 부여합니다.>

<2일간 정체불명의 독 안개에 휩싸입니다.>

<신체 능력을 비롯한 각종 스탯과 스킬의 위력이 20% 감소합니다.>


페널티를 준다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큭, 헛웃음이 악문 두 어금니 사이로 삐져나왔다.

아, 드디어 <멸‧개‧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구나······하고.


그래, 그래야지.

저주와 독, 그 지독한 고통에 잠식된 비명이야말로 내가 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 아니던가?

<멸‧개‧법>을 쓰면서 저지른 실수 중에 제일 큰 실수는 갈수록 세계가 저주와 독에 휩싸이도록 설정한 것.

저 별것 아닌 배경 설정 하나 때문에 나의 지난 생은 오직 패배뿐이었다.


허나 이제는 다를 것이다.

그야말로 <멸‧개‧법>, 멸망한 세계에서 개꿀 빠는 법이 시작될 것이니.


“그래, 오라. 어서 오라, 독 안개여!”


푸른 빛을 띤 독 안개가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게 보였다.

대상자를 찾는 듯이 꾸물거리던 그것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내게 달려와 콧속으로 스몄다.


“!”


전신이 정체 모를 고통에 부식되어갔다.

이 고통에는 약간의 저주가 섞여 있어, 정체 모를 악마의 언어가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으나······.


<작가의 권한 Lv.1: 신체 능력을 비롯한 각종 스탯과 스킬의 위력이 20% 증가합니다.>


오히려 내 몸에서는 힘이 펄펄 넘쳤다.

두 어금니가 절로 꽉 악물렸다.

지면을 박차는 다리 근육이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조금만 버텨, 간다!”


유인나와 개진산, 그리고 예민아를 향하여 전력 질주했다.

마물들이 나를 물어뜯으려고 달려오고 있었다.


“이것들이······, 코인 자판기로 만들어주마.”






1234번 안전지역의 관문이 열리기 직전까지 개진산은 제 엉덩이를 긁으려 애썼다.

이놈의 지랄 맞은 간지럼이 벌써 며칠째.

이가 생긴 건가?

아니면 벼룩이 들러붙었나?


“제기럴.”


이강한이 시킨 대로 드루이드를 직업으로 선택한 후 이틀은 정말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곰이 되고 싶었는데, 진짜로 곰이 돼버릴 줄이야.

내 얼굴보다 큰 앞발에 남성적인 발톱, 포효할 때마다 바들바들 떠는 적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문제는.

앞발이 조금 짧아서 엉덩이에 좀처럼 닿질 않는다는 거였다.


“간지러워 죽겠는데 긁을 수가 없어.”


주저앉아 흙바닥에 엉덩이를 비비는 수밖에 없는데, 하필이면 그 간지러운 데만 비빌 수 없었다.


“으아아아! 이강한, 이 개자식은 대체 왜 안 오는 거야! 귓속말은 왜 또 안 되냐고!”


아니, 사람에서 곰이 되었으면 그 반대도 되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왜 안 되는 거야!

왜 사람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는 거냔 말이다!

이 미칠 것 같은 간지럼 때문에 개진산은 앞발을 치켜세워 허공을 마구 긁었다.


“이강한! 어떻게 해야 해! 어떻게 해야 사람이 되냐고!”


개진산이 지랄발광하자 상황을 지켜보던 친위대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강한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엄지손톱을 물어뜯던 유인나가 결국 짜증을 냈다.


“개진산 이사님. 진산 씨! 가만히 좀 있으면 안 돼요?”

“지금 나한테 한숨 쉰 겁니까?”

“네! 뭐가 좋다고 춤을 춰요? 강한 씨 걱정은 안 되세요?”

“나! 춤춘 거 아닙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전에도 말했죠?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이강한, 그놈 걱정입니다.”


개진산과 유인나가 투덕거리는 그때,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시체 썩는 냄새 같은 게 훅, 끼쳤고 소름 끼칠 정도의 불길하고 나쁜 기운이 엄습했다.

사방에서 한탄과 탄식이 들려왔다.


“제, 제, 제기라알!”

“지금 이거, 관문 열리는 징조 아냐?”

“생존자 수 얼마야? 몇 명이 살아남았어?”

“사, 삼백, 삼.”


그들이 왜 동요하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래의 메시지가 시야를 가리며 나타났다.


<오늘 자정을 기점으로 1234번 안전지역의 생존자 수가 300명을 넘어섰습니다.>

<1234번 안전지역이 6시간 동안 타락구역으로 변합니다.>

<1234번 안전지역에 머문 모든 생존자에게 새로운 서브 퀘스트를 부여합니다.>


+++


<6시간의 혈투>


분류: 필수 서브 퀘스트

난이도: 생존 확률 10% 이하

내용: 이름 모를 안개 지역에서 떠도는 마물이 1234번 안전구역을 침공합니다. 마물의 공격으로부터 6시간 동안 생존하시오.

보상: 이름 모를 안개 지역의 지도, 100코인.


<이 퀘스트는 필수 서브 퀘스트이므로 생존자가 임의로 퀘스트 수행 여부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


퀘스트를 읽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북쪽 관문과의 거리는 불과 30여 미터.

주변은 순식간에 안개에 휩싸였으며 시야는 겨우 2미터 내외로 좁혀들었다.


― 끄어어어.

― 끄아.

― 끼이이.


저 앞에서 짐승 우는 소리가 떼지어 들렸다.

아니, 짐승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목소리에 더 가깝기는 했는데······.


“유인나 씨! 내 뒤로 오세요! 뭔가가 옵니다!”


만세 하듯 일어섰던 개진산이 두 앞발로 땅을 내려찍었다.

쾅, 세 갈래의 지진파가 일어나 전방을 찢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적들의 돌격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시뻘겋게 빛나는 수백 개의 눈이 나타났다.


“씨, 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짐승의 눈과 귀, 코를 가진 개진산은 그들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사람이었다.

그것도 죽은 사람들.


“좀비?”


머리털이 주뼛 설 정도의 공포가 개진산을 엄습했다.

이런 상황을 영화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으나 실제로 경험하는 건 차원이 완전히 달랐다.

차라리 저들이, 시체가 아닌 마물이었더라면 지금처럼 뒷걸음질 치지 않을 그였으나······.


“으아아악!”


무작정 앞발을 휘두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유인나가 무어라 소리쳤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헉헉거리는 자신의 숨소리가 귓속을 꽉 메워버린 탓이었다.


“······씨발, 씨발, 씨발, 씨이발, 씨이바아알!”


앞발을 휘둘러 적을 짓이겼으나, 털까지 세워 몸집을 부풀리고 겁을 줘봤으나 그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죽은 자에게는 공포가 없으니 오직 전진할 뿐.

물러설 줄 모르는 적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달았다.

더 무서운 건, 도무지 놈들이 죽질 않는다는 거였다.


“죽어, 죽어, 죽어어! 죽으라고! 왜 자꾸 살아서 움직이는 거야!”


대가리를 쳐서 목이 뒤로 꺾였는데도, 팔을 뜯어내고 정강이뼈를 아주 박살 냈는데도, 적은 다시 일어나 공격을 해왔다.

그들의 공격은 정말이지 단순했다.

피하려는 의지조차 없이 오로지 물어뜯으려 할 뿐인데, 그 단순함이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했다.


“인나 씨, 어디 있습니까?”

“뒤에요! 진산 씨, 바로 뒤에 있다고요.”

“······하.”


그녀가 바로 뒤에 있다는 건 결국 적들에게 둘러싸였다는 뜻.

완전 꼬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3분.

관문이 열리고 전투를 시작한 지 겨우 몇 분 만에 벼랑 끝까지 몰릴 게 될 줄이야.


어쩐다. 이럴 땐 뭘 해야 하냐고!


“이강한!”


그 자식 이름을 이리 간절히 부르다니.

자존심이 상했으나 지금으로선 그 녀석을 떠올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강한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강한이라면!”


유인나가 근거리 딜러였으면 서로 등을 맞대고 싸우며 버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직업은 사제, 등을 맡겨본들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발이 느리니 달아난다 해도 곧바로 뒤를 잡힐 터이고.


“제길.”


이때 머릿속으로 예상치 못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쩌긴요. 튀어야지.’

“······튀? 미친! 나 혼자면 몰라도 안 돼! 유인나를 호위하면서 퇴로를 뚫는 건 불가능해.”

‘하, 답답해. 저 아줌마, 등에 태워요. 그럼 되잖아.’

“······태우라고? 내 등에?”


언뜻 보기엔 별것 아닌 해법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태운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질 못한 그에겐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 같은 거였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유인나를 등에 업으면 나 혼자나 다를 게 없어.”


그러면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고 후방으로 물러날 수 있다.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이때만 해도 개진산은 예민아의 존재를 몰랐다.

간절히 고민하니 하늘이 답을 줬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개진산은 유인나를 불렀다.


“인나 씨, 나한테 올라타세요. 뭐합니까! 빨리 올라타요!”

“네?”

“어서요! 올라탄 다음에는 내 목덜미 털을 꽉 움켜쥐세요.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장담 못합니······.”


유인나가 올라타기 쉽게 상체를 구부렸다.

그녀가 기어오르다시피 해서 등에 타는 그때였다.

뜬금없이 아까의 음성이 또 들려왔다.


“저기요, 곰 아저씨. 나도요.”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내 내면의 목소리가 왜 밖에서 들리지?

게다가 나도요, 라니.

여자 목소리라니!


“나도 타도 되죠? 우리 같은 편이잖아요.”


개진산의 눈앞에 예민아가 나타났다.


“제 소개는 생략해도 되죠? 파티창에 내 이름 떠 있으니까.”

“파티창?”


개진산은 재빨리 파티창을 확인했다.

예민아라는 이름의 생명바가 유인나, 이강한, 다음으로 있는 것이 보였다.

며칠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아서 파티원이 하나 더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뭐, 뭐냐?”

“에이, 처음 봤는데 뭐냐가 뭐예요? 첫인사가 좀 그러네요? 뭐, 곰이니까 봐줄게요. 근데 진짜 신기하다. 내가 곰하고 대화를 할 줄은 몰랐네? 우리가 파티라서 가능한 거겠죠?”


예민아는 개진산한테 얼른 고개를 숙이라는 손짓을 했다.

자기도 올라타고 싶다는 제스터였는데, 그녀의 제스처에 응답해준 사람은 유인나였다.

개진산의 등에 먼저 올라탄 유인나가 예민아한테 손을 내밀었다.


“예민아가 누군가 했더니······. 내 손 잡아요. 인사는 나중에 할게요.”

“네.”


졸지에 두 명의 여자를 태운 후 개진산은 포위망을 뚫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어디로 가야 하지?

이때, 등에 탄 예민아가 남쪽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면 돼요.”

“저기?”

“이강한 아저씨가 저쪽에서 오고 있거든요. 중간에서 합류하자고 했어요. 15분만 버티래요.”

“15분.”


산짐승의 포효가 절로 나왔다.

일말의 희망이 생긴 덕분인지 그는 지체하지 않고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콰직!


포위망이 허물어졌다.


“그래, 15분이란 말이지! 그만큼은 버틴다. 버틸 수 있어!”


저 멀리서 포성 같은 게 들렸다.


콰앙, 쾅! 쾅!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는 듯한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그리고 크게 들렸다.

이때만 해도 개진산과 유인나는 폭탄 터지는 소리를 내는 자가 누구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예민아만 슬그머니 웃을 뿐.


작가의말

느릿느릿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최신화까지 따라와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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