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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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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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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752

작성
23.06.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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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재회(5)

DUMMY

다른 감각은 거의 돌아왔는데 시야만은 캄캄했다.

내 칼에 찔린 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려면 환영의 후유증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팔뚝을 검날로 그었다.

피가 탁, 튀면서 눈 초점이 일순간 잡혔다.


“······.”


키 작은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목 바로 옆 어깨죽지에서 흐른 피가 바닥을 적시는 것도 보였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으으, 신음을 흘리며 여자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너.”


힘겹게 상체를 들어 올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나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누구냐?”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쉴 뿐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뒤를 돌아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환영을 부리는 자와 눈을 마주치는 건 위험하다.

정체 모를 그녀의 목을 콱, 찍어눌렀다.


“움직이지 말고 내 물음에나 답해. 너, 정체가 뭐야?”

“허억, 헉.”

“대답하지 못할 만큼 아프진 않을 텐데?”


병든 검을 높이 쳐들었다.


“약한 척한다고 봐줄 거란 착각은 하지 마. 경고하는데, 한 번 더 침묵한다면 죽이겠다.”


진심이었다.

이 여자의 환영술은 지독하기 짝이 없으니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나다.

자칫 정신 지배라도 당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거였다.


“나한테 건 환영, 솔직히 대단했어. 인정할게. 조금만 늦었어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야. 근데 참 이상하지?”

“뭐······가요?”


이윽고 여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들려줬다.

이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타인의 과거를 그렇게 완벽히 구현할 수는 없거든. 비슷하게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그래서요?”

“내 결론은, 네가 나를 아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렇지?”


꽤 무거운 침묵 끝에 여자가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강한 씨.”


그럴 줄 알고 있었는데도 막상 내 이름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


“못 본 새 달라졌네요? 내가 아는 이강한, 맞아요?”

“뭐?”


어쩌면 별 뜻 없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으나 내겐 최상급 레벨의 구속 주문처럼 들렸다.

······이 여자, 대체.

혹여 그녀가 나를 돌아보면, 환영술을 걸지 못하게 병든 검으로 두 눈을 그어버리려 했는데, 제길.

그럴 수가 없었다.


“원래 이런 남자 아니었잖아. 변해도 너무 변했어. 강한 씨.”


쓰러졌던 여자가 천천히 돌아누웠다.

작고 쌍꺼풀 없는 눈매에 밤하늘 마냥 유난히도 까만 동공이 나를 향했다.


“내가 누구냐고 물었어요? 섭섭해, 설마 날 잊은 건 아니죠?”


여자가 두 손을 내밀었다.

언제든 그녈 찌를 수 있도록 허공에 치켜든, 내 병든 검으로.


“어때요? 아직도 날 죽일 수 있겠어요? 그 칼로 날 찌를 수 있겠냐고요.”


이번에는 내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목이 쉰 소리와 함께.


“······한별.”


더 정확히는 이한별.

이름 모를 안개 지역에서 안개의 저주에 걸려 죽는 <멸·개·법>의 작중 인물.

처음 소설 스토리를 기획할 때만 해도 그녀는 꽤 비중 있는 캐릭터였다.

<멸·개·법>의 주인공 김오류한테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히로인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막상 연재하고 보니, 독자들은 한별과 김오류 사이에 펼쳐지는 러브 스토리를 극혐했다.

성장하기도 바쁜데, 마물을 무찌르고 거침없이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주인공이 뭔 연애질이냐?

이게 여성향 소설이냐? 로판이냐?

죽여라.


성장의 방해물을 치워버리라는 독자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애초의 기획을 버리고 약 40화 정도에 이르렀을 때, 삭제했다.


하지만 소설 <멸·개·법>에서나 그렇지 묵시록 <멸·개·법>에서는, 즉 나의 지난 생에서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특이점 때문에 기존의 이야기가 비틀렸고 이한별의 운명도 바뀐 것이다.


그 특이점이 바로 나였다.

내가 그녈 살렸다.

이유가 뭐냐고?


“이한별,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강한 씨가 더 잘 알면서 왜 물어요? 근데, 궁금해서 그런데요. 정말 난 줄 몰랐어? 당신한테 건 환영, 그 정도의 환영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피 냄새 섞인 미소에 나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녀의 저 말이야말로 지금까지 나타난 특이점의 원인을 한 방에 밝혀주는 열쇠였다.


아닐 거라고, 설마설마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냐며 부정했으나 이젠 분명해졌다.

내가 그러하듯이 이 여자도······.


“회귀했구나, 너.”

“······.”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수로 네가 회귀를 한 거냐고!”


하지만 이한별은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강한 씨. 착각하지 마요. 당신은 메시아가 될 수 없어요. 짝퉁이라고요.”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 이렇게 말하라고 하네요.”


그때였다.

그녀가 가리키고 있는 허공이 콰직, 흔들렸다.

유리벽이 외부의 타격에 의해 깨질 때처럼 쩍쩍 금가더니 순간, 허공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이강한!”


오직 성기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신성한 망치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치 태양에서 폭발한 그 빛의 폭풍처럼 나를 덮쳤다.


쿠아아!


해머 무게만 족히 3톤을 되어 보이는 일격이었다.


쾅!


가까스로 막았으나 두 팔이 그대로 부러지는 줄 알았다.

지면에 닿아있던 한쪽 무릎이 바닥을 으깨며 깊게 박힐 정도로 적의 일격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뜨거웠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그런 압박감이.


“윽!”


식은땀이 돋아서 온몸이 젖는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내 안의 피가 증발했다.

나라는 존재가 핏빛 안개로 흩어지는 것 같았다.


저 빛 때문이다.

저 신성한 빛이 타락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날 퇴마하는 것!


“······제길, 라알!”


악문 어금니가 으깨지도록 힘주어 신성한 망치를 튕겨냈다.

곧바로 뼈창을 소환하여 반격하려고 했는데, 적의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적의 형체가 빛 그 자체여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저 미칠 정도의 빛은 뭐란 말인가?

처음 보는 현상이어서 아무리 머릴 굴려봐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잠시 당황한 그때, 허공에서 이런 음성이 내려왔다.


“이야, 강해졌구나. 확실히.”


이상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 녀석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시스템이 메시지를 보낼 때 쓰는 기계음에 더 가까운.

목소리를 변조한 것인가?

······아니면?


“이걸 막을 줄은 몰랐어. 나름 전력을 다했는데 말이지. 아깝네, 아까워. 하, 지금 내 꼴이 이래서 그런가?”

“······김오류. 너, 맞냐?”

“죽음을 먹는 자라. 뭐,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해. 어때? 네크로맨서는 할만해?”

“어떻게 회귀했어? 어떻게 다시 돌아왔냐고!”

“놀라워, 이만큼이나 성장할 줄은 몰랐거든. 지난 생에서는 개허접이었는데, 그치? 성기사보다는 네크로맨서가 적성에 더 맞는 건가?”

“개자식!”


그와는 전혀 대화가 되질 않았다.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져야 할 것 같아.”

“김오류!”

“왜? 아쉽냐? 아쉬워하지 마라. 또 만날 건데 뭐.”

“무슨 꿍꿍이야!”

“이런 상태로 있는 게 생각보다 힘들거든.”


눈이 멀 정도로 환하던 그가 차츰 흐려졌다.

김오류가 회귀한 건 분명해 보이는데, 왜 형체가 없지?

뭐랄까?

저것의 모습은 본체가 아니라, 본체가 드리운 그림자 같았다.


더욱 이해되지 않은 건, 아까부터 시야를 가리며 올라오는 정체불명의 메시지.

시스템이 쉴 새 없이 경고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류가 나타났습니다.>

<오류 코드: ks0kdd0lrg1.>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류가 나타났습니다.>

<오류 코드: ks0kdd0lrg1.>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류가 나타났습니다.>

<오류 코드: ks0kdd0lrg1.>


신성한 기운을 띤 빛이 서서히 약해지는 가운데 녀석이 말했다.


“한별이는 데려간다.”


한줄기 빛줄기가 이한별의 허릴 휘어 감더니 확, 끌어당겼다.

그녀의 옷자락을 재빨리 움켜쥐었으나 찌이직, 옷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더욱 멀어졌다.

이한별이 아쉬운 말투로 안녕을 고했다.


“다음에 또 만나요, 강한 씨.”

“이한별, 기다려! 아직 너한테 물을 게 많아!”

“아니, 대답을 준비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에요. 그때 나를······.”


움켜쥔 옷자락이 찢어지면서 그녀가 허공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었다.

이대로 보내줄 수 없었다.

허공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뛰어들려는 찰나였다.

이런 음성이 들려왔다.


“우릴 쫓아 오려고? 너한테 그럴 여유가 있을까? 차라리 네 동료한테 가보는 게 더 좋을걸? 30초 남았거든.”

“닥쳐!”


다른 공간으로 뚫린 허공이 막히고 있었다.

겨울바람 맞은 웅덩이 위로 낀 살얼음이 이내 두터워지듯이.

나는 헛웃음을 뱉었다.


“······하아.”


어느새 공간에 난 틈이 완전히 사라졌다.


<서브 퀘스트 ‘3일의 생존’ 마감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현재 생존자 수 303명.>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3일의 생존’ 서브 퀘스트 정산을 시작합니다.>

<미션 실패.>






정신이 번쩍 들었다.


<1234번 안전지역을 보호하는 관문 4개가 열렸습니다.>

<이름 모를 안개 지역에서 출몰하는 마물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저 두 메시지와 함께 온 땅이 3초간 들썩였다.

흙먼지가 풀썩 일어났으며 이내 고층 빌딩이 흔들렸다.

와장창, 깨진 유리창이 길바닥으로 떨어졌고 하수구가 역류라도 한 것처럼 썩은 내가 진동했다.

죽음의 냄새였다.


‘유인나 씨! 개진산!’


죽어라 달리며, 파티창으로 귓속말을 넣어보았으나, 늦은 건가?

그들의 위치가 관문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이니, 아무래도 마물이 들이닥쳤을 가능성이 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아저씨!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죠?’


예민아가 그들을 대신해 응답해줬다는 것 정도?


‘거기 상황은 어때? 유인나 씨는? 진산이는?’

‘칫, 아직은 멀쩡하거든요. 뭐, 1분 뒤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너는?’

‘빨리도 물으시네요. 네네, 전 아주 안전해요. 은신해 있으니까요.’


예민아는 밑도 끝도 없이 비아냥거렸다.

······하여튼, 저 성질머리.


‘예민아. 지금부터 30분, 버틸 수 있겠어? 30분만 버티면 내가 도착할······.’

‘어려울 것 같은데? 장난 아녜요. 와, 대체 몇 마리야? 끝이 없네.’


혀를 내두르는 건지, 재밌어하는 건지 헷갈리는 말투로 그녀가 전황을 알려줬다.

예상보다 심각했다.


개진산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적의 기세에 압도된 것 같다고.

유인나의 힐이 좋아서 아직은 버티지만 그녀도 마나가 간당간당하다고 했다.


‘나라도 나설까요?’


예민아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싸우면 안 돼, 지금은 퇴로를 확보하는 게 먼저야.’

‘도망치라고요? 어디로요? 갈 데가 없는데? 관문 4개가 다 열렸다는 메시지 못 봤어요? 동서남북이 전부······.’

‘알아, 그러니까 나한테 오라고.’


예민아의 귓속말이 잠시 멈췄다.

상황을 살펴보는 듯했다.


‘그게요, 아저씨. 저 불곰 아저씨 혼자라면 몰라도요. 저 아줌마 말이에요. 사제잖아요. 도망치기엔 너무 느려요, 퇴로를 뚫어도 금방 포위당할 거라고요.’


그녀의 판단은 나름 정확했다.

불곰의 최대 속도는 시속 66킬로미터.

근력에 코인을 따로 투자하지 않아도 개진산 혼자라면 적을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

하지만 여타 직업들 가운데 가장 발이 느린 게 사제이다보니, 유인나로서는 달아나기가 만만치 않을 거였다.


“흠.”


둘이서 나란히 뛰며 후퇴하려고 한다면 실패할 게 뻔하다.

저럴 때 방법은 딱 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6 th****
    작성일
    23.06.04 23:59
    No. 1

    딱봐도 주인공 이름답게 오류가 일어나 회귀 그것도 상당한 힘을가지고,흠 짬뽕한 설정 바탕이 바탕이다보니..이해는 가는데...뭔가 재밌지는 않네요..딱 전독시 패러디보는 느낌....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글방개
    작성일
    23.06.05 00:23
    No. 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추어동천
    작성일
    23.06.11 19:31
    No. 3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설명이나 대사 묘사가 많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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