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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146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6.12 22:05
조회
2,447
추천
27
글자
12쪽

퀘스트의 망령(2)

DUMMY

“이게 다 몇 마리야. 스물둘, 스물셋······, 와, 진짜 죽여주네.”


해골병사를 둘러보며 개진산은 연신 감탄사를 토했다.


“야, 이강한. 이런 걸 몇 마리나 소환할 수 있냐?”

“지금은 40기 정도?”

“지금은? 그럼 나중에는?”

“글쎄.”


설정대로라면, 강령술사의 생명력이 허용하는 한 무한으로 소환할 수 있다.

해일 같이 밀려드는 마물에 맞서 십만 대군의 해골 병사를 이끄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긴 하다.

생명력에 코인을 억 소리 나게 때려 박아야 하겠지만.


“이제 그만 좀 돌아다녀.”

“이런 능력이 있으면서 왜 자랑을 안 한 거냐? 어? 이야, 인상들 봐라. 조폭이네, 조폭.”


동물원에 처음 온 다섯 살짜리 애도 아니면서, 해골병사를 헤집으며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그였다.

혹시 싶어 앞발로 툭툭, 해골병사를 건들어보기도 하고.

그만 괴롭히라고 말하려는데 유인나가 다가왔다.


“강한 씨. 다친 데는 진짜 없는 거죠?”

“네.”

“하아, 다행이네요.”


그녀는 무릎을 짚은 채로 헉헉, 턱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었다.

사력을 다해 뛰어왔다는 걸,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격전이 끝날 때 밀려오는 피로감의 흔적이 그녀의 표정에서 묻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오는 길에 산죽음 떼를 만나서 꽤 고생했다고 예민아가 귀띔했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마음은 급한데 좀비가 자꾸 덤벼서······.”

“그랬냐?”

“······치! 참 쉽게도 말하신다. 아저씨가 몰라서 그래요. 다들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예민아의 하소연을 듣다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말해줄 걸 그랬나, 싶어서.


“왜? 내가 죽을까 봐?”

“네! 아저씨는 뭐, 뱃가죽에 철갑이라도 두른 줄 알아요? 하여튼, 지가 엄청 강한 줄 알어.”


예민아가 못되게 쏘아붙였으나 왜 모르겠는가?

저 억센 말투 뒤에 숨은 마음을.


“근데요, 아저씨.”

“응?”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8번 편의점을 빼앗겼다고요. 그거 찾으러 안 가요? 퀘스트 안 해요?”


8번을 빼앗겼다고?

지도를 펼쳐보았더니 예민아의 말대로였다.

8번 편의점 구역을 빨‧노‧주 그룹이 차지한 게 보였다.

다행히 7번 편의점은, 트랩이 곳곳에 깔린 덕분인지 아직 우리 소유였고.


“흠.”


<멸·개‧법>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히든 퀘스트와 유금오, 이 둘을 생각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했다.

나는 개진산과 유인나, 예민아를 불러 모았다.


“메인 퀘스트는 잠시 중지하죠.”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특히 개진산이.


“야, 그걸 왜 중지해? 8번 뺏겨서 그래? 그거 아무것도 아냐. 해골병사가 있잖아. 내가 앞장설게. 쟤들 명령권을 나한테 넘겨주기만 하면 아주 그냥, 어?”

“히든 퀘스트 먼저 한다.”

“히든? 그게 뭔데? 먹는 거냐?”


설명하기도 귀찮고 해서 메시지를 띄워 보였다.

손바닥 위로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주인공의 길’ 히든 퀘스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지역 이동 포탈을 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포탈을 타기 전까지 히든 퀘스트의 내용은 비밀입니다.>

<입장료를 내고 포탈을 여시겠습니까?> (Y/N)


개진산은 메인 퀘스트를 하는 게 더 낫다 우겼고 예민아는 뭘 하든 빨리 해치우자는 식이었다.

유인나는 히든 퀘스트를 먼저 하는 대신 나름의 조건을 걸었다.


“저 히든 퀘스트는 다 같이 함께 할거죠? 이번에도 강한 씨 혼자 움직일 거라면······.”

“같이 하겠습니다.”


그러자 개진산이 짜증을 부렸다.


“아니, 저 히든 퀘스트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응? 입장료까지 내면서 그걸 해야 해? 메인 퀘스트를 쫙쫙 밀면서 성장하는 게 더 낫지 않아?”

“입장료는 내가 낼게.”


약간의 시비가 있었으나 결국 내 결정에 따르기로 의견이 모였다.

입장료를 내고 포탈을 열겠냐는 시스템 메시지에 ‘Y’라고 응답했다.

다시 질문 메시지가 나타났다.


<기본 입장료: 100코인(1인)/특별 입장료: 500코인(1인)>

<히든 퀘스트를 더욱 안전하게 수행하고 싶다면 특별 코스를 선택하십시오.>

<특별 입장료 혜택 1: 이번 히든 퀘스트에 최적화된 중급 캐시 상점을 열 수 있습니다.>

<특별 입장료 혜택 2: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현 지역의 소유권을 보장합니다.>

<특별 입장료를 지불하시겠습니까?> (Y/N)


“캐시 상점?”


저 메시지는 의외였다.

시스템에서 캐시 상점을 여는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지나치게 많이 풀린 코인을 회수하려는 것.


코인이 많이 풀리면 각성자의 능력치에 인플레를 일으키는데, <멸·개‧법>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이매망량한테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이매망량이 제일 중시하는, 각성자의 성장과 퀘스트 난이도 사이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


균형도 균형이지만, 혹여 코인이 특정 각성자에게 몰리기라도 하면 이 세계의 스토리가 급격히 재미없어진다.

먼치킨은 인간들이나 좋아하지, <멸·개‧법>의 최상위 존재인 신들은 손쉬운 해피엔딩을 혐오했다.


······비극.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의 주제일 것이라고, 나는 <멸·개‧법> 1화에 써뒀었다.


“특별 입장료가 1인당 500코인이라. 2000코인을 투자하라는 건데······.”


캐시 상점 개봉에, 13번 편의점 구역의 소유권 보장이면 딱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게다가 저렇게 특별 입장료까지 내걸고 캐시 상점 따위를 운운할 땐 항상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까짓것, 내지 뭐. 간만에 호구 얼굴이나 볼까?”


<입장료 2000코인을 지불하였습니다.>

<1분 뒤, 히든 퀘스트 지역으로 이동하는 포탈이 열립니다.>


메시지가 뜨자 다들 깜짝 놀랐다.


“야! 이강한! 미쳤냐? 히든 퀘스트에 2천 코인을 박아? 2천 코인이면 능력치가 2백이야!”

“알아.”

“아는데 그 짓을 해? 돈이 남아도냐? 너답지 않게 왜 낭비하고 그래!”

“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망량이.

아마도 나한테 골고딘을 빼앗기는 바람에 관리직에서 서비스직으로 좌천되어 벌을 받고 있을 터.

이참에 그녈 봐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조금 있으면 캐시 상점이 열릴 거야. 유용한 아이템이 많으니까 잘 살펴보고 필요한 것 있으면 사.”

“이런 우라질. 돈이 어디 있냐?”

“여기 있잖아.”


<파티장 이강한이 파티원에게 각 2천 코인을 지급하였습니다.>


헉, 하는 소릴 내며 개진산이 입을 떡 벌렸다.

딸꾹질까지 하면서.


“뭐, 뭐야? 이강한! 이거 진짜 주는 거야?”

“어.”


<멸·개‧법>의 엔딩을 보려면 그들의 성장은 필수다.

어차피 키워야 한다면, 1천 코인만으로도 다른 각성자보다 몇 배나 더 강해질 수 있는 지금 적절하게 투자해야 한다.

아깝다고 나중으로 미뤘다가 급히 쓸 일이 생기면, 수만 코인을 투자해도 차이를 만들기 어려우니.


“강한 씨.”


유인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왔다.


“이렇게 다 주면 강한 씨는 어쩌려고 그래요. 말이 코인이지, 사실은 강한 씨 목숨값이잖아요. 이 코인을 강한 씨한테 쓰면······.”

“내 걱정은 말고 쓰세요.”


특별 입장료로 2천, 그들에게 나눠준 6천을 빼고도 내겐 아직 1만 7천 코인 정도가 남았으니까.


“내가 쓸 코인은 충분합니다.”

“······고마워요.”


미안해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유인나가 연신 고마움을 표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코인을 어떻게 벌었는지 묻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1234 길드원을 사지로 몰아 추수한 코인인 걸 그녀가 안다면, 저리 순순히 받지는 않았을 거다.


각성자나 마물에게 길드원이 죽으면,

그들의 소유물이 길드 창고로 이전되는 시스템을 이용해 먹었다는 것도 모르는 편이 더 나을 테고.


<13번 편의점 구역을 보호하는 결계가 생성되었습니다.>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그 누구도 이 구역을 침범하지 못할 것입니다.>

<10초 뒤, 포탈이 생성됩니다.>


새하얀 빛이 나타났다.

더없이 환한 빛이 화악, 공간을 잘라먹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포탈을 뚫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각성자님들!


한때는 팔공산 갓바위였으며 지금은 ‘아-6969’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망량이가 불쑥, 걸어 나왔다.

여우 귀가 달린 머리띠에 메이드 스타일의 복장, 기다란 꼬리에는 꼴에 리본까지 매달고서는.


― 캐시 아이템 판매를 담당한······.


나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그녀의 입매가 콱, 일그러졌다.


― 씨이바알!


망량이의 욕이 어찌나 찰지던지.


“이렇게 반가워할 줄은 몰랐네? 잘 지냈어?”

― 미친 새끼!


두 손으로 고이 받쳐 든 캐시 상점 이미지가 흔들흔들하는 게 보였다.


“어어, 조심해. 그러다 캐시 상점 떨어뜨리면 어쩌려고?”

― 닥쳐! 내 골고 어딨어! 골고 데려와! 내가 너 때문에 어!

“······하, 말이 험하시네.”


하도 고함을 질러대서 귓구멍을 팠더니 망량이의 안면이 새빨개졌다.


―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어, 고마워. 근데 망량아.”

― 마, 마, 망, 량아아? 아아아아?

“차 한잔 마시게 테이블 좀 깔아봐. 특별 입장료도 냈는데. 그 정도 서비스는 되지?”


그녀의 콧구멍이 벌렁벌렁했다.


― 내가 호구로 보이니? 그딴 요청을 들어줄 것 같아!

“어.”

― 어어?

“캐시 템 팔아야지? 코인 회수 안 할 거야?”

― 너 같은 놈한테는 안 팔아!

“에이, 그러다 너. 관리직으로 못 돌아간다.”


이런저런 사고를 친 이매망량들에게 가장 치욕적인 벌은 판매직 좌천.

하급 신 출신인 그들한테는 인간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경험이야말로 불명예 중의 불명예였다.

차라리 시스템에서 삭제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

아무튼 망량이가 다시 관리직으로 돌아가려면, 캐시 아이템을 팔아서 일정량의 코인을 회수해야 한다.


“뭐, 음료 주문은 통일해줄게. 아아로 4잔 부탁해. 얼음은 가득! 시럽은 조금.”

― 썅!

“왜 그래? 아아가 뭔지 몰라서 그래? 아이스 아메리카노, 응?”

― 와, 진짜.

“알았어, 알았어. 팁 줄게. 뭘 그런 걸 가지고 보채. 자, 5백 코인.”


내 손바닥 위에 500(17100)이라는 숫자가 뜨자 망량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해? 받기 싫어?”

― ······너였어?

“뭐가?”

― 지금 이매망량 본부에서 난리가 났어, 인플레 때문에! 근데 범인이 너?

“하, 말 많네. 받기 싫음 말던가.”


코인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으려고 하자 망량이가 잽싸게 채갔다.


<500코인이 시스템으로 환원되었습니다.>


“뭐해? 팁도 받았으니 테이블 깔아야지?”

― 지럴헌다. 내가 안 하면 어쩔 건데? 나한테 돈 뜯긴 네가 호구지! 난 아무 잘못도 없어!

“하, 그러셔? 어쩔 수 없지 뭐. 적선한 셈 쳐야지.”

― 뭐, 뭐라? 저억선!

“아쉽네, 캐시 상점에서 쓸만한 템이 있으면 한 오천, 쓰려고 했더니.”

― 오! 천!


이때부터 망량이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테이블이 깔렸고 특별히 요청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간단한 간식이 테이블 위에 세팅되었다.

당연한 거였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최대한 코인을 뽑아먹어야 하니까.


― 피곤하시죠들? 편히 쉬면서 쇼핑하세요, 좋은 게 엄청 많답니다. 호호호.


망량이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확실히 호구는 호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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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퀘스트의 망령(3) +2 23.06.13 1,517 23 13쪽
» 퀘스트의 망령(2) +1 23.06.12 2,448 27 12쪽
41 퀘스트의 망령(1) +1 23.06.11 2,544 27 12쪽
40 포식(8) +2 23.06.10 2,579 28 12쪽
39 포식(7) 23.06.09 2,626 26 12쪽
38 포식(6) +2 23.06.08 2,642 33 12쪽
37 포식(5) 23.06.07 2,708 30 12쪽
36 포식(4) 23.06.06 2,703 30 12쪽
35 포식(3) 23.06.05 2,680 33 12쪽
34 포식(2) 23.06.04 2,678 33 12쪽
33 포식(1) 23.06.03 2,717 37 12쪽
32 재회(5) +3 23.06.02 2,755 39 12쪽
31 재회(4) +2 23.06.01 2,744 37 12쪽
30 재회(3) 23.05.31 2,744 39 13쪽
29 재회(2) +3 23.05.30 2,742 40 10쪽
28 재회(1) 23.05.29 2,755 38 14쪽
27 설정 오류(7) +1 23.05.28 2,752 45 12쪽
26 설정 오류(6) +2 23.05.27 2,799 43 12쪽
25 설정 오류(5) 23.05.27 2,773 42 10쪽
24 설정 오류(4) +3 23.05.26 2,786 47 10쪽
23 설정 오류(3) +3 23.05.25 2,806 47 11쪽
22 설정 오류(2) +8 23.05.24 2,827 49 11쪽
21 설정 오류(1) +4 23.05.23 2,855 47 12쪽
20 천적(5) +4 23.05.22 2,847 50 12쪽
19 천적(4) 23.05.21 2,857 5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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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천적(1) 23.05.18 3,026 49 11쪽
15 작가의 권한(5) 23.05.17 3,100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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