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148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6.04 22:05
조회
2,678
추천
33
글자
12쪽

포식(2)

DUMMY

예민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개진산은 죽어라 달렸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뛴 건, 태릉촌에 입소해서 첫 훈련 받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강한이 약속한 시간은 15분.

담배 한 대 태우면 끝날 시간이었건만, 그에게는 하루보다도 더 길었다.


죽은 자들은 정말 빨랐다.

떼어냈다 싶은데 달라붙고 겨우 따돌렸다 싶으면 들러붙는, 지독하기 짝이 없는 적이었다.


게다가, 게다가 말이다.

이렇게 달리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죽은 자들은 소리에 민감했다.

아니, 진동에 민감했다고 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아무튼 달리면 달릴수록, 그래서 지면이 쿵쿵쿵 울릴수록 그것들은 더 미친 듯이 따라왔다.


“이강한, 이 개자식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강한이 이걸 몰랐을 리 없었다.

슬쩍 뒤를 돌아봤다.


“하, 미치겠네.”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뒤따르는 좀비 수가 최소 오백은 넘는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개진산이가 이강한한테 속아서 똥개 훈련 제대로 받는구나.


“제기럴. 아직 멀었어? 이강한, 이 자식하고 만나려면 멀었냐고!”

“어, 잠시만요. 확인해볼게요.”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다 왔네요, 곰 아저씨. 대충 5분만 더 가면 될 것 같아요.”


이런 우라질.


“아직도? 아직도냐고!”

“어! 아저씨, 저기 좀비 온다. 와, 왕 좀비다!”


예민아인지, 애미나인지, 저 정신 사나운 여자애는 정말 감당이 안 됐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 얼마나 급박한 순간인가?

재수 없으면, 죽었는데도 죽지 못하는 저딴 괴물이 될지도 모르는 이 차판에 말이다.

예민아는 놀이기구를 처음 타본 어린애처럼 굴었다.


“으랴, 아저씨! 으랴으랴!”

“이런 씨불, 그만 좀 때려! 내 엉덩이가 뭐, 말 궁뎅이인 줄 아냐! 어!”

“느리니까 그렇죠. 잡히면 우리 다 죽어요.”

“너, 죽는다. 내가 진짜 죽여버릴 거야!”


예민아와 달리 유인나는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사실 개진산에게는 그녀의 침묵이 그들의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웠다.


저 침묵의 이유를 대충은 알 것도 같았다.

적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지금이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강한과 합류하러 가고 있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이강한을 만난 다음에는 어쩔 것인가?


“······하.”


살 수 있을까?

이곳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친위대에 사로잡혔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 관문이 열린 밤, 300여 명의 생존자 가운데 살아남은 자는 딱 서른둘 뿐이었다고.

길드 마스터와 부길마, 그리고 친위대 30명.


“아니야, 아니라고!”


개진산은,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려고 고개를 팍팍 가로저었다.


“이강한이라면 분명 수가 있을 거야. 진짜 잡초 같은 새끼니까. 그 자식이라면!”


그때였다.

목덜미 털을 움켜쥐고 있는 유인나의 손아귀가 비정상적으로 떠는 게 느껴졌다.


“진산 씨!”


화재경보기처럼 유인나가 빽, 고함을 질렀다.


“옆에!”


다급한 그녀의 외침에 개진산의 시선이 절로 움직였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외형의 대형 좀비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의 시체를 조각조각 잘라 누더기처럼 이어 붙인 것 같았는데 더 충격적인 건.


“······엿됐다.”


다른 좀비들을 먹어 치우며 달려오고 있다는 것.

먹다 남은 시체를 몽둥이로 휘두르는 녀석을 보자 개진산은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아까 예민아가 왕 좀비라고 한 게 저거였어?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냐고!


“꽉 잡아!”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개진산이 지면을 박찼으나 오히려 그게 역효과를 불렀다.

네 개의 발이 일시에 꼬였다.

작은 돌부리에도 자빠질 것처럼 휘청거리는 그에게 갈가리 찢긴 좀비 시체가 날아왔다.


“컥!”


개진산이 결국 뒹굴었다.


“꺄!”

“아악.”


예민아와 유인나가 수 미터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인나 씨! 예민아!”


충격으로 기절해버린 건지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개진산은 다시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왼쪽 앞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면을 단단히 짚으며 힘을 줘봤으나 절로 꺾였다.


“윽.”


다리가 부러졌어.


“씨발.”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를 뱉으며 개진산은 전방을 노려봤다.

죽은 자의 시체를 어깨에 둘러멘 대형 좀비 골렘이 썩은 이를 보이며 다가왔다.

다른 좀비들은 그놈을 마치 왕처럼 따르는 중이었다.


― 크어크어크어어.


대형 좀비 골렘이 위협적으로 발을 구르다가 포효했다.


― 크아아악!


쩍 벌린 아가리에서 녹색 침이 사방으로 튀었다.

침이 떨어진 자리마다 새까한 독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때 개진산은 직감했다.

다 글렀다는 걸,

유인나와 예민아 모두를 데리고 이강한과 합류한다는 계획은 끝장났다.


“전부 살 수는 없어. 하나는 포기해야 해.”


이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하나는 포기해야 그나마 둘이라도 살 가능성을 얻을 거야, 아니냐? 이강한.”


그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으나 개진산은 확신했다.

아마 이강한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고.


“후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럴 때일수록 더 고민해서는 안 된다는 걸, 유도 국대 시절 이강한한테 배웠다.

최초의 판단을 의심하는 건,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것과 같으니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 했던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승리를 가져온다고.


“하나는 포기한다, 이강한. 뒤는 네가 알아서 해라.”


개진산이 앞발로 지면을 긁었다.

어금니가 악물리며 으드득, 뼈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돌진!”


뒷발로 땅을 박차자 투석기의 돌처럼 온몸이 좀비 골렘한테 육박했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이만한 속도는 개진산조차 처음이어서 좀비 골렘의 역겨운 낯짝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쾅!


좀비 골렘의 안면을 강타하자 녀석의 두개골이 박살 났다.

하지만 동시에 개진산의 앞발도 부러졌고 그래서 그는 제대로 착지할 수가 없었다.

수십 년 익힌 낙법도 이때만은 무용지물이었다.


크어억!


비명을 지르며 개진산은 좀비 무리의 한가운데에 처박혔다.

저 뒤에서 유인나가 소리쳤다.


“진산 씨!”


힐이 들어왔다.

전혀 반갑지 않았다.


“튀어, 씨바알! 나는 됐으니까 강한이한테 가라고!”


개진산은 광견병 걸린 곰처럼 날뛰었다.

부러진 두 앞발을 마치 채찍처럼 휘두르며 죽은 자를 짓이겼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물어뜯었다.

썩은 피가 입속을 가득 채웠다.

독이 퍼졌다.


“컥!”


유인나의 힐이 다시 들어왔으나, 독 해제도 함께 이루어졌으나 그에게는 도리어 절망적이었다.


“씨발, 내 말 안 들려? 꺼지라고, 당장!”


이다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이기보다는 짐승에 훨씬 가까운 모습으로 적을 쓸어버릴 뿐.

다만 적이 거머리처럼 달라붙기 시작했고,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는 걸 알 뿐이었다.

살아있다는 느낌마저 어느 순간부터는 차츰 멀어져갔다.


“끝인가?”


뭐 나쁘진 않았어.

적어도 이번엔 그때처럼 쪽팔리지는 않잖아.

안 그러냐? 강한아, 내가 말이다.


“······사실은.”


네 국대 자리.


“뺏었다.”


씨발.


“미안하다.”


아빠가, 내 아버지가 그러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나도 널, 한 번은 이겨 봐야 하잖아. 그게 공평하잖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담배가 땡기네.”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지금처럼 곰이 돼서 제일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담배를 못 피운다는 거.


“딱 한 대만 피우고 끝나면 좋겠다.”


길바닥에 쓰러진 채 개진산은 혼자서 실실 웃었다.

좀비 떼에 둘러싸여 살이 파먹히는데도 아프지 않은 게 신기하다면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먹혀서 뼈만 남으면 적어도 저 좀비들처럼 죽은 채로 돌아다니지는 않을 테니.


쾅!

콰앙!

쾅쾅!

쾅!


아주 가까이서 포성이 들렸다.

대체 저건 뭔 소리일까?

고개 들 힘도 없는데 좀비 한 마리가 주둥이를 뜯어 먹으려고 얼굴을 움켜쥐는 게 보였다.


“씨발, 내 코까지 먹어 치울 셈이냐! 오냐, 와! 와봐! 나라고 널 못 먹을 것 같아!”


마지막 힘을 짜내 아가리를 쩍 벌리는 그때였다.

이런 말이 들렸다.


“시체 폭발.”


콰앙, 쾅쾅! 쾅! 쾅!


······괴물.

아니, 저런 말로는 개진산이 본 걸 다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악마라고 하는 편이.


“시체 폭발.”


딱 4글자로만 된 저 외마디에 죽은 자들이 허망하게 사라졌다.


쾅!

쾅!

쾅!


죽은 자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졌다.

그들의 몸에서 갈려 나온 뼛조각과 시뻘건 내장, 피, 비명까지 사방에 내걸려 전시되었다.

더 놀라웠던 건, 분명 죽음을 두려워 않던 적들이 겁을 집어먹고는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었다.

이미 죽은 자에게 저만한 공포를 안겨주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개진산은 헉, 헉,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죽음을 지휘하는 그의 등만 보였다.


“······누구······.”


하지만 개진산의 물음은 이내 탄성으로 바뀌었다.

두 팔을 들어 적들에게 죽음을 선고하던 그가 뒤를 돌아봤다.


“괜찮냐?”

“······이강한!”

“잘 버텼어.”


무뚝뚝한 표정의 이강한이 개진산의 머리맡으로 다가왔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가 어깨를 두드려줬다.


“유인나 씨가 널 살렸어. 네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보호막을 날렸거든.”


이강한이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후욱, 하는 소리와 함께 담뱃불이 확 살아났다.


“이거 한 대 피면서 쉬어라.”


이강한이, 개진산의 입에 담배를 물려줬다.

개진산은 말도 없이 뻑뻑 담배만 태웠다.


“······하, 죽이네.”


개진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나 먼 데서 유인나가 미친 듯이 힐을 하고 있었다.






“시체 폭발.”


내 안의 피가 한꺼번에 끓어올랐다.

수십 마리의 좀비가, 죽은 자의 시신이 폭죽처럼 터지면서 안개를 흩트렸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5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5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5코인을 지급합니다.>


시체 폭발 스킬을 구사할 때마다 코인이 미친 듯이 들어왔다.

지금은 그나마도 코인 액수가 준 거였다.

일행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1코인씩 꼬박꼬박 지급되었으니까.

아무래도 일행과 가까워지면서 파티의 규칙이 적용된 모양새였다.


파티의 규칙.

뭐, 별거 아니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 파티원이 있다면, 적을 죽일 때마다 보상으로 얻는 코인이 자동 분배된다.


관문이 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은 코인이 약 800.

대충 600마리 이상의 적을 처리했다.


“시체 연쇄 폭발.”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5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5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마물 ‘산죽음’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0.5코인을 지급합니다.>


이대로라면 동이 틀 때까지 3000코인, 아니지 최소한 4000코인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한 씨.”


개진산을 살펴주던 유인나가 나를 불렀다.

마나가 다 떨어질 정도로 개진산을 치유했는데, 상태가 어떤지 봐달라는 거였다.


“어때 보여요? 진산 씨, 살······겠죠?”


겁먹은 그녀한테서 불안이 배어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연재 23.05.27 874 0 -
43 퀘스트의 망령(3) +2 23.06.13 1,517 23 13쪽
42 퀘스트의 망령(2) +1 23.06.12 2,448 27 12쪽
41 퀘스트의 망령(1) +1 23.06.11 2,545 27 12쪽
40 포식(8) +2 23.06.10 2,579 28 12쪽
39 포식(7) 23.06.09 2,626 26 12쪽
38 포식(6) +2 23.06.08 2,642 33 12쪽
37 포식(5) 23.06.07 2,708 30 12쪽
36 포식(4) 23.06.06 2,703 30 12쪽
35 포식(3) 23.06.05 2,680 33 12쪽
» 포식(2) 23.06.04 2,679 33 12쪽
33 포식(1) 23.06.03 2,717 37 12쪽
32 재회(5) +3 23.06.02 2,755 39 12쪽
31 재회(4) +2 23.06.01 2,744 37 12쪽
30 재회(3) 23.05.31 2,744 39 13쪽
29 재회(2) +3 23.05.30 2,742 40 10쪽
28 재회(1) 23.05.29 2,755 38 14쪽
27 설정 오류(7) +1 23.05.28 2,752 45 12쪽
26 설정 오류(6) +2 23.05.27 2,799 43 12쪽
25 설정 오류(5) 23.05.27 2,773 42 10쪽
24 설정 오류(4) +3 23.05.26 2,786 47 10쪽
23 설정 오류(3) +3 23.05.25 2,806 47 11쪽
22 설정 오류(2) +8 23.05.24 2,827 49 11쪽
21 설정 오류(1) +4 23.05.23 2,855 47 12쪽
20 천적(5) +4 23.05.22 2,847 50 12쪽
19 천적(4) 23.05.21 2,857 50 11쪽
18 천적(3) +2 23.05.20 2,943 52 11쪽
17 천적(2) +2 23.05.19 2,969 49 11쪽
16 천적(1) 23.05.18 3,026 49 11쪽
15 작가의 권한(5) 23.05.17 3,100 5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