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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345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7 07:04
조회
3,103
추천
52
글자
12쪽

작가의 권한(5)

DUMMY

예민아의 양손이 더욱 발광했다.

지직거리는 특유의 볼트 소리와 함께 정전기가 사방으로 뻗쳐나갔다.


“좋아. 해봐.”


허락하기가 무섭게 그녀가 공격을 감행했다. 오른손에 뜬 뇌구를 전방으로 내던졌다.


사악!


전기 구체가 갈지자를 그리며 날아갔다.


― 크핫!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나와 겨루려 하다니! 가소롭다, 여자인간!


대장 고블린이 뇌구를 피했다.

하지만 예민아가 노린 건 처음부터 그가 아니었다.

뇌구는 그의 뒤에 사열한 고블린 부대를 덮쳤다.


― 끼아악!

― 끼아!


일족의 비명소리에 놀란 대장 고블린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예민아가 노린 건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죽어버려!”

― 제기라알!


또다시 육박해오는 뇌구 앞에서 대장 고블린은 우물쭈물했다.

저걸 피하면 자신의 일족이 쓸려나갈 것이 빤한 이 상황에서 어쩔 것인가?


“이겼다.”


예민아의 강단 있는 판단은 정확했다.

대장 고블린은 충분히 뇌구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그리하지 않았다.

이마에 떡하니 박혀 있는 뼈창을 양손으로 부러뜨리며 일갈했다.


― 어이, 인간! 잘 봐둬라! 나, 골골. 골고딘의 자랑스런 후예로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노라!


뇌구가 작렬했다.


― 끄아아아아아악!


구체로 뭉쳐있던 수백갈래의 정전기가 콰지직, 대장 고블린을 덮쳤다.

시커먼 연기가 그의 육체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아 부하들을 지키다니.


기백이 상당하였으나 끝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새카맣게 타버린 그 앞에서 예민아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어디서 끼아끼아 거려! 입은 아직 살았다 이거지? 내가 아주 구워줄게!”


서슬 퍼런 정전기가 그녀의 손바닥에서 튀었다.

저걸 맞으면 대장 고블린은 죽는다.

······하.

적이지만 죽이기가 싫어졌다.


“그만!”


나의 외침에 예민아가 문득 멈췄다.


“죽이지 마.”

“네?”

“물러서라.”

“얘만 죽이면 쟤들 싹 쓸어버릴 수 있는데? 싫어요. 이건 내가 잡은 거······.”


하지만 예민아는 곧 입을 다물었다.

내 눈과 마주친 그녀는 치켜든 손을 홱, 거두면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칫, 무섭게 왜 저래?”


무어라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는 소릴 들었으나 무시했다.

그녈 밀치며 나는 대장 고블린과 마주했다.

탄내가 코를 찔렀다.

아직도 살이 타들어갈 정도로 잔열이 상당했으나 그의 눈빛은 죽음을 각오한 자답게 단단했다.


― 너는 명예를 아는 자인가?


그가 큭, 피를 토했다.


― 인간. 이 싸움의 승패는 이미 결정 났다. 전리품으로 내 목숨을 가져가라. 대신 내 종족은 살려다오. 골고딘 왕께서 세운 서쪽 왕국의 후예는 우리가 마지막이다. 부디 원컨대 대를 잇게 해 달라.


대장 고블린이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처분을 기다리는 이 약간의 시간마저 그에게는 수천 년의 세월처럼 길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인간, 답하라. 왜 머뭇거리는가!


그에게서 재가 풀풀 날렸다.

멸족을 예감한 서쪽 고블린의 무리가 서럽게 울부짖었다.

그 울음소리만은 견딜 수 없었던지 그가 재차 고함을 질렀다.


― 정녕 명예를 모르는가! 내 죽음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골골.”

― 말하라! 어쩔 것인가! 내 목숨이면 승리의 전리품으로 충분하지 않느냐 말이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좋다, 내 가죽을 네 얼굴에 뒤집어쓰라. 내 뼈를 장식 삼아 네 목에 걸라. 허니······, 제발.

“네 요청에 답할 자는 따로 있다.”


나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두 손을 펼친 다음 나지막이 읊조렸다.


“골고딘.”


땅이 뒤흔들렸다.


“죽음을 먹는 자로서 명하니, 나의 기사로 서라.”


서서히 양팔을 들어 올리자 발밑에 어린 그림자가 요동쳤다.

썩은 내를 풍기는 명계의 강물이 그림자에서 흘러넘쳤고 거대한 낫이 깃발처럼 솟구쳐 올랐다.

나의 첫 번째 해골기사이자 서쪽 고블린의 왕, 외뿔의 골고딘이 일어나 포효했다.


크어어어!


그 모습에, 땅을 치며 울부짖던 고블린들이 하나둘 일어섰다.

골골조차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 저 뿔은······, 왕의 징표!


다 바스러진 무릎으로 기어 골골이 골고딘에게 나아갔다.


― 대답해주시오! 다, 당신께서는 누구시오!


절박한 몸가짐으로 골고딘의 다리뼈를 움켜쥔 골골이 기어이 일어섰다.

허나 골고딘은 그의 기립을 허락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낫을 휘둘러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 나는 골고딘이다.


골고딘이 쿵! 쿵!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서쪽 고블린 종족만의 북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지자 대장 고블린 골골이 눈을 부릅떴다.


― 선조께서 재림하셨다!


그러자 생존한 고블린 무리가 일시에 달려와 엎드렸다.

하지만 골고딘은 그들의 예를 받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내게 와 무릎을 꿇고 내 눈높이보다 더 낮은 자세로 허릴 숙였다.


― 주인이시여, 명하소서.


골고딘의 말에 대장 고블린 골골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모습에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 선조시여! 위대한 전사여! 어찌 인간에게 몸을 낮추시는 것입니까!


골골의 진정 어린 외침에도 골고딘은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 이분이 나의 왕이시다.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컥, 녹색 피를 토하며 골골이 나를 조심스레 바라봤다.

적개심 같은 건 없었다.

내 시선과 마주치기가 무섭게 눈을 내리깔며 더더욱 머리를 조아리는 그였다.


“골고딘. 저들이 너의 후손인가?”

― 그렇습니다.

“내게 패했다.”

― 패배한 자는 죽어야 마땅한 법. 멸족을 명하신다면 저들의 목숨을 거두겠습니다.

“살리라 하면?”


약간의 침묵 끝에 골고딘이 대답했다.


― 오늘의 은혜를 제 후손의 가슴에 새기고 만년토록 기억하라, 명하겠습니다.






싸움은 끝났다.

골골과 그의 일족은 약속대로 오늘의 일을 왼 가슴에 새겼다.

내 이름을 불도장으로 낙인하고 가슴을 쳐 의식을 마무리했다.

이다음에는 근거리 텔레포트를 가능하게 하는 아이템과 미늘뱀의 독을 내게 바쳤다.


― 약소하지만 받아주십시오.

“골골.”

― 하문하십시오.

“이 아이템은 어디서 구한 거지?”


가지런히 올린 두 물건 가운데 네모꼴의 석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참 아닌가?”


돌에 고대문자를 새겨 마법을 부여한 아이템, 참.

서양식 부적 같은 것으로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으며, 몬스터를 잡거나 경매해서 얻을 수 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참을 인벤토리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생명력이나 마나의 소모 없이도 룬 문자로 새겨진 스킬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유용했다.


“이걸 어떻게 구했어?”

― 골고딘께서 남기신 유품입니다.

“유품?”


골고딘을 바라봤다.


“네 물건이 맞아?”


하지만 그는 묵묵히 고개만 가로저었다.

해골기사로서 충성을 맹세한 자가 거짓말할 리는 없고.


“기억이 안 나?”


<멸‧개‧법>의 설정에 따르면, 골고딘은 죽기 직전 잘못을 깨닫고 보물과 관련된 기억을 도려냈다.

보물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과 갈망, 욕구, 그 모두를 추출해 심장에 봉인한 것.

그러니 자신의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역시 헛된 기대였다.

아쉬웠다.

기억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솔직히 말해, 골고딘의 보물함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멸‧개‧법>의 작가인 나조차 잘 모른다.

불리한 전세를 극복할 무언가가 거기에 들어있다는 식의 단 한 문장을 작품에 써둔 게 다였다.


말하자면 떡밥인 셈인데, 미완결 상태에서 세상이 멸망하여 써먹질 못한 거다.

잊힌 복선, 쉰 떡밥이 되어 버려졌달까?


혹자는 이렇게 질문할지도 모른다.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고작 그 한 문장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거냐고.

정체불명의 지도를 획득해 보물함을 찾아낸다 한들 별것 아닌 게 들어있다면 어쩔 것인가?


내 대답은 간단하다.

그럴 리 없다.

왜냐고?


어떤 소설에서든 복선은 한 문장이면 족하니까.

겨우 한 문장에 불과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언제든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실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별거 아닌 일이 삶을 뒤흔들기도 하니.


“하는 수 없지.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골골이 바친 참을 인벤토리에 저장했다.


<참:빛의 홀을 장착했습니다.>

<생명력의 소모 없이 단거리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 장착을 통해 사용하는 스킬에는 레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숙련도에 따라 스킬이 위력이 달라집니다.>


시험 삼아 참을 사용해보았다.

손바닥에 나타난 광자가 3초가량 휘돌아 빛의 구멍을 뚫었고 내 몸이 이내 거기로 빨려들었다.

다시 나타난 곳은 예민아의 등 뒤였다.

그녀가 인상을 콱 찌푸렸다.


“아저씨!”

“응?”

“내가 젤로 싫어하는 게 뭔 줄 알아요? 뒤치기! 내 뒤에 갑자기 나타나서 뒤통수 갈기는 거라고요. 나한테 뭘 하든 다 좋은데요, 이런 식으로 등 뒤에 나타나진 마세요!”


어. 생각해보니 예민아가 그런 말을 혼잣말처럼 하는 걸 듣긴 했다.

처음에는 흘려들었는데······, 뒤치기가 뒤통수 때리는 걸 뜻했나?


“뒤통수 때리는 걸, 왜 뒤치기라고 하는 거야?”

“난들 알겠어요? 그 새끼들이 맨날 뒤통수 때리면서 뒤치기라고 놀리니까······. 하, 됐어요.”

“놀려?”


순간 학폭 피해자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아이한테 그런 트라우마가······.


“학교 다닐 때, 괴롭힘을 당했어?”

“아, 아, 아니거든요!”


빽, 신경질을 부리는 그녈 향해 골고딘이 푸쉬, 증기를 내뿜었다.

거대한 낫이 허공을 베며 예민아의 턱밑으로 달려들었다.


― 닥쳐라! 주인님이 아니었으면 썩은 고기나 주워 먹으며 떠돌았을 들개주제에 감히! 대들다니.


골고딘이 호통치자 골골과 그의 수하들이 바짝 엎드렸다.

예민아는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고.


― 경거망동하지 마라. 다시 한번 이빨을 드러낸다면 송곳니를 남김없이 뽑아버리겠다.


저 협박 어린 눈빛에 놀란 예민아가 다급하게 날 쳐다봤다.

골고딘을 진정시킨 후 골골이 건넨 미늘뱀의 독을 살펴보았다.

칼끝에 묻혀 쓰면 서너 번 사용할 수 있는 양.


게다가 독기가 생생하다.

독화살에 묻은 독보다 훨씬 독한 게 분명했다.

독화살의 경우에는 화살을 만든 지 오래돼서 약효가 떨어졌던 모양.

이 정도면, 다가올 몇 번의 위기를 벗어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구는?”

― 이쪽입니다.


골골이 길을 안내했다.

그를 따라 나아갈수록 골고딘이 기역자로 굽혀 다녀야할 만큼 굴이 좁아졌다.

동굴 끝에 썩은 냄새가 물씬 나는 냇물이 흘러가는 게 보였다.


― 여기서 물길을 따라 약 30분 정도를 걸어가시면 출구 포탈을 찾을 수 있습니다. 허나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조심?”

― 포탈지기의 위액들이 언제 공격해올지 모릅니다. 게다가.

“게다가?”

― 미늘뱀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나 독 웅덩이가 아직 있습니다. 그것이 끓어오르면 달아나야 합니다.


걱정스런 당부를 전한 후 골골이 곁을 떠나갔다.

고블린의 동굴을 빠져나가기 전에 나는 시간부터 확인했다.


<히든 퀘스트 ‘탈출’을 시작한지 3시간 55분 33초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거의 4일이 지난 셈이다.

예상보다 탈출 시간을 앞당기긴 했으나 출구 포탈이 근처에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마음이 급해졌다.


“잘하고 있으려나.”


문득 유인나와 개진산이 떠올랐다.

A급 희귀템 정체불명의 지도를 구하려고 여기로 들어온 후부터 그들과 연락이 끊겼다.

특별한 사건이 발생해서라기보다는 이곳과 저곳의 차원이 달라서 생긴 문제.


“1시간 안에 목적을 달성하고 탈출한다.”


때마침 잔잔히 흘러야할 냇물에서 간간히 튀어 오르는 무언가가 보였다.

미간이 콱, 좁혀졌다.


“포탈지기의 위액들이 먹이 냄새를 맡은 건가?”


곧 떼로 몰려올 기세였다.


“그렇다면 시작해줘야지.”


나의 폭풍 성장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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