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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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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752

작성
23.05.2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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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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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모든 일은 찰나에 이루어졌다.

대검 전사를 베고 길드 마스터의 옆구리에 칼을 박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적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으.”


길드 마스터의 신음이 힘겹게 늘어졌다.

자신이 이리 쉽게 당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였다.

인질을 잡아뒀으니 함부로 덤비진 못할 거라 판단한 건지, 아무튼 덕분에 일이 싱겁게 풀렸다.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살고 싶다면.”

“너······.”


길드 마스터가 멱살을 잡고 물어왔다.


“이름이 뭐냐?”

“내 이름은 알아서 뭣하게?”

“뭐냐고.”

“이강한. 됐어?”


그러자 길드 마스터가 고갤 들어 나를 응시했다.


“······이강한. 근데 왜 성기사가 아니야? 대체 넌······컥!”


길드 마스터가 또다시 피를 토했다.

비릿한 피 냄새 속에서 나는 얼얼한 감정에 휩싸였다.

왜 성기사가 아니냐니?

나를 알고 있어. 그것도 과거의 나를!


“허면.”


선지자가 처음부터 나를 노렸다?

유인나와 개진산을 붙잡은 것도, 여태 살려둔 것도 다 그래서······.

어금니를 꽉 물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묻겠다.”


대답을 잘하라는 의미로, 옆구리에 박힌 칼을 좀 더 깊이 박아줬다.

길드 마스터는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비틀댔다.


“마스터!”


친위대가 일시에 소리쳤고 순간, 머리털이 주뼛 설만큼 섬뜩한 살기가 나를 덮쳤다.

마치 부모를 죽인 원수를 대하는 듯 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고작해야 길드 마스터와 길드원 관계일 뿐인데, 이토록 강한 적개심이라니.

작가의 권한을 시전해 그 이유를 캤다.


<작가의 권한 Lv.1: 분석 결과, 주변 8명의 적에게서 충성심 버프를 발견하였습니다.>

<작가의 권한 Lv.1: 길드 마스터에게 위해를 가할수록 그들의 충성심이 강해집니다.>

<작가의 권한 Lv.1: 방금 공격으로 충성심이 120%에서 130%로 상승하였습니다.>

<작가의 권한 Lv.1: 그와 비례하여 신체 능력과 스킬의 위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충성 버프?”


<멸·개·법>을 통틀어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능력치 상승 버프 중 하나.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이 녀석은 충성심 버프를 걸 수 없어.’


혹시 싶어서 재차 그의 상태창을 살폈다.

사제로서의 능력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식량이 인벤토리에 꽉 차 있다는 것 정도가 특이한 점이었고, 선동 관련 스킬은 없었다.


운 좋게 1회용 버프 아이템을 얻은 건가?

그것이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봐야 하는데, 정황상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미간을 좁히는 내게, 길드 마스터가 피거품을 문 채로 비웃었다.


“나를 어쩔 셈이냐?”

“죽이거나. 살리거나?”

“나를 죽이면 네가 살 것 같아? 내 친위대는 말이다, 네가 궤멸시킨 추수대하고는 수준이 달라.”

“아, 그래?”


그의 옆구리에 박힌 검을 콱, 비틀었다.

갈비뼈 두 대가 부러졌고 길드 마스터는 울부짖었다. 친위대의 숨소리가 들짐승처럼 거칠어졌다.


<방금 공격으로 충성심이 130%에서 140%로 상승하였습니다.>

<충성심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적을 더 자극해서는 안 됩니다.>


“유인나와 개진산은 왜 살려뒀나? 선지자가 시켰나?”


으윽, 탄식에 가까운 신음을 흘리던 길드 마스터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래.”

“선지자가 뭐라 했나?”

“일행을 미끼로 삼으면 널 잡을 수 있다고.”

“선지자가 아직 이곳에 있나? 유인나는? 곰은!”

“내 거처에······, 선지자님과 함께 있다. 여자는 안전해, 곰 새끼도.”


느닷없이 길드 마스터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나? 이강한, 나는 너를 죽이러 온 게 아니야. 선지자님의 명을 받고 데리러 온 거다.”

“이제 와서?”

“이제 와서라니. 우린 네 털끝조차 건들지 않았어. 네가 먼저 우릴 쳤다.”


폐에 구멍이 난 탓에 그의 음성이 휘발되며 뚝뚝 끊어졌다.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너만 내 편으로 끌어들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번창할 수 있다고.”

“선지자가?”

“나와 함께 하자, 이강한. 1234번 안전 구역이야말로 인류의 새 터전을 세울 최적의 장소다. 그 어떤 마물도 침범할 수 없는 도시국가를 세울 수 있다고.”

“······도시국가? 인류의 새 터전?”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저 허황된 꿈은 뭐란 말인가?

1234번 임시 안전 구역에 도시국가를 세우고 인류의 새 터전으로 삼겠다니?


“믿기지 않겠지. 헛된 꿈처럼 여겨질 거야. 허나 이강한. 우릴 봐라. 4일 만에 300인 규모의 길드를 세웠어. 이건 시작에 불과해. 내 길드는 더 강해질 것이다. 하루를 24일처럼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


이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정말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4일을 100일처럼 보낼 수 있는 히든 퀘스트 지역을 발견했다는 것.

선지자가 선물한, 한 권의 낡은 책을 펼쳤더니 그곳으로 순간 이동하게 되었다는 거였다.

하급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그곳에서 급격히 성장했고 길드 규모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그러니 이강한, 이건 기회다. 내 비전과 함께해라.”

“비전? 웃기지 마, 그건 망상이다. 개꿈이라고.”

“개꿈이라니! 함부로 내 비전을 모욕하지 마라!”

“······하.”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되물었다.


“히든 퀘스트 지역에서 힘을 키우겠다고 했나? 하급 마물만 득시글거리는 퀘 지역에서 뭘 더 강해진다는 거냐? 벌써 한계치까지 성장했을 텐데, 아니냐?”

“!”

“그래,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진짜 문제는 식량이다.”


추수대를 척살하면서 1234번 임시 안전 구역을 다 돌아봤다.

편의점과 마트 대부분이 텅 비어있었다.

그의 말대로 300명이나 되는 사람이 이곳에서 100일을 지냈다면, 길드원 다수가 극심한 기근에 시달릴 게 뻔했다.


“여긴 고립된 섬이나 다를 게 없어. 식량을 구할래야 구할 수가 없다고. 그런데 어떻게 길드원 300명을 먹여 살린다는 거야?”

“그, 그건 방법이 있어. 이미 해결했다고.”

“······해결?”


미간이 콱, 찌그러졌다.

<멸‧개‧법>의 초반부에서 식량문제는 인류 최대의 화두 중 하나.

세계가 멸망한 직후부터 단 1년 만에 굶어 죽는 인구가 전체 인류의 50%에 육박한다.

인류의 적은 마물이 아니라 굶주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시스템 상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구할 순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법이 되진 못한다.

퀘스트를 깰 때마다 무작위로 주는 포만감 버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대체 무슨 수로?


“내 말이 거짓말 같나, 이강한?”


길드 마스터가 친위대를 가리켰다.


“봐라, 저들은 전혀 굶주리지 않았어.”

“뭐?”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야, 내 길드에서는 기아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증명할 수 있나?”


나는 비웃었으나 길드 마스터는 꽤 자신만만한 표정을 내비쳤다.


“증명? 까짓것 해주지.”


인벤토리에서 먹을 걸 꺼내더니 뜬금없이 밖으로 던졌다.

자기 부하들이 그토록 굶주림에 시달렸다면, 식량을 보는 순간 동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아사의 고통을 겪은 자라면 응당 본능적으로 먹을 것을 갈구할 것이니.


“자, 네가 보기엔 어때? 저들이 굶주렸을 것 같아?”


말문이 막혔다.

친위대는 눈알만 데굴데굴 굴릴 뿐, 아무도 식량을 챙기려 들지 않았다.

베이컨에 빵, 뜨끈한 국물이 있는 각종 밀키트까지 귀하기 짝이 없는 것들인데······.

어떤 자는 뭔 생뚱맞은 짓거리냐는 낯짝으로, 먹을거리를 구둣발로 밟고 치워버리기까지 했다.


“어떠냐, 이강한. 아직도 내 비전이 망상으로 보이나? 그래, 맘껏 의심해라. 허나 지금은 아니야. 의심 같은 건 선지자를 만나 뵌 후에 해도 늦지 않아. 그러니 같이 가자.”

“같이 가자고?”


사그라들었던 헛웃음이 재차 불거졌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허탈하게 삐져나오던 내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까드득, 어금니를 악무는 소리로 바뀌었다.

억눌러둔 살기가 몸 밖으로 치달았다.


“아까 대검 전사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어. 사람을 많이 잡아먹었다고, 맛있었다고 했지. 그 말, 비유가 아니구나?”


길드 마스터의 멱살을 콱, 움켜쥐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게, 네 비전이냐?”

“위대한 비전에는 항상 희생이 필요해. 어차피 죽은 놈들이다, 안 그래? 고깃덩이일 뿐이라고.”

“닥쳐.”

“닥쳐야 하는 건, 너야!”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가 떠들었다.


“우리 편이 아니라면, 적이라면, 몬스터와 다를 게 뭐냐! 이 세계에선 말이다, 이강한. 사람을 죽이면 코인을 준다. 인간도 한낱 몹이라고!”

“······.”

“더한 사실을 말해주랴! 사실은 말이야, 세계가 멸망하기 전에도 대부분은 몹이었어. 약자는 강자의 먹잇감이었다고!”


말이 안 나왔다.

끔찍해서?

아니.

약자는 언제나 강자의 먹잇감일 뿐이라는 그의 말이 반박할 수 없는 진실 같아서.


“그래,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근데 말이다.”


길드 마스터한테 박혀 있던 검을 확, 비틀어 뽑아냈다.


“으아악!”


절규하는 그의 옆구리에서 검붉은 피가 허공으로 흩뿌렸다.

피 냄새가 지랄 맞게 비릿했다.


“너는, 네 비전을 믿나?”

“으으,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당연한 거 아냐!”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피가 벌겋게 번지는 옆구리 상처를 틀어막으며 길드 마스터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억울하다는 눈빛이었으나······.


“네 본심이 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내 본심?”


길드 마스터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나를 포위하고 있던 친위대를 재빨리 훑었다.

혹시나 그들이 동요할까 걱정하는 티가 역력했다.


“나를 거짓말이나 일삼는 시정잡배로 보는 거냐, 이강한!”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길드 마스터가 바락바락 소릴 질렀다.


“나는 혁명가다. 구원자가 될 사람이라고!”

“아, 그러셔? 근데 어쩌냐? 내 눈엔 너도 일개 몹으로 보이거든. 이 칼로 널 찌르면, 코인이 얼마나 떨어질까? 응?”


허연 이를 드러내며, 그러나 어금니는 꽉 악물고 웃음을 흘렸다.


“구원자를 자청하는 놈이니 30코인은 주겠지?”

“······하아. 선지자께서는 너를 밀알이라 칭하셨으나, 틀렸어. 너는 썩은 낱알이야.”

“미친놈.”


검을 높이 쳐들자 사방에서 살기가 덮쳐왔다.

쩍 벌린 범 아가리에 목덜미를 물어뜯기는 환상이 소름 돋듯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 자를 죽이면, 8명의 친위대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나를 찢어버릴 게 틀림없었다.


“왜 칼을 멈추나, 이강한?”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길드 마스터가 날 비웃었다.


“날, 죽이면 너도 죽을 뿐이야. 경고하는데, 내 부하의 충성심을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게 좋아.”

“충성?”


딱 한 마디면 무너질 신뢰를 방패막이 삼아 날 협박하다니.

이제는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래.”


72시간 소환 제한 때문에 골고딘을 소환할 수 없는 지금, 여기서 살아 나갈 방법은 둘밖에 없다.

칼을 버리고 길드 마스터를 따르거나 아니면······.


‘충성심 버프를 디버프로 뒤집어버리거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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