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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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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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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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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6.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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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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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2쪽

포식(6)

DUMMY

내 발밑에서 일어난 흙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적한테 구멍이 뚫렸다.

억, 그가 고꾸라졌다.


“제기라알!”


싸움의 끝을 알리는 신호처럼 어디선가 탄식이 튀어나왔다.

예상대로 한 번의 죽음이면 충분했다.

더는 싸워봐야 이길 수 없다는 걸 직감한 적이 순식간에 결계 밖으로 달아났다.

7번 편의점의 결계 색깔이 파·노·녹에서 빨·주·파로 바뀌었다.


<이강한 외 62명이 7번 편의점을 점거하였습니다.>

<이강한 외 62명에게 보상으로 각각 100코인을 지급합니다.>

<이강한 외 62명에게 보상으로 인벤토리 10칸을 지급합니다.>

<7번 결계 안에서 10분 이상 머무르는 생존자에게 식량 3일치 포만감 버프를 부여합니다.>


바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이 함성을 터트렸다.


“점거했다! 성공했어!”

“역시 마스터! 방주님께서 우릴 살렸다!”

“저기로 들어가야 해. 그래야 포만감 버프가 떠!”


배고픔에 지친 길드원들이 한꺼번에 결계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그들을 저지했다.


“멈추세요.”


대신 유인나, 개진산, 예민아, 이 셋만을 결계 안으로 들였다.


<7번 편의점을 점거하였으므로 축복을 내립니다.>

<7번 편의점 결계 내에 트랩을 최대 150개까지 설치할 수 있습니다.>

<7번 편의점 결계 안에서는 언제든 은신할 수 있습니다.>


“유인나 씨.”

“네.”

“개진산, 예민아와 함께 7번 편의점을 방어해주세요. 결계 주변에 트랩을 깔고 은신해 있으면 될 겁니다. 웬만해서는 뺏기지 않을 거예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한테서는 걱정 어린 눈빛이 배어 나왔다.


“강한 씨는요?”

“1234 길드원을 이끌고 8번 편의점으로 갈 겁니다. 8번 편의점을 점거한 다음에는 곧바로 13번을 칠 거고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나더러 또 기다리고요?”


의외의 반문이 유인나한테서 튀어나왔다.

더 할 말이 있는데 참는 건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웅얼거렸다.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하, 다치지 마요.”


저 말을 끝으로 그녀가 차갑게 돌아섰다.

개진산과 예민아는 그러든지 말든지, 편의점으로 들어가 먹을 걸 찾느라 분주했다.


“와, 남은 게 하나도 없어. 사람들이 다 쓸어갔나 봐요.”

“창고! 창고를 뒤져봐.”

“술밖에 없는데요?”

“술? 대박! 챙겨! 쑤셔 박아! 담배는!”

“꺄, 라면이다!”


뭐, 식량을 챙기라는 말은 해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긴 했다.

7번 편의점 결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내 명대로, 밖에서 대기하던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착잡한 얼굴이었다.

그들을 대표하는 자가 나와 내게 물었다.


“마스터, 하나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하세요.”

“이리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들 지쳐 있습니다.”

“지쳤다고? 뭘 한 게 없는데, 왜 지치죠?”

“······어.”


그가 침을 꼴깍 삼켰다.


“제 말은, 어차피 트랩을 설치해야 하니 7번 편의점의 안전을 확인한 후 8번을 도모해도.”

“아니, 틀렸습니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편의점과 편의점 사이의 거리는 10분 상간이에요. 하나를 지키면서 다른 하나를 뺏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차라리 하나를 뺏길지언정 두 개를 얻겠다는 마음으로 속전속결 해야죠.”

“······하지만.”


조심스럽기는 했으나 그의 말투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다.


“저희 대부분이 허기진 상태입니다. 배고픔의 디버프가 5중첩 가까이 쌓였으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디버프는 지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포만감 버프를 얻으려면 저 결계 안에 10분 이상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서요?”

“저희에게 10분만 휴식을 허락해주시죠. 포만감 버프를 얻으면 사기가 올라 마스터께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하.”


일부로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또 틀렸습니다.”

“네?”

“배고픔의 디버프가 걸려 있어야 죽어라 싸울 것 아닙니까? 포만감 버프를 얻고 나면, 누가 목숨을 걸겠어요? 이럴 땐 벼랑 끝에 섰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마스터.”


그의 요청을 뿌리치며 나는 1234 길드원에게 소리쳤다.


“살고 싶습니까!”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살고 싶다면 8번! 13번 편의점을 뺏으세요!”


이런 말도 덧붙였다.

13번 편의점은 필수 점령 지역이니만큼 먹을 게 가득 쌓여 있을 거라고.

다 가지라고.

사로잡은 적의 육신도, 그들의 아이템도 다 너희 것이라.


“이 자리에서 약속합니다! 13번 편의점까지 먹으면, 여러분께 길드 창고를 열겠습니다!”


확실한 보상을 약속하는 것만큼 완벽한 선동은 없다.

의심의 눈초리로 가득하던 그들의 낯빛이 순식간에 의기충천해졌다.

와, 하는 함성이 솟구쳐 올랐다.

전장의 북소리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이만하면 길드원들 불만은 없는 것 같은데, 어때요? 포만감 버프를 받고 갈까요?”

“······아닙니다. 마스터 말씀이 옳습니다.”

“아, 그리고 메시지를 돌리세요. 보상으로 받은 코인은 절대로 쓰지 말라고.”


이번 퀘스트 보상 규칙의 특징 중 하나는 제한된 복리다.

여기서 제한은 보상받은 코인을 소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저 제한만 어기지 않는다면 편의점 1개당 100코인씩, 총합 300코인이 900코인까지 늘어난다.

첫 점거에는 100코인을 주지만 두 번째에는 200코인을, 마지막 점거 때는 600코인을 지급하니까.


“8번과 13번 편의점을 점거하는데 2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20분 안에 900코인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 선전하세요.”


메시지가 돌기 시작하자 길드원의 사기가 더욱 높아졌다.


“갑시다.”


8번 편의점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략 삼십여 명 정도의 파·노·녹 그룹이 방어진을 치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돌진!”


그들의 저항은 의외로 강했다.

8번 편의점 구역에서 적이 받은 축복은 통증 불감이었고, 그 때문인지 우리 숫자가 2배는 더 많았는데도 그들은 좀처럼 달아나지 않았다.

덕분에 길드원 5명이 죽었다.


<김○○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사람 말린고기 4, 121코인······.>


<최○○ 길드원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창고로 그의 용품과 코인이 이동합니다.>

<사람 말린고기 11, 195코인······.>


전투를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서야 이윽고 8번의 결계 색깔이 파·노·녹에서 빨·주·파로 바뀌었다.


<이강한 외 57명이 8번 편의점을 점거하였습니다.>

<이강한 외 57명에게 보상으로 인벤토리 10칸을 지급합니다.>

<이강한 외 57명에게 보상으로 각각 200코인을 지급합니다.>


전투가 끝나자 길드원 다수가 주저앉았다.

피 냄새 섞인 숨소리가 사방에서 울려났으나······.


“길드원을 일으켜 세우세요, 바로 13번 치러 갑니다.”

“마, 마스터. 진짜 강행하는 겁니까?”

“왜요?”

“1시간 안에 13번을 점거하지 못하면 패배할지도 모릅니다. 배고픔의 디버프가 더 중첩되면······.”

“1시간? 10분이면 충분합니다.”


거짓말이었다.

배고픔의 디버프가 7중첩 이상이면 치유 받은 상처조차 썩어들어갈 뿐 아니라 이성이 약해진다.


지금까지는 내 명령이 통했으나 13번 편의점에 도착할 즈음엔 내 말이 전혀 먹히지 않을 거다.

뭐든 먹어 치워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인간이기보다는 짐승에 훨씬 가까운 상태가 되겠지.

뭐, 그들에겐 가장 어울리는 말로였다.


“우린 50명이 넘습니다. 남은 건 13번 편의점 하나고요. 13번을 단 1초만 점령하면 이 게임은 끝나요. 질질 끌 이유가 없습니다. 당장 들이쳐야 합니다.”

“그래도 마스터!”

“이해가 안 됩니까? 7번과 8번을 뺏기기 전에 13번을 점령하는 게 최선입니다. 이 싸움은 누가 더 과감하게 점령을 시도하느냐, 거기서 승패가 갈립니다.”


8번 편의점을 지킬 수비는 한 명도 남기지 않았다.

살길은 오직 공격뿐이며, 우리가 이겨야 하는 적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그들을 독려했다.

이미 두 개의 편의점을 점거한 지금, 13번 편의점을 단 1초라도 소유하면 다 끝난다고 강조했다.


“갑시다.”


배고픔의 디버프가 6중첩에 이른 길드원 상당수가 짐승같이 으르렁거렸다.

광견병에 걸린 미친개가 따로 없었다.


“다 먹어 치울 거야.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릴 거라고!”


으아아아, 13번 편의점으로 내달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웃는 듯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이제 다 죽여볼까?”






7번 편의점에 트랩을 설치하는 내내 유인나는 이름 모를 안개 지역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도에서는 육십 개나 되는 까만 점들이 8번에서 13번으로 내달렸다.

저 중에 어떤 점이 이강한 씨일까?


“······하.”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걸, 그녀는 바로 알아차렸다.

제일 앞에서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는 저 까만 점이 이강한일 거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테니까.

저 속도면 13번 편의점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연달아 한숨이 나왔다.

저 사람은 왜 항상 맨 앞에 서는 걸까?

제일 앞선 사람이 표적이 되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위험하잖아, 강한 씨.”


방패막이 삼아 다른 사람을 앞세우고 한참 뒤로 빠져 있으면 얼마나 좋아.


“쫌, 뒤로 가라고요. 튀어나온 못처럼 굴지 말고.”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유인나는 한참이나 혼잣말했다.

예민아가 뒷짐 지고 슬그머니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언니, 뭐해요? 지도 봐요?”

“어? 어.”

“왜요? 아저씨가 걱정돼서?”


예민아의 손끝이 이강한으로 짐작되는, 까만 점을 가리켰다.


“지도가 아니라 아저씨 보고 있었구나?”


저 말에 화들짝 놀라서 유인나는 하마터면 지도를 접을 뻔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에이, 그거 알아요? 언니는 진짜 거짓말 못 하게 생겼어요. 우리끼린요, 그렇게 속 보이는 거짓말은 하지 말죠.”

“응?”

“아무튼요, 내가 아저씨를 잘 알거든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싸움, 진짜 잘해요.”


씨익, 웃는 예민아의 미소가 유인나는 부러웠다.

스무 살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저 풋풋한 입매며, 환한 목소리며, 특히 이강한을 향한 확신이.

유인나도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왜인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서.


“같이 갈 걸 그랬어.”


또 혼잣말해버린 유인나에게, 그런 그녈 불만스레 바라보는 예민아한테 개진산이 툴툴댔다.


“나 빼고 둘이서 뭐합니까? 트랩 안 박아요? 150개나 박아야 한다고요. 이제 겨우 30개 박았는데 벌써 노닥거리면 이건 언제 다 합니까?”

“하, 곰 씨. 어쩜 눈치가 없어요? 이강한 아저씨 걱정은 안 해요?”

“야! 누가 누굴 걱정해? 어?”


개진산이 건들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섰다.


“이강한이 우릴 걱정해야지, 우리가 강한이 그 자식, 걱정을 왜 하냐?”

“친구 맞아요?”

“친구? 걔는 내 부하직원이야. 네가 잘 모르나 본데, 나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탑클래스 경호업체 쉴더스에서 무려 3년간 이사로······.”

“닥치세요.”

“닭치는······, 뭐라?”


개진산과 예민아가 또다시 투덕거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유인나는 지도만 빤히 쳐다봤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저 13번 편의점의 동향은 7번이나 8번 편의점과는 달랐다.


“이상해, 왜 저긴 아직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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