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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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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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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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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752

작성
23.06.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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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포식(5)

DUMMY

이름 모를 안개 지역.

<멸·개·법>의 설정상 이곳의 안개는 보통의 안개와는 조금 다르다.

약간의 독기가 스며있어 허기를 부추기고 인간을 끝내 미치게 만든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배고픔의 디버프가 10개 이상 쌓이면 살아서 생지옥을 경험한다.


<배고픔의 디버프가 3중첩 되었습니다.>

<안개의 영향으로 중첩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다음 중첩까지 10분 남았습니다.>


퀘스트를 시작하기 전, 1234 길드원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역시나 배고픔의 디버프 때문인지 불안과 공포가 그들을 서서히 좀먹고 있었다.


“이러다 우리 다 엿되는 거 아냐?”

“목소리를 낮춰, 방주께서 들으시면 어쩌려고.”

“먹을 게 필요해. 디버프가 벌써 4중첩이라고. 이대로 있다간 죽지도 못하고······.”

“걱정 마. 편의점만 점거하면 돼. 그러면 포만감 버프도, 식량도 다 얻을 수 있어.”

“제길, 고기가 다 떨어졌어. 내 육포가.”


작가의 권한 스킬이 조심스레 오고 가는 그들의 대화를 증폭하여 들려줬다.

마른고기 같은 걸 씹는지, 우물우물, 질겅질겅, 쩝쩝거리는 저작 소리가 역겨웠다.


“······.”


이름 모를 안개 지역의 지도를 펼쳤다.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을 스치고 사라졌다.


<이강한 외 62명의 고유 색깔은 빨·주·파입니다.>

<이강한 외 62명이 점거한 편의점은 지도에 빨·주·파 3색으로 표시됩니다.>

<이강한 외 62명이 점거한 편의점 수는 현재 0입니다.>


이름 모를 안개 지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편의점 쟁탈전이 벌어지는 하(下)의 지역과 직업 전용 퀘스트를 수행할 중(中)의 지역.

제2의 메인 에피소드 최종 목적지 상(上)의 지역.


“하(下) 지역 확대.”


지도가 전황판처럼 변하며 178개 편의점을 전부 표시했다.

실시간으로 색이 바뀌는 편의점이 무려 100개가 넘었다.

생존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보자.”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반드시 점거해야 할 편의점은 13번.

여기서 도보로 약 30분 거리.

13번 편의점 주변에는 7번, 8번, 9번, 11번, 14번, 16번, 18번 등 대략 10개의 편의점이 있었다.


“7번과 8번은 파·노·녹, 11번과 16번은 녹·주, 9번은 빨·주, 14번은 파, 18번은 빨·파·주······. 13번 편의점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그룹이 최소 5그룹 이상.”


그러면 족히 수백 명은 넘는 각성자들이 각자의 생존을 걸고 뒤엉켜 싸운다는 건데.


“······잘됐네.”


대충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할지 그림이 그려졌다.

승패의 키워드는 하나다.


“속전속결.”


때마침 예민아를 태운 개진산이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야생 짐승 특유의 뭐랄까, 눅눅하며 축축한 노린내 같은 걸 풍기며.


“야, 이강한.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냐?”

“지도.”

“지도를 보면 뭐, 공략법이 나오냐? 이건 말이야, 아주 쉬운 퀘스트야. 우리가 60명이나 되잖아. 그러니까 20명씩, 세 군데를 동시에 치는 거지. 7번 편의점, 8번 편의점, 그리고 13번. 응? 이 작전이면 1시간 안에 끝낼 수 있어.”

“어?”


개진산이 전략이라는 걸 짜다니, 내심 놀랐다.

곰의 잔등에서 놀고 있던 예민아도 감탄사를 뱉으며 그의 엉덩이를 투덕거려줬다.


“이야, 곰 아저씨. 생각도 할 줄 알아요?”

“뭐라!”

“근데요, 동시에 세 군데를 치면요, 우리 장점이 사라지는 거 아녜요? 이번 퀘스트는요, 다른 그룹보다 사람 수가 많으면 장땡이에요. 60명이 함께 움직이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요.”


그녀의 말에 개진산이 비웃었다.


“60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수비는 누가 하냐?”

“수비? 그게 뭔데요? 먹는 거예요? 아, 수비드?”

“답답하네, 정말.”

“답답한 건 나거든요! 이번 퀘스트는요, 냅다 공격이에요. 수비하기 시작하면요, 이거 몇 달이 걸릴지 몰라요.”


서로 다른 전략을 내세우며 다투던 그들의 대화는 이내 감정 섞인 말싸움으로 번졌다.

분명 시작은 전략회의였는데 나중에는 네가 못생겼니, 냄새나니까 씻어라······.

그들의 말다툼에 딱히 낄 생각은 없었지만, 마무리는 지어야 할 것 같아 결론을 대신 내려줬다.


“지금은 민아 말이 옳아.”

“오예!”


예민아는 두 팔을 높이 들며 기뻐했고 개진산은 납득하지 못했다.


“인나 씨! 내 생각이 틀렸어요? 이럴 때는 세 군데를 동시에 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유인나의 대답은 짧고 간명했다.


“저는 강한 씨 판단에 따를래요. 실수할 사람이 아니잖아요.”


어렴풋한 그녀의 미소에 화답하듯 나는 길드원을 이끌었다.

목표는 7번 편의점.


약 8분 뒤, 자욱하던 안개가 차차 걷히면서 시야가 트였다.

저만치서 7번 편의점이 보였다.

결계 색은 파·노·녹.


이상한 건, 우리가 이 정도 접근했으면 파·노·녹 그룹이 공격해올 법도 한데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거였다.

텅 빈 성을 마주한 기분?

마치 중세의 공성전에서 성주가 항복의 뜻으로 성문을 열어두고 달아난, 그런 느낌이었다.


“저, 저거! 비었어. 아무도 없다! 적이 달아났어!”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고 그러자 길드원들이 일시에 동요했다.


“진짜다, 빈집이야!”

“그럴 리가 없어, 적이 숨어있을 수 있잖아.”

“퀘스트 규칙이 뭔지 몰라? 숨어있든 말든 일단 들어가고 봐야 해. 적들보다 한 명만 더 많아도 우리가 점령한다고!”


그들의 동요에 마침표를 찍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진정해! 길드의 규칙을 잊은 거냐? 판단과 결정은 방주께서 하신다. 우린 따를 뿐이야!”


나 또한 1234 길드원에게 잠시 멈추라, 수신호를 보냈다.

그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져가던 흥분이 가까스로 잡히려는 그때, 예상치 못한 발언이 불쑥 튀어나왔다.


“먹을 게 있을 거야. 아직 먹을 게 남아있을 거라고!”


길드원들한테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길드 마스터인 나보다 먼저 달려가는 자마저 나타날 정도로 모종의 흥분이 퍼져나갔다.

이상했다.


결성된 지 두 달이 지났고,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훈련까지 한 만큼 명령 체계가 잘 잡힌 조직이 1234 길드.

아무리 배고픔의 디버프가 중첩되었다고 해도 아직은 길마의 명령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식량은 먼저 차지하는 자가 임자야!”


저 외침을 듣는 순간 나는 미간을 콱, 좁혔다.

길드원 다수가 허기진 이때, 식탐을 자극해?


“그런 거였나?”


적은 7번 편의점을 버리고 달아난 게 아니다. 오히려 어느 틈엔가 우리한테 섞여 들었다.

적당한 때를 기다리다가 선동을!

하지만 어째서?

사람들이 빨리 달려올수록, 결계 안으로 한꺼번에 들이닥칠수록 적에게는 더 불리할 텐데.


하나의 가능성이 뇌리를 스쳤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대로 돌진했다간 전멸이다.

아직은 1234 길드원을 죽일 때가 아니었다.

더 큰돈을 벌려면.


“정지!”


양팔을 벌리며 길드원의 질주를 멈춰 세우려 했다.

하지만 식탐에 눈이 먼 그들에게 내 목소리는 전혀 닿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예민아! 낙뢰! 저 셋을 죽여!”


개진산을 놀리며 유인나와 노닥거리고 있던 그녀가 즉시 반응했다.


쾅!

콰쾅!

쾅!


하늘에서 갈지자를 그리며 벼락이 떨어졌다.

7번 편의점 구역으로 전력 질주하던 세 명의 길드원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활활 타는 그들의 시신은 나머지 길드원을 단숨에 진정시켰다.

개진산이 놀라서 달려왔다.


“이강한, 무슨 일이야? 저 사람들 왜 죽여! 같은 편을 왜!”

“함정이다.”

“뭐?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긴 텅 비었어. 아무도 없다고. 지금 들어가야 해.”


그러자 1234 길드원도 개진산의 말에 동조했다.


“마스터! 저 불곰의 말이 옳습니다. 당장 진입해야 합니다.”

“저걸 보십시오! 7번 편의점을 지키는 적은 없습니다. 무주공산이라고요!”

“허락해 주십시오, 마스터!”


편들어주는 사람이 생겨서 기분 좋아진 개진산이 보란 듯이 뻐겼다.


“그래, 강한아. 이번은 네가 틀렸어, 응? 저 사람들 봐봐, 디버프가 벌써 4중첩이야.”

“그래서?”

“그래서는? 내가 6중첩까지 당해봤거든. 진짜 괴로워. 먹는 거밖에 생각 안 나. 그러니까 저거 빨리 점령하자.”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흘려들으며 작가의 권한을 발동했다.


<작가의 권한 Lv.1: 전방 10미터 내 구역을 탐색합니다.>

<작가의 권한 Lv.1: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작가의 권한 Lv.1: 전방 20미터 내 구역을 탐색합니다.>

<작가의 권한 Lv.1: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작가의 권한 Lv.1: 전방 30미터 내 구역을 탐색합니다.>


삐, 하는 경고음과 함께 트랩을 발견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작가의 권한 Lv.1: 트랩 위치를 화살표로 표시합니다.>

<작가의 권한 Lv.1: 트랩 위치를 화살표로 표시합니다.>

<작가의 권한 Lv.1: 트랩 위치를 화살표로 표시합니다.>


어마어마한 수였다.

저 좁은 곳에 박힌 트랩의 수가 무려 118개.

개당 살상 능력이 10명이라고 쳐도 무려 1200명을 단번에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꼼꼼히도 박아놨네.”


덫을 설치할 수 있는 직업은 추적자.

<멸·개·법>의 극초반인 지금은 최대 2개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할 때, 약 60명의 추적자를 동원해야 저 정도 규모의 트랩을 깔 수 있다.


“아무리 추적자가 흔한 직업이라 해도 60명을 모을 순 없어.”


그렇다면, 저 트랩은 7번 편의점 구역을 점거하고 받은 일회성 축복일 터.


“몇 명이 숨어있는지는 확인해보면 알겠지.”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개진산이 구시렁거렸다.


“야, 뭘 혼잣말을 해싸. 저거 함정 아니라니깐. 네가 지금 예민해졌나 본데.”

“잘 봐, 개진산.”

“어?”

“저 앞에 뭐가 있는지, 똑똑히 봐두라고.”


화살표가 찍힌 곳에 뼈창을 날렸다.

콰앙, 하는 폭발음과 함께 지면이 수직으로 10미터 이상 솟구쳤다.

서너 군데에 뼈창을 더 날리자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땅이 뒤흔들렸다.


“······봤냐?”






7번 편의점의 결계에는 일단 나 혼자 들어갔다.


쾅!

콰콰콰쾅!

쾅!

쾅!


부비트랩이 연달아 터지면서 은신 상태로 숨어있던 적의 사체가 흙먼지와 함께 흩날렸다.


“으아악!”

“이대로는 안 돼! 다 죽는다.”

“어떻게 알아챈 거야! 땅속에 박힌 부비트랩 위치를 뭔 수로!”

“동요하지 마! 우린 아직 은신 상태야. 내가 신호하면 한꺼번에 달려든다! 그러면 죽일 수 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웠다.

작가의 권한이 은신한 적의 머리 위에 화살표를 찍어둔 상태였다.


“······음.”


나한테 달려들어 봐야 의미 없이 죽을 뿐이니, 괜한 개죽음은 피하라고 말해주는 게 도리겠지.

콰콰콰쾅, 터지는 부비트랩을 피해 용케 내 근처까지 온 적 하나가 보였다.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7번 편의점 구역에서 한 번 더 폭발음이 울려 퍼지면, 그걸 신호 삼아 덮칠 계획인 듯이 보였다.


이대로 뼈창을 날려버리면 그만이겠으나······.

직접 찔러 버려야 이곳에 잠복 중인 적들에게 제대로 된 경고를 날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병든 검.”


차가운 쇠의 감촉이 오른손에 쥐어지자마자 지면을 박찼다.

당황한 눈동자에 내 모습이 어렸다.

사신의 경고처럼.


“죽어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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