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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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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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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752

작성
23.06.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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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포식(8)

DUMMY

“저거 하나 남은 거야?”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적 하나가 나를 가리켰다.


“이야, 질긴 놈이네? 어이, 대장! 저 자식 안 죽이고 뭐 해? 왜 살려둔 거야?”

“어, 진짜네. 대장? 내가 죽일까요?”

“에헤이, 대장도 다 생각이 있겠지. 다들, 코인 확인해! 이번 판 얼마 벌었는지는 확인해야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그들은 시끌벅적했다.


“이번 판은 꽤 짭짤해. 200코인이나 들어왔어. 이것들 제법 센 놈이었나 본데?”

“어, 진짜네? 와, 10분 만에 200이라니. 아싸, 땡 잡았다.”

“어이, 술 가져와! 시원하게 맥주 한 병 때리고 다음 판 준비하자!”


33번째 승리를 자축할 준비를 하며, 빨간색 그룹에 속한 이들이 하나둘 내 앞으로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의기양양했다.

33전 33승의 최강자 그룹답게 그들의 살기는 물조차 베버릴 듯했고,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대장! 대장도 목 좀 축이시죠.”

“야, 대장님 술 못 하는 거 모르냐? 사이다 가져와! 뚜껑은 따서 와라.”


왁자지껄 떠들며 그들은 동물원 속 원숭이를 구경하듯 나를 쳐다봤다.

이미 전투가 끝난 것처럼 구는 그들에게, 나와 칼을 맞대었던 적이 그만하라, 신호를 보냈다.

사방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어이, 너.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분명히 기회를 줬어, 안타깝지만 두 번은 없다······, 맞냐?”

“어.”

“미친놈.”


대장이 나를 비웃자 크크크, 웃는 소리가 그의 동료들한테도 번졌다.


“상황 파악이 안 돼? 대체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궁금해?”

“하, 자식. 맛이 갔네. 표정 봐라, 어? 생긴 게 딱 엿 같단 말이야.”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흉내 내던 그의 입에서 욕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난 너 같은 새끼가 제일 싫어. 동료가 죽어가는데 처웃는 놈들치고 멀쩡한 것들을 본 적이 없거든.”

“미안하지만, 저들은 내 동료가 아니다.”

“······하. 미치겠다. 솔직히 말해 봐, 살고 싶지? 근데 어쩌냐? 살려주지는 못하겠고 대신 살살 죽여줄 수는 있는데, 응?”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프지 않게 죽여달라고 질질 짜보란 말이다! 혹시 아냐? 그 정도는 내가 들어줄지.”


실실 쪼개는 표정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뭐 아주 나쁜 놈은 아닌 게 확실했다.

그의 동료들도 그렇고.

지금이 만일 이전의 생이었으면, 저들을 포섭하여 동료로 삼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만 해도 사람 수가 곧 힘이라 여겼으니.


“이번이 마지막 경고다.”

“경고?”

“경고라는 말이 거슬리면, 제안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지금부터 딱 30초 준다. 13번 편의점 구역에서 떠나라. 그러면 너희를 죽이지는 않겠다.”


나의 경고는 적들에게 한바탕 웃음거리가 되었으나 오직 대장만은 웃음기를 감추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지 그의 눈밑살이 파르르 떨었다.


“······이야,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네. 이런 상황에서 공갈을 쳐?”

“20초 남았다.”

“너는 혼자야! 다 죽고 너만 남았다고! 너 혼자서 우릴 다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여길 점령할 수 있겠냐고!”

“15초 남았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적 하나가 걸어 나왔다.


“대장. 저런 놈하고 뭣 하러 말을 섞습니까? 얼른 죽이고 쉬시죠. 제가 처리할게요.”

“멈춰!”


그는 다급히 양팔을 벌리며 동료의 도발을 저지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한 모양이었다.


“저 자식, 나한테 칼 맞은 지 1분이 지났는데······. 왜 안 죽지? 너, 왜 멀쩡한 거야?”


혼잣말 같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상태창.”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상태창이 열렸다.


“생명력 선택.”


그러자 상태창에 표시된 생명력 능력치가 깜빡였다.


“4천 코인······.”


<멸‧개‧법>의 설정상, 각 능력치가 300점에 이르기 전까지는 1스탯 당 10코인의 비용이 든다.

이후 301점부터 1000점까지는 1스탯 당 20코인이 요구되고.

현재 내 생명력은 100점.

그걸 400점까지 올리는데 필요한 코인은 2천(200점)+2천(100점), 도합 4천 코인.


“······투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온몸이 번쩍거렸다.


<생명력이 100에서 400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급속 성장’ 업적을 획득했습니다.>

<업적 획득 보상으로 네크로맨서 고유 스킬 레벨이 1단계 향상됩니다.>

<원한갑, 뼈창, 뼈화살, 시체폭발, 되살리기 등의 스킬 레벨이 2에서 3으로 증가하였습니다.>


1초에 한 번씩 내가 4번 빛나는 사이, 적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눈이 시릴 정도의 빛이 튈 때마다 그들의 동공은 놀람에서 경악으로, 마지막으로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안 끝났다, 놀라기엔 일러.


<축하합니다. ‘드디어 스킬 레벨 3’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획득 보상으로 근력 능력치 100점을 부여합니다.>

<근력이 100에서 200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또다시 세 번, 빛이 나를 감쌌다.

의기양양하던 적들이 절로 뒷걸음질 치는 걸 바라보며 나는 쓴웃음이 벤 명령어를 뱉었다.


“해골병사 되살리기.”


피가 순식간에 들끓었다.

날개 형상을 띤 검은 기운이 별안간 솟구쳐 내 등에서 활짝 펼쳐졌다가 서서히 흩어졌다.

스산한 바람이 일었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원혼의 괴성이 섬뜩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크어어.

크아.

꺄아아.

키익.


발밑의 그림자가 썩은 늪지대처럼 변했다.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내 그림자 속에서 앙상한 손아귀 뼈가 위로 솟구쳤다.


<제1의 해골병사가 일어섭니다.>

<제2의 해골병사가 일어섭니다.>

<제3의 해골병사가 일어섭니다.>

···

<제30의 해골병사가 일어섭니다.>


딱히 공포 스킬을 시전한 적 없는데도 적들이 떨기 시작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시궁창처럼 변한 그림자 아래에서 죽은 자의 뼈가 일어서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을 테니.

이윽고 그들 사이에서 절망 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 아, 악마 새끼!”


그들 앞에는 그야말로 지옥이 현현하고 있었다.

급기야 역겨움을 견디지 못하고 토하는 자들마저 나타났다.

하기야 이 괴이한 광경 앞에서 어느 누가 제정신으로 버티겠는가?


<총 30기의 해골병사가 죽음의 골짜기에서 되돌아왔습니다.>


모든 소환이 끝났음을 알리는 저 메시지와 함께 해골부대가 전방으로 포효했다.


크아아아!


일시에 발을 구르며 전투대형을 짜는 내 해골병사 앞에서 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13번 편의점 결계 내에 빨‧주‧파 그룹의 수가 빨강 그룹의 수보다 10명 더 많습니다.>

<축하합니다, 빨‧주‧파 그룹이 13번 편의점 구역을 점령했습니다.>

<13번 편의점을 점거하였으므로 축복을 내립니다.>

<결계 내 31명에게 독 패시브 스킬을 부여합니다.>


시퍼런 독 기운이 나를 비롯하여 30기의 해골병사를 감쌌다.

그들의 공허한 눈구멍이 파르스름 빛났으며, 적에게선 그 빛이 사라졌다.

내 앞에 서 있던 적의 대장, 그의 손아귀에서 단검이 땅으로 떨어졌다.

툭, 하는 소리······. 싸움은 시작도 안 했는데 승패가 결정 났음을 인정하듯, 그가 휘청거렸다.


“뭐냐, 너? 정체가 뭐냐고!”

“뭐긴, 괴물이지.”


내 말에 적장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죽어라.”


장군기를 세우듯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내 명령을 기다리던 해골병사의 아가리에서 크으,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공격 신호만 떨어지면 1분, 아니 그보다 더 빨리 저들을 섬멸할 기세였다.


“살려주십시오!”


적의 대장이 무릎을 꿇었다.

쿵, 쿵, 쿵, 이마를 땅바닥에 세 번이나 박으며 그가 바짝 엎드려 읍소했다.


“저를 살려달라 빌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 동료들에게 퇴로를!”

“두 번이나 기회를 줬어. 세 번은 없다.”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허니 제발!”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그가 주워들었다.

피 묻은 칼끝이 제 목을 향하도록 들고 나를 우러러보았다.


“제가 잘못 판단한 겁니다. 저들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어느새 그의 동료들도 무기를 내려놓고 다 함께 엎드렸다.

무덤 같은 그들의 등허리 위로 해가 저물었고 이 악물고 흐느끼는 소리가 장송곡처럼 울려 퍼졌다.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제길.


“······하. 살려주지.”


하늘 높이 치켜들었던 오른손을 천천히 내렸다.

적의 대장이 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저, 저, 정말입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되묻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한참이나 내 손을 바라봤다.

이윽고 울먹이며, 두 손으로 공손히 잡으려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내미는 두 손을 툭, 쳐버렸다.


“뭐하냐? 내가 언제 네 손을 달라고 했어?”

“······네?”

“겨우 악수 한 번으로 목숨값을 퉁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씩, 웃었다.


“1인당 500코인. 살려줘야 할 놈이 다 합해서 21명이니 보자, 1만 5백 코인. 맞지?”

“1만 5백?”

“좋아. 뭐, 5백 코인쯤은 빼줄게. 이번에 돈을 꽤 벌었거든. 살고 싶다고 했나? 대가로 1만 코인을 내라.”


하염없이 나를 올려다보던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됐다.

당황한 모양이었다.


“왜? 싫어? 그럼 죽던가.”

“아닙니다!”

“1분 준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1코인이라도 부족하면, 알지?”


엄포가 통했는지, 적의 대장은 허둥지둥 돌아다니며 코인을 끌어모았다.

스킬에 온갖 잡템까지 상점에 내다 팔며 돈을 박박 긁어모으는 그였다.

1분 뒤,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며 내미는 그의 손을, 이번에는 따듯하게 잡아줬다.


<이해솔이 당신에게 1만 코인을 지급했습니다.>

<현재 당신이 보유한 코인의 총액은 2만 5천 9백 코인입니다.>


“딱 맞췄네? 고생했어. 잘 쓸게.”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약속한 대로 해골병사는 너희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동료들한테 무기를 챙기라고 해.”


조심스레 고개 들어, 내 미소를 확인한 그의 얼굴에 안도감이 퍼졌다.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장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하나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응?”

“혹시 성함이 어찌 되십니까?”

“이강한.”


내 이름을 듣는 그의 눈에서 아쉬움이 슬쩍 묻어났다.

다시 한번 감사함을 표하며 그가 허릴 굽혔다.


“······아, 네. 그러시군요. 그 이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잠깐만.”

“네?”

“너한테 물을 것이 있어. 내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100코인을 주겠다. 어때?”


군기가 바짝 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긴장한 탓에, 목젖이 울렁이도록 침을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성심껏 대답하겠습니다. 편히 질문 하시죠.”

“세 개의 거점을 점령해야 하는 퀘스트를 아직 수행 중이지?”

“넵!”

“그런데도 13번 편의점 구역에서만 4일을 버텼어. 여기를 점령했을 때 받는 축복, 독 패시브를 이용해서 코인을 추수하려고. 그렇지?”

“그렇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거야? 그 방법.”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사실 이름 모를 안개 지역의 13번 편의점 구역에서 코인 자판기를 돌리는 건, 김오류의 아이디어였다.

더 정확히는 <멸·개·법>의 작가인 내가 주인공 김오류의 성장을 위해 고안한 에피소드.


“혹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대답했다.


“그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스스로 생각해낸 거야?”

“그것도 아닙니다.”


그의 대답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스스로 생각해낸 것도 아니라면 대체······.


작가의말

챔스 결승 맨시티가 우승했네요. 맨시티 팬분들, 축하드립니다. 트레블이군요.

인테르 팬들께는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새벽에 축구 보신 독자님들 모두 편히 주무시길.  

저는 심란한 일이 있어 하루 종일 우울했다가 축구 보고 잠시 잊었네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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