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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366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22 08:01
조회
2,850
추천
50
글자
12쪽

천적(5)

DUMMY

미늘뱀의 약점은 명확하다.

철갑보다 단단한 비늘 덕분에 늘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속살.

갓 태어난 송아지의 육질만큼 연약한 그걸 공략할 수만 있다면!


타앙!


겨우 들릴까 말까한 격발음이, 골고딘을 씹어 먹던 미늘뱀의 뱃속에서 새어나왔다.

구불구불하게 감겨있던 몸통의 가운데가 확 부풀었다가 꺼졌으며 순간, 녀석의 움직임이 멈췄다.

대신 세로로 가늘게 찢어진 뱀 눈깔이 사정없이 흔들렸는데, 바람 때문에 곧 꺼질 촛불 같았다.


― 컥! 커어억?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미늘뱀은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뭉텅이의 피를 게워대다가 격통을 이기지 못하고 몸부림쳤다.


― 크어, 크어어어억!


이십여 미터에 달하는 몸뚱이가 채찍질같이 요동쳤으며 그 바람에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저만한 크기의 미늘뱀이라면, 천년 이상 생존한 성체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오백 년은 살았을 터.

오백 년이 넘도록 단단해진 뱀 비늘 덕분에 살이 찢기는 고통 따윈 경험해보지 못했을 테니······.


“아프냐?”


미안하지만 아직 멀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도 못한 채 웅크려 떠는 예민아를, 나는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예민아!”


목덜미를 끌어올리자 그녀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일어섰다.

아마도 미늘뱀의 동요가 그녀에게는 승리를 자축하는 광란의 춤사위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도로 주저앉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을 만큼 그녀는 죽음의 공포에 완전히 질려 있었다.


“네가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네?”

“낙뢰를 때려, 당장!”


마법 데미지를 받으면, 빽빽이 덮인 비늘을 활짝 열어버리는 미늘뱀의 습성을 역으로 활용할 셈이었다.

외부에서 유입된 부정적 에너지를 방출하는 그 찰나야말로 녀석의 약점이 온전히 드러나는 때.


물론 그것이 미늘뱀의 본능적 습성이라 해도, 보통은 겨우 1레벨짜리 낙뢰 따위에 비늘을 열지 않는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첫 공격으로 뱃속이 곤죽이 돼버린 후이니 예민아의 낙뢰면, 충분히 그놈의 비늘을 열 수 있다.


“어서!”


하지만 예민아는 더욱더 움츠러들었다.

어린 탓이다.

압도적인 적 앞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린 그녀는 바로 눈앞에서 소리치는 내 말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 사이, 미늘뱀의 몸부림이 잦아들었다.

시퍼런 피를 간간히 토하면서도 그것은 모가지를 서서히 들어 올리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 이놈들이······.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았으나 목뼈를 다친 건지, 미늘뱀의 모가지가 왼쪽으로 힘없이 꺾였다.


― 용서치 않으리라!


미늘뱀의 호통소리가 포탈지기의 위벽을 텅텅 울렸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예민아가 내 말을 듣지 못한다면 반사적으로라도 움직이게 만들 밖에.


― 죽어랏!


미늘뱀이 우릴 향해 달려드는 그때, 쩍 벌린 뱀 아가리 앞으로 그녈 방패처럼 들이밀었다.

예민아가 저리 얼어붙었다는 건, 누구보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이니 그걸 이용했다.


“꺄아악!”


미늘뱀과 마주한 예민아가 몸서리치며 뒷걸음질 쳤으나 나는 도리어 밀어붙였다.

사지에 몰려 발악할 그녈 기대하며.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씨발, 아저씨!”


벼락이 쩍, 미늘뱀의 대가리로 떨어졌다.

세상을 둘로 갈라버릴 듯 내려치는 낙뢰의 위력은 대단했다.


“윽.”


방전 에너지에 나조차 온몸이 저릿할 정도였으니, 그걸 정통으로 맞은 미늘뱀의 대응은 뻔하다.

거뭇거뭇한 속살이 다 보이도록 뱀 비늘이 화들짝 열렸고 사방으로 정전기를 뿜어냈다.


“골고딘, 두 눈 뜨고 똑바로 봐라! 이것은 너의 승리다!”


다시 한번 뼈 화살을 영창했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골고딘의 상체가 허리 부근부터 잘게 부셔지며 날카롭게 벼린 촉처럼 일어섰다.

수백 발의 화살로 다시 태어나는 고통 속에서 그가 이를 악물었다.


― 으으윽, 아아악!


제 몸이 차근차근 뜯겨서 화살촉이 되는 동안 골고딘은 부들부들 떨며 나를 바라봤다.


― 나의 왕이시여.


씩, 웃는 것처럼 보였다.

표정을 지을만한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해골 주제에······.

이윽고 그 어색한 몸짓마저 수백 발의 화살촉으로 쪼개져 침묵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온몸이, 숙원이었던 천적의 죽음을 향하여 곤두섰다.


탕!


화살비가 쏟아졌다.

쏴아, 하는 소리가 마치 골고딘의 포효처럼 들렸다.

미늘뱀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아래에서 위로 솟구친 화살은 적을 꿰뚫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찢어버렸다.


― 크아아아.


화약에 불을 붙인 것처럼 미늘뱀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3초 만에 잿더미가 되더니 저절로 폭삭 내려앉았다.

이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축포처럼 그야말로 미친 속도로 올라와 시야를 가렸다.


<축하합니다! 포탈지기의 뱃속을 지키는 미늘뱀을 물리쳤습니다.>

<보상으로 500코인을 지급합니다.>


<축하합니다! 포탈지기의 뱃속을 지키는 미늘뱀을 물리쳤습니다.>

<미늘뱀의 시신에서 2개의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획득하시겠습니까?>(Y/N)


<축하합니다! 포탈지기의 뱃속을 지키는 미늘뱀을 물리쳤습니다.>

<미늘뱀을 즉시 사용 가능한 영혼석으로 바꾸거나 제2의 해골기사 소환수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영혼석/소환수’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뿐만이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히든 퀘스트:탈출’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 아이템:정체 모를 지도를 획득하시겠습니까?>(Y/N)


<포탈지기의 뱃속을 탈출할 수 있는 경로가 발견되었습니다.>

<10분 뒤 포탈이 열릴 것입니다.>

<10분 뒤 파티원과의 귓속말이 재개됩니다.>

<꽤 많은 메시지가 쌓여 있으므로 전달 과정에서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일시에 쏟아지는 바람에 눈앞이 정신없었다.

정신없기는 예민아도 마찬가지였다.

죽다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털썩, 주저앉은 그녀는 재가 되어버린 미늘뱀의 사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저씨. 저거, 죽은 거예요? 주······죽은 거 맞죠? 죽었죠!”


휘둥그레진 눈과 마주쳤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지 예민아는 제 몸을 다급히 더듬고 있었다.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그녀의 몸짓은 이내 전율에 휩싸였고 나는 그녀의 등을 다스려 주었다.


“잘했어.”

“······네?”

“고생했다고.”


나한테 칭찬을 들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어색한 미소가 수줍게 어렸다가 재빨리 사라졌다.

대신 그 빈자리에 입매를 일그러뜨리며 꾹, 참았던 설움이 돋아났다.

못 본 척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다 일어서려는 참이었다.


“아까 왜 그랬어요?”

“어?”

“날 떠밀었잖아. 그거 왜 그랬냐고요.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자리에서 일어서는 날 꼭 붙잡으며, 예민아는 투정 섞인 목소리로 울먹였다.

내가 미워 저러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조금만 더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상황에선 불필요한 감정들.


“살아남았잖아. 그러면 된 거 아냐?”


다소 냉랭한 말투 탓인지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저씨.”

“어리광 부리지 마라. 내가 널 왜 떠밀었는지, 그걸 알아서 뭐 할 건데?”

“지금 말 다 했어요?”

“아니,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과정은 안 중요해. 살아남았고 이겼으면 된 거야, 알겠어?”

“······하.”


예민아의 울음이 차츰 잦아들었다.

나를 흘겨보는 눈에 날이 잔뜩 서기는 했지만 우는 것보다야 저러는 편이 대화하기엔 훨 편했다.


“시스템 메시지 떴지?”

“예! 네! 그런데요!”

“뭐라고 떴어?”

“그걸 아저씨가 알아서 뭐할 건데요! 그게 왜 궁금하냐고요! 그래요, 알았어요. 얘기해줄게요. 뱀 새끼가 콱 뒈졌고요! 그래서 보상으로 500코인을 준다네······요?”


헉, 하는 소릴 내며 예민아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오백!”


저리 놀랄만했다.

마물이나 적으로 간주된 각성자를 죽여 봐야 지금으로서는 최대 3코인밖에 벌지 못하니까.


“너도 알겠지만 코인으로 스탯을 올릴 수 있어. 배분을 잘해야 하는데.”

“마나에 몰빵할게요.”

“어?”

“지금 내 마나가 60이거든요. 여기서 50을 더하면······, 와.”


콧물을 훌쩍이기가 무섭게 상태 창을 여는 그녀였다.

하여튼 성질머리하고는.

각성 등급은 천재인데, 왜 그걸 써먹질 못하니.


“마나에 올인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긴요. 쎄지죠. 내가요, 아저씨보다 훨씬 쎄져서요, 아까처럼 똑같이 해줄게요.”

“······하. 내 말, 잘 들어.”

“싫은데요.”

“죽을래?”


무섭게 눈을 부릅뜨고 나서야 그녀의 심술이 그쳤다.


“제일 먼저 근력에 200코인을 투자해.”

“에? 미쳤어요? 나는요, 마법사거든요. 마법사한테 근력이 왜 필요해?”


저럴 줄 알았다.

뭐, 당연한 반응이기는 했다.


마법사들은 좀처럼 근력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신나게 마법 부리다가가 마나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마나를 채우려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아, 근력이 중요하구나, 하지.


“마법사한테 제일 중요한 게 마나인 건 맞아. 하지만 마나는 반드시 떨어지게 돼있어. 그럴 때 근력이 있어야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마나를 채울 시간을 번다.”

“······아!”


그래도 천재 등급이랍시고 말은 잘 알아듣는 편이었다.


“마나에 200, 인내력에 100을 투자해.”

“자, 잠시만요. 인내력에도요? 정신력은요?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세요? 마나 회복력을 높이려면요.”

“너는 인내력이 개똥이야.”

“무어라고요? 개똥? 지금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거, 아니죠?”


툴툴대면서도 예민아는 내가 시킨 대로 했다.

작가의 권한으로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근력이 7에서 27로 상승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근력이 10정도인 걸 감안했을 때 근력 27은 준수한 편에 속한다.

예민아의 직업을 전사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는 될 거다.


마나는 60에서 80으로, 인내력은 3에서 13으로 높아졌다.

마나의 경우 천재 등급치고는 낮은 편이 아닌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마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정신력이, 현재 수준을 기준으로 넘사벽 수치에 가까운 150이니까.

저 정신력 덕분에 10초당 마나가 1.5씩 회복되므로 잘만 굴러다니면, 마법을 연사할 수 있다.

인내력은 뭐, 이제 겨우 사람 수준이랄까.


“강해진 게 느껴져?”

“네!”


쾌활하게 대답한 예민아가 보란 듯이 굴러다녔다.

뒷산 청솔모가 된 기분이라나.


“울다 웃으면······, 흠.”


아무튼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혼자서 무어라 계속 쫑알거렸다.

시스템 메시지를 정리하느라 바빠서 대충 흘려듣는데도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튜토리얼 할 때요, 내가 왜 아저씨하고 한 편 먹으려 했는지 알아요? 이야기가 좀 긴데요. 사실은요, 튜토리얼이 뜨기 전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세상이 망하기 전에요. 내가요, 좀 못된 짓을 당하고 있었거든요. 뭐, 학폭 비슷한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어쨌든, 그때요. 나이가 서른 후반? 그쯤 되는 어떤 아저씨가요. 절 구해주면서요.”

“그랬어?”

“조금 있다가 아저씨한테 가서 파티를 요청하라고 했어요. 아 그리고요, 그 이상한 아저씨가요. 저한테 마법사를 추천했어요. 원래는 그거 말고 전사가 하고 싶었거든요. 복수하고 싶어서요. 근데······.”

“아, 그래.”


듣진 않고 적당히 추임새만 던져주면서 나는 메시지를 노려보았다.


<미늘뱀의 시신에서 2개의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획득하시겠습니까?>(Y/N)


“어.”


<‘아이템:병든 검’을 획득했습니다.>

<‘아이템:그것의 알’을 획득했습니다.>


두 개의 아이템이 환히 빛나며 두 손바닥에 나타났다.

어렴풋이 발하는 아이템 오라를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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