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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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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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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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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의로운 추격

DUMMY

세르쥬는 곧바로 스벤의 집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어떤 위화감이 신경을 건드렸다.


잠시 그대로 서서 찬찬히 그리고 신중하게 주변을 둘러본 세르쥬는 아주 작게 땅이 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르쥬는 울림의 근원지일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자꾸만 가까이 가더니 이내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수십 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서 행진하는 것이란 걸.


세르쥬는 당장에 몸을 숨기기 위해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 근처에 놓인 나무통 안에 들어갔다.


나무통은 낡았고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 것으로 대부분 사람의 의자 대용으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무통에는 원래는 촘촘히 막혀 있어야 할 곳에 금이 가 있었고, 세르쥬는 틈 사이로 밖을 바라볼 수 있었다.


세르쥬는 수많은 병사가 자신과 그를 찾아 나선 안네아 폴리스의 병사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병사들의 가슴팍에는 어딘가의 신성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천을 덧대어 있었기 때문에 이단심문관이나 성기사 무리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가 어설퍼 보였다.


게다가 모두 누리압어로 말을 주고받았지만, 억양은 중앙제국의 어느 지역과도 닮지 않았다.


마치 서부제국의 어설픈 행상 인이 중앙제국으로 넘어와 장사할 때의 억양 같았다.


세르쥬는 병사들이 멀어져 자신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자 통에서 나와 곧장 슐츠의 저택으로 향했다.


***


"최근 이곳에 당도한 이방인을 아시오?"


"이방인이요? 그러니까..."


람세스의 아름다운 미모에 눈을 떼지 못하는 메데스비 홀스작센의 여인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카밀라! 들어와!"


주택안에서 여인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선수 교체하듯 그녀가 들어가고 남편이 현관 앞으로 나가 람세스를 맞이했다.


"뉘슈?"


남자는 람세스의 너무나도 완벽한 외모를 확인하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


"저는 아폴로니아에서 온 성기사 입니다. 신의 뜻에 반하는 범죄자를 처단하는 임무를 받고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다."


람세스는 자신을 중앙제국에 속한 아폴로니아 라는 도시의 성직자라고 거짓으로 소개했다.


"아, 예 보다시피 이곳은 평화롭고 범죄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 곳이요."


남자는 람세스에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현관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자 람세스는 현관문을 한쪽 팔로 잡더니 더욱 열어젖혔다.


"이보시오! 지금 뭐하는..."


람세스는 항의하는 음성을 들은 체도 안 했다.


남자는 람세스가 그는 제쳐놓고 집 안 구석구석을 눈으로 훑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우리의 신을 모욕한 살인자를 쫓고 있습니다. 이곳이 평화로운 곳이라면 분명 그는 이방인으로서 당신들 속에 숨어들었겠군요."


람세스는 집을 주욱 둘러보더니 이내 남자와, 남자의 부인이 딱히 숨기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고, 입을 열었다.


"이방인이라면 촌장을 찾아가서 물어보시오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면서 귀찮게 하지 말고."


"촌장이 어디 있는지 아시오?"


"좀 더 올라가서 돌로 된 건물을 찾으시오. 꼭대기에 종이 달려있으니 찾기 힘들진 않을 거요 거기가 마을회관입니다. 그럼 이만."


남자는 람세스가 현관을 붙잡고 있는 팔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감지하자 곧바로 문을 당겨 닫아버렸다.


"왜 그들이 이런 변두리의 산골 마을로 왔을까?"


리워야딘은 람세스로 부터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말을 탄 채로 람세스의 말 고삐를 쥐고 말했다.


"지금으로썬 아는 게 없네. 저 남자가 말해준 것처럼 촌장에게 가봐야 할 것처럼 보이네."


람세스는 리워야딘이 맡겨주고 있던 자신의 말에 타면서 말했다.


"병사들도 딱히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어. 아마 남은 건 촌장일 거야."


"동의하는 걸로 알겠네 리워야딘."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앞장서 마을 고지대로 향했다.


그리크지 않은 마을이었기 때문에 마을회관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소박하네."


리워야딘은 별것 없는 마을 회관의 외관을 보고는 감상을 전했다.


"담박함에 가깝네, 리워야딘."


람세스의 말에 리워야딘은 어깨를 으쓱했다.


말에서 내린 람세스는 마을회관의 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아무런 신호 없이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촌장 파우스트는 갑작스럽게 들어온 람세스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안녕하시오. 당신이 이 마을의 촌장 맞습니까?"


"예 제가 이곳 메데스비 홀스작센의 촌장 파우스트입니다."


"파우스트,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우린 이방인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을 모욕한 살인자를 말이죠. 만약 그들이 이곳에 있다면 그들을 우리에게 넘겨 주십시오."


파우스트는 람세스의 가슴팍에 그려져 있는 문양을 유심히 보았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누구?"


"아 저는 아폴로니아에서 온 성기사 입니다."


파우스트는 람세스가 성기사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폴로니아에는 성기사 무리가 없다.


아폴로니아는 다신교 종교관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 신 만을 믿는것을 강요하기 위해 싸우는 기사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다 가끔 이단 심문관이 있긴 했지만, 국가 밖에까지 나와서 활동하는 일은 없었다.


"아 그러시군요 성기사 분? 안타깝게도 당신이 찾는 그 살인자라는 사람은 이곳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방인이 우리 마을에 왔다면 제가 가장 먼저 알 테니까요."


람세스는 파우스트의 입술과 눈을 유심히 번갈아 보았다.


"알겠습니다. 파우스트 협조에 감사합니다.


람세스는 파우스트의 말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더니 마을회관 밖으로 나갔다.


리워야딘은 람세스와 파우스트의 말을 밖에서 엿듣고 있었기 때문에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그냥 구조되고 마을을 떠난 건가?"


리워야딘은 람세스에게 말했다.


"아니 그랬다면 촌장이 마을에 왔다는 사실조차 부정 했을 리가 없어. 마을 밖으로 떠났다면 우리에게 잘못된 방향을 가르쳐 주는 편이 더 쉬울 텐데 왔다는 사실마저 부정하는 걸 보면 아직 마을 안에 있는 것 같아. 왜 그런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촌장은 그 이방인들을 걱정하고 도와주고 싶음과 동시에 마을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는 것 같아."


"그리고?"


리워야딘은 아직 다 말을 끝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자 람세스에게 물었다.


"그리고 라니?"


"뭔가 빠트리지 않았어? 그렇게 생각한 가장 큰 이유가 없는 거 같아서."


"아 너무 당연한 거여서 말을 안 했나 보구나. 그에게서 기만의 냄새가 났거든."


람세스의 대답을 듣자 리워야딘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코는 정확하니까 그렇겠지."


리워야딘의 말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병사들을 소집해, 기만의 냄새 끝에는 레이브누스와 그 꼬맹이가 있겠지. 그리고 당연하지만 누리압어만 해야 된다는 거 다시 상기시키고."


리워야딘은 람세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병사들을 소집하러 흩어져 있는 병사들에게 말을 전하려 내려갔다.


***


"세르쥬가 돌아왔군."


그와 함께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슐츠는 세르쥬가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오기 한참 전에 혼잣말을 했다.


그는 슐츠의 말을 듣고는 바로 등을 돌렸지만 잠잠하기만 한 현관을 바라보자 다시 자세로 바로잡았다.


"잘못 들으신 거 아닌가요?"


그가 슐츠에게 말을 하기 무섭게 세르쥬가 문을 부술 기세로 박차고 들어 와서는 슐츠에게 소리쳤다.


"슐츠! 슐츠! 큰일 났어요!"


"그래그래 무슨 일이냐 세르쥬."


슐츠는 차분히 대답했다.


"안네아폴리스 에서 온 병사들이 이 마을에 닥쳤어요! 곧 우리를 찾아내고 말 거에요!"


세르쥬의 말을 듣자 슐츠는 옅게 푸른색으로 눈동자가 빛났다.


그는 자신이 슐츠가 건네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차를 마심에 의해 헛것을 보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 올 것이 왔군. 그것도 아주 빨리."


"스벤에게 레이븐 이란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전하려고 했는데 너무 늦은 거 같아서 곧바로 왔어요."


"음.. 그래 잘했다 세르쥬 만약 스벤에게로 갔다면 그들에게 붙잡혔을 거야."


"잠시만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다들?"


그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세르쥬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 내용에 혼란스러웠다.


"잘 듣게 레이븐 지금 자네를 안네아 폴리스에서 부터 추적해온 무장한 무리가 이 마을에 당도했다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그러니 중요한 질문을 딱 하나만 하고 바로 이 마을을 떠나게 영영히 말이야."


"그들이 오다니요? 어떻게? 그것도 신비에 의해서 알 수 있는 건가요?"


"그게 자네의 마지막 질문인가?"


"아니요... 그러니까..."


그는 지금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에테르에 대해서 제 몸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지식을 알려주십시오."


슐츠는 그의 질문을 듣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 참 아쉽게 됐구먼, 실은 내가 에테르에 대해서 전공분야는 아니어서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니라네. 아마 헤센부르크에 있는 몽상가들에게 가면 자네가 궁금해하는걸 알 수 있을걸세. 자 이제 작별의 시간이군."


세르쥬는 저택 밖으로 나가고 있는 그를 뒤따라 갔다.


"슐츠."


그는 아직 슐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남았기에 나가던 도중 고개를 돌려 이름을 불렀다.


"더는 내게 물어도 아무것도 유용한 건 나오지 않을 거야. 난 알수 있네. 오직 헤센부르크의 몽상가들에게 가야만 유용한 것이 있을 거야."


슐츠의 대답을 들은 그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발 한발 발이 떼어지고 앞으로 나갈 때 마다 그는 시야가 점점 부드러워지고 말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야가 쫀득해지는 것과 같이 그의 발밑에 있는 지면 또한 함께 부드럽게 느껴졌고 주택의 문고리를 잡기도 전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박고 쓰러졌다.


작가의말

비판, 비평, 피드백, 감상 모두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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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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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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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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