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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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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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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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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젊은 람세스

DUMMY

"절대로 레이브누스나 레이븐이나 하는 이름으로 이 마을에 다니지 말라는 거야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근데 왜 이런 조언을 해주시는 겁니까?"


"이곳 마을 사람들은 투박하긴 해도 다들 악한 마음을 품는 사람들은 아니야. 친한 사람들도 꽤 있고 해서 나는 그 몇몇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도 고려해서 결론적으로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네."


"예 약속하죠. 제 이름을 함부로 발설하거나 하지 않겠습니다. 제 신상을 위해서도 그리고 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는 여전히 할 말이 남은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런데 말이죠. 그런 주술행위도 위험하지 않나요?"


"뭐?"


"그러니까 말이에요. 잘 들어보세요. 마치 악마의 것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 거든요."


"자네는 내가 하는 이 모든 행위가 지옥의 것들이라 생각하는가? 내가 악마를 소환하고 세계를 멸망시키고 악인의 의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그런 위인으로 보인다는 건가?"


슐츠는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씩 흔들며 마치 미동처럼 보일 만큼 움직이며 팔을 앞으로 뻗어 자기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입을 열었다.


"연기를 피우고 형상을 보여주고 그것을 마치 살아있는 것들처럼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것은 매우 신비롭죠. 그런데 그런 신비로운 것들은 대부분이 지하세계(하데스)의 것들 아닙니까?"


"잠깐잠깐. 내가 지금 신비로운 것을 행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어째서 그것이 지하세계의 것인가? 난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마땅히 지하세계의 것을 행한다는 건가?"


"슐츠 당신이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어떤 증거가 있거나, 지하세계와 관련이 있는 다른 증거에 의해서 방금 그것이 악마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그것 자체만으로 악마의 것으로 생각할 겁니다."


슐츠는 그의 대답을 듣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보고 싶으니까 그렇게 보는 것뿐 아닌가? 레이븐 자네는 내가 동전을 숨기는 화려한 손기술을 보이면 그것이 '지하의 것이고 죽음과 맞닥뜨려 있는 사악한 무언가이다.'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민첩한 몸놀림에 의한 눈속임 혹은 재주라고 말할 건가?"


"민첩한 몸놀림이겠죠."


"그런데 다시, 여기서 만약 자네가 내가 움직이는 손이 너무 빨라 그것이 손에 의한 것인지 어떤 건지 감조차 잡지 못한다면, 그 재빠른 손기술이라는 걸 모르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라고 말하겠죠?"


"그리고 그 모르는 무언가는 지옥의 것이라고 마땅히 생각하겠는가?"


"아니오."


"그렇다면 지금 같은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몽상가들이 하는 일들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지옥의 것으로 생각하는 건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제 말에 변명을 더하고 싶군요."


"해보게 뭐 대단한 거라도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슐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말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슐츠 당신이 제가 이곳에서 제 이름을 숨기면 좋겠다는 조언을 한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까 레이븐 자네가 내게 조언했다는 말이지? 날 걱정해 주고... 뭐 더 나아가자면 이 마을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확대될 수도 있겠네요."


"정말로 걱정해 준 거였다면 그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의 충고는 매우 합리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지. 그런데 자네의 말은 억측에 불과하지 않았나?"


"예 우리 둘 다 알고 있습니다. 슐츠 당신이 알려준 덕분에 말이죠."


"그리고 말이지 나는 길다면 긴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마치 자네가 말한 형식처럼 말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많이 들어봤다네, 어떻고 저렇게 생각할까 봐~ 같은 말들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기만적이었지."


"제 본심이었습니다. 물론 틀렸지만요."


"틀리다 어떻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자네는 그렇게 잘못된 판단을 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봐 라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거지. 그러니까 자네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직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나의 모습을 바라본 게 아니란 거야. 그냥 네가 봤을 때 떠오른 가능성 중 하나를 나에게 말해줬을 뿐이지."


"제가 남들의 의견을 정말로 전하지 못하거나 혹은 도저히 그럴 수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 그리 생각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래그래 세상은 참으로 넓고 기이해서 어떤 생각을 지닌 사람이 있는지 전부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물론."


슐츠는 창문을 열어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연기를 빼내고 환기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옥주전자를 물 묻힌 수건으로 씻어 내고는 차를 우려내 그에게 내놓았다.


"마셔 자네의 육체가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친 심신을 안정시켜 줄 거야."


"감사합니다."


그는 처음 맛보는 차 맛에 낯설었지만 이내 명치 언저리가 따뜻한 차의 흐름에 쓰다듬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

세르쥬는 촌장 파우스트에게 그의 이름을 숨길 것을 당부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묻진 않겠지만 레이븐이 위험한 인물인가 보구나."


"뭐 그렇죠."


"스벤이 염려한 대로 됐구먼. 그래."


스벤은 그를 구해 메데스비 홀스작센으로 데리고 오자는 의견에 반대했었다. 그러면서 위험한 인물일 수도 있다고 주의를 줬지만, 파우스트가 스벤의 의견을 압살시킨 것이다.


"이제 스벤한테 가볼게요."


"그래 근데 가는 길은 알고?"


"아뇨, 잘 알 수 없어서요. 슐츠 선생한테 듣긴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러면 나가서 우측에 보면 내리막길이 있거든?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집이 나올 거야. 그 세 번째 집이 스벤네 집이거든? 거기 없으면... 아마 좀 더 아래에 있는 술집에 있겠지 하지만 오늘같이 안네아 폴리스를 갔다 온 날이면 피곤해서 집에 쓰러져 있을 거야."


"그러니까 왼쪽에 세 번째 집이라는 거죠?"


"응 그 거무튀튀한 색이 섞인 붉은 지붕 집이 그 집이거든, 못 찾겠으면 아무 집이나 두들기고 물어봐도 될 거야. 파우스트가 보냈다고 하면 흔쾌히 맞아 줄 거야."


"팥죽색 지붕 말이죠."


"팥죽보다는 와인색에 더 가깝긴 한데, 맞을 거야."


"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잘 가거라 길 잃지 말고."


파우스트는 소년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방금 깨달았지만, 오히려 좋으리라 생각했다.


***


"메데스비 홀스 작센 까지 약 2시간 남았습니다."


북부왕국의 지리를 빠삭하게 알고 있던 병사 중 하나가 람세스에게 보고했다.


람세스는 말 위에 탄 채로 보병과의 걸음에 맞게 천천히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모든 병사에게 알려라! 앞으로 퀼트어를 해서는 안 된다고."


퀼트어는 서부 제국에서 가장 흔하게 쓰던 언어였다.


"그 외에 모든 서부 제국에서 사용하던 모든 언어를 금지한다. 오직 아리앗 어와, 누리압어만 사용해야 한다. 만일 이를 어길시에 군법으로 다스리겠다."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의 지시를 바라보던 리워야딘은 람세스를 향해 헛기침했다.


"전할 말이라도 있나 리워야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람세스는 잠시 그의 말에 답할 것을 찾는 듯이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대가가 우리가 실행할 정의의 무게보다 가볍다면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지."


람세스는 누리압 어로 말했다.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한 눈동자였지만 동시에 끔찍했다.


리워야딘은 어릴 적부터 람세스와 함께했기 때문에 그 눈빛을 알고 있었다. 누구도 저지할 수 없는 그의 의지가 차갑게 벼려져 있는 눈빛이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 있나?"


람세스는 살기를 잠재우며 말했다.


"아... 아니 난 누리압어가 싫어서 뭔가 거만한 느낌이 들잖아?"


람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워야딘의 말을 제지하려는 분위기는 아니였다.


"어법을 맞추기가 힘들어, 단어 하나하나에 남성 여성 중성이 나누어져 있고, 그거에 따라서 뜻도 조금씩 바뀌고 문법도 따로 정해져 있으니 전혀 다른 뜻이나 틀린 말이 되어버리니까."


"그런 격식이 거만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응."


"내가 모르는 사실은 아니네. 분명 넌 이전부터 그런 말을 자주 해 왔었지."


리워야딘은 람세스에게 더 나아가 말을 전하려 했다.


"그런 게 귀족을 대표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어. 항상 효율을 중시한다면 그런 복잡한 어법을 정해 놓진 않았겠지."


"중앙제국의 귀족들이 그런 어법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람세스는 리워야딘에게 물었다.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러겠어? 굳이 말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건 일상에 여유가 있다는 뜻인데, 일상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귀족들이겠지."


"혹은 그 언어를 쓰는 족속들이 모두가 여유가 있거나."


리워야딘은 한참을 람세스가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당장에 그 의미가 머리 위에 발현됐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리워야딘은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너... 설마 중앙제국이."


"리워야딘 자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야."


람세스의 대답에 리워야딘은 황당해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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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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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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