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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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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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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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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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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타자기

DUMMY

“이곳이 최수연이라는 인간이 사는 곳이라고?”


북한산 초입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 한가운데 작은 마당이 있는 단층주택이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 맞나?”


한때는 잔디가 깔린 마당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풀밭과 한때는 화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풀밭이 서로 잘 어울려 흉가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나마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대문에서 현관문을 잇는 작은 오솔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면 이런 꼴이 되는 거죠?”


“관리를 안해서 이런 꼴이 된 게 아닐까?”


태식이 대문을 밀어 보았다. 잠금장치가 고장 난 것인지 대문은 자연스럽게 열렸다. 태식이 앞서 들어가자 샤비트가 대문 문고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흐음..”


“뭔가가 보여요?”


사물에 깃든 가까운 미래를 보는 샤비트의 능력에 기대어 본 것이었지만 샤비트가 고개를 흔들었다. 샤비트의 눈에는 이 대문에 노상 방뇨를 한 어느 강아지의 비참한 최후만 보일 뿐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마당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모든 것이 잘 정리정돈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 위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청소를 하기 싫어 아예 집안 물건에 손을 안 댄 것이 틀림없었다.


“여기, 여기만 사용감이 있네요.”


지만이 거실 한복판에 놓여 있는 앉은뱅이 테이블과 식탁을 가리키면서 매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진 한 장 없는 삭막한 집! 과연 이 집이 최수연의 집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어, 이거!”


오래된 타자기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타자기 속에 작성을 하던 것으로 보이는 대본이 끼워져 있었다. 그런데..


탁..탁탁..탁탁탁..


타자기가 지 마음대로 글자를 토해내고 있었다. 태식이 손을 가져다 대려고 하자 샤비트가 급히 외쳤다.


“멈춰라!”


**


꿀 같은 점심시간이 벌써 다 지나가고 있었다.


“자기는 어디 갈 거야?”


“방송국 가서 새 드라마 계약하고 집으로 갈건데? 왜?”


“데려다 줄까?”


“점심시간 끝났는데 그래도 돼?”


“이참에 회사 그만두고 자기 매니저나 할까? 그럼 하루종일 함께 있을 수 있잖아.”


최수연이 입을 막고 귀엽게 웃었다. 호선이 된 눈이 참 예뻤다.


“내가 그렇게 좋아?”


“어, 너무 좋아. 한시라도 안 보고 있으면 불안해 미치겠어. 누가 당신을 데려가 버릴까봐.”


“평생 나만 사랑할 거지?”


“당연하...”


“그만!”


사랑을 속삭이던 두 사람 앞에 성난 얼굴을 한 샤비트가 서 있었다.


**


최수연의 집.


“네년이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제 일에 간섭하지 말아요.”


두 여자의 살기 어린 대치에 두 남자가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지만이 건호에게 전화를 해보니 건호가 막 잠에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형!”


[어.. 지만아!]


“괜찮아요?”


[머리가 좀 아프긴 한데 괜찮아. 근데 어디야? 어디길래 전화를 했어?]


“최수연씨 집요.”


[어디? 어디라고?]


전화가 끊어지고 30분 만에 모자를 눌러쓴 건호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


타자기를 앞에 두고 1남 2녀가 모여 앉았다. 샤비트가 당장에라도 부셔야 한다고 소리를 치고 있었고, 남의 물건을 왜 부수냐는 최수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그녀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건호가 있었다.


“이 물건은 제가 제 돈을 주고 산 제 물건이에요. 그러니 그 폐기 여부는 오로지 저에게 달려있죠.”


“네가 네 물건으로 요망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너는 선우를 건드렸다. 너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선우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어. 그 물건으로 말이지! 그렇다면 더 이상 너의 소유권을 존중해 줄 수 없다. 그것이 내가 이 물건을 부숴도 되는 이유지.”


“저는 그저 선우씨를 남주로 하여 새로운 대본을 쓰고 있었을 뿐이예요. 그 대본 속에 멋대로 딸려 온 것은 선우씨구요. 엄밀하게 따지면 선우씨의 잘못이지 제 잘못은 아니죠.”


“그 타자기를 부숴버리면 그럴 일도 없겠군. 그러니..”


“부실 수 있으면 부셔봐요. 경고하건데 무슨 일이 생겨도 저는 책임지지 않아요.”


샤비트가 몸을 일으키자 최수연이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배짱을 부렸다. 두 여자의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변할 것 같자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던 건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최수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최 작가님?”


“왜요?”


“[봄바람이 분다]는 드라마 속에 제가 빨려 들어가고 난 후, 작가님 집에 처음 왔을 때 이 타자기가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악의가 있어 보이지 않아서 그냥 두었습니다. 제가 판단을 잘못한 것인가요?”


건호의 부드러운 압박에 최수연도 일순 말이 막히고 말았다.


“아마도 이번 일이 어제의 여파 때문에 생긴 것 같은데 맞습니까?”


“... 맞아요. 어제 두 가지 제안 중에 하나가 바로 선우씨와 저의 결혼이었어요.”


“절 잘 아십니까?”


최수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건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최수연을 달랬다.


“저도 수연씨를 잘 모릅니다. 전혀 모른다고 해야겠죠. 그런 우리 둘이 결혼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요? 수연씨도 그런 결혼을 원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최수연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였지만 건호가 최수연의 말을 자르며 뒷말을 이었다.


“어르신들이 수연씨에게 무리한 얘기를 하셨을 것이고 수연씨가 마지 못해 그 말씀을 따랐다는 것 정도는 눈치채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어쩌면 그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일일 겁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혹여라도 다시 어르신들이 수연씨에게 저와의 결혼 문제로 압박을 하신다면 저를 파셔도 됩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셔도 좋고, 제가 수연씨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고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오늘 일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죠. 다시 이런 일로 수연씨와 얼굴을 붉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건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샤비트가 최수연을 힐끔거리곤 입꼬리를 올린 채 건호의 뒤를 따랐다. 최수연은 분했다. 자신은 지금 저 남자에게 거절을 당한 것이다. 분명히 자신이 만든 대본 속 세상의 일이 그의 무의식에 남아 있을 것임에도 그가 자신을 밀어냈다. 정말 싫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최수연의 작은 독백이 집안에 작게 울려 퍼졌다.


**


벤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건호는 말이 없었다. 샤비트가 건호를 놀리고 있었지만 건호는 댓구조차 하지 않았다.


“너 지금 내 말 씹고 있는 거냐?”


샤비트가 화를 내자 운전을 하던 태식이 슬쩍 건호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화들짝 놀라며 휴지를 건네주었다.


“형님, 지금 우십니까?”


“응,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왜요?”


“그 미친 년이 만든 대본 속에서 아직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


건호가 다시 입을 다물고 차창 밖을 응시하자 샤비트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강력한 최면을 한낱 인간의 영혼 따위가 견뎌낼 리 없지.”


샤비트는 최수연의 타자기의 성능에 대해서 뭔가 아는 바가 있는 듯 했다. 그러자 건호가 먹먹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도 신물인가?”


“훗.. 아니! 어떤 미친놈이 만든 변종이지.”


“아는 물건이야?”


“당연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야. 문제는 마계의 물건이 왜 이곳에 있느냐지.”


샤비트의 말에 가장 당황한 것은 태식이었다. 마계? 신물? 정상적인 사고라면 현실 속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지 않은 단어들이 두 사람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건호가 턱짓으로 태식을 가리키며 샤비트를 바라보았다.


“이젠 신 탐정도 알 때가 되었지. 암!”


**


태식이 얼이 빠진 얼굴로 퇴근을 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충격을 준 것이 아닌지 몰라.”


“네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매니저를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그렇지만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얘기니까.”


“내가 짬짬이 매혹을 걸어 놨다. 아마 지금쯤 대충 머릿속이 정리되었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


벤을 몰고 있던 태식이 크게 웃었다.


“역시 형님은 보통 분이 아니셨어. 연기가 확 바뀌었다고 했더니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런 경험을 하시고 계셨으니 그런 미친 연기가 나오지! 아~ 다음 작품이 기대돼 미춰~버리겠네.”


태식도 보통 매니저는 아닌듯 싶었다.


**


“형, 진짜요?”


건호의 폭탄 발언에 지만이 크게 반겼다.


“어, 진짜야. 그러니까 신분 회복 좀 시켜 놔.”


“그런 거라면 제가 전문이죠.”


지만이 싱글벙글하며 건호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자아~ 치~즈!”


건호의 얼굴을 찍은 지만이 노트북에 고개를 처박았다. 건호가 얼굴을 문지르자 다시 하선우의 얼굴이 되었다. 열심히 작업을 하던 지만이 힘차게 엔터키를 누르며 씨익 웃었다.


“오케이. 끝!”


“벌써?”


“형, 저 무시하는 거예요? 해결사 강건호 뒤에는 이 우지만이 있었다는 거 벌써 잊었어요?”


“그럴 리가 있냐?”


건호가 웃으며 지만의 머리를 헝클어 주곤 냉장고에서 물을 하나 꺼내와 마셨다.


“사무실은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하나 얻어야겠지?”


“글죠? 그래야 이중 신분이 노출되지 않을 거예요.”


“그게 문제긴 하다. 워낙 주목을 많이 받는 직업이니..”


“이참에 이사를 가는 건 어때요? 이번 기회에 혜수 누나랑 뭉치면 대충 물타기가 될 것 같은데..”


이사를 말하니 전에 갔던 안전가옥이 생각났다. 지금이야 샤비트가 있으니 전과는 다르겠지만 샤비트에게는 촉이 좋은 한선영이라는 혹이 붙어 있었다. 한선영의 이목을 피해 이중생활을 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았다.


일단 그 문제는 잠시 결정을 미뤄두기로 했다.


“심성보는 요즘 어때?”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지 김지현 곁에 얼씬도 안해요. 아무래도 김지현이 선우형과 만난 것을 알고 있나 봐요.”


“그럴 수도 있겠지. 김지현은 일 잘하고 있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서 그런지 고정을 하고있는 프로그램 말고는 거의 집에 있는 모양이에요.”


“20층으로 안 옮긴데?”


“김지현은 원하는 듯 한데 숙소 생활을 하다 보니 소속사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흐음.. 숙소라..”


건호가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지만을 돌아보았다.


“너 혹시...”


“안했어요. 아직!”


지만이 얼굴을 붉혔다.


“사심이 가득한 얼굴이다?”


“사심은 무슨.. 그런 거 아니에요. 괜히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안 한 거지.”


“일단 숙소 주변으로 꼼꼼하게 깔아놔.”


“네, 형.”


CCTV를 말하는 것이었다. 건호는 알고 있었다. 지만이 김지현이 속한 걸그룹 파인로즈의 광팬이라는 것을.. 그 중에서도 랩을 담당하는 엘리의 오래된 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숙소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긴 한데.. 언제가 좋으려나?”


건호가 슬쩍 운을 띄우자 지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형, 오늘 오후부터 파인로즈 스케줄이 비는데..”


“아주 줄줄 꿰고 있구나.”


“그런 거 아니라니까! 형도 참!”


민지가 하선우의 광팬이 된 것이 그냥 어디서 툭 튀어나온 것일 리 없었다. 어릴 적부터 오빠를 지켜보며 잘못된 조기교육을 받은 탓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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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슈퍼맨 +1 19.12.21 450 23 10쪽
94 대신녀 +2 19.12.20 464 23 10쪽
93 조개잡이 +3 19.12.19 478 22 12쪽
92 나름(?) 기적을 행하다. +1 19.12.18 482 18 11쪽
91 감옥 +1 19.12.17 475 20 10쪽
90 엘프 +2 19.12.16 532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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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트릭 +2 19.12.14 541 25 11쪽
87 62423번 차원 +3 19.12.13 574 28 12쪽
86 최수연 등장 +2 19.12.12 593 28 10쪽
85 참선 속 깨달음 +2 19.12.11 643 25 11쪽
84 힌트 +1 19.12.10 647 25 11쪽
83 추리쇼 +2 19.12.09 629 33 10쪽
82 쌤쌤 +3 19.12.08 658 26 10쪽
81 날로 먹는 최수연 +2 19.12.07 678 31 10쪽
80 막장의 서막 +1 19.12.07 642 28 10쪽
79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1 19.12.06 732 33 11쪽
78 의뢰(?) +1 19.12.06 711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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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한예진 +1 19.12.05 782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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