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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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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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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571

작성
19.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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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막장의 서막

DUMMY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나란히 걷던 건호와 예진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손이 스쳤다. 예진의 손을 잡고 다정히 이 거리를 거닐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잠시 망설이던 건호가 뒷짐을 지었다. 그러자 예진의 얼굴에 작은 실망감이 드러났다.


한참 그렇게 걷던 두 사람 앞에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상이 눈에 들어왔다.


“오라버니, 저기 구경하고 가면 안될까요?”


건호가 흔쾌히 앞서 걷자 예진이 환한 얼굴로 총총거리며 뒤를 따랐다.


“아이구, 도련님은 훤칠하시고 아가씨는 곱디고우시니 원앙도 질투를 하겠습니다요.”


노점상 주인이 예진에게 노리개를 내밀며 웃었다. 장삿속이었지만 예진의 얼굴에 홍조가 물들었다.


“골라보거라.”


건호가 애써 덤덤한 척 말을 건네자 예진의 기세가 바뀌었다. 물건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매의 눈으로 이것저것 물건을 살피기 시작했다. 물건을 하나씩 집어 들며 감평을 할때마다 노점상 주인이 움찔거렸다.


그렇게 한시간여 동안 모든 물건을 살피던 예진의 손에 옥가락지 한쌍이 들려있었다.


“옥에 흠이 있어 가치가 높지는 않지만 장인의 솜씨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건호가 고개를 주억이며 노점상 주인을 바라보았다. 두 눈빛에 업자들끼리 바가지는 사절이라는 뜻을 담아 노려봐 주었다.


“한.. 한 냥만 주십시오.”


“오라버니, 다른 곳으로 가요.”


예진이 즉시 옥가락지를 내려놓았다.


“70전.. 그 이하로는 곤란합니다요.”


예진이 몸을 돌리자 노점상 주인이 졌다는 표정으로 한손을 쭉 폈다.


“에라 모르겠다. 50전!”


예진이 건호에게 눈치를 주자 건호가 철전을 꺼내 5개를 건네주며 웃었다.


“두 분이 워낙 잘 어울리셔서 손해를 봤습니다요. 행복하십시오. 하하하”


노점상 주인이 마지막까지 립서비스를 하는 통해 예진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였다. 헤진이 반지를 건호에게 내밀었다. 건호가 어쩌라는 것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자신의 손가락을 내밀며 쫙 폈다. 끼우라는 것이었다.


건호가 웃으며 반지를 받아들고 예진의 중지에 끼우려 하였다. 그러자 예진이 얼른 손의 위치를 바꿔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손을 들어 반지를 살피며 환하게 웃었다.


약지에 낀 반지가 가지는 의미를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모르는 이가 있을까? 노점상 주인이 씨익 웃으며 건호를 바라보았다. 건호가 헛기침을 하며 발길을 돌리자 예진이 건호의 곁을 지켰다.


“오라버니, 너무 예쁜 것 같아요.”


“그러하더냐? 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오라버니! 저기요. 저기!”


개천 옆 버드나무 아래에 여인들이 모여있었다.


“그네?”


“우리 가보아요.”


예진이 건호의 손을 잡고 달렸다. 손이 잡긴 건호의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그네 앞에 도달한 예진이 슬며시 얼굴을 붉히며 건호의 손을 놓아주었다.


“타 보겠느냐?”


예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평민 아낙들이 예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상반의 도리가 그러하니 어쩌겠는가?


예진이 그네를 처음 타는 듯 하자 건호가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었다. 조금씩 조금씩 높은 곳을 향하던 예진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그러나 뒤에 있던 건호는 그런 예진의 표정을 살피지 못하고 열심히 그네를 밀고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진의 오른손이 그네를 놓치고 말았다. 예진이 중심을 잃으며 휘청이자 그네 역시 갈 길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건호가 급히 그네를 낚아채려고 하였지만 간 발의 차로 그네가 다시 하늘로 향했다.


예진의 한 발이 구름판에서 떨어지며 한줄에 매달리는 형국이 되었다. 아슬아슬했다. 위태로웠다. 건호가 급히 뛰어오르려 하였지만 이미 예진의 남은 왼손이 그네를 놓치고 말았다. 예진이 추락하고 있었다.


**


“혀엉..”


눈을 비비며 지만이 건호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침대에 건호가 없었다.


“운동하러 갔나?”


지만이 시계를 힐끔 보더니 크게 하품을 하며 건호 방문을 닫고 나갔다.


“10분만 더 자자.”


아무도 모르게 건호가 실종되었다.


**


예진이 추락하자 건호가 급히 양 발에 마나를 불어넣곤 몸을 날렸다. 전에 민지가 납치되었을 때 딱 한번 성공한 적이 있었다.


‘제발, 한번만 더!’


천마심법을 아무리 수련해도 마나는 잘 늘어나지 않았다. 샤비트는 지구의 자연에 마나의 함유량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지만 건호는 그것조차도 불만이었다. 마나만 충분했다면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신법으로 삼각팬티에 쫄쫄이만 입고 하늘을 나는 변태 영웅처럼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건호가 몸을 날렸다. 번개처럼 날아오른 건호가 땅을 걷듯 하늘을 걸어 떨어지는 예진을 낚아 챘다. 그리고.. 그대로 개천 물 위를 뛰듯 날았다.


이를 지켜보던 아낙들의 넋이 나갔다. 멋진 도령이 고운 아가씨를 안고 하늘을 날고 있지 않나? 하늘을 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멋!진! 도령이 위기에 빠진 고운 아가씨를 품에 안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는 것이 중요했다.


개천 반대편에 안착을 한 건호가 숨을 헉헉거리며 예진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으냐?”


“네? 네. 괜찮아요.”


“다행이구나.”


건호가 곱게 딴 머리가 헝크러져 앞머리가 흘러내린 예진의 머리를 쓸어주며 예진을 품에서 떼어 놓았다. 예진이 댕기를 풀고 머리를 풀어헤치더니 다시 머리를 땋을 수 없었는지 결혼한 아낙들이나 하는 쪽 머리를 했다.


“비녀가 필요할 듯 싶어요.”


예진이 환하게 웃었다.


**


절실한 수요는 공급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법! 무려 1냥이나 내고 은비녀를 구입하였다. 댕기를 따고 있던 아가씨가 쪽 머리를 하고 비녀를 찾았을 때, 노점상 주인이 건호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진도도 참 빠르다]는 의미를 담은 미소였다.


“커음.. 그런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요? 그나저나 망건도 있는데 구입하시겠습니까요?”


망건이란 상투를 틀 때 이마에 두르는 그물 모양의 물건을 말한다. 망건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투를 틀어야 한다는 것이고, 상투를 튼다는 것은 장가를 갔다는 말이었다.


건호가 연신 헛기침을 하는 사이에도 예진은 거울을 보며 쪽 머리에 비녀를 예쁘게 꽂았다.


“오라버니, 시장하지 않으세요?”


예진이 배가 고픈 듯 했다. 그러자 노점상 주인이 데이트 코스를 안내해 주었다.


“저기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어 조금만 올라가시면 아주 분위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요. 음식 맛도 일품이니 한번 들려가시죠?”


“크음.. 고맙소.”


건호가 노점상 주인에게 돈을 건네고 예진과 함께 추천 맛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노점상 주인이 추천한 집은 차와 식사를 함께 파는 식당이었다. 조선 시대에도 이런 식당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퓨전 사극 드라마에서는 2층으로 된 번듯한 식당이 있었다.


2층에 자리를 잡으니 종업원이 창을 열어주었다. 방금 전, 건호가 예진을 안고 신법을 써 하늘을 날았던 개천과 그네가 멀리 보이고 있었다.


“죄송해요. 오라버니.”


“네가 미안할 게 무에 있느냐?”


“제가 높은 곳에 올라가면 숨이 거칠어지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병이 있어요.”


건호는 그제야 예진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소공포증 환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소공포증이 있음을 알면서 왜 그네를 탄 것일까? 한가지 의문은 해소되었지만 그로 인해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다음부터는 그네를 타지 말거라.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이들에게 그네는 무척 위험한 것이다.”


“한번 타보고 싶었어요. 높이 날아 오르면 조금은 자유로워질까? 높이 날아 오르면 늘 날 외면했던 님이 날 봐주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요.”


“쓸데없는 소리! 위험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


“오라버니는요?”


“지금 나를 책망하는 것이냐?”


“아니요. 이판 어르신이 저의 아비로 인해 죽임을 당하셨으니 응당 복수를 하셔야겠죠. 그 다음에는요?”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냐?”


“그 다음에 있을 오라버니의 삶은요?”


건호가 침묵하였다. 작가조차 복수를 끝낸 김산의 삶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을 것이다.


“가문과 마지막을 함께 한 건 오라버니는 목숨을 건지셨어요. 언제고 전하께서 이판 어른의 충심을 알아주신다면 가문도 복권이 되겠죠. 하지만 그곳에 오라버니는 없을 듯 해요. 그렇지 않나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아비의 복수를 제가 대신 받겠어요.”


예진이 건호를 똑바로 응시하였다.


**


점심시간이 되어도 건호가 돌아오지 않자 지만이 건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런데 벨소리가 건호의 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어?”


지만이 황급히 건호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침대 아래에서 주인을 잃은 건호의 휴대폰이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지만이 다시 뛰어나가 노트북을 잡았다. 지만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덜덜덜 떨었다. 노트북이 켜지자 CCTV 녹화 화면을 실행시켜보았다.


어젯밤 일찍 자겠다며 건호가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그 이후 시간은 128배속으로 돌렸다. 아침이 되었고 자신이 건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건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뭐지? 형은 나온 적이 없는데...”


당황한 지만이 손을 덜덜 떨며 단축번호 2번을 눌렀다.


“...누나, 형이 없어졌어요.”


지만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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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최수연 등장 +2 19.12.12 593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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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힌트 +1 19.12.10 647 25 11쪽
83 추리쇼 +2 19.12.09 630 33 10쪽
82 쌤쌤 +3 19.12.08 658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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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장의 서막 +1 19.12.07 643 28 10쪽
79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1 19.12.06 732 33 11쪽
78 의뢰(?) +1 19.12.06 712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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