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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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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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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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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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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의뢰(?)

DUMMY

오늘 촬영을 끝으로 건호는 1주일간 휴식을 얻게 되었다. 드라마 게시판은 오늘도 여전히 폭발 직전 상태였고 민정욱 피디의 심정도 게시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우가 촬영에 열의를 불태우고 있는데 대본은 반대로 가고 있었다. 건호가 연기하는 김산은 첫 대본과는 달리 군더더기 없이 여운이 남는 수묵화 같은 느낌을 주는 캐릭터가 되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출연 분량을 놓고 시청자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아야 했다.


민정욱 피디는 오늘도 빛나는 한 배우를 돌려보내며 입맛을 다셨다.


“조연출아.”


“예, 감독님.”


“아무래도 나.. 사랑에 빠졌나봐.”


민정욱 피디의 시선이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며 벤에 오르고 있는 건호의 뒷모습에 꽂혀 있자 조연출이 황급히 말렸다.


“결혼도 하신 분이 이제와서 성적 취향을 바꾸시기 있기? 없기?”


딱!


충분히 맞을 짓을 한 조연출이 민정욱 피디로부터 한걸음 떨어졌다.


“진짜 배우가 되어가고 있어.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배우 말이야.”


“그건 저도 동의! 완전 멋지죠. 편집실에서 돌려보면 허얼.. 소리가 몇 번씩 나와요. 잘라낼 게 없다니까요?”


“그렇지?”


“네.”


“그럼, 우리 다음 작품도 하 배우랑 할까?”


“이 치욕을 당하고도 저희랑 하려고 할까요?”


생각해보니 그랬다. 마약 건으로 누명을 쓰자마자 하차 입장을 밝힌 것도 TBS드라마국이었고, 분량을 반토막 내며 당당한 주연을 조연으로 추락시킨 것도 TBS드라마국이었다. 자신이 하선우 입장이어도 절대 TBS드라마국과 함께 다음 작품을 하려 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또 모르죠. 하 배우가 원하는 액션 르와르가 제작된다면...”


“그치? 그거면 되겠지?”


민정욱 피디가 히죽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 하선우를 자신의 손에서 떠나보내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다.


“자자.. 빨리 끝내자. 이 드라마!”


**


오늘은 직장인들이 고대하는 불금! 다음 주 초에 대검에서 준비하는 추리쇼 촬영을 해야 했지만 그냥 스튜디오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 대면 되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열렸던 바자회도 없었다. 이 말은 즉, 숙제 없는 주말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우리 여행갈까?”


“여행요?”


건호의 뜬금없는 제안에 태식이 건호를 힐끔거렸다.


“제수씨랑 애들까지 같이! 선영이네 어머니가 계시는 청주 어때? 아니 아니, 캠핑장 갈까? 텐트도 빌리고! 아.. 아직 겨울이니까 너무 추우려나? 아니지! 모닥불도 피우고. 얼음 썰매도 타고, 더 재밌겠다. 가자! 태식아!”


건호가 들떠 있었다. 그 날 축 늘어진 하선우를 깨운 이후, 하루도 들떠 있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들떠 있었다.


“형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나? 없는데? 그냥! 남들 쉬는 날 우리도 쉬게 되었으니까 너도 간만에 좋은 아빠 되어 보라는 거지. 아름이도 그렇고.”


“그러면 저는 좋은데. 근데 괜찮으세요? 오랜만에 스케줄이 없는 날인데?”


“쉬어봐야 집에서 젓가락 춤 밖에 더 춰?”


“하긴..”


건호가 열심히 캠핑장을 검색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에 도착했다.


“그럼 내일 오후에 보는 거다?”


“네, 형님! 쉬세요.”


건호가 손을 흔들어 주자 태식이 차를 출발시켰다.


“아싸! 놀러 간다!”


건호가 콧노래를 부르며 엘리베이터를 타 20층 버튼을 눌렀다. 이 기쁜 소식을 20층 식구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해..


**


“아씨! 이러면 안되지. 나 내일 놀러 가야 되는데!!”


어두운 밤, 건호가 버럭버럭 화를 내면서도 미친 듯이 다리를 놀리고 있었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화살 한 대가 건호의 귀를 스치고 지나쳤다. 건호가 화들짝 놀라며 목을 움츠리면서도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틀림없이 잠이 들었었다. 20층 식구들도 캠핑이라는 말에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아름이가 가장 좋아했다. 아빠랑 같이 놀겠다며 인형들을 챙겼다.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한 여행 전날이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자신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건호의 뒤로 복면을 한 남자들이 활을 쏘아대며 건호를 뒤쫓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납득이 안되어야 했지만 건호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납득 되고 있었다.


“나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니라고!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라고!!”


그렇다. 건호는 지금 드라마 [봄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김산이 되어 있었다.


**


최수연은 드라마 작가다. 불과 28살밖에 되지 않은 그녀는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여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대 작가다. 보조 작가도 없이 혼자서 모든 대본을 만들어내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한번도 쪽대본을 내민 적이 없었다.


[봄바람이 분다]라는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여러 번 대본을 바꾸어야 했지만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본을 내놓았다. 대본 제조기라는 그녀의 별명처럼 그녀는 빨랐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작품들은 늘 동시간대 1위를 지키는 흡입력이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한가지 약점이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방송국 입장에서 본 그녀의 약점이었다.


[대본에 있어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다.]


민정욱 피디의 속을 새카맣게 태우는 주된 원인이 되는 약점이었지만 건호는 최수연의 대본을 좋아했다. 비록 자신의 분량이 줄어들긴 하였지만 여러 번 조정을 거친 끝에 김산은 진짜 살아 숨 쉬는 캐릭터가 되었다.


타닥타닥 타다닥..


그녀가 대본을 쓰고 있다. 당연히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컴퓨터로 대본을 쓸 것 같지만 그녀는 오래된 타자기를 고집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방송국에서 대본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 할 때마다 그녀는 타자기에서 방금 뽑혀 나온 대본을 한 장 한 장 곱게 모아 스캔하여 보내곤 하였다.


그럴 바에 노트북으로 대본을 쓰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그녀는 오늘도 오래된 타자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여주인공 박하의 대사를 쓰려고 하니 연기하는 TV 속 안정미가 생각나 미칠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박하는 그런 게 아니야. 박하는 줏대 있고 고집도 세지만 넓은 아량을 가진 그런 여인이라고!!”


며칠째 머리를 감지 않았는지 산발 머리를 긁적이던 최수연이 다시 타자기 자판에 손을 올렸다.


“차라리.. 죽여버릴까?”


타닥타닥..


[김산을 뒤쫓는 검은 무복의 남자들이 화살을 날리고 있다. 김산이 가까스로 화살을 피하며 산 등선을 넘을 때, 화살 한 대가 날아가 검은 무복을 입은 남자의 가슴을 꿰뚫는다. 모습을 보인 박하, 그녀가 김산을 구했다.]


**


퍼억.


건호의 뒤에서 작은 비명성과 함께 한 남자가 쓰러졌다. 건호의 시선이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향했다. 하얀 무복을 차려입은 그녀가 다시 활을 재고 있었다.


휘익!


화살이 날아가자 다시금 검은 무복의 남자 하나가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남은 이는 여섯!


활만 아니라면 충분히 상대해 볼 만한 인원이었다. 자신의 동료가 무방비 상태로 죽임을 당해서였을까? 검은 무복을 차려입은 남자들의 활시위가 그녀로 향했다. 이를 느낀 건호가 그 틈을 타 가면을 썼다.


휘리릭..


허리춤에 채워져 있던 작은 비도가 검은 무복의 남자 하나를 쓰러트렸다. 남자들이 당황한 틈을 타 건호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추적의 흐름을 놓친 검은 무복의 남자들은 건호를 추격하는 걸 포기하고 그녀가 날리는 화살을 피했다.


건호가 재빨리 산 능선에 올라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건호를 기다리고 있던 여인은 하얀 무복에 복면을 착용한 채 활을 들고 있었다. 건호가 애잔한 얼굴이 되었다.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모를 리 없었다. 내 동생이 목숨처럼 사랑하는 그녀. 박하!


**


오늘 건호가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이 멀리서 박하를 내려보는 장면이었다. 로맨스에서 제외된 건호는 오직 가문의 복수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투사가 되었다. 그렇게 9회까지 촬영이 되었는데 10회 말미에 갑자기 김산과 박하가 대면하는 신이 생겨났다.


건호는 이 장면이 박하의 내적 갈등을 고조시키는 상징적인 씬이라고 여겼다. 김산의 동생인 김건을 사랑하는 박하! 그러나 가문의 성공을 위해 왕의 여인이 되어야 할 기로에서 가문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려 하는 김산과의 조우는 [박하의 위험한 사랑]을 상징하고 있었다.


“산 오라버니.”


“하야..”


건호가 대사를 쳤다. 물론 주어진 대사는 없었지만 지금 처해진 상황이 드라마라는 인식이 생기면서부터 건호는 이미 김산이 되어있었다.


“죄송해요.”


“네가 미안할 것이 무에 있겠느냐.”


건호가 그녀의 시선을 피해 산 아래를 굽어보았다.


“저들은 제가 상대할 터이니 몸을 피하세요.”


“후우..”


건호가 잠시 갈등하는 빛을 띄더니 그녀를 지나쳐 산 반대편으로 내려가려 하였다.


“흐윽...”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그녀가 신음성을 내뱉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건호가 급히 뒤를 돌아보니 그녀의 팔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빌어먹을!”


건호가 박하의 팔에 박힌 화살을 조심스럽게 뽑아내곤 옷을 찢어 지혈을 시켜주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그녀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움직일 수 있겠느냐?”


박하 대신 활을 집어 든 건호가 시위를 당겼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화살 네발에 건호를 뒤쫓던 남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가면을 쓴 건호에게 활이란 무적 템이었다. 진즉 해결을 보고 갔어야 한다는 자책이 들었다. 박하였기에 박하가 길을 막는다면 그들 역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착오였다.


그놈들이 자신의 상전의 딸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감안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건호가 박하를 부축하며 산 반대편으로 천천히 내려 걸었다. 박하가 복면이 불편하였는지 복면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나타난 얼굴.


당연히 안정미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복면이 벗겨진 그녀의 얼굴은 건호가 놀라기에 충분한 얼굴이었다.


“....예...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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