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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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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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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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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차원신

DUMMY

“세르몬은 엘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신관이었어요.”


대신녀의 첫 발언은 지금까지 대신관이 보여주었던 행동에 크게 위배되고 있었다.


“세르몬은 늘 신께 빌었어요. 엘프들이 좀더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축복을 내려달라고 하였지요. 그러다가 가뭄이 들었어요. 우리는 신께 기도했지만 끝내 신탁은 내려오지 않았어요. 식량이 부족해졌고 굶어 죽는 엘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대신녀가 아른한 표정이 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신의 참뜻을 알지 못한 세르몬은 엘프들을 저버린 신께 크게 실망을 하였지요. 그러다가 그 일이 생기고 말았어요.”


“그 목걸이가 내려온 거군요.”


“신탁이 아니었어요. 자신을 세인트 프라하라고 소개한 이가 이 목걸이를 제게 주었죠. 제가 그의 정체를 물었을 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을 모시는 성자라고 하였지요. 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세르몬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어요.”


“대신관이 욕심을 냈습니까?”


대신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는 내가 엘프들을 위해 그 목걸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었어요. 저는 망설였어요. 그에게서 신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거든요.”


“결국 대신녀께서는 그 목걸이를 사용하셨지 않습니까?”


“맞아요. 세르몬의 청에 못 이겨 목걸이를 사용했어요. 그리고 나서야 알 수 있었어요. 이 목걸이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는 것을! 제가 목걸이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하자 세르몬이 저에게 목걸이를 내어 달라고 했어요. 그때.. 저는 그의 청을 거절하지 못했어요. 비겁했어요. 그게 바른길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제가 그 일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제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저를 대신해 그 일을 해주길 바랬었나봐요.”


건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손을 더럽히기는 싫지만 누군가가 오물을 치워주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다 존재하는 이기심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엘프들을 그토록 사랑한 대신관이 엘프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유가 뭡니까?”


“세인트 프라하는 세르몬의 귀에 속삭였어요. ‘엘프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곳은 시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인한 엘프를 만들기 위해서 그들에게 시련을 내려라. 시련 속에서 살아남은 엘프들만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라. 그럼 그대가 원하는 엘프들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 세르몬은 그런 신탁을 받았다고 해요.”


“터무니없는 소리군.”


“맞아요. 하지만 그는 세인트 프라하의 뜻에 동의했어요. 엘프들이 나약한 것은 그 착한 심성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건호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단순한 사탕발림에 넘어간 대신관도 웃겼지만 그런 작은 변수가 이런 어마어마한 피해를 남겼다는 게 허탈할 지경이었다.


“당신은 숨었고 그는 변질했군요. 그 덕에 수만의 엘프들이 죽어갔구요. 그 죗값을 치르셔야 할 겁니다.”


“그분의 부름이 있는 날, 그분 앞에서 응당한 댓가를 받겠어요. 단지 남은 시간 동안에는 엘프들을 위해 살아가고 싶어요.”


“당신의 뜻으로?”


“엘프들의 뜻으로!”


건호가 무겁게 고개를 주억였다. 건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대신녀가 건호에게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것은 당신의 것이에요. 부디 엘프들을 위해 사용해 주세요.”


건호가 피식 웃었다. 이 목걸이는 이미 그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대신녀는 여전히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남에게 미루고 있었다.


“당신은.. ”


건호가 탐탁치 않은 눈으로 대신녀를 바라보더니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바작...


목걸이가 건호의 손에서 부서지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대신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건호가 그런 대신녀의 모습에 다시금 조소를 머금었다.


“이 땅에 다시 비가 내릴 겁니다. 당신도 알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내일이 될지 1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하여 그날이 올 때까지 엘프들의 삶은 매우 혹독할 겁니다. 고통을 당할 엘프들을 위해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고민해 보십시오.”


건호가 자신의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건호의 뒷모습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대신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세인트 프라하의 말처럼 당신은 그 목걸이를 취하지 않는군요. 하지만 당신은 알아야 해요. 당신의 손에 그 목걸이가 전해지기 위해 우리 엘프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는지를.. 이 모든 것이 엘프들의 뜻이 아니었음을.....”


대신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모두가 떠난 바닷가에 겨울바람이 스며들었다. 한때는 게르로 북적거리던 모래사장도 이제는 텅 비어 을씨년스러웠다. 건호가 모래사장에 앉아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돌려보내 달라고 할 줄 알았더니 왜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인가?”


살룬이 현신하여 건호 곁에 앉았다.


“아직 의뢰가 끝난 것 같지 않아서요. 이 의뢰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뢰의 마지막?”


살룬의 눈이 호선이 된 채 건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있는 듯 하였지만 자신의 입으로는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저 건호의 하는 양을 지켜볼 뿐이었다.


대신관이 건호에게 무릎을 꿇은지 벌써 1달의 시간이 다 되어 갔다. 물의 목걸이를 파괴한 건호는 성에 남아 있지 않고 바닷가로 돌아왔다. 반대로 바닷가에서 난민 꼴이 되어 겨우 목숨만 연장하고 있던 엘프들은 바이젠의 인도에 따라 성으로 이주를 하였다.


성에 있던 엘프들이 피난민들의 입성을 거부하였지만 대신녀의 권위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엘프들의 가슴속에 지금까지 없었던 이기심이라는 감정이 싹트게 되었다. [이기심]이라는 감정이 엘프들의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건호는 적어도 지금과 같은 평화가 이 땅에 다시 내리지 못할것임은 확신했다.


위기를 느꼈을까? 바이젠을 위시한 많은 엘프들이 건호를 지도자로 섬기겠다며 청을 하였지만 건호는 끝내 엘프들의 뜻을 받아주지 않았다. 다만, 가급적 오랫동안 엘프들의 삶의 방식을 지켜달라는 당부만을 하였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엘프들은 건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였지만 대신녀만은 그 의미를 이해한 듯 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새삼 놀랐네.”


“뭐가요?”


“자네의 연기 말일세. 대신관을 상대하며 궁지에 몰리는 척 연기를 하면서 대신관으로 하여금 비밀을 실토하게 하는 작전은 아주 좋았네.”


건호가 그저 웃었다. 하지만 살룬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건호의 팔을 툭 치며 비릿하게 웃었다. 마제 제 1 마왕 루시퍼가 웃으면 딱 좋을 그런 웃음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물의 목걸이를 왜 파괴한 것인가? 그냥 자네가 가져가도 되었을 텐데 탐이 나지 않던가?”


“제가 그 목걸이를 가져갔으면 이 차원은 물이 고갈되어 멸망했을 겁니다. 늘 말씀하시던 차원의 균형 말입니다.”


“물이 고갈돼? 그건 무슨 소린가?”


건호가 슬며시 살룬을 바라보았다. 다 알면서 왜 찔러보냐는 듯한 눈빛이 었지만 살룬은 시치미를 땔 뿐이었다.


“물의 목걸이는 이 세상의 물을 빨아들여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신기였습니다. 뭐, 그 외에도 많은 기능이 있었지만 어쨌든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이 그것이었죠. 그런 목걸이를 제가 가지고 가버리면 다시는 이 세상에 비가 내리지 않을 겁니다.”


“아하.. 그 목걸이는 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물을 흡수하여 저장을 하는 신였던 모양이군.”


살룬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지만 건호는 그런 살룬의 표정을 믿지 않았다. 능구렁이 같은 그가 그런 간단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다. 단지 그는 자신이 어떤 속내로 그 목걸이를 파괴한 것인지 궁금할 뿐인 것이다.


“그 목걸이를 가졌다면 자네는 큰 힘을 손에 넣게 되었을 것이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저는 인간으로서 쉽게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제 뜻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이상 초월적인 힘을 가지는 것은 저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겠죠.”


“부담이라...”


살룬이 건호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그 끝에 만족의 미소가 지어졌다.


“저기 오네요. 이번 미션의 끝이..”


건호가 고개를 돌려 언덕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도시여.”


“이제 그만 하시죠.”


바이젠의 인사에 건호가 심드렁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바이젠이 슬쩍 살룬의 눈치를 보더니 살짝 굽었던 허리를 펴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꽤 공을 들여 연기했건만 그대를 속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군.”


바이젠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목소리는 변한 것이 없었지만 그 목소리를 감싸고 있는 신성함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연기는 훌륭하셨습니다. 단지 몇차례 방심을 하셨던 탓에 겨우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랬나? 내가 어디서 방심을 한 것이지?”


바이젠이 빙그레 웃었다.


“제가 해수를 담수하거나, 땟목을 만들 때 사용했던 초월적인 능력에 대해서 바이젠님은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해수를 담수하는 것 자체에 놀라움을 가지시더군요. 이 말은 즉, 저의 능력은 알고 있었으나 저의 지식은 알지 못하셨다는 말이 되지요.”


“다른 엘프들도 모두 같은 반응이었을 텐데?”


“아뇨, 다른 엘프들은 바닷물을 마실 수 있다는 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을 하면 저의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는게 옳겠군요. 그러다가 제가 솥뚜껑에 구멍을 내자 그제야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젠님은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저의 지식에만 놀라셨습니다. 놀라는 포인트가 달랐다고나 할까요?”


“허어.. 대단한군. 인간의 영혼이 이 정도까지 예리할 줄은 몰랐어.”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요. 연기는 목소리, 표정, 움직임까지 그 어떤 작은 것이라도 놓쳐서는 완전한 연기가 되지 못하니 사람을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던 것 뿐입니다.”


“하하, 그런가? 자네는 겸손하기까지 하군. 아주 마음에 드네. 그래서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할까 하네.”


“말씀하시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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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아공간 +1 19.12.24 462 25 11쪽
» 차원신 +1 19.12.23 456 19 11쪽
96 물의 목걸이 +1 19.12.22 445 21 10쪽
95 슈퍼맨 +1 19.12.21 449 23 10쪽
94 대신녀 +2 19.12.20 464 23 10쪽
93 조개잡이 +3 19.12.19 477 22 12쪽
92 나름(?) 기적을 행하다. +1 19.12.18 481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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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엘프 +2 19.12.16 532 22 12쪽
89 김지현 +1 19.12.15 548 24 11쪽
88 트릭 +2 19.12.14 541 25 11쪽
87 62423번 차원 +3 19.12.13 574 28 12쪽
86 최수연 등장 +2 19.12.12 593 28 10쪽
85 참선 속 깨달음 +2 19.12.11 643 25 11쪽
84 힌트 +1 19.12.10 647 25 11쪽
83 추리쇼 +2 19.12.09 629 33 10쪽
82 쌤쌤 +3 19.12.08 658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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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막장의 서막 +1 19.12.07 642 28 10쪽
79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1 19.12.06 732 33 11쪽
78 의뢰(?) +1 19.12.06 711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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