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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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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05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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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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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조개잡이

DUMMY

“그런데 사도님! 저희는 솥뚜껑에 구멍을 낼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대장장이가 없습니까?”


“아...”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장장이를 통해 이와 똑같은 것을 만드십시오. 물론 당장 급한 대로 제가 구멍을 뚫어 드릴 것이니 내일 아침에 솥뚜껑과 뚜껑에 끼울 대나무를 들고 오십시오.”


엘프들이 환호하며 각자의 마을로 돌아갔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옹기종기 모인 소규모 난민촌이었지만 엘프들은 소규모 부락 생활을 해온 종족들이었기에 마을 사람들을 한 가족처럼 끔찍이 아끼고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도님.”


“고생은요. 뭘! 제가 응당 해야 할 일인데요.”


“사도님께서 오시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모두 죽었을 것입니다.”


건호가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바이젠도 건호 곁에 앉아 건호와 같은 것을 바라보았다.


“자연은 말입니다. 순리대로 돌아갑니다. 대지에 고인 물은 태양에 의해 흡수되어 아주 깨끗한 물만 하늘로 오르게 되고 하늘에 오른 물은 비가 되어 다시 대지를 적시게 되죠. 그런데 엘프들은 잠깐의 불편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에 오를 물을 그 목걸이에 담아 버린 것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사도님.”


“엘프들은 욕심을 부리는 대신관을 욕하지만 사실 그 목걸이는 모든 엘프들의 욕심이 만든 산물입니다. 그 욕심의 덩어리가 대신관을 타락시켰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인정합니다. 모든 것은 다 저희들의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이 어려움을 늘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신의 시험을 받고있는 것입니다. 늘 스스로 경계하고 주위를 돌아보십시오. 나의 작은 불편보다 훨씬 큰 아픔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 늘 잊지 않겠습니다. 신이 내리신 질책! 달게 받겠습니다.”


건호가 고개를 주억이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일은 고기를 잡을 땟목을 만들어보죠. 목공에 소질이 있는 분들을 모아주십시오.”


건호가 바이젠이 준비한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바이젠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께서는 우리에게 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지도자를 선물로 내리셨구나.”


바이젠은 작게 중얼거렸지만 귀가 밝은 엘프들은 바이젠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


엘프들은 잠이 없는 모양이다.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벌써 텐트 밖이 시끄러웠다. 건호가 텐트를 열고 나가니 텐트 앞에서 건호를 몰래 지켜보고 있던 꼬마 엘프들이 화들짝 놀라며 와~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들이란 인간이나 엘프나 호기심 대마왕인 모양이다.


바이젠이 물 한잔을 들고 나타났다.


“드시지요.”


“엘프들에게 먹일 물도 부족할텐데..”


“밤새 모든 마을에서 정수를 했습니다. 사도께서 길을 열어주시니 각 마을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정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건호가 납득 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건호가 수없이 읽은 판타지 소설에서도 엘프는 영리한 일족이었다. 좀 답답하고, 고지식한 종족이었지만 머리 하나만큼은 좋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엘프는 영리한 종족이니 첫걸음만 잘 내딛는다면 찬란한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도시여.”


바이젠이 내민 물을 들이켰다. 이틀간 제대로 된 물을 마시지 못해 입안에 모래가 씹히는 기분이었는데 깨끗한 물을 들이키고 나니 목구멍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키야.. 좋습니다. 바닷물은 꼭 두 번 정수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염분이 제대로 빠져나가요.”


“그리하라 일러두었습니다.”


“자, 그럼 땟목을 만들러 가볼까요?”


건호가 성큼성큼 걸어 바닷가로 나아갔다. 일단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한때 내 별명이 물개였지.”


바닷물로 뛰어든 건호가 수영을 하기 시작하자 그간 바닷물에서 좀 놀아본 꼬마 엘프들이 건호의 뒤를 따랐다. 각자의 수영방법으로 물 위를 신나게 달렸다. 바닷가에서 300m 쯤 떨어진 곳까지 수영을 한 건호가 바닷속으로 잠수를 시작했다.


수심이 꽤 깊었다. 눈대중으로 짐작해 보건데 족히 10m는 되는 듯 했다. 건호가 잠수를 하며 바닷가 쪽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서서히 수심이 옅어지더니 50m를 남겨둔 지점에서는 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얕았다.


“괜찮네.”


건호가 수영을 즐기는 사이 엘프들이 두꺼운 통나무를 여러 개 준비해 놓고 있었다. 생각보다 통나무가 굵어 혼자서는 다 감싸지도 못할 정도였다.


“어? 이렇다면?”


통나무배가 생각났다. 전신에 마나를 풀어 근력을 높인 후 굵직한 통나무 하나를 번쩍 들어 어깨에 걸쳤다. 물론 엘프라면.. (중략) 사도만이..(하략) 그랬다.


엘프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통나무를 바다에 던져 보았다. 물속으로 쑤욱 들어갔던 통나무가 방긋하며 머리를 내밀었다. 부력이 상당했다. 크기에 비해 무게도 그리 무겁지 않았다. 내구성만 좋다면 통나무배로 쓰기에 아주 좋은 나무인 듯 했다.


바다 속에서 다시 나무를 끌고 나온 건호가 손날에 마나를 실었다.


쩌억..


적당한 크기로 통나무가 잘려나갔다.


쩌억..


굵은 원통의 1/3 지점이 수직으로 잘려나갔다.


쩌억..


양 모서리가 뾰족하게 다듬어졌다.


“다 됐다.”


몇 번의 동작으로 속이 파이지 않은 카약이 만들어졌다. 건호가 열심히 물을 끓이고 있는 화구로 가 숯 몇 개를 들고 와 편편하게 잘린 나무 위에 올려놓았다.


“나무를 잘 말리면 이런 숯으로도 잘 태울 수 있을 겁니다.”


시범을 보이기 위해 숯에 화기를 더하니 금세 나무가 타들어갔다. 적당히 나무가 탔다는 생각이 들자 숯이 된 나무 속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다시 숯을 올려 태우고 긁어내기를 반복하니 속이 예쁘게 깎인 통나무배가 완성되었다.


“이해하셨습니까?”


엘프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건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대나무를 준비했다. 대나무의 곁가지를 쳐내며 주변에 몰려있던 꼬마 엘프들에게 말을 걸었다.


“갯벌 속에 사는 길고 못생긴 지렁이라고 알지?”


꼬마 엘프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자 건호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지렁이를 잡아다 주면 맛있는 물고기를 줄게.”


꼬마 엘프들이 와~하는 함성을 내지르며 갯벌로 뛰어나갔다.


“바늘 있습니까?”


건호는 장대 낚시를 만들 생각이었다.


**


그럴듯한 대나무 낚시 대가 만들어졌다. 미끼도 충분했고 통나무배와 노도 준비되었다. 이젠 실전만 남았다. 낚시 원정대의 1차 멤버로 건호와 바이젠이 선정되었다. 건호가 그렇게 지명했다.


건호가 좌우로 노를 저으며 바다를 향해 쭉쭉 나아갔다. 생각보다 중심을 잡기 쉽지 않아 배가 여러 번 기우뚱거렸지만 바이젠의 표정은 평온했다. 전적으로 건호를 믿고 있는 것이었다.


한 인간과 한 엘프만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엘프들이 점으로 보일 때쯤 건호가 노를 내려놓고 낚시 대를 들었다. 건호는 이쯤에서 솔직히 고백을 해야 하는지 살짝 망설였다. 사실 건호는 낚시라는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몇번 구경을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건호가 만든 낚시대라는 것도 찌조차 없는 원시적인 대나무 낚시대였다.


사도의 체면을 고려해서 일단 낚시대를 던져 보기로 했다. 지렁이가 징그러웠지만 꾹 참고 바늘에 지렁이를 끼운 후 바다 속으로 낚시 줄을 던져 넣었다.


5분, 10분, 20분이 지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건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바닷속을 살펴보았다. 물고기가 때로 돌아다니고 있었건만 지렁이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물론 길만 터 준다면 영리한 엘프들은 금방 낚시의 달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도로서 체면의 문제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는가? 곰곰이 바다 속을 살피던 건호가 히죽 웃으며 낚시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정확히는 낚시대에 묶인 낚시줄에 마나를 불어넣어 마치 지렁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러자 금방 반응이 왔다.


“어이쿠야!”


손바닥보다 조금 큰 물고기가 잡혀 올라왔다. 물고기가 징그러웠지만 꾸욱 참고 주둥이에서 바늘을 빼낸 후, 다시 지렁이를 끼우고 낚시를 시작했다.


넣고 빼면 잡혔다.


“정말 사도님께서는 대단하십니다. 물고기들이 줄을 서서 잡히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이 정도면 충분히 본보기가 되었겠죠?”


“그럼요. 충분합니다.”


“자, 그럼 돌아가 보시죠.”


돌아가는 길에는 바이젠이 노를 잡았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되기도 하였고 방향이 틀어져 자꾸 바다를 향해 카약이 움직이기도 하였지만 어찌어찌하여 바닷가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건호와 바이젠이 낚시를 하는 사이 엘프들은 힘을 모아 통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있었다. 추진력 하나만큼은 갑 중의 갑인 엘프들이었다.


**


물고기의 비늘을 벗겨내고 배를 가른 후, 내장을 제거한 물고기를 바닷물에 깨끗하게 씻은 후 꼬마 엘프들에게 선물하였다.


“오래 보관을 할 거라면 바닷바람에 말리는 것이 좋아. 부모님께 꼭 그렇게 알려드려.”


“네!!”


꼬마 엘프들이 물고기 한 마리씩을 들고 집으로 달려나갔다.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다 나눠주고 나니 정작 사도님께서 드실 음식이 없습니다.”


“바다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산답니다.”


건호가 웃으며 바이젠을 끌고 가까운 바다 속으로 향했다.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니 바이젠을 그곳에 있게 하곤 좀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더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건호가 잠수를 시작했다. 바닥에 이르자 건호의 손이 모래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건호의 눈이 호선이 되었다.


웬만한 엘프 얼굴만 한 조개가 건호의 손에 들려 나왔다.


“조개는 아시죠?”


“아다마다요. 그런데 그렇게 큰 조개는 처음입니다.”


“오늘 아침은 이것으로 하시죠.”


건호가 만면에 웃음을 단 채 바닷가로 나왔다.


해감을 해야 했지만 어차피 대왕조개는 속을 모두 먹을 것이 아니었기에 대충 삶아낸 후 껍질을 벗기고 속을 꺼내 내장을 제거한 후 바닷물에 깨끗하게 씻어내었다. 내장까지 모두 씻어낸 조갯살을 정수된 물에 다시 한번 행궈 염분을 덜어낸 후 바다 바람에 잘 말렸다. 물론 일부는 건호의 입속으로 이미 들어가 있었다.


“맛이 어떻습니까?”


“짜지도 않고 식감도 좋습니다.”


“사실 대왕조개는 질기고 맛이 없죠. 하지만 크기가 크니 허기를 채울 순 있을 겁니다. 수영을 잘하는 엘프들에게 대왕 조개를 잡아 오라고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는 이제껏 조개로 연명을 해왔습니다. 많은 엘프들이 조개를 채집하다 보니 그 수가 부쩍 줄어 이제는 하루에 한 개를 줍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런데 저 깊은 바다 속에 그렇게 큰 조개가 살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엘프들이 크게 기뻐할 겁니다.”


건호도 몰랐다. 낚시를 할 줄 모르는 엘프라면 분명히 조개로 연명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바닷가에 패총(조개무덤)이 곳곳에 있었으니 굳이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니 어른 엘프들은 수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꼬마 엘프들도 자기 가슴 언저리를 넘어가는 곳까지는 수영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키를 넘는 곳이라면 여전히 조개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물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대왕조개살을 씹다 보니 문득 초고추장이 생각나면서 어제밤 자신을 버리고 도망을 친 벌 한 마리도 생각이 났다.


**


작가의말

몰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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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대신녀 +2 19.12.20 464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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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참선 속 깨달음 +2 19.12.11 643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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