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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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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19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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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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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0쪽

대신녀

DUMMY

차원관리사무소.


“소장님, 급히 부르셔서 달려왔습니다만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상의할 일이 있어서 불렀네.”


란드브룸이 차를 한잔 내주자 살룬이 조용히 차를 음미하며 란드브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말씀하시지요.”


“그놈 말이야.”


“네”


“그곳에 살게 하면 어떨까?”


“네? 인간을 엘프들의 세상에서 살게 한단 말입니까?”


“그쪽 차원신이 허락했어. 원한다면 엘프의 육신을 갖게 해 줄 수도 있다고 하더군.”


살룬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요즘 들어 란드브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워 건호를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요즘에는 싫어함을 넘어서 경계를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낱 인간의 영혼에게 어찌하여 그런 마음을 품게 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장님! 무슨 일이 있으셨으면 저에게도 설명을 해 주시는 것이 어떠실지요?”


“없어. 그런거.. 단지 말이야. 그놈을 그곳에 두는 것이 맞다는 느낌이 드는군.”


“딱히 이유도 없이 말입니까?”


“그래!”


이것은 노망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특정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분노와 질시! 뒤따라오는 망상과 환청! 틀림없었다.


“건호군이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 왕을 시켜준다고 하잖아? 엘프처럼 이천년씩 살수도 있고, 마나도 풍부해서 그놈이 배우고 있는 그 무술인가 뭔가 하는 것도 훨씬 빨리 배울 수 있는데?”


“건호군은 건호군 나름의 삶이 있습니다. 지구에는 그가 가족처럼 여기는 인간들도 남아있구요.”


“그래봐야 삼도천을 건너면 기억도 하지 못할 인연들이야. 그놈도 한번 죽어봤으니 잘 알 것이고. 일단 가서 내 말을 전해!”


살룬이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없어진 걸 알고 크게 당황하고 있을 겁니다.”


살룬이 인사를 하고 소장실을 나서자 란드브룸이 피식 웃었다.


“당황은 개뿔! 가짜 사도 노릇에 푹 빠져 가지고 아주 입이 귀에 걸렸고만!”


란드브룸이 리모콘을 집어 들고 강건호 주연의 사기극 드라마를 다시 시청하기 위해 TV를 켰다.


**


건호가 엘프들에게 전수한 마지막 기술은 바로 게르(몽골텐트)였다. 오오테르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던 건호로서는 게르를 만들고 세우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엘프들은 집을 짓고 살아왔기에 텐트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임시로 지어놓은 텐트라는 것들이 거지 움막보다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쌀쌀해 지고 있었다. 바이젠의 말로는 조만간 겨울이 올 것이라고 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식량도 비축해야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난방이 가능한 주거형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집을 지을 수는 없으니 난방이 가능한 텐트 즉, 게르의 사용법을 전수하고자 한 것이었다.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으니 추위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도님.”


“별말씀을요. 알고 있는 것을 전수해 준 것 뿐인데요.”


건호가 웃으며 열심히 게르를 짓고 있는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벌 한 마리가 건호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미안하네, 일이 있어서 잠시 신계에 다녀왔네. 내가 없어 많이 당황했지?]


“바이젠님, 이제 저는 그만 제 일을 하러 가야겠습니다.”


“사도님, 어디를 가시겠다고 하시는 것인지?”


“언제까지고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을 할 순 없으니 근본을 제거하러 가야지요.”


“설마.. 신전으로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언제까지고 이곳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건호의 말에 바이젠이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건호에게 말을 꺼내기 위해서는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시다면 일주일만, 아니 삼일만 더 머물러주십시오. 그 후에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건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건호가 시범 삼아 지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 바이젠이 엘프들에게 소리를 쳤다.


“대회의를 열겠다.”


**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미안하네.”


“잠깐 다녀오실 줄 알았는데 일주일만에 돌아오시다니!”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


“벌써라니요.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살룬님 때문에 신전에도 못 가고 이곳에 발이 묶였지 뭡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데 큰일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드라마 마지막회 촬영이 남아 있거든요. 아마 지금쯤 대본이 나왔을 텐데...”


“그 문제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걸세.”


“남의 일이라고 그리 태평하게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건호가 마음이 풀렸는지 슬쩍 농을 던지자 살룬이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각 차원 간에는 시간의 흐름에 차이가 있네. 이곳 62423번 차원은 신생 차원이다 보니 다른 곳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지. 조만간 차원이 안정되면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겠지만 지금은 그렇다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곳에서의 하루는 지구에서 몇 시간에 해당이 되는 겁니까?”


“시간이라고 말할 것도 없네. 몇초? 어쩌면 초 단위로 셀 수 없을지도 모르는 찰나의 시간일지도 모르지.”


“네? 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구요?”


“그래, 그러니 이곳에서 백 년을 살다 간다고 한들 지구의 시간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네.”


“백년을 살다가 가면 제가 꼬부랑.. 아니다. 이미 죽었겠네요.”


“자네에게 엘프의 삶을 준다면 이곳에서 살아보겠는가?”


“엘프의 삶요? 이천년을요?”


건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 잘난 것들 사이에서 2천 년 동안 못난이로 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저만 못난이로 이천년을 살 자신이 없는데요?”


“하하하, 그런 것이라면 엘프의 몸을 가지면 되는 것이 아닌가?”


건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저 순진한 엘프들과 어울려 살면 평온한 삶을 살 수는 있겠지만 저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가? 아무튼 자네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으니 잘 생각해보고 그때 대답을 하게나.”


건호가 실눈을 뜨며 살룬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살룬이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한 것이었다. 건호의 미소를 본 살룬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쓸데없는 부분에서 쿵짝이 잘 맞는 신과 영혼이었다.


**


“됐다!”


천마신법이 6성의 경지에 올랐다. 좀 더 빨리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건호만의 착각이었다. 5성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고비는 그저 6성에 이르기 위한 작은 언덕에 불과했다. 그 고비를 넘고 나니 더 큰 산이 있었고 들판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성취를 이뤄내다 보니 어느새 진짜 끝에 다다라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번에 펑! 6성이 되었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기분이네요.”


5성과 6성은 천지 차이였다. 불과 6성에 올랐을 뿐인데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마치.. 신이 된 기분이랄까? 마나가, 마나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엘프들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마나가 다른 모양, 다른 색으로 보였다. 굳이 그를 보지 않아도 텐트 너머에 존재하는 마나만 느끼고서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7성이 되면 어떤 능력이 생겨날지 무서울 지경이네요.”


“하하하, 자네는 아주 작은 성취를 이뤄냈을 뿐이네. 인간들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지.”


“인간의 능력이 이 정도인데 신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대충 느낌으로 때려잡고 소장님께 개겼던 게 무척 후회가 되는 거 있죠? 살룬님께서도 저의 언행 중에 기분 상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너그러이 용서를...”


오늘도 건호는 살룬과 농을 주고받았다. 3일이면 된다고 했던 바이젠은 일주일이 되었음에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건호가 그냥 떠나려고 하자 엘프들이 바이젠이 올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통사정을 하여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여 있었다.


“바이젠님이 오시네요.”


“오호, 이젠 감각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인가?”


“네,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바이젠이 게르를 열었을 때 건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살룬은 이미 벌이 되어 건호의 귓속에 안착하고 있었다.


“제가 많이 늦었습니다. 사도시여.”


“괜찮습니다. 이제 떠나볼까요?”


“잠시.. 잠시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바이젠이 건호 앞에 앉았다.


**


“그러니까 신전의 탑에 가서 대신녀를 만나 달라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신관에게 제가 노출이 될텐데요? 그럼 목걸이를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전의 탑은 버려진 평원, 그러니까 성안에 있지 않아서 대신관도 사도님께서 대신녀님을 만나셨다는 걸 알지 못할 겁니다.”


“버려진 평원이라는 곳이 어딥니까?”


“우리 엘프들에게는 금지와 같은 곳입니다. 가뭄이 들기 이전부터 황폐한 땅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신전의 탑이 있다구요?”


“그게.. 신전에서 죄를 지은 자를 유폐시키는 곳이었습니다.”


“그럼 지키는 병사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신전의 탑에는 아무도 살지 않습니다. 엘프들에게 신전의 탑이란 수치입니다. 그곳에 발을 들였다는 것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세상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건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대신녀가 방치되고 있다. 그 말인즉은 대신관에게 대신녀는 더 이상 견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대신녀는 왜 이 혼란을 바로잡지 않는 것일까? 만나보면 알 일이지만 엘프의 사고방식은 인간인 건호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다면 위문을 한번 가볼까요?”


건호가 활짝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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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슈퍼맨 +1 19.12.21 450 23 10쪽
» 대신녀 +2 19.12.20 465 23 10쪽
93 조개잡이 +3 19.12.19 478 22 12쪽
92 나름(?) 기적을 행하다. +1 19.12.18 482 18 11쪽
91 감옥 +1 19.12.17 475 20 10쪽
90 엘프 +2 19.12.16 532 22 12쪽
89 김지현 +1 19.12.15 548 24 11쪽
88 트릭 +2 19.12.14 542 25 11쪽
87 62423번 차원 +3 19.12.13 574 28 12쪽
86 최수연 등장 +2 19.12.12 594 28 10쪽
85 참선 속 깨달음 +2 19.12.11 643 25 11쪽
84 힌트 +1 19.12.10 648 25 11쪽
83 추리쇼 +2 19.12.09 630 33 10쪽
82 쌤쌤 +3 19.12.08 658 26 10쪽
81 날로 먹는 최수연 +2 19.12.07 678 31 10쪽
80 막장의 서막 +1 19.12.07 643 28 10쪽
79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1 19.12.06 732 33 11쪽
78 의뢰(?) +1 19.12.06 712 34 10쪽
77 알바 천재? +2 19.12.05 770 40 12쪽
76 한예진 +1 19.12.05 783 37 12쪽
75 일상 +3 19.12.04 768 39 10쪽
74 완전범죄 +4 19.12.04 798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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