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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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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08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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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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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약

DUMMY

살룬이 사라진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건호도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머릿속에 얌전히 저장만 되어있던 만마신군의 무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애초에 건호는 만마신군의 무공을 익히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번 의뢰를 수행하며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오직 건호와 바이젠만이 아는 듯 했지만 건호도, 바이젠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굳이 특이점을 찾자면 살룬이 떠난 그 날, 바이젠이 건호를 찾아와 담소를 나누었고, 그 다음날 대신녀가 건호를 찾아와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은 후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보던 건호의 일상이 달라졌다는 점 정도였다.


“아주 뿌듯한 두 달이었어.”


건호가 마나를 갈무리하며 지난 두 달간 이뤄낸 성과에 만족하였다.


“잘 지냈는가?”


건호가 기다리던 살룬이 마치 자로 잰듯한 타이밍에 귀환을 알렸다.


작은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 건호의 방이 보였다. 애석하게도 청보리밭은 가지 못할 듯 싶었다. 건호가 문을 지나자 방문이 닫혔다.


“아이구야.. 얼마 만에 집에 돌아온 거야?”


건호가 침대에 벌러덩 누우려다가 뒤에서 자신의 팔을 잡는 이에 화들짝 놀랐다.


“아니.. 부소장님께서 여긴 왜?”


“자네, 나와 약속을 하지 않았나?”


“무슨?”


“집으로 돌아가면 고기를 실컷 먹게 해준다며!”


살룬이 진심으로 화를 내었다.


**


살룬이 돼지갈비를 먹겠다는 이유로 지구에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6시간째 끊임없이 고기를 흡입하고 있는 살룬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진심으로 고기를 먹기 위해 이곳에 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호가 슬쩍 무한리필 돼지갈비집 사장을 힐끗거렸다. 썩 행복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샤비트 때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얼굴이었다.


살룬은 익지도 않은 고기를 뜯어 먹는 만행을 저지르진 않았다. 앞뒤가 노릇하게 구워진 후, 향과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식사하였다. 물론 적당히 느린 속도의 식사였지만 오랜 시간 테이블 위에서 버텨낼 고기 접시는 없었다. 쌓이고, 또 쌓이고..


1회 사용시간이 초과 되자 고깃집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시간을 카운터하였지만 살룬은 식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새롭게 카운트가 되면서 불판이 바뀌었다. 수북하게 쌓였던 고기 접시도 깨끗하게 치워졌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살룬의 식탐까지도!


“잘 드시네요.”


고깃값을 계산하고 나오는 건호가 살룬의 식성에 박수를 쳐주었다.


“샤비트가 말하길, 이 지구에는 고기 외에도 생선을 밥과 함께 먹는 아주 맛이 좋은 음식이 있다고 하더군. 내가 특별히 그 음식을 먹기 위해 속을 비워 놓았네.”


살룬이 길 건너 초밥집을 보며 활짝 웃었다.


**


초밥집을 나서며 행복한 얼굴로 이를 쑤시던 살룬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신들은 영체이기 때문에 식사를 할 필요가 없네. 하지만 먹는 것은 배부름 이외에도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지 않나? 하여 가끔은 물질계에 사는 존재들처럼 식사를 하곤 한다네. 오늘은 자네 덕분에 내가 호강을 하였군.”


살룬의 조리 있는 설명에 건호가 그저 웃기만 하였다.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음식을 단순히 씹는 즐거움을 위해 낭비했다는 말 아닌가?


“오늘 자네 덕분에 오랜만에 먹는 즐거움을 누렸으니 나도 자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네. 자네가 만족했으면 좋겠구먼.”


살룬이 건호의 어깨를 툭툭 쳐주곤 그대로 사라졌다. 강남대로 변 한복판에서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탑 클래스 배우와 함께 길을 걷다 말고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놀라움을 가득 담은 많은 시선들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건호의 몫이었다.


“다음 시즌에 준비할 마술입니다. 깜짝 놀라셨죠? 조만간 TV로 보여드릴게요.”


엉겁결에 던져 놓은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는 건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박수 소리와 함께 함성이 들려왔다.


“오빠! 진짜 마술사같아요. 파이팅!”


건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곤 걸음을 빨리 하였다.


**


살룬은 선물을 주고 간다고 하였지만 건호는 살룬의 선물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아공간 사용설명서가 선물인 건가?”


살룬이 친절하게 한글로 적어 놓은 아공간 사용설명서를 읽으며 건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살룬이 건호에게 제공한 아공간은 보관된 물건을 검색하는 기능과 보관장소를 임으로 변경하는 기능까지 탑재된 최신형 아공간이라고 하였다.


“물건을 넣고 빼는 것은 알겠는데.. 가만 있어보자.. 탐색은 어떻게 하는 거지?”


건호가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본 후, 크게 외쳤다.


“탐색!”


건호의 눈에 목록이 주루룩 나열되었다.


“오우, 홀로그램이야? 역시 신계구먼! 최고여!”


엄지손가락을 쭈욱 세워준 건호가 목록을 읽어보았다.


[통신구 1대

수련용 검 1자루

비도 20자루

충전용마정석 1개

그 외 암호화된 보관물품이 있습니다.]


“응?”


건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바이젠이 준 마정석 앞에 충전용이라는 글자가 써있었다.


“크크크...”


건호가 낮고 괴기한 웃음을 흘렸다. 바이젠이 건호에게 마정석을 선물하며 집으로 돌아가면 그 의문이 풀릴 것이라고 하였다. 바이젠의 말처럼 건호는 작은 문을 지나자마자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천마 심법의 경지가 아무리 높아졌다고 한들 애초에 공기 중에 희박하게 존재하는 마나를 원하는 시간 안에 충분하게 끌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 바이젠은 건호가 위급한 순간에 신물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 베터리를 선물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도 1회용이 아닌 충전용으로!


“고맙습니다. 바이젠님.”


건호가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하곤 인상을 찌푸렸다. 살룬이 준 선물이 아공간 안에 있었다. 그런데..


“주시려면 곱게 주시지. 암호를 걸어놓고 그러셨데..”


건호가 아공간에서 통신구를 꺼내 살포시 감싸 쥐었다.


“살룬님?”


[하선우! 너 바보냐? 살룬의 통신구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벌써 잊은 것이냐?]


“.... 아, 참. 그랬지. 젠장.”


[무슨 일이냐? 왜 살룬을 찾는 거지?]


“의뢰를 다녀 왔는데....”


건호가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의뢰를 다녀 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잠시 후, 방문이 벌컥 열리고 샤비트가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영혼과 연결된 아공간을 얻었다고?”


**


건호가 자신이 얻어온 아공간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 댔지만 샤비트의 한마디에 어깨가 추욱 늘어지고 말았다.


“기본형이구먼! 그 사악한 루시퍼에게 사기를 당한겨! 사기를!”


샤비트가 이죽거리면서도 건호에게 뭔가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샤비트의 지시대로 아공간을 주물럭거리던 건호가 샤비트가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어 돌아간 후에야 비로소 침대에 벌렁 누울 수 있었다.


의뢰를 위해 총 4개월 동안 62423번 차원에 머물렀지만 지구의 시간은 한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조금 더 있어도 좋을 뻔 했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그래도 수확이 꽤 있었기에 만족하기로 하고 마지막 2회 대본을 읽었다.


“내용이... 으음..”


후반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러브 라인이 생성되더니 마지막 회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나고 있었다.


“산과 하가 죽어서 현재에서 환생하여 다시 만난다고? 갑자기? 뜬금없이? 우와 이건 맥락도, 개연성도 전혀 없는 말 그대로의 막장! 개 막장!”


대본을 덮으며 이 드라마의 예술성은 끝이 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작품이 되게 생겼는데 영 씁쓸하구만..”


건호가 쓰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


1주일간 밤낮없이 풀로 찍은 덕분에 마지막 회까지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건호의 작은 부상 때문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지 내심 걱정을 했던 민정욱 피디가 건호의 마지막 촬영을 가장 기뻐해 주었다. 조연들과 상운의 촬영 일정이 이틀 정도 남아 있어 촬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건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니, 돌아오려 하였다.


“오랜만이죠?”


“네, 그렇네요.”


건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촬영장에 나온 최수연과 인사를 하였다. 최수연이 건호에게 손을 쭈욱 내밀었다. 최수연의 손가락 끝에 차키가 달랑거리고 있었다.


“제가 오늘 일정이 있어서...”


“집에는 갈 거잖아요. 하선우씨를 보기 위해서 4시간이나 걸려서 왔다구요.”


“아...네. 그럼 저희 매니저에게 모셔다 드리라고...”


“너무 비싸게 구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저랑 같이 가야 되요.”


막무가내였다. 전에 만났을 때는 너무 먹고 너무 마셨지만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가 약속이..”


“그 약속이 그 약속이에요. 그러니까 빨리 출발하세요.”


일단 최수연의 차키를 받아 들고 시동을 걸었다. 최수연을 집에 데려다 주고 가면 약속시간에 조금 늦을 듯 했지만 어차피 종로에서 보기로 했으니 조금 양해를 구하면 될 것 같았다.


띠리링 띠리리링


마침 오늘 선약의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최수연씨와 함께 있습니까?]


“네.. 그런데 최 작가님을 어떻게 아시죠?”


[함께 오시면 됩니다. 자초지종은 오신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매정하게 전화가 끊어졌다. 건호가 보조석에 예쁘게 앉은 최수연을 힐끗거리며 차를 출발시켰다.


“제가 예쁘면 그냥 바라보세요. 힐끗거리면 늑대같다구요.”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건호가 말없이 운전에만 집중하였다. 그러자 곧 심심해진 최수연이 드라마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하선우씨!”


“..... 네?”


딴 생각을 하고 있던 건호가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 제 말 안 듣고 있는 거죠?”


“아.. 그게.. 죄송합니다. 잠시 딴 생각을..”


최수연의 입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대본도 잘 만들고 예의도 바른 것 같아서 합격시켜주려고 했더니.. 쳇!”


최수연이 입을 비쭉이며 시선을 차창으로 훽 돌려버렸다. 건호가 무색한 얼굴로 연신 사과를 했지만 최수연은 건호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얘, 진짜 뭐야.’


특이한 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의가 없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색다르게 보였다. 그렇게 서로 불편한 시간을 지나 차가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최수연이 말없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건호도 천천히 차에서 내리며 주차요원들에게 발렛파킹을 부탁하였다. 최수연이 먼저 약속장소로 들어갔다. 건호는 그런 최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흔들더니 최수연과 거리를 두고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


작가의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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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대신녀 +2 19.12.20 464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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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62423번 차원 +3 19.12.13 574 28 12쪽
86 최수연 등장 +2 19.12.12 593 28 10쪽
85 참선 속 깨달음 +2 19.12.11 643 25 11쪽
84 힌트 +1 19.12.10 647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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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쌤쌤 +3 19.12.08 658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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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1 19.12.06 732 33 11쪽
78 의뢰(?) +1 19.12.06 711 34 10쪽
77 알바 천재? +2 19.12.05 769 40 12쪽
76 한예진 +1 19.12.05 782 37 12쪽
75 일상 +3 19.12.04 768 39 10쪽
74 완전범죄 +4 19.12.04 797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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