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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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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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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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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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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슈퍼맨

DUMMY

천마신법 6성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건호가 바이젠을 옆구리에 끼고 나무와 풀, 돌을 사뿐히 즈려 밟으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무협 영화에서나 볼 법한 비현실적인 몸놀림으로 해가 지기도 전에 버려진 평원 초입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도님, 어지럽습니다.”


해방감을 느끼며 정신없이 하늘을 날다 보니 동승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였는지 바이젠이 건호의 옆구리 좌석에서 내리자마자 헛구역질을 하였다.


“아, 미안합니다. 저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조절이 잘 안되었네요.”


건호가 머쓱한 표정으로 바이젠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한동안 힘들어하던 바이젠이 허리를 펴더니 손가락으로 하늘과 땅의 경계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곳이 바로 신전의 탑입니다.”


건호의 눈에는 그저 지평선만 보이고있었는데 바이젠의 눈에는 그 외에 다른 어떤 것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귀만 밝은 줄 알았더니 눈도 좋은 엘프들이었다. 바이젠이 진정이 된 듯 하자 건호가 다시 바이젠을 옆구리에 끼고 달렸다. 바이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두어 시간을 더 달리고 나니 건호의 눈에도 지평선과 다른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화악...


인식을 하였을 뿐인데 세상이 바뀌었다. 저 멀리 점으로 보였던 작은 무언가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


“역시 사도님께서는 대신녀님의 결계를 통과하실 줄 알았습니다.”


“결계요?”


“네, 이것이 대신녀님의 결계입니다. 불온한 생각을 가진 자는 그 결계를 통과할 수 없지요.”


건호가 고개를 주억이면서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운 것은 대신녀이므로 건호가 결계를 통과하지 못해도 자신에게는 큰 불이익이 없겠지만 쪽팔림만은 어찌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이제는 바이젠이 먼저 걸으며 건호를 탑으로 안내하였다. 건호의 눈이 비친 신전의 탑은 TV에서 본듯한 고딕풍의 성당같은 느낌이었다.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신기한 것이 없었다.


1층에 커다란 문이 열리고 건호와 바이젠이 문 너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바이젠님, 이거 너무 막장으로 흐르는 거 아닙니까?”


“그.. 그것이.. 제가 왔을 때는 이런 게 없었는데..”


건호의 항의에 바이젠이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날아오는 도끼를 잘도 피하고 있었다. 1층 문이 열리고 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건호를 반겨준 이들은 무쇠다리, 무쇠팔, 단단한 가슴, 긴 수염으로 대변되는 거인 난쟁이족 드워프들이었다.


인사할 겨를도 주지 않은 채 도끼가 날아옴으로써 난전이 시작되었다. 바이젠이 걱정되었지만 바이젠은 엘프 특유의 강인한 체력을 무기 삼아 용케 잘 피해 다니고 있었다. 건호는 단순히 피하지 않고 그들과 힘을 겨루었다.


치고 패다 보니 어느새 건호의 손에 묵직한 투핸드 소드가 들려있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숙련된 삼재검법이 펼쳐졌다. 대충 정리가 되는 듯 하였을 때, 끝판왕이 등장하였다. 무쇠다리, 무쇠팔, 단단한 가슴을 가린 전신 쫄쫄이 타이즈에 붉은색 삼각 팬티와 깔맞춤을 한 빨간 망토를 두른 드워프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방금 눈에서 쏘아진 거 그거! 레이저 맞죠?”


“저는 레이저가 무엇인지 잘...”


물을 놈한테 물었어야 했는데 순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엘프의 세상에 천적인 드워프가 있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드워프가 슈퍼맨이 될 수는 없다. 일단 비쥬얼적인 측면에서 전혀 다른 종족인 것이다.


“크랩톤 행성 사람들이 통곡을 하겠네.”


투핸드 소드를 고쳐 쥐며 건호가 이죽거리자 단신 털부자 슈퍼맨이 건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잠깐만!”


건호가 급히 눈을 감았다.


“조심하십시오.”


건호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아버리자 바이젠이 애타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눈이 떠진 건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투핸드 소드를 바닥에 던져버린 건호가 크게 외쳤다.


“아직 초보라서 깜빡 속고 말았습니다. 대신녀님.”


건호를 한주먹에 끝낼 것처럼 날아오던 짧은 다리 슈퍼맨이 허공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바닥을 뒹굴던 드워프 전사들의 시체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텅빈 공간만이 남아 있었다. 바이젠이 건호 곁으로 달려왔다.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대신녀께서 제가 못 믿어우셨던 모양입니다.”


“그것은 오해랍니다.”


건호가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


건호에게 예진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예진의 외모가 객관적으로 최고라는 의미가 아니라 건호의 미적 감각이 예진의 외모에 고정되어 있었다는 의미였다. 방금전, 대신녀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아름다우시네요.”


“호호호, 감사해요.”


다른 엘프들에 비해 월등한 아름다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에 비해 못생겼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조금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저 피부 가죽의 생김새만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스러운 기운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그녀의 손짓, 발짓 하나 하나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장난이 지나치셨습니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건 반칙이죠.”


“호호호, 그것은 사도님의 무의식이었어요. 사도님께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바로 그였지요.”


건호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 이가 슈퍼맨이었던 모양이다. 원더우먼이라고 생각했었다면..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드워프를 볼 뻔했다.


“그랬군요. 크립톤 행성 만세!”


건호가 혼자만 아는 농담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삭막하네요.”


“신전의 탑이란 본래 신관과 신녀들의 수련을 위해 건립된 건물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의 문물들이 많이 부족한 편이죠.”


엘프들의 생활상을 보면 지구의 중세시대보다 못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그런 후진적인 문명조차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절 보자고 하신 이유가?”


분명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한 것은 바이젠이었다. 그러나 건호는 대신녀가 바이젠을 통해 자신을 불렀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바이젠님께서 절 찾아오셨어요. 엘프에게 올바른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저의 승낙을 구하셨죠. 이미 엘프들은 대 회의에서 사도님을 지도자로 추대하는 것에 대해 모두 동의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묻겠어요. 엘프들의 지도자가 되어 주실 수 있나요?”


“거절합니다. 아니, 제가 자격이 부족해 그 청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엘프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갖는다는 의미랍니다. 엘프는 한번 정한 지도자를 배신하지 않아요. 죽으라 명을 하면 이유도 묻지 않고 당신에게 목숨을 내어 놓을 것입니다.”


“와우, 구미가 막 당기면서도 무섭네요.”


건호가 웃으며 대신녀에게 두고 있던 시선을 바이젠에게 돌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이젠님. 엘프들에게 지도자가 필요할까요?”


“대신관과 같은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도님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대신관이 처음부터 탐욕스러운 자였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 역시 한때는 신을 섬기며 엘프들에게 봉사하는 신관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대신관이라는 자리가 그를 탐욕스럽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아니 어쩌면, 바로 당신들의 어리석음이 대신관을 타락의 길로 인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엘프들은 정체되어 있어요. 다들 한결같이 순진해 빠져서 이용당하기 딱 좋은 상태죠. 변종들이 튀어나와 세상이 어지러워야 엘프들의 정신도 성장을 할겁니다. 지도자란 말이죠. 그럴 때나 필요한 필요악입니다. 엘프에게도 율법이라는 것이 있죠?”


“네, 그렇습니다.”


“법이 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아닙니다. 그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만든 것이 법입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통제를 하는 것이 바로 법이라는 필요악입니다. 그런데 엘프들을 보세요. 그런 것들이 필요합니까?”


“우리의 율법이 필요악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좋은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훌륭한 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도자 역시 그런 것입니까?”


건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이젠이 생각에 잠겼다. 건호와 바이젠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대신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당신이 사는 세상도 지도자가 없나요?”


“아뇨. 넘쳐납니다. 열만 모여도 그중 하나는 대가리가 되려고 하죠.”


“왜 그런 것인가요?”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을 합니다.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고 뭉치지 못하면 도태되어 버립니다. 그렇기에 집단을 이루게 되고 그 안에서 가장 힘이 센놈이 머리가 되는 거죠.”


“우리 엘프들도 그리 될 수 있어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이 세상도 더이상 천국이 아니겠지요. 여러분은 처음으로 변종을 맞이 한 겁니다. 이번에는 제가 그 변종을 제거해 드리겠지만 다음에 또다시 변종이 나타나면 여러분의 힘으로 그 변종을 이겨낼 수 있도록 내성을 키우십시오.”


“당신의 말! 이해할 수 없어요.”


“엘프들의 삶은 길다고 하니 죽기 전에 제 말이 이해가 될 날이 오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건호가 몸을 일으키곤 옷을 탈탈 털었다.


“저는 갈 길이 멀어 먼저 떠나겠습니다.”


몸을 돌리던 건호가 다시 뒤를 돌아 대신녀를 바로 보았다.


“이 탑에 웅크려 있지만 말고 세상에 나와서 엘프들의 고된 손을 잡아 주십시오. 당신의 고결함은 그럴 때 더 빛이 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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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물의 목걸이 +1 19.12.22 445 21 10쪽
» 슈퍼맨 +1 19.12.21 450 23 10쪽
94 대신녀 +2 19.12.20 464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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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나름(?) 기적을 행하다. +1 19.12.18 481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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