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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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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22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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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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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1쪽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DUMMY

지혈을 한다고 하였지만 그녀의 팔에서는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기력도 쇠해졌다. 건호의 부축을 받으며 잘 따라 걷던 그녀가 쓰러졌다. 아무래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싶었다.


건호가 지체 없이 그녀를 들쳐 업었다. 그녀는 부끄러운 기색이었지만 건호는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되지 않았다. 건호의 머릿속에는 이 상황이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았다.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와 버린 의뢰도 그렇지만, 그 의뢰라는 것이 자신의 드라마 속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여주인공이 안정미가 아닌 예진이라니!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건호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곤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30여분을 내려오니 산 아래에 민가가 보였다. 건호는 염치불문하고 대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누구요?”


역시 드라마인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안에서 반응을 하였다.


“지나가는 행인인데 잠시 머물 수 있겠습니까?”


대문이 열리고 중년인이 모습을 보였다. 하인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리 잘 사는 집은 아닌 듯 싶은데 그래도 양반인 모양인지 옷이 정갈하였다.


“들어오시구려.”


대사가 자연스러웠다. 이 단역 배우의 연기에 대해 속으로 칭찬을 해주고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건호에게 업혀있는 예진을 슬쩍 바라보더니 사랑채를 내주었다.


“아궁이를 지필 것이니 잠시 기다리시오.”


“깨끗한 물과 천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건호가 품을 뒤져보았다. 다행히 돈이 있었다. 건호가 돈을 내밀자 주인이 그중 동전 두 개를 집어 들었다.


“하룻밤 묶는 값으로는 이 정도면 충분할 듯 하니 편히 계시구려.”


건호가 예진을 바닥에 눕히고 상처를 감아 놓았던 천을 풀어보았다. 많이 지혈이 된 듯 하였으나 화살이 박힌 부분이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깨끗한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주인이 들어왔다.


역시 드라마라서 그런지 중간에 비는 시간이 없었다. 건호가 마른 천을 빨아 예진의 상처 부위를 닦아 주었다. 상처 부위에 천이 닿을 때마다 예진이 움찔거렸지만 잘 참아내고 있었다.


“상처에 좋은 약이오. 붙여 놓으시구려.”


‘어련하겠어. 딱 한번 쓸 정도가 남았겠지.’


건호의 예상처럼 약통에 든 고약은 딱 한번 붙일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건호가 감사를 표하며 약통을 받아 들었다. 상처에 고약을 붙인 후, 깨끗한 마른 천으로 상처 부위를 잘 묶어 놓았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괜찮으냐?”


“조금 어지러운 듯 하나 괜찮아요.”


예진이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자 건호가 대야와 피에 젖은 천 조각들을 치우며 예진을 다시 눕게 하였다.


“그냥 누워있거라. 피를 많이 흘렸으니 기력이 없을 것이다.”


건호가 대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주인이 마침 상을 들고 오고 있었다. 건호가 대야를 내려놓고 얼른 상을 받아 들었다.


“저녁을 먹고 조금 남은 음식이 있어 내 와봤소.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그냥 드시구려.”


“감사합니다. 어르신.”


“허허.. 별말을, 혼자 살아 찬이 변변치 않으니 흉이나 보지 마시구려.”


주인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안채로 들어갔다. 건호가 밥상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 갔지만 예진은 이미 잠이 들어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일을 당해 봤으니 많이 놀라고 지쳤을 것이었다.


조용히 밥상을 내려놓고 이불을 덮어 준 후 예진의 머리맡에 앉아 물끄러미 예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 예진을 보았을 때에는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살아 있는 예진의 얼굴을 보니 그저 좋았다.


의뢰가 끝나면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이었지만, 어쩌면 건호 마음속의 갈망이 보여주는 허상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예진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건호가 예진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얼굴을 쓰다듬고 있을 때 예진의 눈이 떠졌다. 건호가 손을 치우며 머리맡에서 물러났다.


“주인께서 밥상을 내주셨다. 괜찮다면 일어나서 식사를 하거라.”


예진이 말없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상처를 입은 팔이 불편하였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건호가 예진의 등을 받쳐주며 몸을 세워주었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건호가 예진 앞에 밥상을 밀어주자 예진이 숟가락을 들었다.


“같이 들어요.”


“그러자꾸나.”


건호도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입에 떠 넣었다. 솔직히 맛은 없었다. 주인의 말처럼 혼자 살면서 대충해 먹는 반찬이다 보니 간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이 자신들을 위해 새로 밥을 지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불청객을 위해 손수 밥을 지은 사대부라..’


주인의 정성이 고마웠다. 진짜 별 볼 일 없는 찬이었지만 두사람은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건호가 밥상을 들고 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마침 주인이 안채에서 보따리를 하나 들고 나왔다. 역시 드라마였다. 설거지라도 해줄까 했는데 방송에 나가지 않는 장면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 타이트한 씬들의 연속이었다.


“내 아이들이 입던 옷이라오. 이제는 주인을 잃어 농 안에만 두었던 것들인데 헌 옷이라고 더럽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옷으로 갈아 입으시구려.”


“더럽다니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불청객이 주인어른께 너무 많은 폐를 끼쳐 송구합니다.”


“허허.. 혼자 살다보니 이렇게 말을 틀 수 있는 손님이 오시는 것 만으로도 기쁘구려. 그러니 처자의 몸이 나을 때까지 이 집에서 머물다 가시오.”


“일행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시구려. 날이 밝으면 장이 설 것이니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겠지. 허허”


주인이 친절하게 내일 스케줄까지 잡아주었다. 건호가 옷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자초지정을 설명하자 예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진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준 건호도 옷을 갈아입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도령이 입었던 옷이었는지 색감이 화려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예진이 옷을 갈아입고 단정히 앉아 있었다.


“예쁘네.”


머릿속에서 여과를 거치지 않고 나온 진심이 툭 뱉어졌다. 예진이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하긴 어릴 때도 예뻤지.”


“오라버니, 제가 어릴 적에 오라버니께 시집을 가겠다고 때를 썼던 것을 기억하세요?”


“응? 그랬었나?”


“건 오라버니께서 자기에게 시집오라며 울었지요.”


“후후..”


건호의 머릿속에 어릴 적 기억이 강제로 심어졌다.


“그랬었지.”


“어릴 때부터 오라버니는 건 오라버니께 뭐든 양보를 하셨어요.”


“동생이지 않느냐?”


“심지어 저도 양보를 하셨죠.”


“그런 것이 아니다.”


“하긴 이젠 원수의 집안이 되었으니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하지만 오라버니! 저는 서운했답니다.”


예진이 새초롬한 얼굴로 건호를 흘겨보았다.


‘참.. 예쁜 여자구나.’


자칫 예진을 안아줄 뻔 했다. 그때, 늘 그랬듯이 그녀를 안고 뒷머리를 쓰다듬어 줄 뻔 하였다. 건호가 예진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자 예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보니 제가 참 아름답지요?”


“하하.. 그런 말을 잘도 하는구나. 부끄럽지 않느냐?”


“부끄럽긴요. 사실인 걸요. 전하께서도 반한 얼굴이랍니다.”


“훗...”


예진도 가끔 그랬다. 건호가 배우가 되어 유명해지면 주위에 예쁜 여자들이 잔뜩 모이겠지만 자신보다 예쁜 여자들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때, 건호는 웃기만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예진의 말이 옳았다.


비록 건호의 몸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가 되었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이 있었지만 그 시선을 가진 여인들 중 예진보다 예쁜 여자는 없었다.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 야단도 못 치겠구나.”


예진이 작게 하품을 하였다. 건호가 웃으며 이부자리를 살펴주었다.


“어서 자거라. 내일 근처에 장이 열린다고 하니 구경을 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할 것이야.”


“호호.. 장 구경을 가나요? 그럼 일찍 자야겠네요.”


예진이 몸을 뉘였다. 몸을 뒤척여 건호가 누울 자리를 만들어 주었지만 건호는 그녀의 곁에 눕지 않았다. 건호가 몸을 일으키자 예진이 물었다.


“어디 다녀오시게요?”


“매번 그런 찬으로 식사를 할 순 없으니 손수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건호가 웃으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


분명 반찬이라도 만들어 볼까 하고 방문을 열고 나갔건만 눈을 떠보니 예진 곁에 쪼그리고 앉아 잠이 들어있었다.


‘역시 드라마인가?’


빠른 전개가 그저 좋지만은 않았다. 예진 곁에서 그녀의 숨소리를 더 많이 느끼고 싶었지만 이 드라마라는 놈은 건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건호가 눈을 뜨자마자 헤진이 몸을 일으켰다.


“오라버니, 밤새 그리 주무셨어요?”


“응? 그런 모양이구나.”


그때, 방 밖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틈을 주지 않는 빠른 전개가 건호의 어색함을 없애주었다. 문을 열어보니 주인이 밖에 서있었다.


“괜찮다면 같이 식사를 하시겠소?”


“저야 감사하죠.”


“어제밤에 찬을 만들어 두었더군요.”


“저도 혼자 살다보니 가끔 그렇게 음식을 만들곤 합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아주 흡족하였소.”


세 사람이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헤진도 건호가 한 가지볶음에 놀란 눈이 되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남자가 요리를 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고증이 잘못된 것일 뿐 실제 조선시대 사대부들 중 요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상당하였다.


우리에게 열하일기로 유명한 조선 정조때 북학파 문인 박지원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아들의 식사를 걱정하며 반찬을 함께 보내니 식사를 거르지 말라는 당부를 하기도 하였다.


또, 조상들에게 올리는 제사음식은 여자의 손을 타면 안된다는 풍습을 가진 사대부 가문도 많았다. 따라서 제사에 올리는 음식은 모두 남자들이 직접 만들었기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는 습관을 가진 사대부 남자들도 많았다.


이렇듯 조선시대 문인들 중 식도락에 관심이 많은 문인들이 상당하였고, 이는 흉이 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라도 해볼까 했지만 주인이 극구 사양하여 건호는 예진이 이끄는 대로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어제밤만 하여도 이 집이 산 아래 첫집이라고 생각했지만 밝은 낮에 보니 그렇진 않았다.


주변에 많은 집들이 있었고 그들 중 이 집이 가장 그럴듯한 집이었을 뿐이었다. 집을 나선 두 사람은 소로를 따라 걸었다. 조금 걸어가니 벌써 시끌거리는 것이 장에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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