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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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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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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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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일상

DUMMY

열흘 만에 건호가 퇴원을 하였다. 덕분에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국은 비상 상태가 되어 있었다. Y엔터 파문으로 김필교가 중도 하차를 하면서 종전의 촬영분을 모두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연급 배우인 건호마저 촬영을 할 수 없게 되자 1,2회 방송을 겨우 내보낼 수 있는 분량 밖에 확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 방송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민정욱 피디는 촬영 스케줄을 최대한 타이트하게 몰아붙이며 촬영을 하고 있었지만 입원해 있는 건호의 촬영분만은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본을 이렇게 바꾸시면 어떻게 합니까?”


[다음 주까지 3,4회분 촬영을 다 끝낼 수 있어요? 이 방법이 아니면 어쩌시려구요? 결방을 할 순 없잖아요.]


드라마 작가로부터 수정 대본을 받은 민정욱이 화를 내고 있었지만 드라마 작가의 항변에 이렇다할 대답을 하진 못했다. 1회 1시간 분량중 건호가 차지하는 시간은 15분 남짓, 수정된 대본에서는 8분으로 줄어들었다. 왕 이규와 김산의 라이벌 관계도, 김산 대신 김산의 동생 김건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 수정대본을 건호에게 내밀고 그를 설득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긴 한숨을 내쉬던 민정욱 피디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건호씨? 민 피딥니다. 아.. 촬영장으로 오시고 계신다구요? 좀 더 쉬시지.. 아..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끓은 민정욱 피디의 얼굴이 더욱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퇴원을 하자마자 촬영장으로 달려오는 배우에게 분량이 줄어든 대본을 내밀 생각을 하니 차마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피디님.”


“아이구, 별말씀을요.”


전화를 끊은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건호가 도착했다. 민정욱 피디를 보자마자 건호가 사과를 하자 민정욱 피디가 더 황송한 얼굴이 되었다.


“저.. 그런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대본이 수정되었다구요?”


“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팀 작업인데 제가 제 개인 사정으로 촬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너무 쉽게 납득해 버리자 위로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합니다. 선우씨.”


“아뇨. 덕분에 좀 쉬면서 촬영할 수 있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호가 웃으며 민정욱이 내미는 수정 대본을 받아 들었다. 건호와 함께 온 매니저 태식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해 보였지만 당사자인 건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수정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가끔 고개를 주억이면서 3회차 대본을 다 읽은 건호가 민정욱 피디를 바라보았다.


“케릭터가 꽤 매력적으로 변했네요.”


“네?”


“몰락한 가문의 장자에게 복수와 사랑이라는 두 명제는 사실 조합하기 어려운 것들이었거든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빠져나가자 좀 더 선명한 케릭터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주 마음에 드네요. 작가님께 후반부에 액션씬을 몇 씬 더 넣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해주십시오.”


건호가 활짝 웃으며 수정 대본을 소중히 들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민정욱 피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드라마는 로멘틱 코메디를 기반으로 하는 퓨전사극이다. 역할이 변경된 김산이라는 케릭터는 웃음기를 쏙 빼낸, 정통 사극에서나 어울릴 법한 그런 케릭터가 되어 자칫하면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와 겉돌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다. 그런데 드라마 연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건호가 그런 케릭터를 선호하고 있으니 건호나 자신중 하나는 틀림없이 대본분석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민정욱 피디가 촬영준비가 한창인 스태프들에게 시선을 떼고 3회차 대본을 다시금 정독하기 시작했다.


**


촬영을 진행하면 할수록 건호의 의도가 점점 분명해졌다. 자신은 절대 직접적으로 우스운 상황을 만들지 않지만 주변 배우들의 대사를 받으며 적절한 에드립으로 극중 분위기에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진정한 코메디언은 무대에서 관객을 웃길뿐 자신은 웃지 않는다고 했던가? 지금 건호의 연기가 딱 그러한 상황이었다. 한없이 진지했지만 주변의 것을 최대한 이용하여 잔잔한 웃음을 주고 있었다.


“컷! 오케이! 다음 씬 갑시다.”


중년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건호의 연기가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중년 배우들도 NG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촬영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고 건호의 튀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기본이 탄탄한 연기에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잘하지?”


“그러네요. 오빠.”


잠깐의 휴식시간에 박상욱과 오선민이 대기실로 들어가지 않고 한참 촬영 중인 건호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영화 배우 정했나?”


“아뇨.”


오선민의 시선이 건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사랑에 빠진 거냐?”


“오빠는! 주책이야. 근데 너무 잘하지 않아요? 아우.. 10년만 젊었어도 찐한 19금 영화 한 편 찍고 싶다.”


“네가 첫사랑이라는데 슬쩍 꼬셔봐!”


“그런 소리 말아요. 내 딸이 다 웃겠다.”


“우우링이라고 했지?”


“창피해 죽겠어요. 지 엄마도 명색이 배운데 선우네 집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거 보면 속이 다 뒤집어 진다니까요?”


“배우 한번 해보라고 해? 어릴 때 꿈이 배우 아니었어?”


“꿈이 바뀌었대요. 자기는 대배우 하선우의 아내 역할이면 충분하다나 뭐라나?”


“거참 꿈이 아주 거창해졌네.”


“누가 아니래요? 살이나 빼고 그런 소리를 하던가!”


“왜? 그 정도면 딱 예쁘던데.”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막 함부로 말하면 안돼요. 오빠.”


“하하하.. 그런 거 아니야. 꿈을 접으면 나한테 말 좀 해줘. 네 딸한테 목을 매고 있는 놈이 우리 집에 하나 있으니까.”


“호호호.. 그 집도 꿈이 거창한 애가 하나 있네.”


두 중년 배우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도 건호의 연기에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민정욱 피디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건호의 액션 씬은 초반에 모두 촬영이 끝난 상태라 촬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반에 촬영을 할 때에는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하여 작가의 대본 수정에 마지 못해 동의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박상운이 왕 이규 역으로 배역이 선회되고 연극판에서 연기 좀 했다는 무명배우가 김산의 동생 김건의 역할로 들어오자 촬영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


그러더니 베테랑 배우들과 합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그 속도가 다시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여 타이트하게 촬영을 하고 있음에도 짬짬히 휴식시간이 남아 돌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초반 촬영에서는 건호가 박상운이 케릭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호흡을 천천히 가져간 것이었다. 자신이 총감독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간과하고 있었으니 감독으로서 실격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본을 그대로 가지고 갈걸!”


쭉쭉 잘 촬영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민정욱이 가지는 유일한 불만이었다.


**


건호가 일주일 내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지난 열흘간 빼 먹은 촬영을 보충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조기에 촬영을 마치고 예능 촬영에 돌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민정욱 피디가 그렇게 스케줄을 조정해 준 것이었다.


그 사이 1,2회분이 방송을 탔다. 건호의 액션 연기에 많은 대중들이 관심을 가졌다. 지난 몇 달간 이슈를 몰고 다녔던 건호의 연기를 보게 된 젊은 시청자층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몇몇 전문가들은 하선우의 연기가 기본부터 크게 바뀌었다며 휴식 기간 중 하선우가 얼마나 연기를 갈고 닦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크게 칭찬하였다.


모두가 칭찬 일색이었다.


띳!


고풍적인 느낌을 주는 사무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던 노인들이 리모콘으로 TV를 끄곤 차를 들이켰다.


“김가야, 봤냐? 우리 도련님의 빛나는 연기?”


“써글..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냐? 도련님은 개뿔!”


“클클클.. 도련님이 막 태어났을 때 하루종일 업고 다녔던 늙은이가 누구더라?”


놀림에 김가라고 불린 노인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시끄럽다. 차가야!”


“하여간 늙어도 토닥대는 것은 여전하니..”


“최가야, 늙긴 누가 늙었다고 하느냐? 우리는 이제 겨우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것이야.”


“아이구! 그러셔? 신경통 온다고 찜질이나 하지 말고 그런 소리를 하셔.”


“크음..”


세 노인이 토닥이면서도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제 자리로 돌려놔야겠지?”


“아직 이르지 않나?”


“좀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세 노인의 의견이 정확히 모두 달랐다. 십년째 그러고 있었지만 십년동안 세 노인의 의견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10년 전에는 모두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었다. 5년 전에는 글러 먹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불과 3개월 전에는 다른 후계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의견이 갈렸다.


“명석이 그 친구가 장난질을 치고 있던데? 차가야 어찌 생각하느냐?”


“크음.. 그래봤자지.”


“그리 생각만 하다가 뒷수습을 어찌 하려고?”


“내가 알아서 할테니, 김가 네 놈은 도련님이 잘 살펴!”


투닥이던 두 노인이 문득 최씨 노인을 바라보았다.


“어찌 그런 눈으로 보는가?”


“우리 도련님 나이가 벌써 서른 하나지?”


“벌써 그렇게 되었군.”


“짝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허허 그렇긴 한데.. 누굴 짝으로 엮어줘야 하나?”


두 노인이 다시 최씨 노인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기대를 하는 듯한 얼굴들이었으나 최씨 노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혼인은 인륜지대사라고 하지 않았나? 차분히 기다려 보세. 합당한 인연이 있겠지.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고 그 드라마나 다시 틀어봐! 저 드라마는 왜 저렇게 잡다한 놈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야? 도련님만 한 시간 내내 나오면 좋겠구먼!”


두 노인이 다시금 크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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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최수연 등장 +2 19.12.12 594 28 10쪽
85 참선 속 깨달음 +2 19.12.11 644 25 11쪽
84 힌트 +1 19.12.10 649 25 11쪽
83 추리쇼 +2 19.12.09 631 33 10쪽
82 쌤쌤 +3 19.12.08 658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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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도에 지나치셨습니다. +1 19.12.06 733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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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한예진 +1 19.12.05 783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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