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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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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3,332

작성
15.07.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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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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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DUMMY

무대위에 두 남녀가 바라보고 있다. 서로를 갈망하는 두 눈동자가 서로의 모습을 놓지 않는다.


“왜 이제야 나타난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늦게와서 미안해.”


셀레나는 두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뭐라고 해주고 싶었는데… 너의 눈을 보니 안돼겠다.”

“그냥 잊어버리자…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던 말, 네가 나에게 해야만 했던 말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단 한마디로 표현할께. 보고 싶었어. 당신과 헤어진 날, 나는 지옥으로 떨어졌지만 당신을 다시 만난 지금, 나는 다시 구원받은거야. 당신을 사…사랑…사랑...푸훕… 안돼겠어.”


마주보던 두 여인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상상의 공간은 사라지고 칙칙한 무대가 나타났다. 두 여인은 가녀린 손으로 그 웃음소리를 숨기려 해도 봇물을 막지 못하듯 흘러나왔다. 그러나 어쩐다, 아름다운 여인은 궁상맞은 웃음마저도 순수한 향기가 난다.


“혜원이 너 왜 그리 지그시 날 바라봐?”

“셀레나 너의 눈동자가 너무 매력적이니까.”

“얘는. 누가 들으면 오해한다 얘.”

“오해할 정도라면 우리가 그 만큼 연기에 몰입했다는 뜻이지. 그리고 나는 정말 몰입했어. 남자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그윽한 미소를 보일 때의 그 웃음을 생각하며. 아 상상해봐. 남자의 어두운 욕망을 배제한 순수한 정열로 오로지 여인을 갈망하는 그 매혹적인 눈동자를.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 위엄있으면서도 확신으로 단결한 그 총명한 눈동자로 오로지 나만을 바라볼 때, 그 패기있는 눈동자 앞에선 우리는 마비되어버려.

그 정열적인 위상이 느껴지는 눈동자로 그는 말하지. 나는 이 복잡한 세계에서 오직 너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도 그 박력에 휘말려버려서 세계는 오로지 우리 두 사람만 남지. 너 그 느낌 알지?”


셀레나는 멋쩍은듯 눈을 감은 채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어떠한 여자든 그런 완전한 사랑을 꿈꾸잖아. 나 또한 그런 자연의 일부고. 하지만 지금의 난 모르겠어. 아직 스스로가 정확히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을 한다는 건… 하아… 그냥… 좀 복잡해.”


그녀는 한숨을 깊게 내뱉고는 다시 말했다.


“사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가끔 버거울 때가 있어. 네 앞에서만 얘기하는거지만, 노래를 하고 사람들이 인정해줘서 나는 너무 만족해. 하지만 그 다음, 모든 이가 각자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고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될 때, 그 내면과의 조우에서 너무나 큰 공백이 나를 휘감아.

나는 누구일까? 어디에서 왔을까? 때로는 음악의 멜로디를 멈추고 관객에게 물어보고 싶어질 때가 있지. ‘여러분은 어디에서 오셨나요?’ 라고. 사람들이 나를 최고의 가수라고 하지만, 나는 모르겠어. 나는 그저 외로움을 가지고 예술 속에서 배회하는 유랑아같아.”


그녀를 보던 안혜원이 말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야, 셀레나. 우리 모두는 불안정해. 완벽해보이지만 불안하고 빛이 앞에 있지만 눈을 감으면 어두워져. 그래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미명하에 묶여져 있는 자연의 일부라고 나는 생각해. 또 신기한 사실이자 위로의 사실은 그 고민은 모두가 했다는거야.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밝혀내는건 빛이 창궐한 태초 이래에, 아담과 이브가 타락한 시점에서 시작된 인류의 숙제일꺼야. 넌 단지 옛날에 잃은 기억 때문에 조금 예민한거 뿐인거야.”

“정말…그럴까? 내가 조금 예민한 걸까?”

“그럼. 너무 머리 아플 때는 잊어버리는 게 최고야. 나는 그래서 그러한 축복이면서 또한 불행인 인간의 의무를 은연중에 이어주면서도 잊게 해주는 가장 좋은 수단은 이거라고 생각해.”


셀레나와 안혜원이 미소지으며 동시에 말했다.


“사랑.”

“사랑.”


사랑을 외치는 여인들, 어찌그리 아름다울까.


“말해 봐, 셀레나. 네가 꿈꾸는 사랑은 어떤거야?”

“나? 너무… 판타지가 강해.”

“괜찮아. 사랑은 원래 판타지야.”


“나는 아까 네가 말했던 그런 남자가, 모든 걸 버릴 정도로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심지어는 무모해서 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지라도 시간의 저편까지 좆아서 나를 찾아오는 그런 남자 말이야. 밤하늘에 떨어지는 수십의 유성구보다 내 눈동자를 보고 더 염원하고, 내일을 위해 죽음과 가까워질 때에도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끌어안는 그런 남자. 남녀간의 서로를 알아가는 짜릿한 자극도 좋지만, 그건 너무 우리를 남루하게 만들어. 나를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는 운명론에 빠뜨리는 그러한 사랑을 꿈꿔. 아, 나에게도 그러한 사랑이 찾아온다면...”


안혜원이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혹시 그런 너의 판타지에 적합한 남자있니? 예를 들테면 브라이언 같은 남자 말이야.”

“브라이언? 갑자기 그 사람은 왜 나와?”

“아니 왜, 그 남자는 최고의 배우에다가 여자를 이끄는 마성이 있고 행복할 수 있는 막대한 자본이 있잖아. 게다가 우리 샤그리아 컴퍼니의 후계자가 될 사람인데.

모든 조건에서 완벽하지 않아?”

“물질적인 건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파도가 몰아치면 쓸려가는 법이야. 그리고 그 남자는 일하는 관계지 그 이상이 아니야.”

“그래? 내가 보니까 그 남자는 너한테 관심있어 보이던데?”

“됬네요. 괜히 서로 어색해지는 말은 보류해줘. 곧 있으면 여기와서 연습해야 되는데 너 때문에 어색하면 어쩌려고.”

“그럼 난 사랑의 카운슬러, 큐피트, 점술사 중 하나를 골라서 분위기를 이끌어주겠지.”


혜원이 짖굿게 웃었다. 셀레나는 체념한듯 고개를 휘젓더니 반격을 해왔다.


“그럼 너는, 네가 마음에 둔 남자 있어?”


혜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정곡을 찔렸을 때에 형성되는 침묵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자 셀레나도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단순히 이 대화의 화제를 돌리기 위해 던진 말이였지만 지나친 효과에 감탄조차 자아내지 못한 것이다. 말 한마디에 전새가 역전됬다.

사랑의 효험이란 놀라운 것.


“사실은, 그게… 하아… 나도 모르겠어. 그냥 같이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남자가 있어. 그런데 또, 없으면 마음이 너무 공허해지고 말아. 그런데 그 남자가 나한테 부탁하나를 했어. 너를 만나고 싶다고 말이야.”

“나를? 무슨 이유로?”


안혜원은 고민하다가 결심을 굳히고 그녀에게 마음 속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잠시 과거로 돌려보자. 흐릿한 안개 사이를 거치면 저기 앞에 안혜원과 이그네일이 대화를 하고 있다.



“당신이 관리하는 그 여자, 셀레나를 만나게 해줘요.”


안혜원은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


“네? 뭐라구요? 셀레나는 왜… 아니 그것보다 내가 셀레나를 관리하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내 차원... 아니, 시계를 찾다가 우연히 당신 방에 있는 사진을 봤어요.”

“내 방에는 언제... 아니 잠깐만요.”


그녀는 뭔가를 알아챘다. 곧바로 이어말한다.


“그럼 혹시 셀레나가 당신이 찾는 실비아라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내가 있던 스튜디오에 온건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혜원이 한발짝 다가가 말했다.


“좋아요, 거기까지는 이미 얘기가 끝났으니까, 그런데 당신이 찾는 여자가 아니라고 했는데 왜 만나자고 하는거죠?”


그녀는 밑을 보고 있는 이그네일의 얼굴을 뚤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의 지그시 감겨진 눈꺼플 사이에 의심이 들어있다는 것을 그는 알 수 없었다.


“그게…”


이그네일이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고 말했다.


“이 세계에서 유명한 가수라면 그녀를 찾는데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남자는 의도치않게 양심의 가책 때문에 당당하게 그녀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허나 그녀 또한 갑작스레 마주친(코와 코가 마주칠 뻔한 거리) 그의 얼굴 때문에 마치 바람에 의해 갈대가 휘어지듯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심박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신경이 집중되다보니 의심의 여력은 사라졌다. 안혜원이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걷다가 얘기했다.


“저도 돕고는 싶지만, 글쎄요. 셀레나라면 영향력이 꽤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제 능력 밖이에요. 권력이 있다는 건 양날의 검입니다. 대중들의 도움을 받아 손짓 한번에 파도를 몰아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잔해물과 함께 되돌아옵니다. 그래서 그 여파를 걱정해 소속사에서도 아마 승인하지 않을 거고 무엇

보다도 셀레나 본인이 허락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시도는 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가만히 세월의 쓴잔만 마시는 것보단 부딪혀 볼겁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구요.”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말했다.


“부탁드려요, 혜원씨. 혜원씨가 내 생명의 은인이지만 하나만 더 부탁드릴께요. 셀레나라는 여자를 한번 만 만나게 해줘요.”

“그게...”


그녀는 고심하다가 그의 눈동자를 보고는 결정했다.


“에휴... 알았어요. 시도는 해볼께요. 하지만 본인이 싫다고 하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그는 기쁜 마음을 주체못하고 혜원의 손을 잡아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기 전에 그에게서 손을 뺏다.


“뭐... 그 정도 인사까지야... 아 맞아, 셀레나가 샤그리아 백화점에서 당신 얼굴을 봤다고 하더라구요.”


그가 되물었다.


“확실한가요?”

“확실해요. 셀레나가 저에게 말해줬어요. 아마 둘이 마주치면 알아보고 의심할텐데 괜찮겠어요?”

“못알아보길 바래야죠. 혹시라도 알아보면 제가 잘 설명할께요.”


————————



여기까지가 그녀 기억의 일부였다. 물론 혜원은 자기 방식대로 셀레나에게 설명했다. 혜원의 이야기에서 이그네일은 외국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찾으러 온 낭만적인 남자였다.

셀레나가 별빛같이 빛나는 두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궁금증을 표했다.


“그럼 그 여자를 찾기 위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여기 이 나라까지 왔다는거야?”

“맞아. 참 어리석은 로맨틱 가이지. 그러나 사랑을 따르는 모든 이가 꿈꾸는 남자야. 근데 너도 알다시피… 안되는 일이다보니 내가…”

“아니, 난 상관없어.”


혜원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 뭐라고? 그렇게 쉽게 승락해도 돼?”

“왜? 얘기정도는 들어볼 수 있잖아? 지금 심심하기도 하고, 아직 브라이언이 오려면 1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한번 얘기는 들어보지 뭐.”

“잠깐, 잠깐. 그렇게 쉽게 결정해놓고, 지금 당장 불러도 된다는거야?”

“안될게 뭐가 있어.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하려고? 내일이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몰라. 시간과 기회는 상극이야. 마주쳤을 때 곧바로 잡아야 돼.

오늘 뜨는 별은 내일은 사라져. 그러니 지금 해결해야지.”


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


“알았어. 그러면 전화는 해볼테니까, 만약 그 남자가 안받으면 못들은 걸로 해줘.”

“그래, 어머, 근데 너 그 남자 번호도 있는거야? 그러면 그 남자도 네가 싫지는 않은 거 같다 얘.”


핸드폰 다이얼 소리가 그녀들의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는 무슨… 내 집에 전화하는건데…”


혜원은 다이얼이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뱉어놓은 말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셀레나에게 해명하려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그녀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잠깐, 이상한 생각은 하지마. 내가 앞은 말 안하고 뒤만 얘기해서 오해할 수 있는데, 그런거 아니야. 내가 설명할께.”


통화 다이얼이 끊기고 중저음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렸다.


“네? 누구세요?”

“아, 나에요, 안혜원.”

“저 지금 나가려던 참이에요.”

“저번에 그쪽이 부탁하던 것에 대한 건데…”

“아 그렇군요, 아무래도 힘들겠죠?”

“음… 혹시 30분 안에 여기 강당 무대로 올 수 있어요? 샤그리아 백화점 알죠? 입구로 들어와서 곧바로 쭉 들어가면 강당이 나와요. 그리로 오면 되요.”

“ 30분 안에는 힘들꺼…”


갑자기 수화기 너머에서의 목소리가 끊기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이 순간은 하나를 연상케 했는데, 자연의 크나큰 폭주가 시작되기 전의 고요함이 그것이 였다. 폭풍우의 심호흡 속에 한 남자의 심연이 깨어난다. 세상을 덮은 어둠 속에 창궐한 빛 한줄기, 그것을 본 자의 눈동자는 얼마나 근엄한가.


“꼼짝말고 기다려요.”


그리고는 통화가 끊겼다.


“자 됬어. 이제 곧 그가 올꺼야.”


혜원은 셀레나를 흘끗보았다. 셀레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고 혜원의 말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 의심 가득한 눈짓은 혜원의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하는 것을 제외코 아무런 감정이 들어있진 않았다.


“알았어. 그 남자가 올 동안 설명해줄께.”


그제서야 셀레나는 눈짓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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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80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7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5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6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7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90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5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5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3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4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4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6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8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30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8 0 17쪽
1 Prologue 15.05.31 9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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