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306
추천수 :
0
글자수 :
143,332

작성
15.06.01 12:36
조회
127
추천
0
글자
17쪽

Part 1-1 버려진 남자

DUMMY

음산한 달빛과 희미한 밤안개가 하늘을 뒤덮어 별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느 도시 중심가, 화려한 네온사인과 거리의 불빛이 드는 곳에는 아직 사람들의 열기가 머물러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비록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의 구조지만,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따라, 찬란한 거리에 대조되는 어두운 골목가에는 음침함과 남루함, 오감을 주눅들게 하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오싹한 정적 속에 어느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구석자리에 정신을 잃고 있었는데, 달빛조차 암흑에 가려져 그의 모습은 무관심으로 굳어버린 땅과 일체가 되어 있었다. 그의 꿈속에서 달콤한 기억보단 괴로운 기억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인지 그는 잠든 상태에서 몸을 뒤척였다.

현실 속에서의 달콤한 도피처인 그곳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였다.


그의 기억인지 꿈인지 모를 의문의 화면이 두뇌의 시냅스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는 행복과 재앙의 선상에서 임종을 눈 앞에 둔 불행한 남자로 등장했다.

천사들이 자리를 떠난 결혼식장에서 한 남성이 신랑에게 말했다.


“그녀는... 러스트 홀로 사라졌어요.”



영원히 깨질 거 같지 않았던 평화가 단 한 순간에 불바다가 된 걸 본 사람의 표정도 감히 그에게 내린 이 가혹한 운명에 무너진 표정을 본다면, 목구멍은 침묵만이 가득차리라.

운명의 선전포고. 지상의 낙원으로 가는 문이 운명이 쏜 포탄에 의해 부숴지고, 그대의 꿈이 궤멸되면서 그대가 믿어 의심치 않던 지반마저 무너져 그대는 한곳에 추락했다.

어디로? 바로 지옥의 언저리로.


그 날은 몹시도 흐렸다. 마치 달에 걸린 모든 슬픔이 지상에 내려온 듯이,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물은 흘렀고 고이진 않았으나 땅이 축축히 젖어있었다. 그는 어떠했을까. 날개를 달고서 천상에 다다르기 직전 밑바닥, 지옥의 아가리 속으로 던져진 그의 심정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세례의 의식에서 영원한 장례식으로 변한 그의 심정을.

신랑이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천둥을 대신하는 광음이 하늘을 메꾸었다.


“실비아!!!”


그는 두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아!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가장 소중한 그 여인을 데려가신단 말입니까! 왜 그 인류를 보우하는 손짓으로 저를 내치시 나이까. 당신은 왜 운명의 가혹한 심술을 만류하지 않으셨습니까. 능히 치러야될 엄벌이 있다면 기꺼이 몸바쳐 따르겠으나 한 청년의 영혼을 산산이 부숴놓다니요! 전 어떻게 해야한단 말입니까! 왜 하필 그녀를 제 앞에서 홀연히 사라지게 만든 것입니까!!! 차라리 제 심장을 찌르고 그 속에 말둑을 박으소서. 제 모든 가죽을 벗기고 허물을 취하소서...

너 이 잔인한 운명아! 어찌하여 이 광활한 세상에서 벼락을 내 머리위로 떨어뜨린 것이냐.

나에게 그녀는 모든 것이였다. 그런데 네가 그리도 한순간의 바람처럼 사라지게 하고 모든 고통은 내게 떠넘겼다. 차라리 날 죽이지 그랬는가? 여기 붉게 흐르는 피가 너를 향해 울부짖는다. 자, 가져가라. 그리고 그녀를 돌려다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나를 미치게 만들라. 그러면 이 고통에서 양심이 양단되지 않는 고요함에 잠들터이니. 오, 무심한 하늘도 미안한 마음에 급히 세상을 장례 분위기로 바꾸거늘, 이 운명은 나를 꿈과 현실 모두에서 옥죄는구나.

하늘의 부재가 이리도 간절한 사람을 혹사하다니!”


러스트 홀은 다른 세계, 즉 다른 우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가면,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또한 살아있는지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 남자가 사는 세계에서는 몇 십년 전부터 러스트홀이 나타나 사람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자연재해처럼 갑작스러우면서도 순식간에 한 명씩 사라지게 만들었으나 그것은 몇 안되는 소수의 불행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걱정을 하다가도 금세 잊어버렸다. 허나 이 남자는 그 불행의 피해자중 한명이 되고 말았고 슬퍼하는 것 외에, 그녀의 빈자리를 보며 부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실비아를 아는 모든 사람, 지인, 친구, 심지어 부모님까지도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두가 장례식을 치루고 슬픔에 젖어있을 때, 그는 그녀의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방안에 스스로 가둬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이 세상 모든 죄악과 절망을 짊어졌다. 유토피아의 분열, 이상의 궤리, 천상의 파멸, 연옥의 구렁텅이, 잃어버린 반쪽, 심장의 노화, 그 모든 게 그녀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 시작되어 그를 도륙한다. 그녀를 잃었다는 슬픔에서 그는 도저히 그녀가 죽었다고는 결론내리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가 완전히 분열될 것을 막을 마지막 버팀목이였다. 그렇담, 그녀가 살아있다면? 그 공허한 우주 어딘가에서 외로이 보내고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고통을 불러왔다. 하나의 화살이 심장을 관통했다면 이제는 첨예한 망상의 칼날이 그의 영혼을 절단했다. 그 피는 당연히 눈에서 나오고 이미 그의 눈은 슬픔을 흘려보내는 혈관이 되어 있었다. 슬픔을 눈물로 아무리 흘려보내도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눈물이 바닥난다면 그의 피가 나오리라. 적어도 그는 미치기 직전에 머물러 있었다. 차라리 미쳤다면 그는 그 고통에서 벗어낫겠지만 미치기 직전에 이성이 살아나고 고통은 파도가 되어 밀려오고 눈물을 쏟아내고 실성할 직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식음이 전폐되고, 일상의 모든 것이 극단이 되었다. 그렇다. 사랑은 오직 극단과 극단을 달린다. 구원이냐, 파괴냐. 그는 완전한 파멸이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나약함과 자신을 지옥이 아니라 연옥의 끝자락까지라도 던져버리고 싶은 미약함이 그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언제나 끝은 신이 불행한 자에게 내려주시는 자비에 대한 갈망과 인간을 혹사하는 잔혹한 현실에 대한 증오였다.

그는 차고 있던 팬던트를 열어 그녀의 사진을 바라볼 때면, 그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절망감이 어떤 기억속에 기생하여 그를 혹사했다. 결혼식 전 날,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실비아 곁에 있어주지 않고 위로만 했던 그 자신의 무책임함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죽음은 그리도 가까이있고 사람의 일은 저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별볼일 없이 쓸려가는데, 우리는 왜 꽃이 늘 한 자리에 있다 착각하는가. 정녕 이 오열의 통곡은 우리의 눈물이 저 광활한 바다를 능가해야만 끝이나는가.

이러한 슬픔의 전조에 빠져있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듯, 시간은 모든 이에게 자비롭다. 시간은 최고의 치유제다. 사람의 눈꺼플 속에 들어있는 망각의 가루와 시간의 자비가 만날 때,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잠재된 본능이 모든 이들의 눈물을 거두고, 다시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고, 현실에 부딪히며 고단하게 살아가게 만든다. 모든 이가 정상으로 항로를 바꿀 때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다음 날이면 어제의 고통이 반감되고 눈 앞에 아른 거리던 번민의 횡포도 모습을 감춘다. 초침과 심장이 같이 뛰는 한 슬픔은 이제 과거의 소유물이 되고 지나간 바람이 된다. 인간의 감정이란 오래 머물지 않고 시간과 함께 다시 떠난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잊어 갈 때 그는 한 곳을 달렸다. 그는 슬픔을 놓지 않았다. 과거로의 끝없는 회유. 후회는 남는 변화가 있어야 되지만 그에게 있어서 후회는 스스로의 미래를 깎아내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과거가 그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은 처음에는 그를 불쌍히 여겼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를 동정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제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웃지 못했고, 살아있기는 했지만 허물 뿐이였다. 아직 그의 정신은 그림자 속에 있어서 아무리 햇빛이 그를 비추더라도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때로 지나친 침묵은 폭발하여 그를 광기의 괴물로 만들었다. 보이는데로 부수고, 파괴하고, 난잡하게 하고, 질서를 무너뜨리고, 눈에 밟히는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마치 그의 허물어진 마음처럼. 그래서 사람들도 그를 애써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그가 분노의 작은 불씨라도 모두 소진해버리고 괴로움에 절여져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을 때, 저승에서 방문객이 찾아왔다. 그 사신은 그를 이승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고 항상 유혹했는데, 평소의 남자라면 외면했을 말들이 지금은 너무도 달콤하게 들렸고 그는 그 말에 좀더 귀를 기울였다. 나약해진 인간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악마의 꿰임이란 그리도 무서운 것이다. 그는 이 영원히 끝날 거 같지 않은 아픔의 쇠사슬에서 벗어나려면 목숨을 끊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죽음이란 언제나 가까이 있고 질질 끌수록 이 고통은 커지는 법. 어차피 다가올 것이라면 스스로 결단 내리는 것이 품위있겠지. 죽음 뒤에 찾아올 어떤 미지의 것과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기가 무서워 결단을 못했지만, 이제는 살아가는 날이 더 끔찍이도 두려워 그런건 보이지도 않는다. 그녀가 사라졌으니 이제 나에겐 마음이 병들어 사는 것만이 남아있다. 그러니 꿈을 꾸기 보단, 다시 눈을 뜨기보단, 영원히 잠드는 걸 결정하는 게 옳겠지.’


그의 눈매 아래에 영원한 잠식을 향한 음습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고, 그의 모습은 더 초췌해지고 더 가련해지기 시작했다. 불행의 피해자가 그렇듯, 이 세계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 늘 그렇듯, 언덕 위에서 부대끼는 깃발보다도 더 퍼덕이는 그는 이미 인간의 형상이라기 보단 유령의 잔재 같았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죽음을 기피하기에, 이 남자의 근처에는 사람들도, 심지어는 어떠한 생명체도 접근하지 않았다. 그렇게 홀로이 저승으로 다가갈 때에, 보다 못한 아버지가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왜 그러느냐. 제발 정신차려라. 네가 얼마나 그 애를 사랑했는지 내가 가장 잘 안다. 너희는 찬란한 태양보다 눈부셨고 오색찬란한 보석보다 아름다웠다. 그 사랑에는 모든 천사의 축복과 찬양이 깃들었었다. 그런 사랑을 잃었으니, 지금 네가 얼마나 슬픈지 내 다 헤아릴 수 없겠지만, 아마 넌 모든 것이 잠드는 곳을 염원하는 것 같구나. 너의 이런 모습을 보면 나도 그 마음에 다가갈 정도로 비참해지는구나. 너의 눈을 보면 마치 죽음의 신이 그곳에서 사는 거 같다. 이 애비는 산전수전 겪어봐서 잘 안다. 이승보다 저승에 흥미를 가진 자들은 사람의 형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영이 육신을 떠나려하기 때문이지. 내 아들아. 이 고난이 비록, 이 재앙이 너를 이리 비참하게 만들었을 지라도, 제발 죽음은 택하지 말거라. 그 슬픔을 이 애비에게 그대로 전해줄 셈이냐? 그 세상에 대한 통곡을 나에게도 심어줄 것이냐?

정녕 죽고싶다 하더라도 이 가엾은 애비를 생각해서라도 그 목숨줄 끝까지 놓치 말아다오. 부탁이다. 이렇게 자랐지만 아직도 내겐 여린 병아리같은 너를 관 속으로 보낼 순 없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우리 모두에겐 죽음이 찾아오지만 그것이 언제 올지는 신의 기록장에만 적혀져 있다. 그것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얘기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다시 되돌아올 영광도 광채도 모든 것이 사라지고 돌아오는 건 차가운 흙구덩이와 묘석일 뿐이다. 넌 아직 살아있다. 살아있는 자만이 빛을 맞이 할 수 있고 하늘이 있어야 서광이 떠오른다. 이 애비를 믿어다오. 아직 희망은 있다. 그러니 버텨라. 악착같이 버티면 무언가 답이 나올 것이다. 공허한 죽음에 기대기 보다는 내일이 있는 삶에 기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죽을 용기라면 무엇이 두려우냐. 견뎌보아라. 견뎌서 답을 찾아라. 그러면 하늘은 대답해줄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은 결정적이였다. 그리고 그림자는 빛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밥을 먹고, 거리를 걷고, 생활을 하고, 태양을 피하지 않았다. 아직 그 아픔은 밤이되면 늘상 그를 괴롭혔지만 그는 악착같이 버텨내며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하나의 가설에 매달렸는데, 그녀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면 자신도 찾아나설 수 있다는 확신이였다. 영원히 눈을 감는 것에 대한 동경은 삶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변화되었다. 한때는 죽음과 친근해서 그것과 하나가 되고 싶었지만 다시 빛을 사귀고나서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아무렴, 죽음이란 영원히 꿈꾸는 것, 동시에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 자신을 이토록 비참히 만든 어느 미지의 흐름의 의도대로 흙 속에 파묻혀 인간의 의식 너머에서 다시 삶을 갈망한다면, 그리고 단 한번 살아있을 때의 감정을 차가운 흙더미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후회밖에 더 있을까.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한 우리를 보며 조소를 퍼붓는 재앙을 보건데 분노와 억울함이 끌어오르지 않겠는가!

죽음에서 올라온 자는 하늘로 비상한다. 영원한 잠식에서 부활한 자에게 더 이상 퇴보는 없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거리를 수소문하고, 러스트 홀에 관한 전문 서적을 찾으며, 그녀를 찾을 방법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찾아나섰다. 그가 삶의 실타래를 간절히 잡아 이끌었기 때문인지, 어느 날 그는 환희에 넘치게 할 정도로 놀라운 기사를 발견했다. 강한 마찰은 불꽃이 튀니까.


[러스트 홀을 만들어낸 하이드 박사, 아직 지원자를 찾지 못하다.]


그는 이제껏 느끼지 못한 전율을 온몸으로 느낀 동시에, 처음으로 마음 속의 장막이 걷혔다. 고뇌와 방황 속에서 우리의 노력과 신의 자비가 만나는 그 합일점에서 튀는 전류는 우리의 오감과 영혼에 용솟음치는 활기를 불어 넣는다.

그는 종이를 불태울 수 있을 정도로 기사를 꿰뚫었다. 내용은 이랬다.


하이드 박사는 러스트 홀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걸 만들어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해서 연구를 마치지 못한 비련한 학자였다. 다른 우주 속 세계의 물건을 현재의 세계로 가져오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사람이 그곳에 갔다가 돌아오지는 못했다. 지원자 중에는 명예와 부를 원하는 사람들만이 올뿐,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 즉시 실험을 거부하고 뛰쳐나간다고 한다.

그 기사의 마지막 문맥에는 박사의 이런 말이 있었다.


“여러분, 저 미지의 세계에는 아마도 엄청난 것이 있는 게 틀림이 없습니다. 제가 러스트 홀을 이용해 타 세계의 물건 중 책 한권을 얻었는데, 그중 제가 가장 감명깊이 읽은 부분을 말씀드리며, 여러분의 도전정신에 불씨를 지피고 끝내겠습니다. 도전하십시요, 운명이 부르고 있습니다.”


[물어라, 그러면 답을 주리라. 구하라, 그러면 구하리라. 두드려라, 그러면 문이 열릴 지어다.]

Ask and it will be given to you; 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the door will be opened to you.]


그는 건물을 뛰쳐나갔다.




그의 의식이 돌아왔다.

그는 이내 차가운 바닥을 느끼고 눈을 떳으나 눈을 감았을 때의 어둠과 떳을 때의 암흑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을 뜬 상태에서는 악몽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점이였다.

그는 몸을 조심히 일으켰으나 머릿속은 정리가 되질 않았다. 앉은 상태에서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생각을 정리해본다.

머리가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였고 주위를 둘러보니 깊은 어둠과 함께 건물벽들이 그를 둘러 쌓고 있었고, 위를 바라보면 건물들 간격 사이로 보이는 보름달이 안개에 섞여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큰 단서는 되지 못했다.

인간이 가장 고요한 순간에 가장 괴로운 기억이 꺼내지듯 그는 기억의 회로를 빠르게 지나가는 슬픔과 고역의 장면들을 떠올린다. 기억이 재정립되면서 서서히 존립성을 되찾아간다. 허나 극심한 머리의 두통과 함게 그의 의식은 기억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우리들도, 자연스레 휩싸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Lost part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5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5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6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4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4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4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8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29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8 0 17쪽
1 Prologue 15.05.31 96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