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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320
추천수 :
0
글자수 :
143,332

작성
15.06.07 19:35
조회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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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DUMMY

아픔은 기억과 함께 경건한 그의 모습을 되찾아준다. 그는 이 끔찍한 기억을 통해 자신의 의무와 목적을 자각했다. 손목을 만져보니 다행히도 박사가 준 차원변동기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집어 본다. 특정 기억을 잃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는 박사의 추측이 잘못된거는 아닌지 의심했지만 굳히진 않았다. 일단 자신이 온 목적과 해야될 일도 상기되었으나 단 한가지, 이 세계는 어떤 곳인가 라는 명제를 넘어선 핵심, 그녀가 존재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 움직일 때마다 머리가 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걸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둠은 깊었고 늘어선 건물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고 쓰레기가 주위에 널렸으나 칠흑이 품어 주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자라난 쓰레기는 어둠과 공존하면서 퇴사물이 되어갔고 그 냄새는 그의 두통을 자극할만큼 지독했다.

그가 이 참담한 모습이 이 세계의 전부라고 치부할 때쯤, 이 어두운 세계와 반대로, 그의 등뒤에 뻗어있는 길 끝에는 빛이 세어나오는 걸 발견했다. 그는 빛이 있는 곳으로 조심히 걸어갔다. 빛에 가까워질 수록 소리는 요란스러워지고 빛은 오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불빛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그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곳은 그가 살던 곳과 비슷한 형태의 문명지였다. 그에게 익숙한 형태의 기술; 곧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 그 도로를 질주하는 차와 버스, 대형 빌딩들, 건물에 부착된 대형 스크린 티비, 등과 같은 현대의 문명 활동들이 그에게 그렇게 낮설지 않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하이드 박사가 말한대로 사람이 사는 세계이자 미지의 우주, 모습은 다르지만 근본은 비슷한 문명을 가진 인간세계였다.

허나 주변에 한 두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옷차림은 자신이 입는 것과 판이하게 달랐다. 뭔가 굉장히 화려하다가도, 절제와 미덕의 조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보니 남루한 외투자락이 초라하게 보였다.

그는 자기 앞을 지나가는 어느 청년을 불러세웠다.


“저기… 실례합니다.”

“네? 왜그러시죠?”


그는 놀람과 동시에 크게 안도했다. 언어는 그가 은연중에 가장 걱정했던 항목이였지만 의외로 쉽게 해결되어 걱정을 덜어놓게 됬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알아낼 길이 없었다. 단지 의사소통에 대한 고민의 해결과 짐을 덜게 된 후련함이 그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지나가던 청년은 그의 옷차림과 초라한 모습, 그리고 으스스한 골목에서 걸어온 것을 보고는 수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잠시만요!”


그가 외면하는 청년을 불러세웠으나, 사람의 목소리대신 물체가 반응했다. 그의 발밑에 무언가 철판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래를 보았다. 파란색 쇠판이였는데, 그 중앙에는 하얀 글씨로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스르 하티 크티드 오티지. ’


그가 이 불가사의한 뜻을 이해하기 전에, 다시 두통이 밀려왔다.

아까보다도 훨씬 끔찍하게 그의 머릿속을 흔들어놓는다.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기억마저도 사라질까 불안해질 정도로 고통은 심각했다.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 어느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감미롭고, 우아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심장을 감싸앉는 그 노래가사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이성은 현기증으로 인한 착각이라고 의심했지만 발걸음은 멈추질 않았다.


‘설마... 이건 그녀의...’


노랫소리가 가까워질 수록 그의 심장도 빨라졌다. 그는 흥분과 초조함을 애써 감추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려 했지만 터져나오는 봇물을 온몸으로 막아도 흘러나오듯 그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이 목소리는 그가 가장 그리워하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사람이 간절할 때에는 냉정함이 초조함에 녹아내려 판단에 흐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도 마찬가지였다.

남자가 그녀라고 생각하는 목소리에 당도했을 때는 노래는 끝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가수 셀레나씨의 노래였습니다.’


그는 낙담했다. 주위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곡을 그가 알리가 없었다. 사람의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한 외지인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그가 밀려오는 절망적인 감정을 끝까지 저지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 낮선 땅에서 무릎을 꿇었으리라. 사실 그는 그 짧은 시간에 그녀를 찾고 되돌아가는 그 행복의 빛줄기를 잡았는데, 그러한 달콤함은 그를 나약하고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심장이 식어가는 느낌과 함께 두통의 강도가 점점 강해졌다. 의식은 점차 흐려지고,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한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다 두 손은 귀를 부여잡았는데, 이는 그 머리의 고통이 귀로 전이됬기 때문이였다.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마도 환경에 대한 부적응, 우주의 질서를 벗어난 자의 재난, 미지의 상황이 준 피로감들이 한번에 뭉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점차 땅과 가까워졌다. 잠을 잘 때를 제외코 지상과 심장이 가까워지는 자는 위험하다. 하데스가 아래에서 손짓하고 사신이 마중을 온다.

그는 이 고통보다 그 목소리의 행방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그를 더 괴롭게 했다. 자신에 대한 질책과 귓속을 어지르는 음파 소리가 그를 고통 속에서 놓아주질 않았다. 그는 눈을 살며시 떳는데, 빛 속으로 보이는 보도블럭이 점차 안개처럼 입자가 흐려져갔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헌데 이건 고통에 대한 저항이 아닌 고막을 뒤덮은 소음을 떨치기 위함이였다. 그는 소리를 들었다. 환청인지 실존인지 그는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노랫소리가 이번에는 암흑가로 향하는 골목에서 들려왔다. 이번에는 그의 오류가 분명하다고 스스로가 말한다. 헌데 그는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그것도 어둠의 골목 속으로. 환청이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분간하기 위해 가까이서 듣겠다는 일념이 그를 움직인 것이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불분명한 것을 따르는 자는. 그러나 간절한 자에겐 어쩔 수 없다.

그가 어둠에 들어섰을 때, 그 소리는 멜로디와 함께 그의 고막을 때렸다. 허나 아까의 실망감이 아직 살아있어 심장은 반응하지 않았으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환자나 다름없는 그에겐 기껏해야 달팽이가 시멘트 바닥에서 얼음장판으로 옮겨간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충분했다. 그는 계속 머리를 부여잡은채 칠흑 속을 나아갔다. 그러다 두 갈림길이 있는 지점에서 노래가 다시 끊겼다. 그는 주저 앉았다. 환청조차 그를 도와주지 않는 이 가혹한 상황에 몸서리치기도 전에, 그는 점차 몸에 힘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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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5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80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7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5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6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7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90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5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5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3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4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4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6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8 0 14쪽
»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7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30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9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8 0 17쪽
1 Prologue 15.05.31 9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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