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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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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43,332

작성
15.06.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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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DUMMY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그는 무엇을 했을까?

행여나 박사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그를 만나야 되거늘, 왜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가.

청년은 홀로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본인 스스로도 몰랐다. 왜 지금 자신이 당장 움직이지 않는지. 그는 자신의 쥐었다폈다를 반복하는 손바닥을 멀뚱히 쳐다볼 뿐이였다. 마치 자기 머릿속의 해답을 잡으려하듯이.


“왜 나는 여기서 머뭇거리고 있는거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두렵기라도 한건가?”


잠자고 있던 문제의 본질이 목구멍에 의해 그의 가슴에서 반응했다. 그렇다, 그는 두려웠던 것이다. 본인은 그 사실을 부정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치를 떨었다. 그의 마음 속에 눌려있던 이기심, 다시 맛본 안락함의 향연, 부풀어 오르는 나태 같은, 사람을 하찮게 만드는 것들과 다시 교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사람 마음이 이리도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단 말인가. 분명 태양이 대지를 서른 번을 감싸기 전까지는 난 영혼의 임종을 두고 있었다. 태양은 떠도 두 눈은 흑백으로 가득했고 바람이 불어도 내 고통은 떠날줄을 몰랐다. 그때는 오로지 죽음이 반가웠고 그녀만 만날 수 있다면 악마의 발밑까지 들어갈 수 있다 했거늘! 이제는 시간이 나의 아픔을 치유하니 내 마음 바람이되어 한곳에 있질 못하는구나. 입으로는 진격을 외치면서 몸은 누워있고, 두 눈은 이상을 보고 있으면서 이 몸뚱아리는 안락한 집안으로 기어들어가는구나.”


그는 자기연민과 질책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향을 잡아야했다. 밖을 보니 비가 올듯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찼다. 주변이 어두워지니 그의 투쟁의지도 이내 식기 시작했다. 그는 내면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비가오고, 날씨가 흐릿하니, 내일 가는 것이 좋겠어. 내일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내부에서 들려오는 그 속삭임의 당도는 철근보다 무겁다. 그는 심하게 갈등했다. 차디찬 풍랑을 맞으며 갈 것인가, 아니면 휴식 뒤에 햇빛을 등지고 갈 것인가. 그는 방안에서 조차도 고민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다 그는 소파에 잠시 누워 눈을 감았다. 이런, 악마의 잔꾀가 이긴 듯 하다. 눈을 감으니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미 갈등의 씨앗은 사라지고 나태가 싹을 텃다. 이미 그의 이기심은 이 순간의 모면을 위해 내일에 대한 완벽한 계획을 세워 그를 안심시켰다. 평온했다. 방금 전까지의 고민은 과거의 소유물이 되었다. 아직 남아있던 약간의 죄책감이 검은 도화지에 그려져 그의 미간을 찌푸려지게 했으나, 그것도 이내 사라졌다. 그 상상이라는 검은 도화지에 완벽하게 그녀에게 다가가는 자신의 모습만이 있었다.


그때,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는데, 무언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번개였다. 짜릿한 전류는 소리마저도 감전의 위험이 있었다. 다시 한번 번개가 쳤다. 찢어지는 소리는 바깥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들은 천둥소리가 하늘에서 떨어진걸 깨닫고 다시 몸을 누웠다. 천둥은 멈출줄을 몰랐다. 하늘에서 그를 꾸짖었다. 하늘의 채찍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천공이 비명을 질렀다. 자연의 힘이 그의 양심과 이성에 생기를 불어넣어, 들려오는 천둥소리마다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에너지는 양심과 이성을 넘어 그의 기억 언저리에 있던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자신의 한심한 위선과 나약을 추궁하기 전에 어떤 큰 감정에 휘둘려 거대한 감정의 파도 속에 빠졌다.

그의 눈앞에 환상처럼 나타난 것은 이 남자와 실비아의 어떤 행복한 때의 한 장면이였다. 이 세계는 끊임없이 번개를 내리는 번개의 협곡이라는 지대가 있는데, 한 때 그는 실비아와 거기에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는 흐느꼈다.


그의 가장 행복했던 한 때가 그를 흔들어놓았다.

이 남자와 실비아가 번개의 협곡 지대에 갔을 때, 그녀는 번개가 칠 때마다 그를 끌어안았다. 번개의 전류가 천둥과 함께 스며들어 그녀의 귓가로 흘러들어와 공포심을 전달할 때마다 남자는 그녀의 공포심이 전류가 되어 심장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래서 그는 눈 앞에 번개가 자신의 심장 박동을 표현한 것으로 착각했다.

번쩍이는 빛, 찬란한 굉음, 그것은 그녀로 인해 강렬한 행복의 전열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지금, 빛은 후광이 되어 그때의 아름다운 형상을 남기고 천둥은 잔광이 되어 그녀의 목소리와 따스함을 남기고 떠나간다.


“어디간거야.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번쩍이는 순간적인 빛은 끝없는 어둠으로, 찰나의 음성은 숨막히는 침묵으로 변질된 현실에 의해, 그의 심장은 어느 샌가 슬픔에 감전되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번개가 요동치는 하늘보다 인간의 눈에서 먼저 비를 내린 것은. 그렇게 하염없이 흘러내린 빗줄기는 그의 모든 것을 쓸어내리고 그 비가 그칠 때에 단 하나의 상태만 남겨놓았다.

그는 마지막 상태에 대해선 함구했다. 왜일까? 아마 그것은 그의 가슴 속에 적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밝아오는 아침, 그가 급히 뛰어갈 때 몰래 들었던 그의 말이 답이라 믿으며 여기에 적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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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4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5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6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4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3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3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5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7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29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7 0 17쪽
1 Prologue 15.05.31 9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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