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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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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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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Part 1-9 음모자

DUMMY

도시의 중심부, 거대한 건물들과 빌딩, 초고층 빌딩이 섞여 성곽처럼 도시를 에워싸고 있다. 숲의 세계에서는 나무가 산을 이루고 있다면 인간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건물이 도시를 이룬다. 자연적인 발생이 아닌 인간이 만든 물질, 무수히 많은 변화를 거쳐 만들어진 이 건축들의 주요 성분은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다. 고대 로마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아직도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하다. 이 콘크리트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력이 여기에 모두 집결되어 있다. 하늘과 가까워질 수 있게 효율적이면서도 가장 높게 건물을 쌓아올릴 수 있었던 인간의 치밀한 설계와 컴퓨터, 콘크리트의 만남은 인류의 거대한 도약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돼는 것, 이 수 없이도 많은 빌딩들, 건축들, 예술이 함축된 상징들을 만들어낸 건 누구인가? 수치가 정확한 몽상을 실현으로 옮긴 자들이 누군가?

시대적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의 시선을 견실한 뜻으로 자중하지 못한 자들을 제외한 장인들의 섬세한 예술성과 노동자들의 땀이 일궈낸 것이다. 건축가의 두뇌와 노동자의 육체가 집결하는 곳에는 장대한 역사의 탑들이 건설된다. 아이디어, 발상과 끈기, 천재성은 한 세대의 국한적인 규모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러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기여한다. 허나 우리는 동시에, 어두운 면을 직관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는 새로운 물질이 공헌한 현재 문명의 발전과 자신의 예술성을 묵혀두지 않고 끈기와 견실함으로 과감히 보여준 건축가는 잘 알고 있지만 건축에 직접부딪친 노동자들, 특히나 경재적 약자가 됬음에도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들을 간과했다. 그들은 일당의 돈을 받고 이 험난한 돌구덩이들을 나르고 옮기고 깎으며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인다. 누가 알리오? 이 콘크리트 속에 첨가된 물질을 분석해본다면 시멘트와 잔골재, 필요에 따른 물질과 물이지만 더 깊이 보면 그들의 목소리가 남아있다는 것을. 새벽녘 등지고 두 팔에 한계를 넘나드는 아버지들의 자식을 향한 외침, 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방랑가의 자본의 압박을 뿌리치기 위한 혈투, 젊은 혈기를 따라 나선 젊은이들의 지난 삶에 대한 짧은 회고, 이러한 모든 과정의 연속과 고뇌의 굴레에서 인간의 위대한 건축이 완성된다. 고대 로마의 판테온을 짓던 노동자와 현대의 노동자의 차이를 말한다면, 더군다나 그것이 자신을 내려놓은 인간의 고귀한 함성이라면, 시대적 요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가치는 동일하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 상징의 최정상에는 언제나 이들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자본가와 권력가가 자리를 잡는다. 더욱이 모순적인건, 우리는 조금만 눈을 돌리면 건축에 가담하는 노동자만이 부당함에 처한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기계도, 무생물도 아닌 감정을 가진 사람인데도, 이들 대부분, 몰두한 시간과 피땀에 대한, 혹은 인생 전부에 대한 보수를, 그들이 적어도 배부르게 살아가는데에 일조하는 것으로써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로 돌려주는 걸 탐탁치 않아하는 감정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 도시의 중심부에서 초고층빌딩 안에 한 남자가 거울에 비춰진다.

그는 와인잔에 붉은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와인잔을 손가락 사이에 살짝 걸쳐 코에 가져가 그 향기를 음미한다. 와인의 붉은 감미로움과 입술의 붉은 섬세함이 만나려는 찰나, 와인잔이 그의 입에서 멀어진다.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그의 흥을 깼으니까.


“회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는 와인잔을 내려 놓고는 고개를 저으며 속삭였다.


“일이란 건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나오는군.”


그리고 이어서 잠잠하게 말했다.


“좋아, 안으로 들게.”


검은 양복을 빼입은 사내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면서부터 깎듯이 인사했다.


“내 여유로운 시간을 방해할 만큼 좋은 소식이면 좋겠네만.”


사내는 자신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아무래도 실패한거 같습니다...”

“음? 실패라니? 뭐를?”


“그 여자를 잡아오는 일이...”


사내는 미처 말을 다 잇지도 못한채 침을 삼켰다. 두려움이 목젖을 간지른다.


“이상한 일이군. 여자를 잡아오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게 아닐텐데? 우리의 계획은 정확히 실행했는가?”

“네... 계획대로 했지만...”


남성은 와인잔을 치며 말했다(그 와인잔의 떨리는 소리가 사내를 흔들어 놓았다).


“잘 들어보게나. 지금은 한밤중이고, 그 여자는 예상대로 움직였고, 하물며 그 여자는 이런 일이 생길 줄도 몰랐겠지. 우리는 계획이 있었고, 시대도 우리를 돕고 있었으며 인원도 충분했는데... 어떻게하면 내가 따른 와인의 깊은 맛을 음미하는 순간을 방해할 정도로 어이없게 실패할 수 있는거지?”


사내는 손을 부르르 떨면서 대답했다.


“그게...”

“아! 말하지말게나. 내가 추측해보지.” 그는 다시 이어 말했다.


“이러한 완벽한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경우, 주로 두 가지로 나뉘더군. 말그대로 우리가 예상못한 특유의 변수가 갑작스럽게 요행이 되어 그 여자를 구해준 경우거나, 그렇지 않으면... 상관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졸개들의 겁 없는 만행이거나.”


그는 두 번째 추측에서 독기를 품고 말했는데, 그 내포된 뜻에 담겨있는 살기가 마치 종아리 힘줄을 끊어버리기라도 한듯 이 사내의 다리를 후들거리게 했다. 그러나 사내는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가 어찌 감히 회장님에게 그런 반기를 들겠습니까. 일은 거의 완벽히 추진 되었었습니다. 여자를 잡는 것까진 문제가 없었으나 갑작스럽게 어떤 행인이 나타나 그 여자를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말뜻은 최선을 다했으나 변수로 인해 일을 그르쳤다는 얘기로군.”

“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사내는 몸을 직각이 될 정도로 인사를 했고 그 상태를 유지했다.


“괜찮아 괜찮아. 허리를 세우시게나.” 남자의 허리가 곧장 펴졌다. 아직 고개는 아래를 향했다.


“어느 계획이든 완벽히 수행되는 법은 없으니까, 내 용서하지. 하지만 다음은 없다네.”

“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회장은 생각이 바뀌었는지 여유있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잠깐, 행인이라고 했나?”

“네, 그 행인이 단 한순간에 둘을 때려 눕혔다고 합니다.”

“생김새는 어떤가?”


사내는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일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자세히 못봤다고 합니다. 말을 들어보면 검은 외투를 입었다고는 밖에...”

“검은 외투라...”


회장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다.


“의협심이 지나치게 좋은 친구로군.”


그는 몇번 더 중얼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계획을 변경하지. 그 행인을 한번 추적해보게나.”

“네?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회장이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서 결국 안하겠다는건가?”

“아닙니다. 추적해보겠습니다.”

“그래야지. 좋아, 나가보게나.”


사내는 회장의 말이 떨어지자 인사를 하고 곧장 방안을 나갔다. 회장은 오른손에 와인잔을 들고 넓게 뚫린 창가에 서서 어둠에 둘러쌓인 도시를 바라보았다. 인간이 이룩한 도시의 백야가 하늘과 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시의 세계에서는 정해진 룰처럼 하늘을 바라보는 대신 지상을 바라보고 별빛을 보는 대신 가로등 빛을 바라본다. 오색의 빛이 맞물리면 지상의 은하수도 자연에 근접한 법이다.

만일 별에게도 감성적인 시야가 있다면, 이 대륙의 빛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으리라. 허나 남자는 밝은 곳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 어둠을 꿰뚫는 눈동자는 암흑가의 심연을 훑어본다. 광인의 눈동자에는 붉은 빛이 감돌고 입에서는 향가가 흘러나온다.

그는 흥얼거림의 반주를 냉혈한 연설로 채웠다.


“때가 다가온다. 시간이란 그토록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

기다리는 자에겐 만보를, 방탕한 자에겐 열보를 허락하는 고약함.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든지 공평함을 배풀어주지. 길든 짧든 준비하는 자에겐 최상의 시간일 뿐이야. 철저한 신의 안목으로도 준비하는 자의 치밀함 앞에선 아마도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겠지. 상관없다, 기도로 끝내기엔 너무 많이 왔고 그만두기엔 너무 깊게 뻗쳤어.

욕망을 품은 자에겐 그저 이 모두가 축복의 시간일 뿐.

나는 그저, 이 붉은 와인으로 목을 축이며 취기를 달랠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지.

허나 취중시를 짓는 나의 고약함에 주목하라. 꿈꾸는 자의 기도를 방해하는 행위에는 그 심장에 칼날이 박혀도 부족하고 사지가 얼어붙어도 갚지 못하리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세계를 보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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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4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5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6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4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3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3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7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29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7 0 17쪽
1 Prologue 15.05.31 9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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