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313
추천수 :
0
글자수 :
143,332

작성
15.06.27 16:48
조회
66
추천
0
글자
9쪽

Part 2-7 남자의 정체

DUMMY

그녀는 셀레나에게 전화하여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이상하게 여겼다. 속에서 무언가 들끓었지만 잔잔하게 가슴으로 흘러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람이 분노했을 때는 주변 사물의 귀를 괴롭히지만 사람이 슬플 때에 주위는 고요하다. 그녀의 주위는 고요했고 그 마음은 철사에 끌려 찢기듯이 고통으로 물들어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이 여인을 고민 속에 빠드린 것일까. 그는 분명 마지막에 예의가 없었고 무례했다. 자신도 나름대로 은혜에 보답을 할려고 노력했는데 그렇게 매정하게 대한 것에 대한 울분이 쌓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화는 가라앉았고 그의 그리움은 커져가면서 그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 스스로 자문과 자각, 망각을 거친지 몇 시간이 되었을 때, 혜원은 그를 그리워하는 자신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아주 무례하고 인정머리 없었어. 그런데 왜 이제는 분노가 끓어오르지 않는거지?”


그녀의 감정은 점차 며칠 전 그와 이별했을 때의 느낌과 동일하게 되었다. 그 남자와의 첫 만남, 이상한 옷차림, 말투와 표정, 경찰서에서의 가련했던 모습, 지나친 무례함,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걸 다시 잡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을 때, 심장의 반응을 느꼈다.


“뭐? 설마 내가? 에이 그럴리가.”


그녀는 당황하며 거실 주변을 반복해서 걸었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중얼거렸다.


“그래, 내가 그럴리 없어. 맞아, 그렇고말고. 생각해봐. 바람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배를 구했다고 해서 배가 바람을 섬기진 않아, 내가 아쉬워하는 건 은인에게 은혜를 갚지 못하기 때문이야. 인간의 도리를 다 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단지 양심의 가책이 내 윤리를 흔드는 것 뿐이야.

그런데 왜 이러지? 왜 그 남자 생각만하면 얼굴이 타오르는거 같지? 왜 그 남자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절구에 찧는듯이 아파오지? 어머, 나 지금... 그 남자를 그리워하는거야?”


그녀는 오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정하는 동시에, 그 상황이 주는 기묘한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복잡한 심경이였다.

그녀의 대사와 행동을 지켜보면 우리 모두는 알 것이다. 아하! 여인이여, 사랑을 품었구나.


“흥, 갈테면 가라지. 내가 그 남자한테 감정을 소비할 필요는 없잖아. 나는 할일을 다 했어. 하지만 그 남자는 마지막에 결국 나를 필요없다는 듯이 경멸했어. 인격이 더럽고 무자비하며 버릇이 없는 남자였을 뿐이야. 물론, 그의 외모는 괜찮은 편이였지만 내 취향이 아니였고, 용맹했지만 무모했고, 악의가 없었지만 순진했으며 그는, 단지... 평범했어. 했지만…”


그녀는 내부에서 세어나오는 그 감정을 끝까지 숨길 수 없었다.


“하아… 그냥 빛이났어. 그 빛이 언제나 내 것처럼 있다가 사라지니 빛으로 창궐해있던 내 세계가 사라진 것만 같아. 그는 어디로 갔을까? 그의 눈동자에 담긴 슬프면서도 총명한 그 눈빛을 다시 한번 볼 순 없는걸까?

아, 남자란 이렇게 갑작스럽게 여인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우리가 가진 이 가시마저 사그라들게 하는 걸까? 여인의 가시를 잎사귀로 만든 그 바람은 어디로 가셨나?

이건 나의 착각이겠지? 외로움이란 이따금 남녀간의 사소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니까. 그저 이것이 크나큰 돌풍이 되지 않기를.”


그때 초인종 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그녀의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사람에게는 이론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막힌 타이밍의 순간에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서도 의존하게되는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그 초인종 소리는 마치 신의 방문처럼 그녀에게 미묘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그녀가 문 가까이 다가가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그녀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그것도 몹시. 꿈에서 황금더미에 앉기 직전에 깨더라도 이렇게 우울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저 그 한숨 속에는 우연의 환상을 바란 자신의 자책이 들어있을 뿐이였다.


“아 네… 기다리세요.”


문이 열리고 택배원은 택배물품을 그녀에게 전달해주었다. 그녀가 싸인할 때 택배원은 이 여자의 얼굴을 흘끗 보았는데, 우울함과 광폭함을 함축한 그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폭탄의 타오르는 심지가 막바지에 오르지 전에 택배원은 싸인을 받고 급하게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멀뚱히 택배물품을 바라볼 뿐 뜯지는 않았다.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머리에 불이 붙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절제하여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문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심지가 전부 타올랐다.

그녀는 상자를 집어던지고는 문을 열어젖히며 성내듯 말했다.


“또 왜요!”


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후회한 동시에, 어떤 말할 수 없는 환희가 심장으로 파고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은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봄을 찾아다준 바람은 무엇이였는가?


“미안해요. 다시 찾아와서.”


그 남자였다. 그녀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심하던, 환상 속의, 과거 속의, 짧막한 추억 속의 그 남자. 이 남자가 돌아온 사실에 그녀는 기뻐 어쩔 수 없었다. 분노는 이미 몰아치는 기쁨의 파도에 휩쓸려 흔적을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누가알리오, 지금 그녀의 마음 속에 어떤 신비와 경애스런 종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남자는 급히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언뜻보기에도 그는 굉장히 쫒기는 듯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쉿. 잠시만요, 조용히 해주세요.”


남자의 가뿐 숨소리와 함께 손목에 차고있는 시계에서 이상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굉장히 빠르면서도 즉흥적인 그 곡은 교향곡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따라 일단 가만히 지켜보며 이 상황에 대해 추측해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시계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의 숨에 안정이 찾아올 때쯤, 시계에서 들려오던 소리도 멈췄다. 그녀가 말했다.


“누구한테 쫒기고 있는거죠? 그렇죠?”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녀는 당돌하게 말했다.


“내 눈 피하지 말고 말해봐요.”


그는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한숨을 쉬며 바닥만을 쳐다볼 뿐이였다.


“이렇게 남의 집에 갑자기 들어왔으면 적어도 설명을 해줘야되는거 아닌가요?”

“설명하고는 싶지만, 믿지 못할 거에요.”

“믿든 믿지 않든, 그건 내 마음이에요. 당신이 나를 구해준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나는 진 빚을 갚기 위해 당신을 경찰서에서 풀어줬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당신은 나에게 이별을 고했어요. 그것도 아주 무례하게. 그래서 당신이 어딜가든 누구에게 발걸음을 돌리든 하늘에 맏겼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허락도 없이 내 집에 들어와 위기를 모면 했어요. 그게 무엇을 뜻할까요? 당신은 나에게 빚을 졌다는 거에요. 당신이 은연중에 나를 도와줬듯이 나도 당신을 도운거에요.

어떤 하늘의 알 수 없는 흐름에 따라 형성된 채권자와 채무자이니 나는 적어도 당신이 갚을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한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 여기서 채무의 의무를 다했으면 해요.

당신은 어디서 나타났죠? 어떻게 그 어둠 속에서 날 구한거고, 누구에게 쫒기고 있으며, 그 시계의 이상한 소리와 샤그리아 백화점 사건은 도대체 뭐죠? 나는 알고 싶어요.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내 마음을 흔들어놨나요?’


이 말은 그녀의 마음 속에 머물렀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의 심경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는 잠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더니 이내 땅이 꺼질듯한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작게 읊조렸다.


“나를 믿을 수 있겠어요?”


그녀는 당당히 말했다.


“믿어요, 당신이 하는 만큼.”


그녀의 눈은 받아들일 각오로 충만했고 그는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는 더 이상 발설자로 인해 자행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이그네일, 다른 우주에서 온 남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Lost part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7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5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6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7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5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4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4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6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8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30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8 0 17쪽
1 Prologue 15.05.31 97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