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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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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6
추천수 :
0
글자수 :
143,332

작성
15.06.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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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Part 1-14 싸움

DUMMY

남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건물안으로 들어왔다. 원형 돔 형태로 되어있는 이 넓은 장소는 밟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천장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채워넣었다. 열광으로 밀집되어 있는 이 공간이 발열된다면 터질정도로 이곳은 혼돈의 상태였다. 그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사태를 파악할 때에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힘차게 외치고 있었다.


“셀레나! 셀레나! 셀레나!”


그가 밖에서 들었던 그 함성 소리였다. 군중의 외침이란 참으로 신비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것이다. 소리를 지르면 지를 수록 에너지는 배가 되어 돌아와 더 큰 함성, 더 큰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그것은 이미 온 건물 안에서 부딪치고 압축되고 몇 배의 힘을 가지고 돌아와 대중들의 목젖에 숨겨져있던 군왕의 포효를 끌어낸다. 수 백의 목청, 열기에 찬 눈동자, 한 곳을 향한 민중의 목표, 모든 수 백의 사람들이 이러한 공동채를 가지고 서로 다른 개인이 한 지점에서 동일해질 때, 이 장소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일심동채로 단 하나를 외칠 때, 이미 그것은 거인의 포효가 된다. 감탄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시선을 감출 수 없다. 이러한 군왕의 기합이 유흥과 광란뿐만 아니라 평등을 기반으로 한 자유, 자연과 동일시되는 평화, 불합리에 대응하는 정의, 진보하는 민주주의에 가담한다면 아마 앞을 내다보는 자들의 비판이 급수적으로 줄어들 것인데... 그러나

기다리자. 민중은 서서히 깨어나니까.

무엇 때문인지, 조금씩 사람들의 외침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메아리처럼 멀리서 들려오던 마지막 목소리도 잠잠해지자, 어디선가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주변에 설치된 음향 기기를 통하여 한 여인의 목소리가 돔 전체에 울려퍼졌다.

남자는 모를 리가 없었다. 이 목소리는 평범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그에게도 이 목소리는 특별하다. 다른 일반인에게는 낮설지만 익숙한, 여러 덕망있는 인물들 중의 하나인, 가끔씩 들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목소리, 이 남자에게는 때낼 수 없이 친숙한, 단 하나 밖에 없는, 영원히 잃어버렸던, 그런 특별한 목소리, 이 광장에서 유일하게 단 한 남자에게는, 성령의 목소리였다. 그의 몸은 굳어졌다.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이 순간이 오히려 그를 정신세계의 뇌사상태로 만들었다. 꿈에 그리던 염원이 이루어질 때, 그 향기가 코끝을 스치기만 해도 우리는 잠시 꿈과 현실을 혼동하듯 이상의 향기가 그를 꿈과 현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아쉽게도 그만 가봐야 할 시간이네요.”


주변에서 “아~” 하는 탄식소리가 울려 퍼졌다. 셀레나가 두 손바닥을 밑으로 내저으며 관객들을 진정시킨다.


“걱정마세요, 만남의 시간은 언제든지 다시 온답니다. 저는 다시 감성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가야하지만, 여러분들은 가까운 곳에 심장보다 각별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모두가 구원의 길로 나아갈 때 저는 아직 방황의 길로 간답니다. 그러니 아쉬움은 내려놓고 작별의 인사로 마중을 해주세요.

오늘 너무나도 뜻깊은 시간이였습니다. 이곳 샤그리아 백화점에서도 만족스런 시간을 보내기 바래요. 그럼 안녕히, 셀레나였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관중들이 열광적인 박수로 맞아주었다. 그녀가 관계자의 보호아래서 출구로 향해 나아갔다. 경호원들의 육중한 몸을 뚫고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핸드폰과 카메라 같은 현대의 물품으로 그녀의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여차하면 막아놓은 차단막을 부숴버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작별하는 이상을 보고는 정신을 차렸다. 또한 심각해졌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아가니 그녀의 뒷모습이 멀리서 떠나고 있었다. 그녀가 떠난다. 이상이 사라진다. 천사가 날아간다.

잡아야 한다.

그는 외쳤다.


“실비아! 실비아!!”


그녀가 듣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남자는 앞에서 막고 있던 경호원을 지나서 차단막을 넘어 비어있는 길로에 발을 디뎠다. 곧 경호원이 그의 가슴팍을 부여안고 뒤로 끌고간다. 그는 완강히 저항한다.


“실비아! 나야 실비아!”


그녀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실비아’ 라는 단어를 듣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녀의 귓가에는 닿았으나 옥구슬 속의 에메랄드처럼 금세 사람들의 함성과 뒤섞여 그 빛을 잃었다. 그녀는 기묘하면서도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을 받아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 틈에서 앞으로 나오는 어떤 남자가 그녀를 부르고 있는 듯했다. 남자와 셀레나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확신으로 가득찬 동시에, 지금까지의 슬픔과 절망이 걷혔다. 그녀는 바로 그의 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희망도 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더 깊게 생각하기 전에, 그녀의 임시 매니저가 말을 걸었다.


“저런 사생팬은 가끔씩 튀어나와요. 그러니 신경쓰지 말아요.”

“아... 그래, 가자.”


그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를 사생팬으로 치부했는데, 이 단어가 내포한 의미는 그를 다양한 측면에서 볼 기회를 앗아가기 충분했다. 사생팬, 그들은 누구인가. 누구이길래 스타들에게 그토록 두려운 존재인가. 그들은 하나의 광신도다. 우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부른 참사, 여기서 밝혀두건데, 그들이 어떠한 문제를 가지거나 정신적인 외상이 있다고 단정짓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을 연민의 감정으로 느낄 뿐이다. 그는 그녀에겐 과민한 팬일 뿐이다. 신적 우상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이 그 신과 가까워지고 싶은 광기가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려버리고 서로간의 평등을 위반하며, 질서를 무너뜨린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따른 피해를 자각하지 못한다. 배려없는 지나친 열기는 우상을 불태우기 알맞다.

그의 태도도 그러한 사생팬과 흡사했다. 우발적이고 폭발적이며 질서를 위협한다. 허나 그에게는 이 여자가 유일한 삶이였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는 그의 목소리를 더욱 커지게 하는 강장제였다. 그녀가 앞으로 걸어갈 수록 그의 실비아라는 외침은 더욱 커져만 갔다.


“실비아! 나야! 기억안나?”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질 수록 그녀를 부르는 외침은 그를 방해하는 경호원에게 전이되었다.


“저리 비켜! 비키라고!”


물 표면을 강하게 내려칠 수록 물이 광활하게 퍼지듯 그의 저항이 거세질 수록 경호원의 팔에도 힘이 잔득 들어간다. 그는 필사적인 사람의 몸부림인지 단련된자의 근력인지 모를 그 힘으로 경호원들을 뿌리쳐 앞으로 나아간다. 그의 발걸음이 그녀에게 근접했다. 그녀의 향기가 그의 코끝을 간지렸다. 강렬한 향수 냄새 틈새에 섞여있는 친숙한 그 향기는 그에게 천국의 환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곧, 환상은 무너졌다. 숨이 막혀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검고 굵은 팔뚝이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경호원은 감정이 실려 있는 힘대로 먹이를 사냥하는 뱀처럼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는 압박해오는 생존에 대한 본능과 이상을 향한 집념을 가만 둘 수 없었다.


‘살아야한다.’


곧바로 이 무리들부터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을 굳히고 몸을 움직였다. 자신의 목을 조르는 팔을 잡고있던 두 손중 오른손을 팔꿈치로 상대방의 복부쪽으로 찔러 넣었다. 순간적으로 경호원이 기침하며 힘이 빠지자 몸을 접어 경비원을 앞으로 내동댕이 처버린다. 경비원의 신음과 함께 주위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그러자 셀레나와 그 관계자들도 도망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렸고 백화점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도리어 그녀는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바깥과 윗층에 있던 경호원까지 그에게 달려오기 시작한다.

앞에있던 경호원이 그에게 발로 밀어차기를 시도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 스텝 피해낸 뒤 허리를 틀어서 발차기를 경호원의 관자놀이에 꽃는다. 두 사람이 쓰러지자 경계심은 극으로 달아올랐다. 그의 심장은 급격히 뛰기 시작한다. 그것은 싸움으로 인한 정신적인 긴장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낯설음이였다. 혜원에게 호신술을 가르쳤을 때의 그 그림자의 모습이 다시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어떻게 이런 기술들을?’


그는 전연 알지 못했으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낼 시간을 내기도 전에 공격이 들어왔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일단 살아야 한다. 살아남아야만 한다.

주먹이 크게 돌아 들어오는 공격은 자세를 낮춰 피해내고 곧이어 들어오는 날라차기는 옆으로 신속히 움직여 흘려보낸다. 한 사람이 몸을 던져 앞쪽에서 그의 허리를 잡자 그는 자세를 낮추면서 한쪽 다리를 뒤로 길게 빼내어 중심의 안정을 되찾고, 재빠르게 두 눈을 양 주먹으로 끊어 찍는다. 경호원이 그의 허리를 끝까지 놓지 않자 양손 엄지 손가락으로 경호원의 목을 찌르고 풀려난다.

뒤따라 세명의 경호원들이 그를 에워싼다. 먼저 앞에서 달려오는 경호원을 향해 한스텝 들어가며 발차기로 밀어내 뒤로 자빠트린다. 몸을 돌리자 뒤에 있던 자가 발차기를 그의 머리로 날렸으나 그는 가볍게 피해냈는데, 마치 바람에 쓸려 밀려나는 깃털처럼 가볍고 신속했다. 마치 암벽처럼 경호원중 가장 몸이 육중하고 비대한 자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눈이 번뜩인다. 이 상황, 이 위화감이 낮설지 않았다. 그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들어오는데 왜 자신은 두렵지 않은가? 그 물음에 답하기도 전에 그의 몸에 각인되어 있던 감각이 순간이 되어 반응했다.

몸을 폭발적으로 비튼다. 그 힘으로 인해 몸이 미묘하게 공중에 뜨게된다. 그와 동시에 다리를 접어 회전력을 다리에 집중시킨다. 회전력으로 가미된 원심력과 허공에 뜨게된 전신의 힘이 오른쪽 다리 발꿈치에 집중되었고 그것을 앞으로 뻗었다. 그것은 하나의 창이 되어, 혹은 포탄이 되어 첨예하게, 그리고 파괴적으로 달려오는 경호원의 명치에 꽂혔다. 그에 따라, 산은 무너졌고 암벽은 으깨졌다. 남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지만, 바닥에 쓰러진 그 경호원은 숨이 멎는 느낌으로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태권도인의 시각으로는 그 기술은 ‘뛰어 뒤차기’였다.

상대의 가속력과 공중에서 얻는 힘과 미지의 폭발력을 숨긴 원심력, 그리고 무인의 노고와 잠재성이 합산되는 지점은 언제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길게 늘어진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에서 경호원들이 물살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그는 경호원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셀레나가 나갔던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경호원들 사이를 지나 빠져나간다. 물살이 가까워졌다. 검은 옷의 남성들이 그를 잡기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온다. 남자가 자기 앞에 드러누워 있는 경호원을 뛰어넘었다.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그는 마치 용의 혀에 감겨 빨려들어가기라도 한듯 맥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뒤로 끌려갔다. 쓰러져 있던 경호원이 마지막 직업정신을 발휘해 그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물살이 그에게 엄습했다. 그는 발버둥쳐도 이미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소용이 없었다.

남자는 외친다, 떠나가는 별에게. 남자는 부르짖는다, 떠나가는 여인에게. 추억 속에서 자신에게 달려오던 그 꽃잎사귀가 이제는 어디론가 날아간다. 아, 떠나간 추억이여, 다시 내게 안길수만 있다면. 아, 그대여 내게 돌아와준다면...

우리가 심연의 끝자락에서 잊어버린 어떤 고동을 느꼈을 때, 혼돈으로 둘러쌓인 건물 안에 어떤 절망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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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4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5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6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4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3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3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5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4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7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29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4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1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7 0 17쪽
1 Prologue 15.05.31 9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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