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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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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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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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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Part 2-4 아버지와 아들

DUMMY

민혁은 담당 경찰관에게서도, 검사에게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증거부족’. 그가 위기의 순간에 찍어낸 그 장면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들에게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는 애매한 증거는 중요치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피해자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과연 옳은 이유인가? 법은 과연 그러한 억울한 사람을 남기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가? 여기 이 청년, 이 청년은 단순히 하나만을 바라온 것 뿐이다. 가난에서의 해방. 그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것인가? 또한 청년은 하나의 실수를 한 것이다. 상대방을 믿은 것, 상대에게 기만당한 것. 상대방에게 완전히 속아서 무너져가는 곳을 인수하고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운영방침을 침해당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상대의 평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를 펼칠 권리가 있다. 원하면 할애된 시간을 노동에 쏟아부어 자금을 축적할 수 있고, 경제적 한계에 방탕을 불러오지 않을 만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는 견해에서 자유롭게, 그리고 자기의사대로 살아갈 자유가 있다.

그런데 인간이 가난이라는, 생존권과 영혼의 존립성에 위해를 가하는 그 무시무시한 존재를 멀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 잘못인가? 덜 자란 독수리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면 경멸의 시선으로 그의 마음까지 가라앉칠 수 있는가? 만약 그것에 대해 방탕과 기만에 물들어 그러한 정당히 펼쳐야될 권리에 고개를 젖는자가 아니라면,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청년이 잘못된 것인가? 가난을 극복하고 싶은 소망이 잘못된 것인가? 더 나아가 꿀을 찾아 모으는 벌이 잘못된 것인가? 자연의 이치가 잘못된 것인가? 인간의 이치가 잘못된 것인가? 우리가 잘못된 것인가?

그러나 거기에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뭔가 심오하면서도 기묘한 일이 재앙이 되어 펼쳐질 때가 있는데, 그 미지의 흐름이 우리의 유토피아를 부수더라도, 그것은 자연의 신비이기 때문에 영혼에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혹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생겨난 재앙에는 위로의 요소가 없다.

법은 그러한 모든 억울한 자의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인가? 그러한 억울한 자를 양산해낸 죄의 무게를 이익으로 측정하는 자들을 용인하는 것인가?

여기는 유스티치아의 심판이 닿지 못하는 곳인가? 잘못 기울어진 저울과 피해자에게 내려진 가혹한 칼날, 이곳의 정의의 여신상은 그리도 매정했는가?

청년은 이 사실에 대해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지만, 보았는가.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두 주먹을.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이가 갈리는 소리를.


그는 이것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그는 가슴이 무너지는 심경으로 말했지만, 내심 아버지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너무나 지쳐있었고 혼란스러웠으니까. 아이가 낮선 고독감에 잠겨 무서워할 때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듯이 그는 아버지가 위로해주길 바랬다.

그러나 기대는 항상 미치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에 들고있던 젓가락도 놓으셨다. 숨막히는 고요가 찾아왔다. 그는 흘끗 아버지의 표정을 살펴봤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남아있던 가능성도 쫒아버릴 정도로 심각했다. 희망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상황의 암울함만 불러왔다.

아버지가 갑자기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잔에다 붓고 조용히 들이켰다. 아버지의 목젖이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그의 심정도 철렁였다.

아버지가 한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대질심문 할 때 제대로 따진거냐?”

“어, 내가 준비했던대로 대답하고 확인도 꼼꼼히 했어.”

“이상한 점은 없었든?”

“없었어.”


아버지는 한동안 고심하다가 물었다.


“정말이냐? 행여나 그 여자 경찰이 무섭게하거나 피해자에게 비협조적이지 않았더냐?”


아들은 몸이 굳어졌다. 그의 머릿속에 여자가 성을 내며 소리치다시피 했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본인은 당황했고 마음 속에 있던 대답을 다 끌어내지 못했다. 자신의 내면안에 있던 의구심과 아버지의 의심어린 질문이 만나 그의 머릿속을 혼란하게 했다. 이처럼 깜부기불에 장작을 놓으면 화염이 된다.

아들은 이 사실을 숨길까도 했지만 상황이 만들어낸 대담함과 정직에게 주어질 어떤 혜택을 염두하여 솔직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애매한 부분에서는 연습한대로 ‘저는 피해자고 저쪽은 가해자입니다. 증거에 준하여 수사해 주세요.’ 라고 했지만 그쪽에서 좀... 화를 냈어.”

“화를 냈다고?”


그의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면 대답을 어떻게 했었니?”

“나는...”


그는 머뭇거리다가, 혀로 입을 다시고는 계속 이어갔다.


“혹시라도 나한테 불리할거 같아서 좀 소극적으로 대답했어. 그 형사가 답답하다고 하면서

묻는거에 똑바로 대답하라고 하길래. 그래서... 그 말에 응해줬어.”


민혁이 대답을 마치고 내리깔았던 눈을 아버지에게로 올리자 섬뜩함이 눈을 통해 밀려왔다. 아버지의 감겨진 두 눈 안에 어떠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들은 자신을 변호했다.


“그런데 걱정하지는 마. 마지막에 그 여자가 송치할 문서는 꼼꼼히 살펴봤고, 마지막에는 ‘법에 준수하여 수사해주십시요’ 라고 적었으니까.”


그의 변호가 작게나마 폭풍을 약화시킨듯 했다. 아버지가 눈을 뜨고는 말했다.


“어쩐지... 그 여자 형사도 이상하다 싶었다. 아무리 법이라지만, 갓 20살 된 청년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보호자 동반을 거절할 때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결국, 자기들 이익을 위해 장난을 친 거로군.”


이 민혁의 아버지는 굉장히 해박한 지식을 가진 지식인이였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친 비판가였다. 이익의 흐름과 사회적 유동성을 관철하는 예지의 눈은 수 많은 경험과 지식의 산물이였다. 헌데 거기에는 한 가지가 더 들어갔다. 고집과 악독한 세상이 부여한 독기. 그것이 어떤 밝혀진 일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떠오르지 않은 영향성을 묵살하였기에 그의 아버지의 말은 사실이였으나 격동하는 진실이여서 부드러움이 없이 날카로웠다. 또한 날카로움은 극박한 상황에서 더욱 첨예하게 된다. 그런 첨예함은 당연히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너는 왜 거기에 대응하지 않았던거냐?”

“나? 나는 그... 불안해서...”

“우리가 연습한대로 했으면 됬을거 아니냐! 그들은 피해자를 돕는 거지 결코 자신이 권세를 누리기 위해 거기에 앉아 있는 게 아니란다. 우리 세금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공무원인거야. 그 여자가 그렇게 피해자에게 공포나 불안감을 심어주게 할 수는 없는거란다! 그럼 넌 보여줬어야지! 주인의 노릇을 했어야지! 매섭게, 그리고 날카롭게. 너는 거기서 이렇게 강경히 대응할 수 있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감히 피해자인 저를 겁박하시는 겁니까? 이러한 수사 방식이 저를 너무 겁나게 합니다. 저의 이 말을 그대로 서면에 적으세요. 이 불안감에 떨리는 음성까지 적어 넣으세요.’

이렇게 말했으면 될 것을 왜 굳이 그 여형사의 말에 당황하여 일을 수포로 만드는 것이냐? 왜 바보처럼 그런거냐?”


아들은 아버지의 날카로움에 상처를 입었다. 평소의 그라면 앉은채로 조용히 있었겠지만, 이번엔 아니였다. 상처가 지나치게 깊었다. 서러움과 젊은 혈기의 분노가 충돌한 것이다. 자신이 바른대로 고한건 여러 이유들 중에 아버지의 위로를 기대하는 심리가 컸기 때문에, 그 감정은 격철이 되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아빠가 말한대로 그들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행한거야. 연습은 했지만 그 수사 시스템에 대해 무지한 내가 달리 방법이 있었겠어? 그럼 아빠는 처음부터 그러한 모든 예지과 의심을 홀로이 간직하고 있다가 일이 터지고 나서 뒤늦게 깨달은 나를 핍박해도 되는거야? 계획은 함께 했는데 책임은 나에게만 물어도 되는거야? 나도 억울하다고.”


아버지도 지지않고 반박했다.


“분명히 이 애비가 우리 세계의 사회 체계가 얼마나 깊이 썩어가고 있는지 신신당부했을거다. 연습도 충분히 했으면 그 좋은 머리로 약자를 속이고 이득을 취하려는 궤씸한 녀석들에게 본 때를 보이고, 주인의 위엄을 보이고, 약자의 강경함을 보이고, 투쟁하는 자의 품의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멀뚱히 보고 그들의 잔꾀에 말려들다니. 더 이상 그렇게 당하면서 살면 안되지 않겠냐.”


“왜 아빠는 늘상 그렇게 비관적이야? 적어도 아들에게는 그러한 날카로움을 감출 순 없는거야? 왜 내가 아빠랑 얘기하면서 이러한 불쾌감에 스스로를 편견의 옥에 가둬야 되는건데? 나도 이제 커가는 과정이라고. 가끔 아빠는 지나친 진실로 상대의 약점을 끄집어내서 자신으로하여금 지나친 부끄러움을 불러내. 그래서 때로는 너무나 싫어져.”


“이게 어디서 말버릇이냐!”


아버지가 탁자를 거세게 내려쳤다.

아들은 붉어진 눈시울로 씩씩거리다가 자리를 박차고 집 밖으로 나와버렸다. 집안은 조용했지만 숨막혔고, 어떠한 사물도 그 순간에 만큼은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며 한탄하고 있었고 아들은 현관문을 나가 밤하늘에 하소연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가 없어진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각자 상상속에서 억울함을 토로할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을 찾았는데, 아버지는 의자였고, 아들은 별이였다.


“못남 놈. 왜 그 좋은 머리와 체력으로 제대로 항의도 하지 않고 패하고 돌아오냐고. 그 녀석은 정신이 틀려먹었어. 이 사회는 절대 개인을 위해 헌신하지 않고 가난한 자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을 누누이 얘기하고 또 설득했건만!”


그는 탁자에 술잔을 내려쳤다.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만일 내가 실수하면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이 될까 두려웠다고. 그들은 피해자인 나의 편이며 또한 국민을 위한 수호자로 믿고 있었다고. 믿은 게 잘못이야? 왜 언제나 비판의 시선은 끝까지 믿음을 고수한 자보다 그 믿음을 짓밟은 파렴치한들에게 쏠리지 않는거지? 정말 억울해 미치겠다고.

왜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해야되지? 왜 이따위로 살아야 되는거지? 누가 맨날 이렇게 숨어살고 쫒기고 가난의 방문을 보고만 싶데? 누군 억울하지 않은 줄 알아? 난 그들을 믿었어. 믿은 게 죄야?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누가 이렇게 말도 안돼는 상황에 처하고 싶겠어?

원하는 건 항상 뒤로 미뤄야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자본의 벽이 가로막아 버리고, 친구들, 친척,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은둔해야 하고 이젠 지긋지긋해. 이 지랄같은 괘씸무례한 가난과 작별만 할 수 만 있다면!”


그는 발로 벽을 거세게 밀어찼다.


“과거에, 네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호탕하게 여유를 부리며 살았는데, 한 번 망해버리니 세상이 나를 죽일듯이 옥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시간은 허락하지 않고 일어설 자본마저 모두 앗아가고 빼앗아 버린다. 가난의 굴레는 악한 빈민들의 꾀를 불러오고, 그들은 나를 속여 살아날 희망을 부수고 인간성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에 내가 도와줬던 친구들의 그 멸시하는 시선을 생각하면, 사람을 죽이는 건 칼이 아니라 눈짓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될거다! 나는 내 모든 사회적 지위, 추억 속에 간직된 위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존심마저 내 놓은채 사정했지만, 그 매정한 눈빛으로 내 자존심을 찌르고 내 인격을 살해했다. 빈궁을 겪은 자들이 빈궁이 다시 찾아와 손짓하는 걸 혐오하듯이 말이다!

누군가 도와주면 살아날 수 있는데도, 총알만 있다면 본진을 사수할 수 있는데도 친구도, 사회도, 국가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내가 받은 건 비열한 냉대 뿐이였다! 과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따뜻한 위로대신 냉대한 조소를 받을 정도로 내가 잘못한건가? 인간의 존립이 이러한 가난에 의해 이렇게 무참히 짓밟혀도 되는건가?”


“얼굴 조차 기억이 잘 나지않는 헤어진 엄마에게 안부를 묻기도 전에 지갑의 여부를 물어야 되는 그 불효를 내가 어찌 잊는단 말이야. 돈의 여부를 물었을 때, 질문에 섞인 나에 대한 불신과 불쾌감이 내 가슴을 옥죄었지. 안식이 되어야 되는 친척에게는 조소와 거리낌이 섞인 비난을 들어야만 했지. 그들은 우리에게 왜 이렇게 사냐고 말을 해. 그렇게 살면 안돼고 자기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은 쉽지! 결과로만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는 그 부조리한 것을 내가 모를줄 알고! 그 위대한 오딧세우스도 도움이 필요했던 것처럼 사람이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거늘,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만 그 자리에 있는 줄 알고 자기기만에 빠져있어. 마치 내가 크는 것을 두려워하듯이 자본의

도움을 바라면 자기도 현실에 맞춰 살고 있으니 나도 맞춰살라는거야.

도움이 절실한 자에게 선사하는 그 잔혹함을 당연시하는 그 부조리함이란!

나는 아름다운 사랑을 꿈꿨어. 이런 시궁창같은 지옥더미 말고 성령의 꽃가루가 휘날리는 사랑의 길로에 오르기를 원했어. 가난의 족쇄와 빈궁의 쇠창살이 날 가로막아 만나고 싶은 여인에게 다가갈 수도 없고 나는 이 어두운 삶의 감옥에서 그녀의 행로를 지켜봐야만 한다니! 가난아! 사랑할 가능성을 가져갈 것이지 어찌하여 사랑은 키우고 사랑을 이어갈 기회는 그리도 무심히 가져가느냐! 잔인무도한 세상이 나를 버리는구나!”


둘 사이에 긴 침묵이 흘렀다. 아버지는 술잔을 멈추었고 아들은 고개를 숙였다. 극심한 분노를 얼어붙게 만든 건 무엇이였던가.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새벽의 호흡인가, 심장까지 젖어드는 알코올인가. 그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중재자인 보름달과 배심원인 시간이 두 사람의 감정을 식혀 주었다. 그러다 다시 아버지는 술잔을 들고 아들은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나에겐 아들이 있었지.”

“그래도 나에겐 아버지가 있었지.”


별이 밝게 빛났다.


“오, 아들아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라. 어느 부모가 눈에 넣어도 안아플 자식에게 이런 괴로움을 주고 싶겠느냐. 윤기나는 음식은 항상 너를 먹이고 싶고 언제나 너의 배가 풍만하길 바랄진데. 건강한 몸, 위대한 정신, 경제적 월등, 만족스런 사회적 지위 같은,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것들만 물려 주려고 했다. 헌데 이 못난 아비의 잘못으로 너에게 가난을 상속하였구나! 그럼에도 건강을 잃지 않는 너에게 세상에 대한 내 억울함만 주입하다니! 내가 받을 세상의 삿대질을 너도 같이 받아야 한다니! 그 혈기왕성함으로 세상에 뜻을 펼치고 그 뚜렷한 정의감으로 우렁차게 희망을 외쳐야 할진데! 아아, 이 못난 아비가 너를 가로막는구나. 나를 용서해라!”


“아! 아버지.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하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은 세상에 대하여 비관적이고 냉소적이였지만 그것은 사실이였습니다. 세상은 이리도 냉대합니다. 힘있는 자에겐 힘을 보태지만 힘없는 자는 가차없이 짓밟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다가오는 불행의 풍랑을 대신 맞아주시느라 모든 걸 알고 계셨던겁니다. 아버지의 말씀은 명철함의 지름길이요 환난을 막아주는 바람이자 지혜의 말씀이셨습니다. 그 명석한 지혜와 세상을 호령할 지식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이 못난 자식을 지키느라 그렇게 야위시다니요. 가난의 와중에도 저의 의무를 등한시 아니하시고 삶을 개척할 훈련도 마다하지 않고 가르치셨으며 끝내는 가난의 매정 속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이 못된 아들이 배가 침몰되는데도 내부에서 안락과 향락을 취하느라 게으름의 형상이 되어갈 때 아버지는 폭풍과 맞써 배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모습도 몰라보고 왜 그리 초라하게 몸이 젖었냐며 위대한 영웅의 모습을 꾸짖다니! 아버지, 이 못된 아들을 용서하십시오!”


별이 반짝였다.


“그러나, 아들아. 우리 희망을 잃지 말자.”

“그러나, 아버지, 우리 희망을 잃지 마요.”


“사랑하는 아들아, 만일 이 가난을 극복한다면. 나는 너에게 해주지 못한 모든 것을 물려줄 것이다. 너를 막아서는 것이 없다면, 그 큰 포부를 바탕으로 꿈을 펼쳐라, 야망을 실현해라! 세상에 네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너의 목소리가 저 하늘을 우렁차게 매울 때까지 인생의 뜻을 펼쳐라.”


“위대한 아버지, 이 가난 극복하여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저의 오랜 염원입니다. 아버지가 그리도 오랫동안 바라왔던 추억의 산등성이가 있는 꿈의 섬으로 모시겠습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망망대해에서 낚싯대를 던지고 세월을 등진채 꿈을 낚으며 남은 생애가 부질없어지지 않도록 자연과 함께 인간의 오랜 이상인 전쟁의 종결을 외치도록 합시다.”


“만약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만약 하늘이 우리를 보살핀다면...”


“우리에게 구원은 있는가?”

“우리에게 구원은 있는가?”


어느 멜로디에 따라 밤하늘이 운율을 탄다.


“가난은 기회를 박탈하고 빈궁은 인간을 죽인다.”


“사람은 가난에 무너지고 빈궁에 숭고를 잃는다.”


“멸시의 눈빛, 죽음의 재촉, 귀인의 묵인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


“추태의 발현, 이상의 괴멸, 영혼의 임종, 나를 파멸로 내몬다.”


“여기서 무너질 것인가~”

“우리는 이대로 끝인가~”


“어둠만이 짙게 드리운 이곳에”


“달빛도 들어오지 못하는 암명에”


“내일은 이대로...”


“빛은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그래도...”

“우리는...”


“맞써 싸우리라!”

“맞써 싸우리라!”


달빛이 요동쳤다.


“찬란한 빛 광채속에 영광함께 그날이

우리의 꿈 미래속에 서광처럼 빛나리.


진부한 빛 희망을 주오.

영광 속에 내일을.


우리의 염원 천사의 귀의를 부르소서.

우리의 이상 천상의 종소리를 울리소서.

꿈이 있는 우리의 신념 죽음조차 꿰뚫지 못하리라!


우리의 노고가 빗줄기에 쓸려가지 않고

하늘의 광채 속에 무한의 영광을 끌어안을 때,

우리 그땐, 빛나는 광채 속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술한잔

드리우~리~~라!

우리 다시~ 북받치는 가슴 끌어안고 한잔 기우리~~~라!!


다시 한번~ 일어나리~~~라!!!


죽는 순간까지 싸우리라!!!”


그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빛을 보았는가. 우리 가끔은 그 별빛을 주시 해보자. 아마 어느 누군가의 삶의 고독한 무대에 감동한 별의 세례이니라.

청년은 집에서 잠들기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명함을 주머니에 넣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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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5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5 0 14쪽
»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7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4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4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4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8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29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8 0 17쪽
1 Prologue 15.05.31 9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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