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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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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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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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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Part 2-2 두 피해자

DUMMY

그는 다시 한번 경찰청에 찾아왔다. 그는 대질심문에 대해서 계속 머릿속에 떠올렸다. 아버지와 같이 왔지만, 경찰청에 들어온 자는 그 혼자뿐이였다. 젊은 나이에 첫 법적 관문을 걷는 것은 그에겐 너무나 낮설고 괴로운 일이였다. 꽃잎을 뿌리면 꽃다발이 돌아오고, 들어오는 위험은 청년과 소년 사이의 경계가 그것을 반감시켜

그 자신의 평화세계에 작은 미동에 그치는 그러한 모든 안락의 세계가 떠나고, 이제는 야속한 그 흐름에 의해 홀로이 그 낮설고도 냉혈한 법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민원실에 들어가니 그 여형사가 어느 남자에게서 다소곳이 서서 얘기를 듣고 있었다. 아마 여형사의 상사로 보였는데, 그 까탈스러운 여형사가 고

분고분 듣고 있는 걸 보니 일반 회사원과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스쳐갔다. 민혁의 귓가에 그 얘기가 살며시 들어왔다.


“그러니까, 특수절도 죄가 성립할려면, 강제로 가져가거나 물건을 손괴해야 되는데...”


그 뒤로는 들리지 않았다. 허나 그 상사의 표정과 몸짓은 청년이 보기에는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도 청년은 기분 탓으로 돌리고

이채원 형사 업무 책상 앞쪽 의자에 앉았다.

그는 앉은 채로 어떤 몽상상태로 빠져들었다. 지금의 걱정은 내일로 떠넘겨도 용인되는 어릴 적 추억의 관문을 지나, 세월에

의해 어린시절을 떠나보내고 성인으로써 탈바꿈되는 불안정한 시기를 스치고, 물질적인 만족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 사춘기를

지나, 가난의 파도가 그를 뒤덮고, 어머니와 헤어지고, 아버지와 같이 살게 되고, 성장과정에서의 부자지간의, 지나치게 열성적인

젊은이와 지나치게 차가운 중년의 대립이, 빈궁이 마련한 그 암울한 무대 속에서 갈등을 겪고,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엔 화평을 맺고,

서로 의지하며 가난에 힘겹게 싸워가고, 아버지의 고초를 이해해감과 동시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아가고, 가난을 때어낼 절호의

기회를 붙잡아내고, 자신의 이름으로써 모진 굴욕을 겪어내며 자금을 채무하고, 그가 어릴 때부터 해왔던 태권도 운동으로 살아나기 위해

새로운 체육관을 인수하게 되고, 희망을 갖고 싸웠으나 돌아온 건 무자비한 상대의 기망이였다. 금세 다시 가난과 빈궁의 음흉한 손길이 그를 감싸

안고, 그는 그 지긋지긋한 빈궁의 굴레에 갇혔고 현재의 지금에 오게 되었다. 그러한 빛 속에서도 그림자를 찾게되는 그 무서운 질병같은 힘겨움

속에서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끝까지 고수하며 지켜주는 아버지와 일을 쉽게 잊어버리는 낙천적 성격, 그리고 위대한 현자들의 죽음을

뛰어넘은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찾아간 체육관은 낙후된 도시 중심가의 낡은 건물이였다. 바로 앞에는 시멘트 도로가 가로지르고 있고 그 앞에는 유행업소와 상점가들이 넘

쳐났으며, 체육관의 뒷편으로는 오래된 주택 단지와 골목길이 뻗어나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러한 도태되어 가는 도시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현시대, 특히 이 나라에서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세대수 많은 아파트 단지 내의

상가가 아니면 금세 파탄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곳을 보자마자 떠나려고 했지만 같이 자리를 봐주러 온 후배 관장이 예의상 들

어가기라도 하자고보채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 후배는 이 아버지와 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그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 노후된 체육관의 김기현이란 자는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자기는 어디 학교의 교수이며 운동하는 사

람의 덕망과 요즘 현 태권도의 추세에 대해 아는척 떠들어댔다. 자신을 정당화시키고 상대를 안심시켜 신뢰를 얻기위한 허풍을 늘어놓는 자, 화려

함으로 각색하려는 자는 항시 경계해야 한다. 그 안에 어떠한 비수가 있는지 모르니.

그리고 언제나 마지막은 이곳 체육관의 인원은 거의 90명 정도가 된다는 주장과 자신이 하는 거대한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을 판다는 주장

이였다. 그 말이 이 현명한 아버지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아들이 같이 이곳에 들려 그 김기현이라는 자의 장황한 말을 들었는데, 그

는 인원수를 듣고는 이 낡고 초라한 체육관이 뭔가 알 수 없는 역사와 진귀함이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체육관을 인수했으나 이

게 왠 말인가, 수입은 적자가 나고 거짓 인원이 끼어있고 더군다나 몰래 수련생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

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려했던 손님들의 접근도 저조했다. 이곳은 망해가는 침체된 곳이였다. 청년과

아버지는 이 원통함을 삭혀둘 수 없기에 그를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헌데 사기죄는 증거가 모호하기 때문에 상대편에서 억지적인 주장을 펼치면

진흙탕 싸움이 될게 뻔했고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죄목도 크지 않았기에, 이 원한을 갚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실낫같은 희망이 있었다. 청년과 아

버지, 아버지의 후배 그리고 관장 김기현과 다른 후배 관장이 만나 마지막 대화를 하던 날, 민혁은 김기현측에서 억지를 부리고 큰 소리를 치며 이

미 바뀐 주인의 서랍장의 물건을 가져가는 장면을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후배 관장도 그것을 거들었다. 상황은 완벽했고 2인 이상이다.

특수절도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청년과 아버지는 이것으로 고소를 추진했다.

그는 다시 현실에 돌아와, 안에서 밀려오는 불안감을 날리기 위해 중얼거렸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평화의 수단은 투쟁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 가르침에 따라, 기꺼이 싸워야 한다. 아이는 미래로 도망치고

어른은 과거로 도망치는 이 도피의 달콤함에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현재에서 부당함에 대항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 본 법의 실천적 학문에 대한 문장을 읊으며 과거 평화의 시대로 도망가려 하는 이성을 부여잡았다.

이때, 어느 소리가 그의 귓가를 따갑게 했다.


“거참 몹쓸 녀석이네! 당신 사는 곳을 말하라고, 사는 곳을.”


어느 형사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기 앞에 앉아있는 한 남자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었다. 청년은 그 남자를 보고 지난 기억의 언

저리에 담겨져있던 흔적을 기억해냈다.


‘그 남자다.’


자신이 이상하게 여겼던 바로 그 남자.


“말씀드려도 모를 겁니다.”

“아씨, 그러니까 말해보라고. 아오, 이렇게 비협조적이면 죄가 더 가중되는거 몰라?

“전 분명 여기 이 땅에서 머나먼 외국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머나먼 외국의 이름을 말하라고.”

“이 나라 언어로 말하는 법을 모릅니다.”

“이봐! 당신이 경호원들에게 상해입힌거 몰라? 여자 연예인에 미쳐서 날뛰다가 경호원들 때려눕혀서 그쪽에서 당신을 고소했어.

이미 증인들도 충분하다고. 이렇게 발뺌만하면 당신 죄는 더 커져. More big! Do you undarstend?”


남자는 형사의 괴성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대답할 뿐이였다.


“그쪽에서 먼저 때렸습니다.”

“때리긴 무슨, 이래서 사생팬들은 안된다니까.”


남자는 형사의 도발적인 발언들에도 가만히 지켜볼 뿐이였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목구멍을 통해 불행을 받아들이고 싶진 않았으

니까. 자신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는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다.

지켜보던 청년은 그를 유심히 보다가 어느 순간 그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청년은 남자를 보며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 동정심을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 형사의 말을 간추려보면 그는 폭행사건의 주범이였다. 머리로는 그의 악

랄함에 대한 처사를 원했으나, 감정적으로는 그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같은 나이대의 형씨가… 참 안됬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반장과 얘기하던 여형사가 돌아왔다. 그는 여형사를 보고 바르게 앉았다.


“민혁씨, 오늘 대질심문인거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피고소인은 한 5분뒤면 도착할겁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형사님.”

“네? 왜그러시죠?”

“혹시 대질심문 때에 피고소인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은 어디까지 표현되나요?”


여형사의 평온한 모습은 갑작스럽게 차가운 모습으로 변모되었고,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민혁씨, 대질심문이 뭔지 아세요?”


그는 약간 당황했지만 내심쩍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대질심문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서로 대화하는 걸 보고 형사가 질문해서 죄의 여부를 정하는거 아닙니까?”

“저기요… 대질심문은 그게 아니에요. 지금 민혁씨와 그쪽 김기현씨의 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원고와 피고를 맞대면시켜 제 질

문에 대답할 기회를 드리는거에요. 아시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는 여자의 따가운 어조에 미묘한 속상함을 느꼈으나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형사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그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거울 속에 비춘 충혈된 눈과 다크서클은 그의 지난 노

고를 설명해주었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계속 다짐했다.


‘침착하자. 진짜 불안한 쪽은 바로 피고쪽이니까.’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민혁은 밖에서 들려오는 다그치는 형사의 목소리를 듣고 아까 눈을 마주쳤던 그 남자임을 직감했다. 그

남자는 민혁의 옆에 서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다. 민혁은 손을 씻으며 거울을 통해 그를 뚫어져라 보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어

둡고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과 그 우중충한 분위기는 다른 평범한 사람과는 굉장히 대조를 이루었으나, 그렇다고해서 범죄자의

음산함은 아니였다. 그것은 아마 깊게 드리운 그 암명 속에 잠들어있는 총명함과 지혜 덕분이리라. 보석이 비록 깊은 호숫가에 침

체되어 있더라도, 달은 그것을 알아보는 법이니까.

그 눈동자는 계속 흐르는 물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처럼 하나의 필사적인 눈빛이 그 생명의 흐름을 보며 답을 찾고 있

는 듯 했다. 민혁은 그것이 마치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 극도에 처한 절대적인 상황으로 하여금 피해자가 그 일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인체의 모

든 생명활동을 끌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손에 있는 물기를 털다가 물방울이 민혁의 옷에 튀었다. 이그네일은 음산한 목소리로 사과를 보냈

다. 민혁은 괜찮다고 대답한다.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인다. 민혁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어쩌다가 여기 오게 되셨나요?”


남자는 흐르는 물을 주시하다가 수도꼭지를 닫고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저 형사들은 폭행죄라고 하는군요. 상대가 먼저 공격해서 정당방위를 했는데도 그들은 믿어주지를 않네요.”

“아... 그렇군요.”


민혁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누구나 죄를 지은 사람은 그걸 숨기고 싶어하니까. 남자는 자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제가 전화번호는 모르지만, 이 명함의 주인에게 물어보면 제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줄 거라고 해도 말이 통하지를 않

네요.”


“어이! 빨리 나와!”


형사의 외침이 문틈 사이로 격하게 들려왔다. 남자는 곧장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며 민혁에게 눈으로 가볍게 인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문이 닫히고 민혁 혼자만이 남았다. 민혁이 손에 남은 물기를 제거하고 나가려 하는 순간, 문 앞에 어느 물체가 그의 눈에

띄었다. 명함이였다. 민혁은 명함을 집어들고 읽었다.


“샤그리아 엔터테인먼트사… 스타일리스트 안혜원?”


그는 이 명함이 방금 나간 남자의 주머니에서 떨어진걸 알면서도 이 스타일리스트와 저 피고사이에 공통점을 찾으려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신차려. 지금은 내 싸움에만 집중하자.”


물론 그는 그에게 돌아가서 이 명함을 돌려주고 자신과 그 남자에 대해 어떤 연관성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화장실을 나와 다시 강력반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마침 여형사 앞에 미리 앉아있던 피고인과 눈을 마주쳤다. 공간을 울리는

익숙한 전화벨소리로 치장된 사무실은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든 전투를 준비하면 그러하듯, 민혁은 심장에서 피

를 뿜어내는 활동이 급격히 올라감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당당히 걸어 피고인 옆 자리에 앉았다. 손에 들고있던 것을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숨막히는 정적이 찾아왔다.

여형사가 침묵을 깼다.


“그럼 두 분 다 모이셨으니까 대질심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여형사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더니 남성에게 물었다.


“피고소인인 김기현씨, 고소인인 민혁씨의 말에 따르면 0000년 6월 15일 밤 9시경에 민혁씨 체육관에서 강제적으로 서랍을 열어

업무에 필요한 서류들을 절취해간게 사실입니까?


피고인은 당당하게 말했다.


“가져간 건 맞지만, 제 서류들만 가지고 갔습니다.”


청년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기억이 스쳐갔다. 며칠 전 남자 형사가 건 전화 수화기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고 하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저쪽에서의 입장이 바뀌었다. 증거가 있다는 걸 알고서 바꾼 것이라 확신하는 청년. 남자 형사가 원망스러웠다.


피고소인이 이어 말했다.


“아니 내 물건 내가 가져가겠다는데 그게 무슨 잘못입니까? 내가 봤을 때는 저거 영악한 놈입니다. 일부러 날 음해해서 끌어내리려는 수작이에요.”


청년은 이자의 뻔뻔함과 가증스러움에 치가 떨렸다. 반격하려 했으나 여형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 사적인 얘기는 하지마세요. 제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시면 됩니다.”


피고인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고소인 민혁씨, 방금 피고인 김기현씨의 말에 동의하십니까?”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자는 거짓을 고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은 체육관 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생 원서, 영수증, 운영 기록장 등을 강제적으로 절취해

갔습니다. 증거에 준하여 수사해주십시요.”


피고소인이 비웃었다.


“허 참나, 어이가 없어서. 이 사람이 잠시 몇 일간 내 액자와 상장들이 필요하다기에 두고왔던겁니다.”


고소인이 째려보며 말했다.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리고 제 중요한 서류들을 절취해가지 않았습니까.”

“뭐 이런...”


여형사가 말렸다.


“두 분, 오늘 여기 싸우러 오신 게 아닙니다.”


그러자 양쪽 두 사람 다 침묵했다. 여형사는 컴퓨터에 타자를 치다가 다시 피고소인에게 질문했다.


“다시 김기현씨에게 묻겠습니다. 김기현씨는 사건 당일날(피고인은 메모지를 꺼내더니 볼펜을 빌려 받아적기 시작한다.)-(그것을 본 민혁은

저렇게 해도 되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체육관 인원 점검을 하기 위해서 0000년 6월 15일 밤 8시에서 9시경에 후배 관장과 찾아와 인원을

맞춰보았다고 했습니다. 의견이 일치가 되지 않자 김기현씨는 후배관장과 함께 체육관 운영에 필요한 서류 및 기타 등을 강제적으로 가져갔

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 사실입니까?”


그는 내용을 메모지에 받아적고 말했다.


“아니, 그때 당시에 후배 관장과 저는 고소인이 관원이 맞지 않다며 저를 탓하더군요. 저쪽이 잘못해서 인원을 잃었는데 이미 관계없는 제가

책임이 있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민혁은 어이가 없었다. 이미 떠날 인원을 명부에 적어놓고도 뻔뻔스럽게 말하는 저 주둥아리에 치를 떨었지만 그는 참고 기다렸다.

또한 그의 기억 속에는 처음 체육관 인수과정에서 김기현이 주었던 명부를 훔쳐간 사실이 있었지만 그것은 증거가 없어서 제출 할 수 없

는게 너무도 아쉬웠다.

피고인 김기현은 말을 계속 이었다.


“의견이 맞질 않아서 원래 제꺼였던 영수증만 가져온건데 그걸 가지고 이런 일을 벌입니까? 저쪽 말은 다 거짓투성이 입니다.”


여형사는 타자를 두드렸다. 그리고 두 사람을 불러 고소인이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카메라 속의 김기현이라는 자는 민혁의 아버지가 만류

하는데도 자기것이라 우기며 사무실 책상 서랍을 뒤져 서류 뭉치들을 가져가고 있었다. 후배 관장은 그것을 거들어 가져간다. 김기현은 자기 것

을 가져간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다. 청년은 그런 그를 보면서 구역질이 낫지만 이 궤변을 여형사가 잘 간파할 것이라 여겼다.

이미 소유권을 넘긴 것에 어떻게 자기 권한이 존재하는가?


다시 두 사람이 자리에 앉고 여형사는 계속 타자를 두드리기에 힘썼다.


여형사가 청년에게 물었다.


“민혁씨, 김기현씨가 가져간 서류들에 민혁씨가 주장한 모든 서류들이 들어 있었나요?”


민혁은 순간 망설였다. 정직한 답변과 아버지의 조언, 두 가지가 머릿 속에서 맴돌며 그를 괴롭혔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아버지를 믿었다.


“증거에 준하여 수사해주세요.”


그는 아버지와 준비한 대로 그렇게 말했다. 긍정에 따른 자기 양심의 가책도, 부정에 따른 자기 입장의 난처도 피할 수 있는 말이였다.

여형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형식적인 말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민혁이 다시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증거에 준하여 수사해주십시요.”


여형사가 다시 말했다.


“저기... 민혁씨, 여기에 맞게끔 정확한 대답을 하세요.”


그는 변함없이 말했다.


“그냥 제 말대로 증거에 준하여...”


여형사가 성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자꾸 같은 말 하지 마시라구요!”


여형사는 분노를 표출했고 청년은 순간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 생각이 되었다. 당황한 마음이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아까부터 자꾸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만 말씀하시는데... 저희를 못믿으시는겁니까? 아 진짜 짜증나죽겠네. 답답하니까 바른데로 똑바로

대답해주세요.”


청년은 준비했던 말들을 다시 꺼내기가 두려웠다. 아버지가 그에게 말했던 것들이 새까맣게 지워지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혼동

했다.


“다시 묻겠습니다. 고소인 민혁씨, 김기현씨가 가져간 서류들이 전부 그쪽이 말한 서류들입니까?”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여형사는 아무말 없이 타자를 두들겼다. 청년은 무언가 자신을 질책하는 듯한 느낌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확인절차를 마치고 여형사는 자신이 쓴 기소장을 프린터로 뽑아내어 알맞게 정리하고, 먼저 피고인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피고인이 전부 확인한 뒤 고소인 민혁도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민혁은 검찰 송치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본 뒤에 마지막 전하고 싶은 의향 부분에

‘법에 근거하여 증거를 기반으로 수사해주십시요.’ 라고 적어 넣었다.

그는 여형사에게 문서를 넘겨주었다.


“이걸로 다 됬습니다. 그러면 민혁씨는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아, 피고소인인 김기현씨는 잠시 남았다 가주세요.”


민혁이 가져온 몇 개의 서류들을 챙기고 말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여형사는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민혁은 나오기 전에 뭔가 소외된 느낌을 받은 동시에, 고소인없이 끝까지 남아있는 피고인과 여형사에게 의심을

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마음을 고쳐먹어 경찰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경찰서안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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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5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6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7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5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4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4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8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29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8 0 17쪽
1 Prologue 15.05.31 9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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