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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297
추천수 :
0
글자수 :
143,332

작성
15.06.09 14:10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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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Part 1-8 여자의 선택

DUMMY

어두운 집안에 문이 열렸다. 밝은 조명등 사이로 그림자가 출렁인다. 집안에 냉랭함이 엄습한다. 이유가 있었다. 외부인의 그림자가 섞여있다. 여자는 안간힘을 쓰며 성인 남자의 팔을 부등켜안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남자를 방바닥에 눕히고 너무 지친 나머지 흙때 묻은 신발장에서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숨을 몰아쉬며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후회하는 마음과 머릿속에서 할 수 있는 과거로의 행보를 걸어 더 좋은 선택에 미련을 남겼다.

그녀는 하마터면 최악의 일을 당할 뻔했다. 목숨으로써의 수치든 여자로써의 수치든 어느 하나도 무사하지 못할 위험이였다. 하지만 어떤 남자의 등장으로 그녀는 목숨과 여자로써의 순결 모두를 지킬 수 있었다. 그녀는 그 무서운 상황에서 이 남자마저도 땅에 드러누웠을 때, 냉정을 되찾았지만 아직 미열의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먼저 경찰에 전화하려 했지만, 도중에 손가락을 멈췄다. 폭풍우가 지나간 그 자리에 잡념은 사라지고 위기에 대한 감각이 자리잡은 탓인지 그 찰나의 순간에 그녀의 머릿속에 수 많은 판단이 오고갔다. 아직 공포는 피부 속에서 꿈틀거리지만 시간의 약에 금세 치유될 상황이였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경찰에 신고한다면?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다. 분명 그 불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가수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언제나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기자들은 그 작은 불씨를 화재로 만들 것이다. 또한 저 파렴치한 괴한들은 여인을 건드린, 비상식의 행선은 결국 그 하잘것 없는 욕망과 악덕에 의해 벌어진다는 걸 재현하려 한 저 괘씸하고도 무례한 자들의 처벌은 가히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도 시원치 않았지만, 이미 자신은 무사하고, 무쇠같은 주먹과 발차기가 신의 심판을 대신했으니 더 이상 그녀는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물러간다면, 자신을 구해준 이 남자는? 그는 어떠한 타격도 입지 않았다. 이미 쓰러질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위험을 감수하고, 이 어둠에서, 안면도 없던 자신을 위해, 오로지 양심의 소리를 따라 도리를 행한 이 남자를 이대로 이 차가운 바닥에 버려진 진딧물처럼 침체되게 할 것인가? 그것이 은혜입은 자의 덕목인가? 과연 은인에 대한 불충분한 보답은 비참한 현실이 가져다주는 피해의식으로 인한 비겁함의 소산이라고 둘러댈 것인가? 그렇게도 인정머리 없게?

주위의 암흑과 침묵의 코러스는 눈을 통해 망상을 불러왔다. 하나의 가정은 셀레나의 추락까지 향했고 다른 가정은 이 남자의 의문사까지 향했다. 결국 그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과거를 상기했지만 역시 이 방법밖에 도리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라 앉혀주었다.


“맞아, 셀레나에게 연락해줘야지.”


그녀는 걱정했을 셀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짓을 용인한 양심의 가책보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까,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선의의 거짓말로 셀레나를 안심시켰다. 그런 뒤, 그녀는 전화를 끊고, 집안의 모든 불을 켰다. 문제는 이제 저 남자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초점이 쏠렸다. 그녀는 잠시동안 거실과 방안을 둘러보며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튕기며 눕혀진 그에게 다가왔다. 남자의 온몸은 흙과 먼지, 골목가의 습기차고 불길한 이물질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녀는 휴지를 긁어모아 보이는대로 찌꺼기들을 전부 닦아내고, 그의 두터운 외투를 붙잡아 그를 넓은 거실로 질질 끌고왔다. 소파와 벽걸이 티비 사이의 넓직한 거리에 놓여있는 식탁을 옆으로 치워놓고는, 안쓰던 담요를 덮어두고 남자가 입고 있던 외투만 벗겨놓고 거기에 그를 눕혀놨다. 그제서야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머...”


그녀는 솔직히 남자의 외모에 감탄했다. 감겨진 눈 사이로 비추는 총명함, 불쾌감도 베어버릴 오똑한 콧날, 붉게 물들은 사과보다 매혹적이게 보이는 입술, 그리고 이 모든 외모 속에 감춰진 미지의 분위기가 지금까지 그녀가 고생한 것에서 작은 보람을 느끼게 일조했다는 건 오로지 그녀 자신만의 비밀이였다.


“아니야, 아니야. 이럴 때가 아니지.”


그녀는 고개를 절래이며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이 숨은 쉬고 있었고 특별한 외상도 없어보였다. 평소 귀담아 듣지 않았던 맥박 확인법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었다. 그의 왼팔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조심히 두 손가락을 손목에 가져다데어 맥박이 정상적으로 뛰는지 확인한다. 맥박은 정상이였다. 그를 불러본다.


“저기요... 내 말 들려요?”

“으음...”


약간의 신음과 함께 몸을 뒤척이는 그를 보고 안심하는 그녀. 이런 식으로 알고 있는 방식대로 몇 번의 확인을 거친 결과, 일단 그에게 특별한 이상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신분증이나 핸드폰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개인소지품도 없는 이 남자에게 의문감과 안쓰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단지 보이는 건 그가 차고 있는 펜던트와 손목시계 뿐이였다. 그녀는 그의 손목시계에 묻은 흙 때를 보고 살며시 풀어헤쳤다. 처음보는 형태의 복잡한 구조와 두터움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고 그의 건강에 초점을 두었다.


“일단 내일까지 상태를 지켜보자. 만일 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병원으로 데려가야겠지.”


그녀는 더 이상의 생각도, 추측도 신물이 났다. 지금까지의 누적되어 있던 피로가 몰려왔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고, 외부와 단절되면서 모든 긴장과 불안이 풀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침대로 몸을 던졌다. 포근함과 따스함이 이 여자를 위로해주었다.


‘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악몽이였으면. 하지만 악몽이라 하기엔 아직도 이 두려운 감각이 심장속에 깊게 퍼져있어. 저 남자가 아니였다면... 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그냥 최악의 상황에서도 빛을 내려준 하늘에 감사하자. 근데 빛 치고는 너무 지나치네. 번개가 내릴 줄이야. 빛에 대한 채무가 쉽지는 않지만 내가 목숨을 건진걸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닞. 내일 저 남자를 어떻게하지... 뭐라고 인사해야하나. 아니 그보다도 이상한 짓은 하지 않겠지? 남자란, 언제나 안에 또 다른 생물을 품고 사니까. 그걸 과감히 잡을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여자는 항상 불안해. 아니, 무슨 소리야. 저 남자는 날 구해준 은인이라고. 그래, 쓸데없는 생각은 내려놓자.’


이처럼 복잡한 생각들이 그녀의 뇌리 속에서 격하게 충돌했지만 그것도 이내 침상의 마력으로 안개처럼 사라졌다. 갑작스럽게 엄습한 일들이 그녀를 너무도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단 한가지였다. 눈을 감고 잠을 자는 것.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하루의 복잡함을 잠재우는 마법의 주문으로 안식의 세계로 들어갔다.


“새벽의 걱정은 부엉이의 의무...”


그녀는 그렇게 모든 짐을 침대 아래에 묻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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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4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5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6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4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3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3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5 0 9쪽
»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7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6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29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4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1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7 0 17쪽
1 Prologue 15.05.31 9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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