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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비

Lost part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연꽃나비
작품등록일 :
2015.05.31 18:10
최근연재일 :
2015.07.03 15:4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311
추천수 :
0
글자수 :
143,332

작성
15.06.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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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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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Part 1-5 가수의 역할

DUMMY

모든 도구는 고유의 소리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그 소리는 어느 매개체의 마찰을 필요로 한다. 물리적인 자극으로 생겨나는 진동은 섬세한 손길을 거쳐 음악이 되고, 그것은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진귀한 모습을 끌어내준다. 또한 인간 스스로도 호흡과 목젖에서 울리는 소리의 진동을 통해 사물과는 또 다른 의미의 음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사물의 진동과 인간의 목청에서 나오는 진동을 동일시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목청에서 벌어지는 신묘한 현상들, 우리는 그 매개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물은 물리적인 고통이고, 우리는 마음의 호소다. 특히나, 감정의 호소이다. 그리고 이런 감성의 울림을 특출한 능력으로써 사람들이 잊고 지내던 것들을 목소리를 통해 표면위로 끌어올려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자들을 가수라 칭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청으로 영의 활기 극대화하여 사람들의 영혼에 호흡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신이시여, 이 마음을, 이 하소연을 공연히 음률에 담아 호소할 터이니 나의 원통함을 알려주소서. 성대의 울림과 영혼의 외침이 만든 천상의 하모니. 멜로디는 감정을 올리고 가사는 경청하는 화자의 경험에 붙어 하나의 드라마를 만든다. 기쁜 마음은 고조시키고, 슬픈 마음은 해소하고, 애달픈 마음은 잠재우고 그리움은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여기에 슬픔에 해당하는 노래들은 그 감정을 극으로 올림으로써 조절한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고, 정신의 날개로 당신에게 날아갈 때 육신의 날개는 현실의 무게로 인해 그대에게 날아갈 수 없음을 한탄한다. 그저 이 노래가 그대에게 날아가기를, 북받친 나의 기도가 그대의 머릿결을 쓸어올리길, 그대에 대한 마음이 노래로 인해 확신으로 가득차오를 때, 나는 마지 못해 당신을 보고 싶다 말한다. 세상이 끝나듯 힘껏 안아주고 싶다.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는 현실에, 함께할 내일을 위해 노래를 듣고 하늘에 외치는 그대를 향한 외침이 내일은 그대의 귓가에 들어가도록 노래를 부른다. 그러한 성대의 부름에 전문가의 실력과 영혼에 파동을 주는 완전한 가사와 화자의 감정이 이입 되어 우리의 잊고 있던 감정을 되살려준다. 영혼에 주입되는 예술의 강장제는 마이크를 통해, 카메라를 통해, 주파수를 통해 사람들의 귓가로 흘러 들어간다. 이제 거기서 감동을 받은 사람들은 일명 가수라는 사람의 팬이 되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겐 일명의 숭배를 하고, 가수는 노래할 수록 무색의 권력을 얻게된다. 가수에 따라, 혹은 팬들에 따라 이로움과 해로움을 오가는 무시무시한 권력이.

여기에 그러한 권력을 쥐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정신은 몽롱하나 현실을 자각했고 그녀의 마음은 떨리고 있으나 주저하지는 않았다.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면 그녀의 긴장은 더욱 선명해지고 뒤를 보면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써준 사람들이 주먹을 치켜들며 응원한다. 후우... 내뱉어진 숨결과 동시에 그녀는 높은 하이힐로 앞으로 조심조심 걸어간다. 바닥과 하이힐 굽의 박수소리가 긴장을 극으로 끌어올린다. 압박감과 두려움이 중력이 된 것처럼 그녀의 다리를 무겁게 했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한다.

무대의 장막이 걷히고, 그 매력적인 모습이 보이자 조명의 스포트라이트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함성이 그녀에게 집결한다. 검은색 드레스 사이사이에 박힌 붉은 보석이 빛을 발한다. 그녀는 스포트라이트의 빛 때문에 눈이 부시기 보다 사람들의 함성 때문에 귀가 부시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무대의 조명 빛이 그윽한 색으로 변한다. 곧바로 멜로디가 흘러들어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위해 귀기울인다. 소녀는 천천히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이제 이 광장은 소녀의 노랫소리가 가득 메운다.



눈을 떠요.

내가 여기에 있어요.

울지 말아요.

그 눈물이 내 가슴을 녹이니까.


태양빛이 희망의 양분을 줄일 순 없어도

황혼빛이 세상의 질식을 막을 순 없어도

달빛이 호숫가의 떨림을 멈출 순 없어도

내가 그대에게 있어요.


밤을 배회하는 꿈

어둠을 조무르는 그림자

삶을 흔드는 공포

희망의 흔적을 찾는 눈동자

그것을 구원해주는 단 하나,

바로 당신.

그러니 내가 그대에게 있어요.


나에게 와요, 죽음이 오기전에

그대에게 가요, 삶이 끝나기 전에

이제 내가 그대에게 있어요.



음악은 한곳에서 흘러나왔으나 한 방울의 물줄기가 표면에 떨어지면 지면까지 뻗어나가듯 추억의 장면은 끊임없는 형태로 퍼져나갔다. 노래를 듣는 관중은 저마다 그 눈동자에서 서로 다른 과거를 본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사랑을 갈망하는 소년 소녀가 된다.

슬픈 곡조의 멜로디가 끝을 맺고서 주위는 고요함으로 잠겼다.

자, 슬픔에 젖어들었는가. 그 빈 자리에 무엇을 채울까? 아 그래! 흥을 넣어야지! 잊어버리자고. 마음의 저울이 너무 슬픔으로 기울면 삶이 위태로우니까. 멜로디가 바뀜에 따라 슬픔의 썰물은 빠지고 흥겨움의 밀물이 밀려온다. 이 소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감정을 비워낸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흥분으로 가득차게 만드는지. 무서운 소녀! 자신의 흥겨움의 행위, 즉 자기가 가사의 주체가 되어 분위기를 압도한다. 전문성과 천재성과 감성이 합쳐져 점점 극으로 다달키 시작한다. 한가지에 몰입된 정신은 쉽게 다른 것으로 전환키가 불쌍한 사람들, 오늘 그대들은 광기를 경험할 것이다. 그들은 무의식중에 희망을 자각하고 오늘의 상실감을 모두 잊는다. 무서운 것도 없다. 망설임도 없다. 주저도 없다. 사방에 널린 절망들이 희망으로 각색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해, 소녀는 사람들의 열광의 함성을 원한다. 마치 화산의 분화구가 터지듯이. 사람들은 소녀의 하이라이트를 원한다. 마치 감격의 빅뱅이 터져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듯이.

그리고 여기 지금, 소녀와 멜로디가 외친다!


사라져!!!


동시에 준비되어있던 세트장 장치에서 폭죽이 터져나왔다. 더불어 사람들의 입안에서 열화와 같은 함성이 폭발했다. 더 이상 앉아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일어나서 이 지금을 위해, 오로지 이 순간에 매료되어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가수의 에너지가 산소와 섞여 관중의 폐로 들어가면 다시 재순환하여 광란을 내뱉는다. 그것이 에너지의 폭풍우가 되어 가수에게 불사의 힘을 불어 넣어준다. 가수는 관객을 일으킨거 뿐인데 관객은 가수를 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은 서로 노래를 합창한다. 관객이 가수의 의무를 가져간 이 순간부터,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가수의 빛을 내는 이 시점부터,

그들의 삶은 희망으로 가득차오른다.

하나의 멜로디가 좌중의 우울을 박멸하며

하나의 노래가 민중의 영혼을 구휼하리라!


단 3분이란 시간을, 너무나 긴 우리의 인생에 비하면 별볼일 없는 그 순간의 시간을 구원의 순간으로 만드는 신비한 현상.

그러나 여기있는 모든 이가 내일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순간에 지배된다.’

---

모든 노래가 끝나고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그녀가 무대 뒤로 모습을 감추고 관중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오늘밤이 지나가기 전까지는, 저마다 그 열광의 미열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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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art 2-10 운명의 여유 15.07.03 94 0 19쪽
24 Part 2-9 우연인가 필연인가 15.07.01 79 0 13쪽
23 Part 2-8 남자의 기억 15.06.29 106 0 14쪽
22 Part 2-7 남자의 정체 15.06.27 66 0 9쪽
21 Part 2-6 추격자와 도망자 15.06.25 105 0 13쪽
20 Part 2-5 선의가 부른 기회 15.06.23 96 0 14쪽
19 Part 2-4 아버지와 아들 15.06.23 67 0 19쪽
18 Part 2-3 차가운 가면 속의 예리함 15.06.21 89 0 15쪽
17 Part 2-2 두 피해자 15.06.19 35 0 20쪽
16 Part 2-1 저항하는 청년 15.06.18 104 0 16쪽
15 Part 1-14 싸움 15.06.16 121 0 12쪽
14 Part 1-13 막을 수 없는 것 15.06.15 112 0 7쪽
13 Part 1-12 성대한 플레시가 터지는 곳 15.06.14 64 0 7쪽
12 Part 1-11 호신술로 막을 수 없는 것 15.06.12 94 0 19쪽
11 Part 1-10 한 집의 두 사람 15.06.11 95 0 14쪽
10 Part 1-9 음모자 15.06.10 116 0 9쪽
9 Part 1-8 여자의 선택 15.06.09 65 0 8쪽
8 Part 1-7 여자가 어둠 속을 걸을 때 15.06.08 98 0 14쪽
7 Part 1-6 노래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 선사한 진로 15.06.07 86 0 7쪽
» Part 1-5 가수의 역할 15.06.05 130 0 8쪽
5 Part 1-4 Lost hole 15.06.04 88 0 15쪽
4 Part 1-3 변심과 추진 사이 15.06.03 85 0 6쪽
3 Part 1-2 늙은이와 젊은이 15.06.02 92 0 18쪽
2 Part 1-1 버려진 남자 15.06.01 128 0 17쪽
1 Prologue 15.05.31 9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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