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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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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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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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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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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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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8. 로키의 바벨탑 (1)

DUMMY

#28. 요술의 대가 로키.


북쪽 구름에 있는 바벨탑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구름 위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탑의 꼭대기가 마치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무슨 내기를 해야 하지?’


하지만 장난의 신, 요술의 대가 로키를 상대로 무슨 내기를 해야 승산이 있을까.

상대는 신이고, 민우는 인간에 불과했다.

어떤 내기를 하든 간에 불리할 게 분명했다.


-뿌우우우!


민우가 바벨탑 앞에 발을 들이자, 입구에 있던 천사가 나팔을 불었다.

그러고는 마치 민우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민우 님, 로키님이 탑의 꼭대기에서 기다리십니다.”


-띠링


[로키의 바벨탑에 입장하셨습니다.]


탑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층 가운데에 전시되어 있는 동상이었다.


‘자기애가 엄청난 신인가 보군.’


로키처럼 보이는 한 명의 신이 땅에 쓰러진 악마의 뿔을 두 손으로 꺾어버리는 장면.

상당히 역동적이면서도 살아있는 듯한 표정이, 마치 그때 당시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했다.


“이민우 님, 이쪽입니다.”


승강기의 입구처럼 보이는 곳 앞에 있던 천사가 민우를 불렀다.


“혹시 로키님과 어떤 내기를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승강기의 문이 닫히자, 민우 앞에 있던 천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아직 생각은 안 해 봤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민우는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그 뒷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민우 님께선 악마의 힘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흠흠.”


뒤쪽에서 보인 천사의 옆모습에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러면 혹시 지옥에도 다녀오신 겁니까?”


민우는 여전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상대는 로키의 최측근이다.

적군에게 정보를 흘려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힘의 일부를 거는 건 어떻겠습니까, 악마의 힘을 말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악마의 힘을 걸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장난의 신 로키가 악마의 힘을 원하기라도 한다는 뜻인가?


“로키 님께서 원하시는 게 그겁니까?”


민우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구를 던졌다.


“하하, 자세한 건 로키님과 직접 얘기를 나누시죠. 다 왔습니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천사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민우를 로키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꼭대기 층의 바닥은 구름으로 되어 있었다. 이건 루터의 신전에서 봤던 것과 흡사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천장과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이 장미 덩굴을 따라가시면 그 끝에 로키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천장에서부터 벽으로 떨어지는 장미 덩굴, 그것들은 마치 모든 벽면을 도배하듯이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창문 틈으로는 바깥 풍경이 보였는데, 천계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장난의 신이라 이건가.’


마치 로키가 장난을 쳐놓은 듯, 밖에 풍경은 인간계와 흡사했다.

번화가 한복판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 술에 취해 길바닥에 주저앉은 술주정뱅이.

사랑하는 연인과 불그스름한 꽃을 피우며 육체의 대화를 하는 장면.

민우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복도 끝에서 로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많이 낯이 익은 장면들이지?”


장난의 신 로키가 한 손에는 금으로 된 술잔을 들고선, 긴 망토를 펄럭거리며 민우에게 걸어왔다.


“자네가 온다는 소식에 급하게 준비를 해봤지, 가서 자세히 봐도 된다네.”


로키의 말에 민우는 좀 더 창가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말대로 창문 밖의 풍경은 인간계 그 자체였다.


“현재 인간계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는 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아닐세.”

“그럼 저건...”


로키는 민우의 물음에 술잔을 가볍게 기울이고선 미소를 지었다.


“가짜, 허상이지.”


그러고는 오른손의 검지를 튕기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밖의 풍경이 사라지고 없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던 번화가는 구름으로 바뀌어버렸고, 술에 취한 사람들은 아래서 날아다니는 천사로 변해버렸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닐세, 특히나 이 바벨탑에선 말이야.”


민우는 자기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급하게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승강기 입구 쪽에 있던 천사가 자기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 어느 것도 믿어선 안 되는 거지.”


이번엔 천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민우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핑- 도는 것처럼 현기증이 올라오더니 천장과 바닥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바벨탑에 온 걸 환영하네, 인간이여.”


민우가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고 하자, 자기의 밟고 있는 바닥이 장미 덩굴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자, 바닥에 있던 구름이 그곳을 수놓고 있었다.


[로키가 바벨탑의 미궁을 작동했습니다.]


-띠링


[돌발 퀘스트: 바벨탑의 미궁]

-장난의 신 로키가 바벨탑의 미궁을 작동했습니다.

-미궁 끝에 있는 로키의 집무실을 찾으시오.

-로키의 집무실은 장미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뭐라고?”


어쩐지 느낌이 싸하더라니.

순순히 만나줄 리는 없다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미궁이라니.


“이런 게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죠.”


민우는 이 자리에 없는 헤파토스를 향해 중얼거렸다.


“장미로 둘러싸여 있다라...”


진짜 말 그대로 장미에 둘러싸여 있을 리는 없었다.

수수께끼처럼 숨겨진 의미가 있을 게 분명했다.


“일단 여기가 어딘지부터 파악해야겠는데.”


분명 승강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젠 믿으면 안 될 것 같다.

금색 술잔을 들고선 자기에게 인사를 건넨 신도 로키. 본인을 승강기를 통해 안내해준 천사도 로키.

어쩌면 바벨탑 입구에서 자기를 맞이해준 천사도 로키 본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시발!”


민우는 답답한 마음에 본인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바닥에 깔린 장미 덩굴.

그런데 발바닥에 느껴지는 느낌이 이상했다.

심지어 덩굴을 발로 밟았지만, 부러지거나 하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천장에 있는 구름은 여전히 유유히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하하하, 그러면 고생 좀 하게나.”


거꾸로 매달린 채 자기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로키(술잔을 든 쪽).

그는 꼴 좋다는 듯이 민우를 비웃고는 연기와 함께 사라지고 없었다.

승강기 쪽에 있던 천사의 모습을 한 로키도 사라지고서 나타난 메시지.


-띠링


[바벨탑의 미궁, 그 첫 번째.]

-로키가 가꾸는 장미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수많은 장미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으시오. 그 장미의 가시에 피를 묻히면 해당 계층을 탈출할 수 있습니다.


민우는 알림 창을 보고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아예 방법을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문제는 가장 아름다운 장미가 어느 것이냐는 거지.”


민우는 바닥에 깔린 수많은 장미를 훑어봤다.

복도의 끝과 끝을 무수히 채우고 있는 장미 덩굴.

심지어 뾰족한 가시 속에 파묻혀 있는 것들도 있기에 일일이 찾아보기엔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혹시.’


[스킬 발동: 데스 플레임]


민우의 손아귀에서 검붉은 불꽃이 뿜어져나 왔다.


-화르륵.


‘역시 이건 안 되겠네.’


장미 덩굴을 향해 불을 뿜어봤지만 소용없었다.

로키가 했던 말이 또다시 머릿속에 울렸다.


‘보이는 것을 믿지 마라.’


허구, 허상, 가짜.

이것이 요술의 대가 로키가 만들어 놓은 바벨탑의 기본 요소인 듯했다.

민우는 우선 복도 끝에서부터 천천히 바닥을 살펴보면서 가보기로 했다.


“이런 거 딱 질색인데.”


평소에 머리 쓰는 게 싫어서 추리소설도 잘 안 보던 민우였다.

그런데 그가 미궁 속에 갇혀서 로키가 내는 수수께끼들을 맞춰야 한다니.

답답한 마음이 그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아니면.’


허리를 낮춘 채로 천천히 장미들을 살펴보던 민우는 순간 스킬을 써서 다 부수고 나가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러면 로키를 만날 수가 없잖아, 젠장.”


이럴 때 옆에 셀마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리 봐도 차이점을 모르겠는데.’


자기가 무슨 정원사도 아니고, 직접 손으로 만져봤던 장미라고는 처음 사귀었던 여자친구한테 사줬던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천천히 살펴보면서 복도 중간쯤 왔을까, 민우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눈을 부릅뜨고선 좀 더 유심히 살펴봤다.


“어?”


뭔가 깨달은 민우.

바닥에 깔린 장미꽃의 모양이 죄다 똑같은 것이었다.

다 같은 장미니까 똑같다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복사 붙여넣기를 해 놓은 것처럼 똑같았다.


“잠깐만 그러면...”


그러면 바닥에 깔린 장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없을 게 확실했다.

티끌 하나 다른 점 없이 똑같이 생긴 것들이기 때문이다.

민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덩굴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아아! 시발!”


하지만, 도무지 그 많은 가시를 뚫고서 손을 집어넣기는 불가능했다.

으레 짐작으로 덩굴 속에 묻혀있는 장미도 죄다 똑같이 생겼을 거라 가정하기로 했다.


‘그러면 바닥에 있는 것들은 아니라는 소린데.’


눈에 보이는 걸 믿지 마라.

민우는 고개를 들어서 유유히 천장을 떠다니고 있는 구름을 쳐다봤다.

꼬리가 길게 빠져있는 구름, 뭉게구름, 버섯모양 구름.

천천히, 그리고 유심히 그것들을 살펴봤다.


‘얘네는 다 다르게 생겼네.’


그때, 민우는 조금 전 상황을 되짚어 봤다.

술잔을 든 로키가 손가락을 튕기고서 머리가 핑- 돌아버린,

그러고서 천장에 있던 장미 덩굴이 바닥으로 내려오고, 바닥에 있던 구름이 천장으로 가고.


‘분명 로키들(술잔을 든 놈, 승강기 쪽게 있던 천사)도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지.’


마치 민우 본인만 거꾸로 뒤집혀 진 것 같은 느낌.

민우는 바벨탑의 기본 요소에 대해 또 한 번 떠올렸다.


“그렇다면...”


민우는 사실 본인이 거꾸로 뒤집힌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원래 천장에 있던 장미들은 지금 민우가 보고 있는 구름이라는 뜻.

외형만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장미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민우는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천장을 살펴나갔다.

만일 민우가 알아챈 트릭이 맞는다면, 구름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을 게 분명했다.

천천히 천장을 살펴보던 때에.


“역시.”


중간 부분 조금 지난 구간에서 눈에 띄는 구름이 있었다.

하얀 구름 들 사이에 묻혀있어서 그냥 지나치면 잘 보이지 않았을 텐데, 그것이 내비치고 있는 황금빛 오라를 민우는 캐치했다.


-띠링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찾으셨습니다.]


민우가 스킬을 사용해서 구름에 손을 닿자, 구름은 장미로 변해 민우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띠링


[바벨탑의 미궁 (1) 완료.]

-장미가 열쇠가 되어 문을 열 수 있게 됐습니다.


손에 있던 황금빛 장미는 사르르 녹아내리더니, 이내 열쇠의 모양으로 변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바닥과 천장의 위치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걸 믿지 마라.”


민우는 복도 끝에 생겨난 붉은 색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저처럼 아프지 마세요ㅜ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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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8. 로키의 바벨탑 (2) 22.09.28 117 3 12쪽
» #28. 로키의 바벨탑 (1) 22.09.27 109 3 12쪽
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6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3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41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3 5 13쪽
64 #25. 촉수라니 (2) 22.09.19 150 6 12쪽
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4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5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3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2 9 12쪽
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6 10 12쪽
56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2 22.09.08 218 8 11쪽
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4 10 12쪽
54 #20. 한미 연합작전 (3) 22.09.06 217 9 12쪽
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5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41 11 12쪽
50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3) 22.09.02 242 11 13쪽
49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2) 22.09.01 227 10 12쪽
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8 11 12쪽
47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22.08.29 236 11 12쪽
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8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2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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