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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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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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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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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9,535

작성
22.09.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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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6. 해치웠나? (2)

DUMMY

#26. 해치웠나? (2)


던전의 문이 열리자,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민우가 등장했다.

가장 먼저 그를 발견한 사람은 배은호 국장.

하지만 여자친구는 어디 갔는지, 그의 눈에는 이민우 헌터 혼자였다.


“이민우 헌터! 괜찮은가!”


배은호 국장이 달려가자 그 뒤에 있던 최연희 헌터도 같이 달려갔다.


“민우야!”


민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음을 씨익 지었고, 그런 그를 보고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 할아버지?”


민우는 가만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황진 대표를 발견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허허허, 네가 잘 처리한 모양이구나. 잘했네, 정말 잘했어.”


아무래도 루시퍼의 존재에 대해서 눈치를 챈 모양이다.

하지만, 나머지 인원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때.


“그냥 비밀로 하거라, 다른 사람들이 알아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말이다.”


이황진 대표가 민우의 귀에다가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여자친구는!”


배은호 국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민우에게 물었다.

그런 그에게 민우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여자친구라뇨?”


옆에 있던 비서가 그녀의 태블릿으로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영상에서는 민우 혼자였다.

원래라면 셀마가 같이 걸어가던 영상이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은 민우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아, 아니... 분명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배은호, 그 옆에 있던 최연희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카메라에 잠깐 오류가 생겼었나 보죠. 저 혼자 왔는데요?”


배은호 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그건 그렇고, 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왜 게이트의 문이 늦게 열렸지?”

“아, 그건...”


이황진 대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는 그걸 보고선 나머지 사람들에게 대충 둘러댔다.


“크라켄의 영혼을 흡수하느라 조금 늦었어요.”

“영혼을 흡수해?”


민우는 보란 듯이 손아귀에서 시커먼 연기로 된 촉수를 소환했다.

전부 다 소환하면 아수라장이 되어버릴 게 분명하니까 12개의 촉수 중에 하나만, 그것도 일부분만 보여줬다.


“이게 무슨...”


그러자, 기겁하듯이 놀라 자빠지는 배은호.

그걸 본 미국 협회장은 한쪽 입꼬리가 씨익 하고 올라갔다.


‘리치...’


이민우 헌터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한층 더 강해지는 그였다.


“일단 자세한 건 본부로 돌아가서 얘기하도록 하지,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말이야.”


민우는 배은호 국장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퇴장했다.

같이 있던 헌터들도 같이 숙소로 돌아갔다.


“자네 손주가 악마의 힘을 가진 걸 알고 있었는가?”


자리에 남은 벤과 이황진, 그리고 이재환 부대표.

벤은 이황진을 노려보면서 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에게 웃으며 답하는 이황진.


“내가 알고 있고 말고가 상관이 있겠는가, 모든 것은 하늘의 뜻에 달린 걸세.”

“흥,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변하다니. 지옥의 악마라면 뼛속까지 싫어하던 자네가 아니었나.”


이황진 대표가 쓰고 있던 안경 너머로 매서운 눈빛이 벤에게 박혔다.


“내가 싫어했던 건 자네의 태도였다네.”


그 말에 발끈한 벤은 순간적으로 몸의 근육들이 움찔거렸다.


“자네야말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간이 아닌가. 여전히 그 몸에 좋지도 않은 연기를 입에 달고 사는 군 그래.”


벤은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오른손으로 집었다.

한 모금 크게 빨고선 가슴 깊숙이 연기를 내려보냈다.


“후우.”


그의 입에서 춤을 추듯 날아오르는 용의 형태를 한 연기.

용은 가볍게 날갯짓하더니 이황진 대표의 얼굴에다가 연기를 내뿜고는 사라졌다.


“난 영혼을 판 게 아니다. 일종의 거래를 한 거지.”

“껄껄걸, 그게 그거지.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네의 지금 몰골을 보게나, 그게 어찌 멀쩡한 인간의 육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벤은 자기의 몸을 뒤덮고 있던 용의 비늘을 만지작거렸다.


“내 손주가 어떻게 셀마 디 이베르의 선택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와는 확연히 다르다네.”

“웃기는 소리. 네 놈의 손주도 결국 나처럼 타락하고 말 거다.”


이황진 대표는 그런 벤을 보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내 손주한테는 그녀의 피가 흐르고 있어. 그건 지옥의 루시퍼가 와도 어찌할 수 없을 걸세.”


벤은 분하다는 듯이 땅을 발로 걷어차고는 씩씩대며 그의 옆을 지나쳤다.


“두고 보라지. 모두가 자네의 가면 뒤에 감춰진 모습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야.”

“허허허, 그러게나 오랜 친구여.”


이황진은 그의 도발에도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웃어넘겼다.

벤이 사라지고서 이재환이 입을 열었다.


“아버님, 혹시 제가 모르는 게 있는 겁니까. 그녀의 피라뇨?”

“아, 너하고는 관련이 없는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 자 우리도 그만 육지로 돌아가자꾸나.”


이재환은 그의 대답에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녀의 피라니 그게 당최 무슨 말인가.

하지만 그는 한쪽 마음이 씁쓸한 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 *


모든 게 끝나고 미국의 헌터들은 본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물론 이들에게 배은호는 어쩔 수 없이 소량의 보상을 해줬다.

그리고 대신에 약속을 받아냈다.


“다음번에는 이민우 헌터를 꼭 데리고 오게나. 미국으로 말일세.”


물론 이민우 헌터의 동의하에 받아낸 약속이다.

그리고 민우도 알고 있었다.

여전히 벤 브라운이 자기를 회유하는데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배은호 국장을 위해서였다.

어찌 됐든 좋은 외교 관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맙네, 이민우 헌터.”


배은호 국장의 감사를 받은 민우는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매니저 김세린의 집이었지만.


현관문을 열고서 들어갔지만, 김세린은 그 자리에 없었다.

따로 어디 간다는 얘기도 없었고, 그냥 없었다.


“어디 나갔나 보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민우는 냉장고에서 마실 걸 꺼내려고 했다.

그때, 냉장고 문 앞에 붙은 작은 메모를 발견했다.


(개인적인 일로 집을 비웁니다. 일주일 뒤에 돌아올 예정이에요.)


김세린이 남기고 간 메모였다.


(제가 없는 동안 편하게 지내세요, 단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건 안 됩니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식탁 위에 있는 태블릿을 켜보면 던전 현황이 뜰 거예요. 필요할 때 사용하시면 됩니다.)


메모는 그게 끝이었다.

민우는 자연스럽게 식탁 위에 놓인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메모에 적혀있는 것처럼 한국 던전의 현황이 한눈에 보이는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었다.


‘여전히 던전의 개수는 많구나.’


독도에서 루시퍼와 싸우고 오느라 엄청 긴 시간이 지난 것 만 같았다.

하지만 사실살 하루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 늘어나고 있는 던전의 상황도 변함이 없었다.


“상태 창.”


-띠링


<이민우>

-각성 칭호: 홀리 디아블로

-근력: 9,999

-민첩: 9,999

-마력: 9.999

-체력: 9,999

.

.

.


이미 한계치에 도달한 그의 능력치.

심지어 리치의 퀘스트조차 사라지고 없었다.

사실상 더 이상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퀘스트라도 있었으면 뭘 해야 할지 목표라도 생겼을 텐데.


‘기분이 이상하네.’


분명 엄청나게 강한 힘을 얻은 그였지만, 뭔가가 공허함이 그의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젠 뭐하지?’


마치 게임을 할 때 치트키를 쓴 것처럼 모든 게 시시해 보였다.

던전 현황판에 보이는 S급, A급 표시들.

그리고 그 밑에 나열되어있는 획득 가능한 보상들.

하지만, 지금 민우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적어도 인간계에서는 그랬다.


‘...루시퍼.’


그는 마왕의 이름을 되뇌었다.

분명 상태창이 나타낼 수 있는 한계치까지 강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시퍼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


‘분명 할아버지랑 미국 협회장이랑 뭔가 있는 거 같은데.’


그리고 그 둘을 제외하고는 루시퍼가 던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만일 루시퍼가 인간계를 침략이라도 한다면?

지금 상태로 막아내기엔 역부족일 게 분명했다.


“더 강해지긴 해야 해.”


마왕 루시퍼와 대적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할아버지 이황진 대표를 찾아가서 예전에 있었던 일들에 관해서 물어보기로 정했다.


-띠링


[히든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그때, 민우의 머리 위에 알림 창이 떴다.


“히든 퀘스트? 지금?”


사실상 어떤 퀘스트가 와도 완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금방 깨고나면 그만인 것.

민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예’를 눌렀다.


[히든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띠링


[히든 퀘스트: 신들의 전쟁]


“뭐?”


[곧 천계와 지옥 간의 전쟁이 열릴 예정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이는 분명 천계에 있는 루터가 그에게 메시지를 전한 것이었다.


[빛의 제왕 루터가 당신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천계로 올라가서 전쟁에 참여하도록 하십시오.]

1) 천계의 신들의 편에 서서 전쟁을 참여하라.

2) 악마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라.

-보상: <빛의 제왕 루터의 지팡이>/<악의 손아귀>의 조합재료입니다.


“응? 루터의 지팡이?”


민우의 눈에 “악의 손아귀”의 조합재료라는 문장이 뚜렷하게 보였다.

대체 악의 손아귀가 뭐길래, 빛의 제왕 루터의 지팡이조차 그 조합재료가 되는 건가.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전쟁에서 천계의 신들이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분명 그 영향은 인간계로 내려올 게 뻔했다.

어차피 현재 인간계에서는 딱히 볼일이 없었던 참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심했는데 잘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번과는 달리 천계로 소환됐다는 알림이 뜨질 않았다.

아무래도 알아서 가야 하는 느낌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아!”


민우는 이황진 대표를 떠올렸다.

할아버지라면 그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김에 모든 걸 다 털어놔야겠어.”


그는 세인트 길드의 대표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대표님과의 면담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혹시 누구시길래 대표님과 만나길 원하시는 겁니까?

“이민우입니다, 대표님 손주요.”

-아, 알겠습니다. 바로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예정되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셀마 디 이베르와 의 만남부터 시작해서 리치, 그리고 루시퍼까지.

심지어 살아있는 상태로 지옥을 왔다 갔다 하다니.


‘애초에 나의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민우는 가만히 김세린이 남기고 간 태블릿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조용히 전원 버튼을 꾸욱 눌러서 기계를 꺼버렸다.


‘나도 잠깐 다녀오는 셈 쳐야겠지.’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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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6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3 7 13쪽
» #26. 해치웠나? (2) 22.09.21 140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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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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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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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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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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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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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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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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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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