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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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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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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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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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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5. 촉수라니 (2)

DUMMY

#25. 촉수라니 (2)


나머지 일행이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 굳게 닫혀버린 던전의 입구가 그들을 반겼다.


“젠장!”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바람 속에서 배은호는 소리쳤다.

그를 따라온 나머지 헌터들은 아무 말 없었다.

그저 멍하니 던전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들이 현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럴 거면 여기 왜 온 거야.”


합동작전이고 나발이고 모조리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물론, 미국 헌터 협회장 벤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지만.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도 좋다.”


벤은 자기가 데려온 미국의 헌터들에게 말했다.

그런자, 헌터들은 모두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민우 헌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 게이트는 열리지 않을 거다.”


크리스를 포함한 미국의 헌터들은 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조국을 대표해서 차출된 헌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그들은 단순히 협회장 벤이 민우에게 좀 더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주는 조연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협회장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참다못한 크리스가 벤에게 말했다.


“저희는 단순히 도구에 불과했을 뿐입니까?”


하지만, 벤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오직 굳게 닫혀있는 게이트의 중앙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

괘씸하다는 듯이 바닥에 침을 퉤- 뱉고서는 돌아서는 크리스에게 벤이 한마디 했다.


“내가 너를 구해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그 지옥 같은 보육원에서 말이다.”


그러고는 나머지 헌터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너희도 마찬가지다.”


벤의 굵직한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서 울렸다.


“세계 모든 헌터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우를 해줬다, 너희 전부 다 말이다. 그런데 인제 와서 이용? 도구?”


벤의 목에는 핏기가 곤두세워졌다.


“...배은망덕한 새끼들.”


최연희는 분명 벤의 목소리 사이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낮고 굵직한 포식자의 울음소리.


“나와 계약하기 전에 너희들의 삶이 어땠는지 한 번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러고도 그딴소리가 입 밖으로 나온다면.”


협회장 벤의 용 비늘로 뒤덮인 손이 자그작 소리를 내면서 주먹을 쥐었다.


“그때는 가차 없이 버리도록 하겠다.”


그러고는 이어지는 침묵.

크리스 역시 벤의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어렸을 적,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보육원에 버려진 그를 거둬준 사람이 바로 그.

지금 눈앞에 있는 반인반룡 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스는 벤이 이렇게까지 기분 나빠한 적은 10년 전 이후로 처음 본다.


‘한국의 하이프리스트가 방문했을 때였지.’


그때는 제외하고는 저렇게까지 화를 낸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이민우 헌터에 대한 마음이 간절한 게 분명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가진다. 설령 그게 세상이 될지라도.’


벤이 크리스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했던 문장이었다.


“나는 이민우 헌터를 기다릴 거니까, 나머지는 알아서들 해라.”


벤의 비서가 그의 옆에서 거대한 우산을 펼쳤다.

협회장의 한마디를 들은 미국의 헌터들은 표정이 굳어버렸다.

크리스가 가장 먼저 벤에게 같이 남아있겠다고 말하자, 연이어 줄줄이 소세지 마냥 자기들도 남겠다고 말하는 그들이었다.


“저는 돌아가도 되죠, 국장님?”


한국의 헌터들은 당연히 이민우 헌터를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박현철은 예외였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최연희를 노려봤다.


“누구한테 한 대 맞아서 말입니다. 치료센터를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마치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뒤통수를 긁적이는 박현철.

그의 목에 그려져 있는 주작길드의 문신이 이토록 간사해 보인 적은 없었다.


“형님이 가시면 저도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등장한 나머지 주작길드의 일원.

박현철을 포함한 네 명의 헌터들이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나섰다.


“저는 이런 들러리 같은 짓은 못합니다, 국장님. 저희 길드 대표님도 같은 생각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를 쳐다보는 배은호의 표정은 어두웠다.

건방진 새끼.

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위쪽까지 올라왔다.


“그럼 자네들은 돌아가게나, 주작길드 대표님하고는 내가 따로 얘기하도록 하지.”


박현철은 그에게 고개를 까딱거리고는 휙-하고 돌아섰다.

그를 뒤따라서 주작길드의 모든 인원은 빠진 것이다.


“어차피 도움도 안 되는 인간들이었습니다, 국장님. 괜찮아요.”


화가 잔뜩 난 듯한 그에게 다가간 최연희.

대체 한국을 대표하는 길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주작길드가 싫어지는 그녀였다.


“현재 던전 내부의 진행 상태는?”


배은호가 옆에 있던 비서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태블릿을 몇 번 두드리더니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던전 보스는 이미 죽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게이트는 아직 닫혀있는데.”


비서는 배은호에게 직접 태블릿의 화면을 보여줬다.


[S급 심연의 크라켄 처치 완료.]

-5분 전.


심지어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였다.


“보상 때문인가?”


어쩌면 보상을 획득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잠깐만, 그러면 이민우 헌터 혼자서 저 크라켄을 잡았다고?”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둘이서 잡은 거다.

말도 안 됐다.

옆에 있던 벤도 그 얘기를 듣고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벌써 깼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민우 헌터 혼자서?”

“아뇨, 정확히는 두 명입니다.”

“아, 그렇지. 여자친구도 있었지. 여자친구도 헌터였나?”


하지만, 그의 여자친구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었다.

하물며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는 그들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은 표정으로 당황하고 있을 때, 최연희가 배은호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셀마라는 이름의 헌터가 있는지 봐주시겠어요?”

“셀마? 그게 누군가.”


최연희는 자기가 얼핏 듣기로는 그게 이민우 헌터의 여자친구 이름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셀마라는 이름으로도 여전히 나오지 않는 그녀의 정보.


“아무래도 가명인 거 같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절레 저으면서 얘기하자, 벤 브라운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최연희에게 물었다.


“잠깐만,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어떤 부분 말씀이십니까?”

“그 이민우 헌터의 여자친구 이름 말이야. 뭐라고 했었나?”


하지만, 최연희는 그게 가명인 거 같다고 설명했다.


“아니, 그러니까 가명이 뭐냐고.”

“셀마입니다, 협회장님.”


그 이름을 듣고선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듯한 벤.

얼마 안 가 그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셀마!”


그는 그 이름이 기억났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셀마 디 이베르!”


배은호와 최연희 그리고 옆에 있던 비서는 그런 그를 쳐다봤다.

가장 먼저 배은호 국장이 그에게 되물었다.


“협회장님, 아는 이름입니까? 셀마 디 이베르가 누굽니까.”

“아아...”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는 것이 너무 큰 소리가 나왔던 모양이다.

벤은 한쪽 입꼬리를 씰룩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마 자네는 모르겠지, 그녀의 이름을 말이야.”


벤은 하이프리스트 이황진과 같이 했던 최초의 전투를 떠올렸다.

그때 지옥의 군단을 지휘하던 마왕의 이름, 셀마 디 이베르.

헌데 어째서 이민우 헌터의 여자친구 이름이 셀마란 말인가.


“어쩌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고 말고...”


명확하게 답을 해주지 않고 말을 흐리는 그였다.

그때, 누군가가 빗속에서 벤의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일세, 반인반룡 벤 브라운.”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흐릿했지만, 벤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이황진...”


세인트 길드의 대표 하이프리스트 이황진이 부대표 이재환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니, 대표님! 여긴 어떻게...”


그를 보자마자 황당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배은호.

어쩌면 그의 손주 이민우 헌터 때문에 방문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황진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루시퍼가 나타났다네.”

“예?”


루시퍼라면 현재 지옥의 마왕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악마.

그의 이름이라면 배은호 국장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나타났다니?


“자네도 느끼고 있었을 텐데, 벤 브라운. 안 그런가?”


사실, 벤은 이틀 전부터 그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이민우 헌터가 독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이민우 헌터의 마력이 너무 강했기에 느끼는 거라고 지레짐작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황진의 말대로 강해도 너무 강하다.


‘단순히 이민우 헌터 한 명에게서 나오는 마력이라고 볼 순 없지.’


그리고 욱신거리며 아파 오는 그의 등.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과거에 악마에게서 얻은 상처가 쓰려왔다.

“그럼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은...”

“그렇지.”


이황진 대표는 인자하지만 날카로운 눈매로 게이트의 입구를 쳐다봤다.


“루시퍼가 저 안에 있다네. 내 손주와 함께.”


그 순간, 배은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옆에 있던 최연희 역시 입을 할 말을 잃었다.


“그럼 지금 갑자기 쏟아지는 이 폭우가...”

“단순히 폭우뿐만이 아닐세. 게이트 주변을 잘 쳐다보게나, 바다를 말하는 걸세.”


배은호는 그의 말대로 게이트 근처를 둘러봤다.

파고가 워낙 높고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물고기 시체처럼 보이는 것들이 둥둥 떠다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네. 녀석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일으킬 거야.”


그저 던전 내부에 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영향을 끼치다니.

배은호 국장도 루시퍼를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옥의 마왕을 마주한 사람은 지금 자기 앞에 있는 벤 브라운 협회장과 이황진 대표. 그 둘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표님.”


배은호가 이황진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이프리스트는 가만히 십자가 목걸이를 꺼내고선 두 손으로 쥐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선,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 또 시작이네.”


그런 그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는 벤.


“남들은 다 뒤져가는데, 지 혼자서 고상한 척 기도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구나.”


배은호는 둘 사이에 뭔가 사건이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미국 협회장이 보이는 태도는 설명이 되질 않았다.


“저 양반이 하는 말은, 우리가 지금 밖에선 딱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황진을 대신해서 배은호에게 대답해주는 벤.


“그저 이민우 헌터가 이겨주길 바라야지.”

“이민우 헌터 혼자서... 아니 둘이서 마왕 루시퍼를..”


배은호와 최연희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게이트를 쳐다봤다.

헌터 인생에서 이토록 무기력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을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이민우 헌터가 승리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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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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