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33,311
추천수 :
996
글자수 :
389,535

작성
22.09.05 22:10
조회
213
추천
9
글자
12쪽

#20. 한미 연합작전 (2)

DUMMY

헌터들이 같이 묵고 있던 전용 숙소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거사를 앞두고 있었기에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헌터들 간에 기 싸움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용으로 사용하는 휴게실, 그리고 체육관 등등이 주요 장소였다.


“그래서 이민우라는 사람은 언제 오는 겁니까?”


냉장고에서 음료수 한 캔을 꺼내오던 크리스가 최연희에게 물었다.


“내일쯤 도착할 겁니다. 상당히 만나고 싶어 하는 눈치네요?”

“하!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협회장이 난리를 치는 건지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귀찮다는 듯이 거드름 피우는 크리스. 그는 혼잣말인 듯, 최연희에게 다 들릴 법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이민우 말고는 여기 올 이유가 없지.”


최연희의 표정이 금세 굳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네? 아 들렸나요? 조크입니다, 조크.”


그러고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옆에서 열심히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던 동료에게 다가갔다.


“그만하고 숙소로 돌아가자.”

“벌써?”


크리스는 동료가 힘들게 들고 있던 쇳덩이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민우는 내일 온대.”


그러자,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던 동료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 뭐야. 오면 한 판 붙어보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말이다. 사이즈 보니까 연습 상대로 할 만한 헌터도 없는 거 같은데, 그만 돌아가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최연희가 가까이 다가갔다.


“기구는 놓고 가세요,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그러고는 크리스와 똑같이 한 손으로 쇳덩이를 집어 올렸다.


“...오호.”


크리스는 흥미롭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여리여리한 수녀님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신사분께서 예의가 없으시네요.”


최연희는 근처에서 열심히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던 박현철을 쳐다봤다.


-펑!

-펑펑!


박현철이 휘두르는 주먹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육안으로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스텝을 밟고 있는 그의 두 발, 그리고 뻗어져 나오는 바람 소리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는 샌드백.

그것들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한국에도 뛰어난 헌터들이 많습니다. 원하신다면 스파링 상대가 되어드릴 수도 있는데.”


크리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괜히 작전을 수행하기도 전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떡합니까.”


그는 슬쩍 최연희를 흘겨보고는.


“물론 한국 팀을 걱정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의 도발에 이 이상 참는 건 최연희가 못 할 짓이었다.

최연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크리스에게 한 판 뜨자고 하려는 순간,


“어이 양키 놈아.”


샌드백을 치던 박현철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로막았다.


“뭐? 양키?”

“그래 이 해산물 양키 새끼야.”


그러고는 박현철은 바닥에 있던 글러브 한 짝을 집어 던졌다.

크리스는 자기 가슴팍에 던져진 글러브를 한 손으로 받으면서 표정이 구겨졌다.


“아까부터 겁나 시끄럽게 굴던데, 링 위로 올라와 해산물 새끼야.”

“해, 해산물?”


박현철의 도발이 먹혀들어 갔는지, 크리스는 씩씩거리면서 글러브를 착용했다.


“감히 포세이돈의 선택을 받은 나에게 해산물?”

“새끼, 바다의 자식이면 그게 해산물이지.”


그렇게 두 헌터는 링 위에 올라가게 되었다.

헤드기어를 착용하던 박현철은 링 밖에 있던 최연희에게 말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그냥 저 새끼가 하는 말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입니다.”


마우스피스를 입에 꽉 끼우고선,


“이상한 생각 하지 마십쇼.”


최연희는 그런 그에게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그런다고 방송에 나와서 했던 도발이 없던 일로 되진 않을 거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 그녀에게 코웃음을 날리는 박현철.

거두절미하고 우선 저 앞에 있는 양키놈을 묵사발 내는 게 우선이었다.


“어이, 준비됐으면 얘기해. 옆에 있는 네 따까리한테 심판 보라고 하고.”


어느새 링 주변에는 구경꾼들로 가득했다.


-어이, 크리스! 저딴 새끼한테 지면 망신이라고!

-주작길드의 힘을 보여주십쇼!


끊임없는 응원의 소리와 함성이 울려 퍼진 링 밖과는 달리, 링 가운데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던 둘은 움직이지 않았다.

미세한 움직임조차 상대방에게 허점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

근육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머릿속으로는 수십 번씩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던 그들이었다.


“아까 그 기세등등한 패기는 어디 갔나, 해산물 양반?”


박현철은 일부러 가드를 내린 채, 크리스를 도발했다.

그는 알고 있다.

자기가 크리스의 상대가 되질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녀석이 하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는 건, 주작길드의 1위 헌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선택을 받은 자.’


굳이 노릴 수 있는 부분이라면 체육관에는 바다가 없다는 점이었다.


[스킬 발동: 분신술]


박현철은 우선 녀석을 교란하는 작전을 펼쳤다.


“하, 이게 정말로 한국의 S급 헌터의 수준입니까?”


눈앞에서 순식간에 생겨난 박현철의 분신을 보면서 크리스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러고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글러브를 링 바닥에 벗어던졌다.


“육체의 힘만 믿고 까부는 것들은 이래서 문제라는 겁니다.”


주변에 있던 물리 계열 헌터들의 몸이 죄다 움찔거렸다.

옆에서 심판을 보고 있던 동료조차도.


“머리가 무식하니까 몸이 고생하는 거죠.”


크리스가 마법 계열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바다가 없으면 녀석도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 터.

움직임에 허점을 보이는 순간, 기습 스킬을 사용해서 대가리를 주먹으로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이 주변에는 네 아빠가 없는데 어떡하지.”


박현철이 자기를 비웃으며 거드름을 피우자, 크리스는 되려 코웃음을 쳤다.

크리스는 자기의 호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손가락 크기만 한 작은 병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여기 들어있는 건 바닷물입니다.”

“뭐?”


유리병의 뚜껑을 열자 속에 있던 액체가 작은 물방울 모양으로 공중에 떠올랐다.


“그게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는 당신도 잘 알 테지요.”


하지만, 박현철은 박장대소했다.


“하하하! 그 조그마한 바닷물로 뭘 하겠다는 말이냐!”


그러고는 분신을 사용해 녀석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수십 개의 주먹이 그를 향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

하지만 크리스는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는 표정으로 검지를 한 번 휙- 휘둘렀다.


“우습군요.”


그러자 공중에 떠올랐던 바닷물 한 방울이 박현철의 공격을 죄다 막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자동으로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 시스템처럼.

박현철의 무수한 펀치를 딱 필요한 만큼만 막아내는 스킬이었다.


“이민우 헌터라면 모를까, 당신에게는 이만큼의 바닷물이면 충분합니다.”

“이 해산물 새끼가!”


크리스의 도발에 화가 뻗친 박현철은 또 한 번 공격을 준비했다.


“어디 한 번 이것도 막아보시지.”


-크아아!


그러고는 포효하듯 온몸을 뒤로 젖혔다.

눈부신 섬광이 링 전체에 번쩍이며 박현철 몸에는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새하얗게 변해버린 그의 안광.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전류는 링 전체를 넘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조금씩 전해지고 있었다.


-실드 오브 네이처!

-스톤 월!


링 밖에 있던 양 진영은 급하게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적당히 하십쇼, 형님!”


밖에 있던 주작길드의 일원이 박현철에게 외쳤다.

여차해서 그가 폭주라도 하게 된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심지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장소이다 보니까, 대기 중에는 습한 수증기가 가득했었다.

전류가 퍼지기에는 딱 좋은 상황.

그건 링 안의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지, 문어 새끼야. 물은 나한테 상성이 안 좋거든.”


링 바닥이나 로프에도 물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 이점을 사용하는 건 박현철만이 아니었다.


“왜 그게 당신한테만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박현철의 뇌리를 스쳤다.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니까요.”


크리스가 눈을 감고서 두 손을 링 바닥으로 향하게 펼쳤다.


-그그그


링 전체, 아니 체육관 전체의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스며들어있던 모든 수분이 물방울이 되어 크리스의 두 손으로 날아갔다.


“크, 크리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심판을 보고 있던 동료가 그를 말렸다.

하지만, 크리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환영 인사 정도는 괜찮잖아. 걱정하지 마,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심지어 대기 중에 있던 수분도 모조리 그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두 손에는 사람 얼굴만 한 물방울이 모였다.


“이민우 헌터가 여기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가 두 손 모와 손뼉을 치자, 모여있던 물방울이 흩어지면서 수백 개의 송곳으로 변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미친...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이는 없었다.

미국 랭킹 1위인 크리스를 감히 말릴 수 있는 헌터는 없는 게 당연했다.


“이것들이 당신의 분신을 포함한 본체의 머리통을 뚫어 버릴 겁니다.”


링의 한쪽을 가득 메운 무수한 개수의 송곳 모양의 결정체.

크리스는 마치 예시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그중 하나를 날려 보냈다.


-피융!


마치, 소음기 달린 총에서나 날법한 소리가 들렸다.


“펑!”


박현철의 분신 하나가 터져버렸다.

송곳이 날아오는 건 보이지도 않았다.

오직 소리만이 들렸을 뿐.


“해산물 주제에 조잘조잘 말이 많네.”


박현철은 순간 움찔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도발 멘트를 내뱉었다.

이조차도 그의 노림수였기 때문이다.


‘지금 말고는 기회가 없다.’


모든 수분이 녀석의 주변에 있는 지금이 타이밍이었다.

수백 개의 물의 결정체에 전류를 흘려보낸다면,

박현철의 뇌전격 기습은 그 위력이 곱절은 강해질 터.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그만한 전기 충격을 버틸 수는 없겠지.’


크리스는 여유가 넘치는 몸짓으로 박현철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으신다면 공격을 거둬들이겠습니다.”

“...미친 새끼.”


박현철은 천천히 온몸에 전류를 손에 들고 있던 단검에게 집중시키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릎은 안 됩니다, 형님!


“나도 알아, 새끼야!”


박현철은 눈을 부릅뜨고선 크리스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링 밖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최연희는 방어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박현철이 크리스의 공격을 견뎌낼 리가 없어.’


주작길드에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같은 조국의 헌터가 다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자기의 위치를 모르는 이들에겐 교육이 필요한 법.”


크리스는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여기까지입니다.”


그러고는 폭발적인 힘으로 수백 개의 결정체를 박현철을 향해 날리려는 그때,


“지금.”


[스킬 발동: 뇌전의 기습]


작가의말

태풍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운전하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오늘 하루도 고생많으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22.10.29 52 0 -
공지 연재 시간 알림. 22.07.28 476 0 -
71 #28. 로키의 바벨탑 (3) +1 22.10.05 131 1 13쪽
70 #28. 로키의 바벨탑 (2) 22.09.28 115 3 12쪽
69 #28. 로키의 바벨탑 (1) 22.09.27 107 3 12쪽
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5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1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38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2 5 13쪽
64 #25. 촉수라니 (2) 22.09.19 149 6 12쪽
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1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3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3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0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1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0 9 12쪽
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4 10 12쪽
56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2 22.09.08 216 8 11쪽
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2 10 12쪽
54 #20. 한미 연합작전 (3) 22.09.06 215 9 12쪽
»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4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6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39 11 12쪽
50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3) 22.09.02 240 11 13쪽
49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2) 22.09.01 226 10 12쪽
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6 11 12쪽
47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22.08.29 234 11 12쪽
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7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0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48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