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33,469
추천수 :
996
글자수 :
389,535

작성
22.09.09 22:16
조회
215
추천
10
글자
12쪽

#22. 3대 3 한미전 (1)

DUMMY

#22.


각국의 헌터들이 오후 합동 훈련을 위해 1층 회의실에 모였다.

둥그런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있는 정예 헌터들.

분명 합동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모였지만, 서로서로 견제하느라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 측에는 S급 헌터가 몇 명 없는 모양입니다.”


미국 측 대표 헌터인 빌리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최연희 헌터가 우습다는 듯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서 웃음을 지었다.


“한국의 S급에는 어중이떠중이는 없습니다. 오직 소수정예만 있을 뿐.”


그녀는 민우가 앉아있는 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민우 헌터 한 명만 나가도 그쪽에 있는 헌터들은 죄다 이길 수 있을 것 같군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민우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미국 측 헌터들이 자기를 노려보는 상황.

민우는 느낄 수 있었다.

저자들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는 공포심이.


“뭐, 그쪽에서 원한다면야 붙어 줄 수도 있죠.”


민우는 팔짱을 끼고선 미국 헌터들은 역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목숨은 장담은 못 합니다. 요즘 기력이 떨어져서 영혼이 필요하거든요.”


그 순간, 파랗게 질려버리는 미국 측 헌터들.

심지어 같은 편인 한국의 헌터들도 질리긴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영혼을 매개체로 하다니! 한국의 관리국은 대체 뭐 하는 겁니까. 범죄 아닙니까, 범죄!”


얼굴이 문신으로 뒤덮인 빌리가 탁자를 두 손으로 내리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순간 술렁이는 회의장.

모두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만일 한국의 네크로맨서가 인간의 영혼을 그 마력의 근원으로 쓴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였다.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민우는 도리어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소란을 잠재웠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사실을 알고 있는 최연희 헌터밖에 없었다.


“오늘 처음 봤는데, 무례하게 굴지 마시죠.”


그의 한 마디에 미국 쪽 헌터들은 쥐가 죽은 듯 조용해졌다.


-끼익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배은호와 미국의 협회장 벤.

둘의 덩치가 워낙 거대해서 입구가 작아 보이는 듯했다.


“자자, 다들 소란 피우지 말고 자리에 앉게나. 우리는 협동을 하러 온 거지,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배은호가 회의장 앞쪽에 있는 스크린을 내리면서 말했다.


“오늘 우리가 진행할 훈련은 간단하다.”


옆에 있던 작은 리모콘의 버튼을 눌러서 화면을 띄웠다.

워낙에 손이 큰 편이라서 그런지, 조금만 잘못 힘을 줬다가는 리모콘이 박살 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삐빅


화면에서 나타난 다섯 마리의 마수.

그 아래에는 큰 글씨체로 <상위 A급 보스> 라고 적혀있었다.


“여러분이 오늘 해야 할 일은 이 녀석들을 잡는 거다.”


그 순간 터져 나오는 한숨 소리와 야유.


“아니, 이 정도로 무슨 훈련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빌리 옆에 앉아있던 크리스가 콧방귀를 꼈다.

하지만, 배은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프리젠테이션을 이어갔다.


“지금 독도를 둘러싸고 있는 동해, 그리고 섬 내부에 이 녀석들의 던전 게이트가 열렸다.”


화면에 나타난 지도에는 그 게이트의 위치가 점으로 찍혀있었다.

각각, 동서남북에 하나씩.

그리고 섬 가운데에 하나.


“아마도 바다에 생겨난 S급 게이트의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고 화면이 넘어가면서 하나씩 등장하는 던전 보스의 소개 창.

하지만, 미국의 헌터들은 그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에라이, 난 잠이나 더 잘란다.


심지어 한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장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앉아라.”


하지만, 미국 협회장의 말 한마디에 뻘쭘해하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잠깐이었지만, 그가 으르렁거릴 때 용의 울음소리가 들린 듯했다.


“오늘의 훈련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배은호는 잠깐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고서 헌터들을 한 명씩 돌아봤다.

낯이 익은 얼굴들과 처음 보는 헌터들.

그는 일부러 그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상태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오늘 훈련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쪽이 내일 합동작전에서 지휘권을 얻는다.”


-예?

-뭐라고?

-왜 지멋대로냐.


여기저기서 불만들이 튀어나왔다.

물론 미국 측 헌터들이 대다수였지만.

배은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웃으면서 미국 협회장을 향해 두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앉아있는 협회장님하고도 얘기가 끝난 일이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지휘권 쟁탈전이라니, 웃기는 소리.


회의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까진.


“닥쳐라!”


이번에는 확실하게 용의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헌터들답게 모범을 보여야지, 이 무슨 망나니 같은 짓이냐!”


그의 고함에 미국 헌터들은 입을 다물었다.

한국의 관리국하고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미국의 헌터들은 협회에서 꽉 잡고 있구나.’


S급 헌터를 포함한 그토록 많은 수의 헌터들이 끽소리 못 하는 건,

어쩌면 눈앞에 있는 거구의 협회장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고, 성이 난 얼굴에는 용의 매서운 눈빛이 서려 있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배은호 국장님, 그리고 한국의 헌터 여러분. 저희 애들이 워낙 자유분방해서.”

그러고는 민우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보는 그였다.


“괜찮습니다. 자 그러면 설명을 이어서 하겠다.”


배은호는 다시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자네들이 A급 던전 하나 깨는 건 우스운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네.”


회의장에 있는 양국의 S급 헌터 모두가 동의했다.

심지어 같이 훈련에 동참한 A급 헌터들도 살짝 가오가 상할 뻔했다.


“그래서 특별한 조건을 하나 걸었지.”


배은호는 잠시 뜸을 들이며 민우를 쳐다봤다.

민우는 그와 눈이 마주쳐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목례했다.


“단 한 대도 맞지 않고서 던전을 파훼해야 하는 거다.”


또 한 번 술렁이는 회의장.


“아니, 한 대도 안 맞고 깨라는 게 말이 됩니까!”


특히나 반발이 심한 건 A급 헌터들이었다.


“A급 찌끄레기들은 짜지라는 거잖아, 새끼들아.”

“뭐라고? 말 다 했냐, 이 미친 양키 새끼야!”

“해산물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미국의 크리스의 무지성 발언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자칫했다간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 분위기.


“다들 왜 그러세요.”


그때, 한국 측에 앉아있던 한 명이 대금을 꺼내 들었다.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대금과 그녀의 연주가 시작되자, 감미로운 음악 소리와 공중에서 내려오는 초록빛 가루.

회의장에 있던 모두가 그 연주에 매료된 듯, 멍하니 가루를 온몸으로 맞이했다.


“좋은 힐러를 가졌군, 그래.”


그걸 보고 있던 벤은 재밌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아 씨, 그건 언제 챙겨오셨어요?”


옆에 있던 최연희가 연주를 마친 채 차분하게 웃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아, 혹시 몰라서 챙겨왔어요. 국장님께선 봐주시겠죠? 그쵸 국장님?”


그녀의 은은한 미소가 담긴 눈빛과 마주친 배은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 기분이 되게 좋네.

-한국에도 이런 힐러가 있다니.


상처를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힐러는 몇 없었다.

심지어 A급 헌터임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 능력을 지닌 거라면.

아무래도 힐러 계열은 S급 승급심사를 보는 기준이 까다로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아, 너는 처음 보겠구나. 서로 인사해, 여기는 서민아 씨.”


최연희는 민우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수려한 한복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기성복을 입고 온 힐러 서민아.

그녀의 잔잔한 미소에 민우는 자기의 마음도 차분해지는 듯했다.


“아, 안녕하세요. 이민우라고 합니다.”

“호호, 알아요. 민우 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민우에게 악수를 청했다.


“청하 길드의 서민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 네네. 잘 부탁드립니다.”


수수하고 가녀린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그녀의 심성처럼 곱게 느껴졌다.


“자, 여기 있는 A급 헌터들을 위한 훈련은 또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차피, 이번 S급 던전을 파훼하는데 주요한 인원은 S급 헌터들이었다.

A급 헌터들은 사실상 그들의 전력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터.

핵심은 각국의 S급 헌터들이었다.


“에이, 국장님. 그렇게 하면 저희가 수가 모자라는데요? 미국 애들이 S급 헌터가 많잖아요.”


다리를 꼬고 있던 박진철이 꼬인 말투로 물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한국의 S급은 단 3명, 미국 쪽에는 12명.

네 배의 차이가 나는 수였다.


“몇 명이건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다.”

“네? 왜죠?”


어이없다는 식으로 되묻는 박진철에게 배은호는 답했다.


“던전은 혼자서 들어간다.”


-아니, 진짜 자꾸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시네.

-훈련이 왜 다 이따위야!


미국 측 헌터들의 반발과 함께 또 한 번 분위기가 과열되려고 하자, 서민아는 대금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대금에 입술을 갖다 대려는 순간, 민우가 그녀의 두 팔을 잡아챘다.


“헌터님?”

“안 하셔도 돼요.”


갑작스럽게 훅- 들어오는 박력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그녀였다.

민우는 서민아의 두 팔을 놓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들 그러시죠? 다들 겁먹으신 건가?”


벤은 그런 민우가 재밌다는 듯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한 대도 안 맞고 잡는 게 어려운가요? 다들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겁니까.”


배은호 국장 역시 자기가 눈독 들이고 있던 사내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많이 달라졌군. 그 짧은 시간 동안 성장을 많이 한 모양이야.’


박진철 역시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나서는 민우한테는 한마디도 못 한 채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휘권을 놓고서 하는 훈련인 만큼 강도가 강한 거겠죠. 저는 이번 훈련 내용에 찬성합니다.”


그러고는 미국 측의 헌터들의 눈을 노려봤다.


“자신 없으면 뒈지시던지.”


다들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식당에서 그의 손아귀에서 생겨난 다크엘프의 시꺼먼 영혼을 봤기 때문이다.

그때, 미국의 크리스가 손을 들며 일어섰다.


“하하, 좋습니다. 그럼 저도 찬성입니다.”


이민우 헌터에게 한 발짝도 지지 않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 둘 말고도 지휘권을 놓고서 훈련에 참여할 헌터가 있는가?”


배은호 국장의 물음에 최연희와 박진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도 같이하겠습니다.”

“저도 해야죠, 뭐.”


당당하게 굳센 표정으로 일어서는 최연희와는 달리 머리를 긁적이면서 재수 없어 하는 박진철.

하지만, 이로써 한국의 S급 헌터는 전원 참가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협회장 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기의 헌터들을 훑어봤다.


“우리 쪽에서는 크리스 말고는 없는 건가?”


하지만,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S급 헌터들은 눈치 보기 바빴다.


-한 대도 안 맞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지, 협회장님도 진짜.


다들 수군거리기 바쁠 뿐.

그때, 크리스 옆에 있던 두 명이 손을 들고서 일어났다.


“저희는 크리스가 가는 곳이라면 같이 갑니다.”

“같이 하겠습니다.”


벤은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선 걸 보고선 어두웠던 얼굴에서 빛이 생겨났다.


“아, 홀터와 샤오 린. 자네 들이라면 충분하겠지.”


어쩌다 보니, 한국과 미국의 3대 3 경쟁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벌써 내일이면 주말이네요.

다들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22.10.29 54 0 -
공지 연재 시간 알림. 22.07.28 477 0 -
71 #28. 로키의 바벨탑 (3) +1 22.10.05 134 1 13쪽
70 #28. 로키의 바벨탑 (2) 22.09.28 116 3 12쪽
69 #28. 로키의 바벨탑 (1) 22.09.27 108 3 12쪽
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6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3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40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3 5 13쪽
64 #25. 촉수라니 (2) 22.09.19 150 6 12쪽
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3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5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2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2 9 12쪽
»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6 10 12쪽
56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2 22.09.08 218 8 11쪽
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4 10 12쪽
54 #20. 한미 연합작전 (3) 22.09.06 217 9 12쪽
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5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41 11 12쪽
50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3) 22.09.02 242 11 13쪽
49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2) 22.09.01 227 10 12쪽
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7 11 12쪽
47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22.08.29 236 11 12쪽
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8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1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